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모음: https://arca.live/b/arknights/103156508?target=all&keyword=%EC%86%8C%EC%84%A4+%EB%AA%A8%EC%9D%8C&p=1



------



“그러고 보니 상어, 당신 아까 박사님의 아이를 낳고 싶다고 했었죠?” 



그 탓에 조금 천박한 이야기를 꺼내 버린 글래디아였다. 


그 말에, 얌전히 피자를 오물거리던 로렌티나가 토끼눈을 뜨고. 



“...대장, 설마 진짜로 취하셨어요?” 


“대답이나 하세요.” 


“네. 박사님 닮은 아이 낳고 싶긴 한데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아주 합리적이고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한 번 들어 볼래요?” 


“정말요?” 


“예. 박사님 정자에 다소의 문제가 있어도 상관없는 방법입니다.” 


“그게 뭔 개소리니, 소드피쉬야.” 



박사가 딸꾹질과 함께 딴지를 넣었지만, 그의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 정말로 그런 게 있나요?” 



글래디아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민 로렌티나가 눈을 반짝이고. 



“저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상어. 저는 에기르의 기술 집정관입니다. 유전공학에 대한 지식도 당연히 갖추고 있어요.”



글래디아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가슴을 폈다. 



“알려주세요! 부탁드려요, 대장! 저 박사님 아이 갖고 싶어요!” 


“훗. 그럼 알려드리죠. 아주 쉬워요. 먼저 박사님의 정액을 채취합니다.”  


“그건 잘 할 수 있어요! 그 다음에는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박사님 정자에 있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겁니다. 하자를 제거하고, 에기르인의 난자를 수정시킬 수 있게요.” 


“아니, 하…씨발….” 


“그 다음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적당한 때가 될 때까지 정자를 냉동보관해 뒀다가, 세상이 평화로워지면 임신하면 됩니다.” 


“...오.” 


“물론 편집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고, 보관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져 정자가 괴사할 위험도 있으니…정액은 최대한 넉넉하게 준비해야겠죠.” 



박사를 위해서라도 마지막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텐데. 


넉넉한 정액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자마자, 로렌티나의 얼굴이 굳었다. 


삐이걱, 그녀의 목이 그대로 박사를 향해 돌아가고. 


약한 술기운에 조금 풀려 있던 그녀의 핏빛 눈동자가 지극히 위험한 빛을 띤다. 



“...박사님. 해도 돼요?”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박사의 시선에 체념이 깃들었다. 



“해도 되는데, 상어야. 나 한 마디만 하게 해 주라.” 


“해보세요.” 

“시발 난죽택.”



미처 로렌티나가 말릴 새도 없이 맥주 세 캔을 연짱으로 들이킨 박사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공포에 질려 현실도피를 선택한 걸까. 


아니면 난 모르겠으니 니들 알아서 하라는 항복 선언일까. 



“죽음은 탈출구가 아니랍니다, 박사님!” 



어느 쪽이든, 그의 미약한 저항은 어떤 효과도 보지 못했다. 


굶주린 상어마냥 박사를 향해 달려든 로렌티나는 거칠게 그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한 스물다섯 번만 짜내고 보내드릴게요!” 



금방이라도 박사를 복상사시키기라도 할 것처럼 흉폭한 기세였다. 


글래디아는 한숨을 내쉬며 그런 그녀를 뜯어말렸다. 



“침착하세요, 상어. 그렇게 하면 박사님이 죽습니다.” 


“어…생각해 보니까 그러네요. 그럼 딱 절반만!” 


“침착하라니까요. 일단은 다섯 번 정도면 충분합니다.” 


“쩝.” 


“먼저 제가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당신은 채취한 정액을 담을 밀폐용기를 준비해 주세요.” 


“네!” 



장갑을 낀 글래디아는 조심스럽게 박사의 옷을 벗겼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에, 박사의 하반신을 가리고 있던 천조각들이 속절없이 떨어져 나가고. 


