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Precipice'의 일부 장면(복도 + 욕실 장면)이 모티브가 됨.

*3장에서 유리아가 노출했던 불안감 역시 모티브가 되어 해당 게임의 장면과 적절히 섞어서 표현해볼 수 있도록 하였음.

*어쩌면 해당 게임의 언급된 장면들은 유리아에게 벌어질 수 있었던 장면일 수 있지 않았을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서 창작해봄.

*3장과 4장의 유리아의 독백 그리고 6장 유리아의 진명이 스포일러로 들어가있기에 주의해주길 바람

*일부 내용이 좀 잔인함. 주의해주길 바람

*몰입도 있게끔 한번 브금을 삽입해 봄. (정보가 없는 브금이라면 부득이 게임 플레이 영상을 가져와서 그 브금이 들어간 해당 영상의 구간을 표시해두겠음), 삽입된 브금의 소리의 음량이 갑자기 크게 들릴텐데 줄이고 들으시는 것을 권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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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유리아. 태양의 왕관을 쓰고 여러 휘하의 정령들과 구원자님과 함께 업무를 처리하고 그 외의 게이트 상황에 대응하고 있는 솔레이의 여왕이다. 

 

“회의 가기 전에 거울 봐야지. 오늘은 잘 꾸몄나 ? 이런 모습이면 구원자님에게도 그렇고 다른 분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겠지 ?”

 

거울.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제대로 꾸몄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가끔 건강 상태의 난조 파악을 위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참고로 내 방에도 역시 거울이 하나 있다. 그런 정령들처럼 매일 나도 거울을 본다. 구원자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에게 이상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단정을 제대로 했는지, 이 모습이라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원자님 앞에서는 그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 거울을 보며 더 신경쓰고 있다. 겉모습도 어쩌면 남이 나의 인상을 결정할 하나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내 정신 좀 봐. 바빠도 거울 한번 봤어야 했는데, 머리 상태가 이게 뭐람... 손거울이라도 챙기고 다녀야하나 ?”

 

그렇지만 최근에는 이렇게 바쁘게 움직여야 할 일들이 많다. 바이스 수상님과의 회의를 위하여 칼라르로의 출장이라던지, 정령연합군 회의가 가끔 다른 국가에서 열리기도 해서 구원자님과 출창을 가는 일 등... 이렇게 되다보니 빡빡한 스케쥴에 맞춰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거울 보는 빈도가 그리 높지 않게 되었다. 

 

“유리아님, 요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신가요 ?”

“아, 헤이즐님. 제 얼굴 상태가 많이 안 좋아보이나요 ?” 

“네,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신 것 같아서... 제 손거울 빌려드릴테니 한번 상태 살펴보세요.”

 

그러다보니 헤이즐님께서 내 얼굴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알아차리시고 손거울을 빌려주셔서 그제서야 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보는 나의 어쩡쩡해진 모습은 가히 나의 얼굴을 빨간색으로 물들게 하였다. 헤이즐님께 이런 모습을 보였는데 구원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너무나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가끔 린지와 클레르도 나에게 공무상담을 하면서도 피곤한 내 얼굴이라던지, 맨 얼굴이라던지, 엉성한 화장의 얼굴이라던지 가끔 귀띔해주는 경우도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신경쓰려고 하고 있다. 잘못하다가 여왕이라는 정령이 '자기 관리를 안하는 여왕'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참 부끄러워지고 낭패이기에.. 물론 퇴근 이후에는 샤워하고 난 이후에 그냥 간단히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얼굴 상태를 살피는 용도로만 거울을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빈도는 낮기에 아침 때 외에는 사실 그렇게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출근,공무,회의 때는 단장에 신경 써서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웃는 내가 거울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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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느 날부터 내가 거울을 보면 이상하게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불안해지는걸까 ? 마치 내 안에 이상한 자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울을 보며 얼굴 화장을 하다보면 가끔 어디선가 환청으로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하였다. 

 

‘운명을 받아들이세요. 곧 당신이 저지르게 될 것입니다.’

 

‘피한다고 소용 없습니다. 당신은 곧 저이기도 하니까요.’

