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누워 있자니 그랬다. 어제 해를 몇 번 봤더라. 종일 방 안에서 누워만 지냈던 것 같다고 멍하니 생각했다.
별 감흥도 들지 않는 것이다. 소비를 하면 어떻고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어떤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면 어떤가.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들어선 가상의 인물에게 이입해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 어려워졌다. 연상이 줄어든다. 마치 뇌가 굳어버린 것 같다.
상상하기 어렵다. 몇 년 전만 해도 머릿속으로 펼쳐지던 푸르른 세상이 시커멓게 변해버렸다.
입체적인 인물 따위는 구성하기 어려워졌다. 내가 이젠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자격이야 누구에게나 있겠으나, 글을 칭할 실력이 된다는 건 전혀 다른 것이다.
정확히는 작품을 자칭하는 이야기 말이다.
아주 어이가 없었다. 내 마음이야 계속 편해지겠지만, 예정된 미래에게서 고개를 돌리는 일 밖에는 되지 않는다.
모든 발전은 멈춰섰다.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내 인생은 우려 그대로 굳어버렸다.
학구열 따위도 식어버린지 오래다. 역사를 배워보겠다는 끝없는 시도는 권태감과 무력감 사이에 가로막혀 없던 것이 되었다.
내가 열심히 내던지며 달려온 시간들이 그렇게 의미있지 않다는 것만큼 끔찍한 사실은 별로 없을 것이었다.
나는 자주 해질녁의 창문과 함께했다. 아직 완벽히 지지는 않은 해가 지평선에 걸친 모습을 창문은 훌룡하게 찍어냈다.
보랏빛이었다. 방을 가득 메우는 것은.
수수한 빛을 그렇게도 좋아했다.
시를 적어보겠다던 시도 따위도 떠오르는 발상 없이 무의미했다.
나에게 창작이란 마른 하늘의 벼락 같은 일이었다. 어지간히 특별하지 않으면 멍청한 상태만 계속되는 존재란 말이다.
갑자기 유작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시.
마지막으로 적은 그것 이후로 시는 쓰지 않게 될 예정이니, 이게 유작이 되지 않을까.
번개가 치고
하늘이 밝아지면
나는 희번득한 그것에게 달려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 치 앞 보이지 않는 하늘을 가득 메운 먹빛 덩어리들
번쩍이는 깃대가 어둠 위로 흰 깃발을 펄럭이면
그것에 달려들어 하얗게, 하얗게, 더 세어버릴 수 없을 정도로 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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