인지
지성의 기본이 되는 요소.
개체를 파악하고 분석하고 기억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고차원적인 생각으로 옮기는 능력.

기억
정보, 저장된, 특정 개체에 대한 정보.
생각의 근원이 되는 개념.

감각
외부 기관에 연결된 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

몸에 감각이 없다.
손과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심장이 뛰는게 느껴지지 않는다.
바람이 부는것이, 내리죄는 햇살이, 딛고 서있는 땅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대로 사라지겠지...

근데 뭘 하고 있었더라...




기억났다.

난 싸우고 있었구나.
누구랑?
왜?

처음부터 기억해보자.
난 누구지?

로도스 아일랜드...
모두가 날 박사라 불렀지.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어느 평범한 날이었다.
날은 맑고 화창했다.
아미야가 일하라고 쪼는걸 보면 월요일이었나본데...
해사의 약진은 전조도 없이 시작됐다.
아니, 전조가 있었지만 모두가 알아채지 못했거나, 무시했던 것일거다.

시작은 당연했겠지만 이베리아였다.
이후 해안과 인접한 국가부터 무너져 내렸다.

인류가 쌓아올린 기반은 자연과 한없이 가까운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해사, 씨본, 다윈의 악마, 바다의 재앙, 시테러 그들을 부르는 수식은 다양했으나 하나같이 강력했고, 인류는 나약했다.

로도스는 본함에 난민들을 태우고 북쪽으로, 우르수스를 향해 나아갔다. 켈시는 도중 무언가를 준비한다며 떠났고, 지휘의 역할을 맡은 나를 포함한 전투요원은 해사를 막으러 이동했다.

우리로도 역부족이었다.

방어벽은 허무하게 무너져내렸고, 내가 알던 모든게 무너져내렸다.

모두가 미래를 위해 나는 숨겨야 한다했고, 근처의 패닉룸에 날 집어넣었다.

들어오기 전 나를 숨기던, 밝게 빛나던 나의 유성이 쓰러지는것이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왔다.

썩어빠진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했던, 작고 어리지만 그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믿음직스러웠던, 나의 유성이 차디찬 바닥에 쓰러져갔다.

패닉룸에 들어오고 몇주가 지났다. 근처의 식량은 해사들이 먹고 지나갔고, 패닉룸의 비상식량은 장기간을 버틸만큼 충분하지 않았다.

패닉룸을 빠져나오자 바닥의 긁힌 자국, 부서진 방벽, 핏자국과 해사조각 일부만이 날 반겼다.

내 안에서 불꽃이 일었다.

죽일것이다.
해사를 모두 죽일것이다.
나의 세계에서 하늘을 밝게 비추던 유성을 떨어트린 그들을 모조리 죽일것이다.

그렇기에 난 그들을 먹었다.
나의 신체는 약했기에 강해져야 했다.

그것들의 신체를 먹은 난 엄청난 고통과 함께 짧은 순간 그들과 동화되었다.

절대다수, 위매니, 그들의 생존, 진화, 번식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무언가를 타고 나에게 흘러들어왔다.

난 그 모든걸 거부했다.
그들은 내게서 모든걸 앗아갔다.
내가 알던 세상은 파괴되었다.
내가 알던 사람들은 이제 없다.
나의 세상을 밝혀주던 유성은 땅에 떨어졌다.

나 역시 그들에게서 모든걸 빼앗을 것이다.
그들의 생명을 빼앗고 , 존재를 없애고, 의지를 지우고 세상에서 잊혀지게 할것이다.

내가 이과라 그런지 소설이 재미가 없음...
다음화 쓸지 안쓸지도 모르게슴...

그리고 소설이란건 상당히 철면피여야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