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어디 갔었던 거야, 계약자."



전화를 받자 뛰어다니는 발소리와 함께

힌덴부르크가 숨이 찬 듯 헐떡인다.



"하아...."



"하아...."



한참을 뛰어다닌 모양인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의 숨을 고르는 소리는 

개인적으로 죄책감이 느껴졌다.



"별일 아니야. 금방 들어갈 거니 기다려"



나는 별일없다는 듯 차분히 그녀를 진정시키지만

그녀는 내 차분한 어조를 믿지 않았다.



멀리서 공항 소속 경찰차량들이 도착하고는

차에서 군사경찰들이 내렸다.



나 혼자서는 버거울 것 같았기에 

군사경찰에 수사 의뢰를 접수 했었는데 



다 처리한 뒤에야 뒤늦게 오는 경찰들이었다.



군사경찰들이 다가오자 



나는 내 신분을 대신할 

공무원증을 꺼낸 뒤 내밀었다.



군사경찰들은 나의 손에서 낚아챈 

공무원증을 꼼꼼히 훑어보고는



수상하다는 말투로 물었다.



하긴 대원수나 되는 사람이 이런 장소에서

패거리들과 싸움을 했다는 것이 안 믿기겠지



"당신이 모항의 지휘관이라고요?"



".....지나가도 될까요?"



젊은 경찰은 공무원증을 돌려주고는 

경례를 한 뒤 지나갈 수 있게 해주었다.



"계약자!  계약자!"



뒤를 보자 그녀가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힌덴부르크는 현장을 발견하고 테이프를 치며

외부인의 출입을 가로막는



첫 번째 경찰을 용케 피했지만

결국 다른 네 명의 경찰에게 가로막혔다.



정복을 입은 경찰들은 그녀 외에 

다른 함선들도 가로막았다.



그녀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경찰에 

끌려가게 두자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M4 카빈 제식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나서자



나는 결심을 하고는 막아섰다.



"됐어요, 괜찮습니다. 보내주시죠."


마지못해 말했다.



힌덴부르크 외에 5명의 함선들은 

말 없이 나를 껴안은 채로 서있었고



난 조용히 그녀들을 쓰다듬었다.



한참 만에 포옹을 풀자 힌덴부르크는 

두 팔을 뻗으며 내 얼굴을 어루만진다.



"전화 받을 줄 몰라? 한참 찾아다녔잖아."



나는 그녀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화가 난 것 같았다.



"......"



"질문 있어, 솔직하게 대답해 줄 거지 계약자?"



"으흠흠흠....크흠!"



나는 헛기침을 하며 어색하게 말을 더듬었다.



"왜, 말도 없이 이런 곳을 혼자 다녔어 위험하게"



"....."



그녀에게 미안한 것과는 별개로 

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아직은 마무리되지 않았으니까.



"먼저 돌아가있어 금방 갈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마."



투폰 구매하는 모습 다 봤는데 

나에게 솔직하게 말해달라니



주객전도가 따로 없구나



하지만 이 여인들은 내가 패거리들과 

싸우는 걸 원치 않았던 모양이다.



내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그녀들이니까

내가 얻어맞는 것을 우려한 듯 싶었다.



"알았어, 걱정 끼치지 않을게."



나는 그녀들을 안심시키며

다시 모항에 돌려보낸 이후



경찰들을 동반하여 패거리들을 

공항의 시설에 가두고는 심문을 진행했다.



하지만 오늘 헐랭이를 잡아들인 

나는 아까와는 달리 온화한 표정이었다.  



"으....따거;;" 



나에게 얻어터진 입술을 매만지며 

헐랭이가 엄살을 피웠다.  



"야, 이거 하나 마셔."  



헐랭이의 맞은 편에 앞은 나는 

그에게 몬스터 한 캔을 건넸다.



"그냥 나 믿고 편하게 얘기해,

내가 감형 받도록 알아봐 줄 테니까."



나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은근했다. 



"이거 너희들에게 누군가 시킨 거잖아, 그렇지?"  



나는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그들을 진정시키고는 정보를 말하게끔 유도했다.



흔히들 밀당이라고 말하던



밀고 당기는 심리전은 연애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다.



수사에도 밀당이 없으면 제대로 된 진술이 안 나온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지금은 당기는 타이밍인 셈이었다. 



나는 나중에 함선소녀들에게 면담을 할 때도

밀당을 시도할 생각이다.



나의 마수에 말린 헐랭이가 고개를 끄덕이려고 하자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 뻔했다. 



하지만 헐랭이는 얼른 고개를 돌려 나를 외면한다. 



이렇게 뒷골목에서 오랫동안 닳고 닳은 놈들에게는 

밀당이 전혀 먹히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나중에는 함선소녀들도 비슷할 거 같은 

그림이 그려지자 나는 미간을 찌푸린다.

 


물론 함선소녀들이 이 범죄자 악인 녀석들과 

비교될 대상은 아녔지만



그래도 규정위반으로 내 앞에 서는 

그림은 비슷하지 않던가?



쓴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쾅!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자 

책상이 송두리째 뒤흔들렸다. 



화들짝 놀란 사람은 비단 헐랭이만이 아니었다.

경계를 서던 군사경찰이 창문으로 쳐다본다.



"아이, 너에게 밀거래 지시한게 누구냐고!"



"너, 여기서 똑바로 얘기 안 하면 진짜로 죽어!" 



그 기세가 어찌나 살벌한지 지하시설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헐랭이는 몬스터 캔을 나의 앞에 

도로 다소곶이 내려놓았을 정도였다.



"야, 정황과 증거 다 있어 네가 입을 안 열면 

그거 너네들이 다 뒤집어쓰는 거야."



"내가 말하잖아 감형 받게 해주겠다고

너네 지금 저지른 혐의만 몇 개인지 알기나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