억눌려 있던 분신이 소심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일어서지 않은 상태인데도 상당한 크기에, 글래디아는 조심스럽게 숨을 삼켰다.  



“...크네요.” 



남자의 성기를 보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연구를 할 때나 신체 개조를 행할 때, 혹은 불의의 사고로 몇 번 목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박사의 물건은 그 때 봤던 것들과는 격이 달랐다. 


이것이 육지의 기상일까. 



“대장! 플라스크 구해 왔어요!” 


“...혹시 그 성게네 실험실에서 가져온 건 아니죠?” 

“의료부에서 받아왔는데요.” 


“다행이군요. 그럼 채취를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글래디아는 이내 고개를 젓고, 천천히 박사의 분신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톡. 


그녀의 손이 닿을 때마다, 박사의 물건이 파르르 떨고. 


이제 일어날 때가 되었다는 듯 조심스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대장, 생각보다 되게 능숙하시네요.” 


“연구 목적의 사정 보조는 이전에도 몇 번 해 봤습니다.” 



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지. 


일순 회의감이 드는 그녀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이건 성적인 행위가 아니다. 


박사의 우수한 유전자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이며.        

    

대장으로서 부하의 소망을 이루어 주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그의 씨를 이용해 에기르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한 궁여지책의 시발점이다. 


거리낄 건 어디에도 없다. 


박사도 허락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글래디아는 박사의 물건을 세심하게 움켜쥐었다. 


그녀가 알기로, 남자의 성기가 흥분하는 조건은 간단했다. 


기본적인 요소는 촉감, 온도, 압력의 세 가지. 


애초에 여성의 음부와 합일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인 만큼, 음부 속의 느낌과 비슷한 자극을 전달하면 곧바로 몸을 일으킬 터. 


냄새나 시각적 자극도 한 몫 하겠지만, 박사가 뻗어 버렸으니 그런 방법은 효과가 덜하겠지. 


일단은 촉감부터 확인해 보자. 



“...으.” 



피부에 와 닿는 까슬까슬한 라텍스 장갑의 감촉에, 박사의 물건이 버럭 화를 내며 뻣뻣하게 곧추섰다. 


촉감은 적절한 듯 하니, 다음은 압력을 테스트할 차례다. 


손 안에 힘을 줬다 빼는 것을 반복하며, 박사의 성기가 가장 딱딱해질 때까지 힘조절을 한다.   


결과값은 금방 나왔다. 


맥주 캔이 살짝 찌그러질 정도의 세기로 쥐는 게 이상적이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네요.” 



수치심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아니, 이제 부끄럽기는커녕 흥미로운 실험을 할 때처럼 조금 즐겁기까지 하다. 


좋아. 


온도는 체온만으로 충분할 듯 하니, 이대로 왕복운동을 해 주면 금방 사정을….



“...응?” 



그런데 무언가 잘못되었다. 


아무리 정성들여 문질러도 박사의 분신은 발작하듯 경련할 뿐,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통제하지 못한 변인이 있는 걸까. 


잠시 고심하던 글래디아는 로렌티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상어. 혹시 박사님의 성적 기호를 알려줄 수 있습니까.” 


“페티쉬 말씀이시죠? 음…정신적 자극에 많이 민감하신 것 같긴 했는데.” 


“지금은 못 쓰는 방법이잖습니까.” 


“그러네요. 그럼…머리카락이나 키스, 허벅지 정도?” 



글래디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머리카락? 


단순한 체모에 흥분한다고? 


그것까진 그렇다 쳐도, 그걸 어떻게 성행위에 활용한다는 거지?



“왜, 머리카락으로 감싸서 문지르거나 그런 거 있잖아요.” 


“...흠.” 


듣도 보도 못한 특이 취향에 거부감이 드는 건 둘째치고, 그런 식으로 활용하기에 글래디아 자신의 머리는 너무 짧다. 


