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중년 스탈린이 집권하면서 공산주의의 본질에서 억만광년정도 멀어져버렸다는 건 일단 사실이지만

스탈린이 아닌 사람이 소련을 어떻게 잘 해먹었을지가 불투명함

당시 소련은 그냥 존재 자체가 비호감인 데라서 적백내전 때부터 혼자 전세계에게 억까당한 곳인데

하물며 낙지독일까지 무럭무럭 크고 있는 마당에 스탈린의 선택보다 더 나은 선택지를 찾기 힘든 게 사실임

독소동맹 안하고 서로 척졌으면 그대로 레벤스라움 일부가 되거나 독일이 조기에 무너지고 소련만 공공의 적으로 남았겠지

그걸 어떻게든 잘 넘겼다 하더라도 소련이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없이 초강대국이 될 거라 생각하긴 쉽지 않음


지금 공산주의의 지명도와 파급력은 모두 소련이 반세기동안 그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서 있었다는 데서 나오는 건데

그 사실 자체가 사라진다면 정말 아나키즘처럼 대중적 지명도 자체가 별로 없는 사상이 될 수 있음

소련 붕괴=공산주의의 몰락이라고 인식되는 게 현재의 문제라면

그냥 소련 자체가 망해서 파시즘보다 구린 사상 취급받거나 미국에게 숙이는 미지근한 국가 쏘오련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거지

공산주의가 이만큼 탄력을 받은 건 소련이 정말로 강성해져서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파리코뮌을 평가하듯이 소련을 사회실험으로 본다면 중요한 곳에서 엇나간 점이 너무 많지만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자면 그 자체로 거대한 홍보물로서 소위 뽕을 주입하는 과정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음

뭐 망해서 효과가 반토막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