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방이라는 단어의 문제점.

지방 단어 사용의 문제들을 잘 정리한 오피니언 글이라 가져옴.

https://www.chosun.com/opinion/contribution/2024/05/10/VUR4RQOG4ZC25HSPJF3HY3Q3K4/ 

요약하자면 서울, 수도권 지역도 하나의 지방일 뿐인데, 

공간적이지 않으며 제도적 개념인 중앙을 가져와서, 서울을 지방이 아닌 중앙으로 놓는 문제가 생겼다

그렇게 서울-지방의 위계구도가 생겼고, 지방민들에게 지방은 지역 간 불균형을 나타내는 열등과 차별의 상징어로 전락했다. 


지역 불균형 문제를 논한다면서 정작 지역 간 (부당한) 위계구도를 정당화하는 단어를 쓰는 건 문제적이라 생각함

갠적으론 그래서 지방 단어를 잘 안 쓰고,

수도권 vs 지방보다는 수도권 vs 비수도권 표현을 더 선호함.


2. 번역 문제

지방 소멸을 영어로는 local extinction으로 번역해 놨더라. 

되게 마음에 드는 표현인데, 이건 한국어로 지방 소멸보다 지역 소멸에 더 가까이 대응되는 표현임. 

사실 1에서도 썼듯, '지방' 단어가 외국과는 다른 (그리고 잘못된) 의미로 쓰여서 번역하기 어렵고


3. 진짜 문제가 되는 지역을 적확하게 캐치함 

지방이라는 단어는 비수도권 전체를 가리키고, 광역시급 대도시부터 깡촌을 다 포괄하는 단어임

'지방 소멸'이라 하면 비수도권의 어느 행정단위를 말하는 건지 모호하고, 

비수도권의 내부적 다양성을 뭉뚱구린다는 문제가 있음. 


지역이란 단어는 지칭하는 행정단위와 지역을 제한하기 좋아서 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

문자 그대로 소멸하는 게 비수도권에서 깡촌에 한정되고, 읍면리 단위일 뿐이라 하더라도 어폐가 아니게 됨.

지역은 (비수도권 의미로 쓰이는) 지방과 달리, 비수도권의 다양성과 행정단위의 다층성을 포괄할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

그러면서도 '비수도권 지역이 대체적으로 몰락해간다'는 사회문제를 묘사할 수 있고.


4. 공동체적인 어감이 강해져서, 더 무게감 있는 단어로 탈바꿈됨 

지역 하면 지방보다 '공동체(community)'의 어감이 더 강해짐

그렇기에 지역 소멸(영어로 local extinction)이라고 하면 

오랜 역사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온,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그런 지역 자체가 기초적인 인프라도 유지하지 못하게 되어 몰락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현상이라는 무게감 있는 함의가 생겨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