키스는 정신적인 자극의 연장선이기에 못 쓰고. 


그렇다면 남은 건…허벅지일까. 



“이해했습니다.” 



한숨을 푹 내쉬며, 글래디아는 손톱을 세웠다. 


북, 먹구름이 가시고 맑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듯. 


가벼운 파열음과 함께 그녀의 타이즈가 세로로 쭉 찢어지고, 그 사이로 새하얀 살결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다. 



“...오.” 


“라텍스의 촉감으로는 박사를 사정시키기에 부족한 듯 하여, 이번에는 맨살로 접촉해 보겠습니다.” 


“역시 대장.” 



로렌티나의 감탄을 뒤로한 채, 글래디아는 박사의 몸 위로 올라탔다. 


잠시 손을 뗐다고 시들해지려 하는 그의 분신을 다시금 건드려 기운을 북돋은 뒤. 


다리를 들어, 허벅지와 정강이 사이에 조심스레 끼운다. 


글래디아가 쓸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큭!” 


그리고 효과는 굉장했다. 


잠든 박사가 신음소리를 토해 냄과 함께. 


반쯤 열린 그의 입술에서 뜨거운 숨결이 새어나왔다.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맥동이 더욱 강렬해진 건 덤이었다. 



“...정말 고상한 취향이시군요, 박사님. 허벅지라니.”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글래디아는 거침없이 그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요염하게 다리를 움직여 분신을 비비고. 


껍질을 까고 얼굴을 내민 그의 분신 끝을 장갑으로 쓰다듬는다. 


메마르기 그지없던 그의 물건에서 조금씩 새어나온 물기가, 그런 그녀의 움직임과 만나 음란하게 철퍽거리기 시작하고. 


박사의 반응이 더욱 격렬해졌다. 



“아. 박사님은 입으로 해 주시는 것도 좋아해요, 대장.”  


“그건 기각합니다.” 



그의 정액이 불순물과 섞이면 안 된다. 


혹시나 무심코 삼켜 버리기라도 하면 샘플 채취는 물 건너 갈 테고. 


무엇보다 그것만큼은 그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서로 맞닿은 맨살에서 전해져 오는 온기와, 부드러운 피부가 스치는 감촉. 


애태우듯 간지럽히는 손길만으로 이렇게나 훌륭한 반응이 돌아오는데. 



“슬슬 한계이신 듯 하네요, 박사님.”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는 박사를 보며, 글래디아는 살풋 웃었다. 


어쩐지 머리가 뜨거웠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거대해진 물건이 까딱거리며 절정의 순간을 갈구하고. 


그에 맞춰, 그녀 자신의 아랫쪽도 조금씩 간질거려 오는 듯 했다. 


그 감각을 지우기 위해서였을까. 



“좋습니다. 가버리세요, 박사님.” 



박사가 듣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얼굴 쪽으로 몸을 기울여.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의 귓가에 숨을 불어넣고. 


유열을 가득 담아 작게 속삭이는 글래디아. 



“...읏.” 



그리고 마침내 받아낸 허가에 환희하듯, 박사의 분신이 축포를 터트렸다. 


천박하게 꿈틀거리며 정을 마구 흩뿌리는 그의 물건. 


우아한 자수가 새겨진 그녀의 타이즈가, 점점이 흰색으로 물들며. 


박사의 체내 온도를 그대로 머금은 백탁액이 허벅지와 정강이, 무릎을 가리지 않고 내려앉는다. 


따스하고. 


촉촉하며. 


참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인 감각이었다. 


절정에 달한 밤꽃의 매캐한 향이 그녀의 코 끝을 간지럽힘과 동시에, 조금 전부터 느껴지던 기묘한 고양감이 더더욱 강해진다. 



“정신 차리세요, 상어. 빨리 채취하지 않고 뭐 하는 겁니까.” 


“아, 네!” 



