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격침된 군함은 제외했습니다.

*본 글은 필자의 주관적 의견을 다룹니다.


(1) 드레드노트급 전함 드레드노트(HMS Dreadnought)


전함은 드레드노트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군함의 역사에 혁명을 일으킨 전함. 처음 등장한 1906년 기준, 동시기의 다른 전함들보다 강력한 전함 1척으로 군비 경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영국의 의도의 결과물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군비 경쟁 구도를 리셋하여 오히려 더욱 격렬하게 만들었다는 아이러니가 있는 배이기도 하다. 


제1차 세계 대전 시점에는 더욱 발전한 전함들이 등장해 일선에서 밀려났고 마땅한 전공은 없으며 1922년 타결된 워싱턴 해군 군축 조약의 결과로 스크랩 처분되었다. 무기 역사에서 가지는 의의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남겨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지만 당시는 군축의 칼날이 워낙 서슬퍼런 때였어서 쉽지는 않았을 듯...



(2) 퀸 엘리자베스급 전함 2번 함 워스파이트(HMS Warspite)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한 모든 영국 군함들을 통틀어 최고 반열에 올라가는 수훈함. 영국 군함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전함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워스파이트만큼의 공을 세운 전함은 드물다. 두 번의 세계 대전 모두에 개근한 전함으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활약은 추축국 해군의 저승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1947년 퇴역 후 1950년 완전히 해체되었다. 그 전공을 생각하면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었으나 전후 영국의 경제 사정이 너무 안 좋아서 영국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듯... 한 평생 전장에서 구르다가 스크랩을 위해 이동하던 중 갑자기 예인하던 줄이 끊어져 멋대로 표류, 영국 남부의 어느 항구에 좌초한 마지막은 왜인지 모를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3) 뱅가드급 전함 뱅가드(HMS Vanguard)


역사상 마지막으로 건조된 전함(마지막으로 완공된 배는 아니다.). 원래는 1941년 기공되어 1944년 취역을 목표로 건조가 진행되었으나 작업이 늦어지면서 전쟁이 끝난 1946년 취역하게 되었고 당연히 전공도 없었다. 그래도 전후 영국 왕실의 요트로서 영연방 국가를 방문, 영국이 아직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보여줬다거나 NATO 해군의 총 기함을 맡는 등 평시에 전함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수행했던 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전함의 시대는 끝난 시점이었고 결국 조용히 지내다가 1959년 매각되어 1960년 해체되었다. 극적인 일화는 없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건조된 전함이라는 점은 전함 시대의 끝을 상징한다는 의미가 있기에 해체되지 않고 보존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담으로 이 배도 워스파이트처럼 마지막 항해 당시 항로를 벗어나 포츠머스의 어느 술집 앞으로 좌초했다는 일화가 있다. 무언가 아쉬움이라도 남았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