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을까....



덩치 좋은 거구 6명

솔직히 상대하기에 겁이 났다.



나도 사람이니까.



왼쪽 다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내 자신을 채찍질해보지만



한쪽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이 그것을 반증했다.

내가 먼저 싸움을 거는 성격은 아녔으니까



얼굴과 목덜미에 땀이 맺히다 못해

턱선을 타고 줄줄 흘렀다.



나는 조용한 성격 탓에

싸움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 체력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분이었을까



볼링공에 맞은 핀처럼 돌마니가 

날아갈 것이라고는 나도 생각지 못했다.



지휘관의 한쪽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을 

눈치 챈 돌마니는



가소롭다는 듯 낄낄대며 

차 트렁크를 열고는 해머를 꺼냈다.



해머 대가리가 질척한 바닥을 굵으며 소리를 냈다.



드르르르....



지휘관은 눈 앞에 서있는

패거리 조직원들을 쏘아보며 우뚝 섰다. 



돌마니의 눈빛은 잡아먹을 듯 살벌했지만, 

지휘관의 눈동자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해머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났음에도

여전히 물러설 기색이 없는 지휘관을 보며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구나를 느끼는 패거리였다.

비록 다리의 힘이 풀렸으나 그의 눈빛에는 힘이 있었다.



살기를 품은 눈길이 한 남자에게 꽂혔고

지휘관은 녀석에게 손가락을 까닥인다.



"야, 너 일로와 봐."



한 놈이 겁도 없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지휘관은 녀석의 턱주가리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퍽!



녀석은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손에 쥐어있던 해머가 바닥에 떨어졌다.



"야, 일어나."



그는 상대의 점퍼 자락을 

와락 움켜쥔 뒤 끝어당겼다.



"개새끼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판단한 헐랭이가

바지 뒤춤에서 잭나이프를 꺼내어 휘두르려는 찰나에



지휘관의 왼쪽 눈에 착용했던 

안대 형상의 '컴뱃 아이'는 



연산을 통해서 헐랭이의 행동을 조기에 식별하고는 

데이터가 시뮬레이팅 결과를 표시한다.



열 감지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서 

잭나이프를 식별한 것이었다.



휙!



녀석의 칼날을 여유롭게 피하며 

지휘관은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놈의 눈빛이 희번덕거렸고 

칼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놈의 살기 어린 기세를 보고도 

지휘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헐랭이가 칼을 쥔 손으로 달려들자

손목을 잡은 뒤 비틀며 꺾었다.



창백할 정도로 하얗고 고운 피부의 

소년같은 외모를 가진 사내는



가녀린 외모와는 다르게 비교적 힘이 상당했다.



"니는 뭐야이...."



녀석은 다시 호기롭게 지휘관 앞으로 다가들었다. 



놈을 노려보던 지휘관은 놈의 목덜미를 손바닥을 후려

놈의 면상을 지면 위에 내리꽃았다.



쿵!



지휘관의 우악스런 선방에 패거리들이 

당황해 움찔움찔했다. 



그는 녀석의 목덜미를 꽉 짓누르며 으름장을 놓았다.



"움직이지 마, 확 다 죽여 버리기 전에...."



기가 죽은 듯 싶었던 나머지 3명은

한꺼번에 덤비기 시작했다.



한 놈이 주먹을 내지르지만



반원을 그리며 날아오는 주먹을 보아

덩치는 제법이나 싸움은 아직이구나.



'컴뱃 아이'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표출하며

주먹의 예상 타격 지점을 도출해냈다.



왼쪽 뺨을 노리는구나



나는 놈의 주먹을 피하고는 갈비뼈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체구에서 밀릴지는 모르나 전술이라면 자신있다.



상대가 여럿이라면 첫 번째로

가장 가까운 상대부터 빠르게 제압하여



기선제압으로 우위에 선다.



빠르게 결단을 내린 나는 상대의 허점인 

갈비뼈에 파고들며 갈비뼈 위치를 향해 



치고 빠지길 반복하였고

녀석의 체력을 빠르게 소모시켰다.



지휘통제실에서 에식스는 인근의 CCTV를 뒤지며

국방색 렉X턴 스포츠 차량을 찾았다.



"찾았어요, 국방색 렉X턴 스포츠 차량 CCTV에 식별됐고 

차의 이동 경로는 국제무역센터로 향하고 있어요."



"21시 20분에 무역센터 공항 

105번 게이트 근처에 주차를 했어요"



지휘통제실과 전화를 하며 지휘관이 

현장에 왔다는 것을 확인한 함선들은



거래했던 장소로 다시 뛰어가며 

지휘관에게 전화를 걸지만



처음부터 폰을 차량 조수석에 두고 내린 

그는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삐 소리 후에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전화까지 연결되지 않자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간다.



공항 변두리의 길바닥에서는 냄새가 났다.



곳곳에 축축한 아스팔트의 곰팡내, 

물기로 번들거리는 콘크리트 바닥이 불어내는 썩은 내가



"하아...."



"하아...."



나는 신음을 내며



바닥에 쓰러진 6명의 거구를 꽁꽁 싸매며 묶은 뒤 

질질 끌고는 국방색 렉X턴 스포츠 차량에 태웠다.



거구들은 X나게 무거웠다

어립잡아 100kg는 넘어보이는 거구들이다보니



아무리 지휘관이더라도 거구들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힘겹게 거구들을 차에 태우고 나니

조수석에 둔 휴대폰이 반짝이며



부재중 전화가 쌓여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은 뒤

전화를 다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