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로가 주인공/



악을 멸하고, 이 학원의 정의를 바로 잡는다.


적어도 나는 하스미 선배의 정의를 따라갈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정의를 정말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위원회는 편안한 장소였다.

―――― 그랬을 텐데, 이 정의가 츠루기 선배를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나는 하스미 선배의 권유로 정의실현위원회에 들어갔다.

과묵해서 말수가 적고, 정의 오타쿠인 나를 하스미선배는 여동생처럼 환영해 주었다.

위원회에 들어가고 반년이 지났을 무렵, 나는 하스미 선배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선배의 스커트 사이로 삭짝 보이는 가터벨트를 보고 있던 적도 있었다.

동성에게 이런 마음을 가진적은 처음이었기에 솔직히 꽤나 놀랐다.




츠루기의 광기 어린 성격은 언어장애로 인한 선천적인 문제라고 한다.

츠루기 선배가 모모톡에선 평범하게 말한다는건 나도 알고 있었다.

가끔 귀여운 셀카도 찍을 줄 아는 평범한 여자아이였다.

하지만 장애로 인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폭력적으로 변한 것 같다.

그런 츠루기가 있을 장소는 아가씨 학원으로 통하는 트리니티 종합학원에는 없었던 것 같았고,

그걸 본 하스미 선배가 정의실현위원회 라는 츠루기의 폭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든 것이다.

결국 이곳 정의실현위원회는 츠루기를 위해 준비된 것이며, 정의실현위원회가 내세우는 정의란,

츠루기 같은 사회 약자를 사회가 인정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하스미 선배가 츠루기를 생각하고 있다는걸 알고 있으면서,

나는 2월 14일, 즉 발렌타인데이에 하스미 선배에게 고백하고 초콜릿을 전해주기로 했다.


――――물론 결과는 참패.


「마시로, 고백해준 건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용기를 내어 고백한 내 발렌타인데이는, 실연이란 이름과 함께 싱겁게 끝났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우연히 선생님과 만났다.


「괜찮아?」


선생님이 보기에도 안색이 많이 어두웠나보다.


「괜찮아요.」


나는 무심코 쓴웃음을 지어버렸다


「...」


선생님은 말없이 내 옆에 앉아 상냥하게 머리를 톡톡 치셨다

누군가 머리를 톡톡 치는건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고

선생님의 상냥함에 기대는 것 같아 무심코 울고 싶어졌다.


「뭔가 단걸 먹으러 가자 내가 쏠테니깐. 그런 모습이라면, 분명 초콜렛을 받는 쪽이 아닌 만드는 쪽 이었을테니까... 『여자아이가 실연했을때는 뭔가 단걸 먹을 것』 이란 말이 있잖아?」


선생님의 시선 끝에 있는 내 손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초콜릿을 만들다 생긴 상처들이었다.


「그런 말 없거든요?」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지금은, 누군가가 권해준다는 게 기뻤다




「――그게 선생님과 저의 만남이었네요」

「그런 일도 있었지. 그리운걸~」


이제 곧 우리는 결혼한 지 25년째가 된다.

내일은 은혼식 축하를 할 예정이다.

선생님과 만났던 그날의 일을 나는 몰래 [발렌타인데이의 기적] 이라고 부르고 있다.






선생 마시로짤 없어서 츠루기 마시로짤로 대체


트위터 탐라보다가 발견하곤 나혼자보기 아까워서 번역해서 들고 왔음

마시로 졸라 귀엽다 ㅠ


참고로  선생도♀  백합커플임



은혼식 (銀婚式) - 결혼 25주년 기념 행사

원문 https://twitter.com/peppe_blue/status/1360930484646146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