그 감각을 떨쳐 버리려, 그녀는 평소 이상으로 날카롭게 지시를 내렸다. 



“정자가 체외에서 생존 가능한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최대한 많은 정자를 살린 채 냉동보관해야 합니다.” 


“알겠어요!” 



그녀의 허벅지에서 정액을 황급히 그러모아 시험관에 집어넣는 로렌티나. 



“제 방에 냉동 보관 용기가 있습니다. 거기 넣어 두고 오세요.” 


“그냥 넣어 놓기만 하면 돼요?” 


“원래는 정자를 선별하고 수분을 빼낸 뒤 동결건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만…당장은 더 많은 샘플을 채취하는 게 우선입니다.” 


 

맞습니다. 


본질을 잊지 마세요, 글래디아. 


이건 사랑이나 쾌락을 위한 관계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공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신성한 탐구예요. 


상어는 자신의 개인적인 소망을 위해. 


박사님은 그런 그녀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저는 에기르의 번영과 호기심의 충족을 위해. 


삼자의 바램을 모두 이루기 위한 방법론에 불과합니다. 


동요하지 마세요. 



“...남성은, 한 번 사정 후 좀처럼 다시 흥분하지 못한다죠.” 



침착하고, 우아하게. 


쓸 수 있는 수단을 전부 동원해서 목적을 달성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좀 특별한 자극이 필요하겠군요.” 



그런 말로 자신을 합리화하며, 그녀는 자신의 상의 단추로 손을 가져갔다. 


툭, 그녀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고급스러운 예복이 속절없이 풀려나가고. 


압도적이지는 않아도, 충분한 볼륨감을 과시하는 그녀의 유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늘 전투에 방해가 될 뿐인 지방덩어리라고 생각했던 이 가슴을. 


오늘은 조금 다르게 활용해 볼 생각이었다. 


박사의 바이저를 벗기고, 드러난 그의 맨 얼굴을 살짝 끌어안아 자신의 젖무덤에 밀착시킨다. 


가슴팍에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의 이목구비를 조심스레 비비며, 글래디아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당신은 옷을 입은 것보다 맨살을 더 좋아하시는 듯 하셨기에. 이런 건 어떠실지요.” 



조금 전 로렌티나가 언급한 박사의 취향, 냄새. 


그리고 여러 차례의 시도를 거듭해 가며 알아낸 그의 취향. 


이 모든 것을 종합해 글래디아가 도출한 결론이었다. 


몸을 씻은 지 얼마 안 된 여성의 달콤한 향기와, 그녀 특유의 체향. 


그리고 채 가시지 않은 밤꽃의 내음이 어지럽게 뒤섞이고. 


그녀의 젖무덤에 코를 박은 박사가 미미하게 경련한다.  


그의 분신은 언제 죽었었냐는 듯 팔팔하게 부활한 상태였다. 



“준비가 되신 듯 하니, 바로 두 번째 채취를 시작하도록 하죠.”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처럼, 한 손으로 그를 상냥하게 끌어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부드럽게 분신을 자극하는 글래디아. 


이따금씩 그의 숨결이 유두를 간지럽힌 탓에 달뜬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상정 범위 내다. 


원활한 사정 보조를 위해 조금 극단적인 수까지 써 버린 만큼, 어느 정도 흥분하는 건 이미 각오했다. 


철퍽, 철퍽. 


새빨갛게 달아오른 박사의 분신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물 흐르듯, 두 번째 사정이 이어졌다. 


글래디아는 자신의 엉덩이에 묻은 정액 한 방울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첫 번째보다 양은 적지만, 그거야 생물의 한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혈기왕성하시군요. 아주 좋습니다.” 



손가락 사이에서 끈적하게 늘어지는 액을 보며, 글래디아는 씩 웃었다. 


두 번째 사정인 걸 고려했을 때 점도도, 색깔도 훌륭하다. 


