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우익들의 반좌익선동 중에서 가장 유명한 레퍼토리를 뽑자면 


파시즘은 반자본주의, 반자유주의적이었다, 따라서 파시즘은 사회주의 좌익이데올로기다!


라면서 '좌익'에 '파시즘'이라는 악의적인 이미지를 연결시키고 고정시켜서 허수아비 때리기를 합니다. 


보수주의=나치라는 프레임을 역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그들이 파시즘이 반자본주의라는 근거로 


조반니 젠틸레 같은 초기 파시스트들이 사회주의자 혹은 그와 연관이 깊었다는 점


무솔리니가 생디칼리스트인 소렐의 사상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들이댑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의 파시즘 체제가 반자본주의이자 사회주의였다면 


자본주의의 핵심인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해체하거나 억제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실제 파시스트 체제들은 그러지 않았죠.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계급투쟁은 커녕 기업가들과 노동자들의 계급협조를 추구하였고


나치 또한 재벌들과 결탁하여 유대인의 자산을 빼앗아 재벌들에게 나눠주고, 국방경제지도자에 임명하여 독과점을 인정해줬습니다. 


이렇게 보면 자본주의와 국가주의의 결합에 가까운데, 왜 파시즘이 반자본주의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그러니 사적 유물론적 측면에서, 파시즘이 왜 반자본주의가 아닌지 분석해보겠습니다.



 


사적 유물론의 세계관에서 바라본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부정확 할 수 있음)


토대(Base)라 불리는 생산양식은 한 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경제적 구조, 혹은 경제적 활동이 이뤄지는 생산관계입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현재 시대의 상부구조가 세워지는데


이 상부구조는 사회 제도, 이데올로기, 사회 관념, 문화적 규범 등 다양한 것을 포함합니다. 


이 상부구조의 역할은 토대를 유지하는것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부구조는 자본주의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죠. 


여기서 맑스가 부르주아 자유주의 체제를 부르주아 독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결국 자본주의 위에서 탄생한 자유주의 체제는, 자본주의의 지배계급인 부르주아를 지키기 위한 체제니까요. 


그러한 고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부르주아를 제외한 나머지 피지배계급들이 소외되고, 자본주의를 위해 수많은 것들이 무분별하게 상품화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주의자들과 파시스트들의 시각이 갈라집니다. 


사적유물론에 기반한 과학적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의 문제를 바라볼 때, 토대에 집중했습니다.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모순이 노동 착취, 인간 소외, 무분별한 상품화, 도덕의 붕괴와 소멸 등의 자본주의의 문제들 낳는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타파하여 사회주의 경제 체제로 대체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관념론에 가까웠던 파시스트들은 자본주의의 문제를 바라볼 때 사회 관념, 즉 상부 구조에 집중했습니다. 


자본주의 산업사회에서 탄생한 물질주의, 퇴폐주의, 자유주의, 허무주의, 패배주의, 쾌락주의 등등 관념들을 문제시 삼았고 그 문제들의 본질적인 원인을 생산관계 보다는 관념의 문제로 생각했습니다.


쉽게 말해 '정신머리가 빠졌으니까 이 꼴이 나는거다, 파시즘 정신으로 극복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들은 기존 자본주의-자유주의 사회의 관념들을 잘라내고 파시즘의 관념을 이식한 것입니다.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타파하는 것은 부차적인 목표거나, 혹은 버려도 되는 목표에 가까웠죠. 오히려 자신들의 사회 관념(파시즘)을 이식할 수 있다면 자본가와 협력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파시스트들은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 자본가들에게 손을 벌려, 사회주의라는 공동의 적을 향한 '반혁명'을 위해 협력했습니다. 자본가들은 파시스트들의 사회 관념을 수용하고 또 어느정도 공물을 바치는 대가로 자신들의 특권과 지위를 보장받았죠.


쉽게 말해, 자본주의의 뿌리(토대)에서 자라난 가지(자유주의, 민주주의 등의 상부구조)를 잘라내고 파시즘의 가지(전체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접목한 셈이죠


결국 파시즘은 자본주의를 벗어나지 못했고, 자본주의의 뿌리 위에 접목하여 기생하는 구조였습니다. 



--------------------------


2차 대전이 끝나고 파시즘의 가지는 꺾였습니다. 


하지만 서구 세계에서 자본주의의 뿌리는 사라지지 않았고 자본주의를 지켜줄 또 다른 관념들이 나타났죠. 


복지국가(현대 공동체주의), 개발독재, 케인즈주의, 신자유주의 등등 다양한 관념이 도입되었고


현대에는 서구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리고 현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는 그 모순을 숨기고 있지만, 모든 것을 감출 수 없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의 경제 개입을 반대하던 기업들이 자신들이 자초한 사업 부도나 경제 위기에서 보조금을 찾는다거나. 


혹은 앞에선 개개인의 책임, 각자도생, 작은 정부를 이야기 하면서 뒤에선 국가의 강한 힘과 결탁해서 독과점과 특혜를 누린다거나. 


밀턴 프리드먼을 치켜세우면서 정작 밀턴 프리드먼이 욕하던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돈장사를 하다가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일으키거나.


이러한 모순적인 모습들은 자본주의가 어떻게든 자신들의 문제를 감추고 사회를 마취시키려고 하는 추태입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추태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현재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수많은 사회 관념, 제도, 규범 상당수가 자본주의 수호라는 하나의 방향에 묶여있기 때문입니다. 추태를 부리는게 살아가는 방식이니까요. 


어쩌면 파시즘을 다시 불러와서 접목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