이 정도면 훌륭한 샘플을 얻을 수 있을 듯 했다. 



“더 할 수 있으시겠죠, 박사님?” 



당연히 뻗은 박사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을 승낙으로 받아들인 글래디아는 다시금 박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 번. 


네 번. 


다섯 번. 


가차없이 그에게서 단백질을 짜낸 글래디아는, 이내 상반신을 일으켰다. 


우아한 장식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몸은 미처 닦아내지 못한 정액의 흔적으로 가득했고. 


박사의 안색은 하얘지다 못해 어비설 헌터즈의 그것처럼 창백해진 상태였다. 



“...대장, 이제 끝난 거죠?” 



그런 박사가 걱정된 걸까, 로렌티나가 옆에서 조심스레 물었다. 


샘플은 이미 충분히 확보했고, 박사의 취향에 대한 데이터도 넉넉히 뽑았다. 


더 이상 테스트를 진행할 필요는 없겠지. 


땀에 젖어 뺨에 말라붙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글래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끝났습니다.” 


“대장은 괜찮으시겠어요?”


“예?” 


“표정이 엄청 야한데요.” 



로렌티나의 말에, 글래디아는 실없이 웃었다. 


그녀도 여성인지라,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박사와 피부를 맞대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몸이 반응했다. 


호흡이 흐트러지고, 가녀리고도 달뜬 신음이 호흡 중간중간에 섞여 나온다. 


홍조로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에서 평소와 같은 냉철함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말하자면 완전히 흥분한 상태였다. 


마음 같아서는 본능에 따라 박사의 분신을 다시 세운 다음, 자신 안에 가열차게 쑤셔박고 싶었지만….



“괜찮습니다.” 


“정말요?” 


“예. 제 욕심 때문에 친구한테 상처 주기 싫습니다. 로렌티나, 당신도 그런 건 바라지 않잖아요.” 



그랬다가는 모든 것이 파탄난다. 


조금 전, 에기르인에게 있어 성관계는 신성한 거라고 박사에게 설교했던 건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었다. 


그리고 글래디아는 한때 에기르의 정점에 섰던 인물. 


잠깐의 충동을 컨트롤하지 못해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얼간이로 전락할 모지리도 아니었으며. 


순간의 욕망에 미쳐 박사와 로렌티나 모두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었다. 


피식 웃으며 옷을 차려입는 글래디아를, 로렌티나가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대장….”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전 정말 괜찮습니다.” 



그녀와 박사의 관계는 아직 겨우 물꼬를 텄을 뿐이다. 


연극 시작부터 클라이맥스를 들이밀면 몰입이 안 되는 것처럼, 지금 바로 성관계를 하는 건 모로 봐도 무리수였다. 


일단 차근차근히 서로를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 


로렌티나와 박사가 그랬던 것처럼, 함께 즐거운 일도 많이 하고 고생도 해 보고. 


그렇게 추억 위에 추억을 쌓아 가며, 나란히 에기르를 되찾기 위해 나아가는 거다. 


그렇게 관계가 충분히 무르익고, 물 밖으로 내던져진 물고기들이 그리운 바다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을 때. 


다시금 이 욕망을 꺼내 들고 박사에게 찾아가도 늦지 않다. 



“자, 정신 차리세요. 일단 방을 정리하고, 박사님을 씻긴 다음 재워 드려야겠죠. 그리고 바로 연구에 돌입하겠습니다. 상어, 당신도 도우세요.” 



그러니 그때까지는 박사의 곁을 조용히 지켜 주자. 


박사라면 그런 자신의 인내를 알아 줄 테니까. 


그런 굳은 믿음과 함께, 글래디아는 로렌티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대장. 저 커서 대장처럼 되고 싶어요.” 


“당신 이미 다 컸습니다.” 


“헤헤, 알아요. 그냥 말해 봤어요.” 


“알면 빨리 움직이세요. 신입 때처럼 굴리기 전에.”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