 

더 나아가 무엇인가 악한 자아가 깨어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느 날 출근 1시간 전에 씻고 얼굴 화장을 하는데 갑자기 거울 속 내 모습이 다른 모습으로 되어있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얼마나 놀랐었냐면 들고있는 화장용 원액이 담긴 유리병을 들고 있다가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를 지르며 떨어뜨려서 깨트릴 정도였었다. 쨍그랑 소리를 냈을 때 정신이 확 드는 느낌이었다.

 


“하아...하아...방금 것은 대체 뭐였던 거지...? 어째서....”

 

다행히 눈을 다시 뜨고 거울을 보았을 때는 다시 원래 내 모습이 되어있었기에 안심했지만 갈수록 1주에 두세번꼴로 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기본이 될 정도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밤에 퇴근하고 씻고 나와서 얼굴에 무엇을 바르려고 거울을 쳐다볼 때 갑자기 불이 꺼진 적도 있었다. 물론 몇 초 뒤에 다시 켜지긴 하였지만 이상한 느낌은 가라앉을 생각을 않는다. 그렇기에 가끔가다가 정말 불안함을 느꼈다. 마치 그 때 보였던 다른 모습이 내 모습인 것 같은 느낌까지 합하여 불안감은 배로 들었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거울을 본다면 마치 거울 속의 내 모습과 실제 내 모습 간에 괴리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 일로 한 때는 회의가 끝나고 구원자님께 상담을 요청했었다.

 

“구원자님, 혹시 저와 잠깐 이야기할 수 있나요 ?”

“아, 유리아. 혹시 무슨 일 때문에 그래 ?”

“저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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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구나... 가끔 거울을 보면 다른 자신의 모습이 비춰져서 많이 무섭다고...
“네.. 최근에 일이 바빠서 피곤했던 여파인 것일까요 ? 이전까지는 안 그랬었거든요...”

“언제부터 그러기 시작했는데 ?”

“그게... 대략 3주전부터요. 그 때부터 갑자기 1주일에 2,3번꼴로 그런 현상을 겪었었거든요.”

“흠... 최근부터 그랬던 것이라.. 원인을 알 수가 없어서 뭐라고 말을 못하겠지만, 혹시 혼자 있을 때 그러는거야 ?”

“네, 저도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해요.. 그래서 말인데요, 구원자님... 이런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

“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도와줄게.”

“그럼 사양 않고... 혹시 오늘 하룻밤만 저와 함께 있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 괜찮겠어 ?? 문제의 소지가 될 것은 아니겠지 ?”

“괜찮아요, 괜찮아요. 여왕의 명령이기에 참작의 요소는 있어요. 그러니 제발...”

“후.... 알겠어. 거울에서 발생한 현상 때문에 하는 거니까 상관 없겠지. 알겠어, 그렇게 할게”

“감사합니다, 구원자님.. 구원자님께서는 부탁에 약하시네요. 저도 그런데...”


그의 옷깃을 잡으면서까지 부탁했더니 다행히 흔쾌히 들어주셨다. 이렇게 해서 가끔은 구원자님과 같이 하룻밤을 하며 거울의 상태를 보곤 했다. 단 구원자님과 같이 있을 때 내가 거울을 보고 단정을 한다면 구원자님께서 계신 영향인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거울 속의 다른 내 모습이 나타나는 현상은 없었다. 그렇기에 안심이 되었다. 그렇지만 나 혼자일 때는 이상하게도 그런 현상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기에.. 그렇게 불안한 나는 가끔가다가 구원자님과 함께 밤을 보내기도 하지만 또 가끔은 방주의 구원자님 방에 머물기도 하였다. 구원자님이 함께 계신다면 그런 일도 없고 내 심신이 안정되는 것을 느끼기에. 

 

그렇지만 거울 속에 비춰진 나의 또 다른 모습... 그것은 대체 무엇인걸까 ? 무엇인가 을씨년스러운 모습에 무서운 날개, 섬뜩해보이는 눈까지 나를 공포에 떨기에는 충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만약 그게 나로부터 나타난다면...? 설마 내가 그런 모습을 하고 구원자님을 비롯한 에덴 전체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일까 ? 

 

“아니야... 그럴 일은 없을거야. 그냥 하나의 꿈으로 생각하면 나아지겠지.”

 

그렇다,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다. 고개를 흔들어 그런 불안한 생각을 떨쳐낸다. 한 때 구원자님께서 알려주신 마인드 컨트롤법이 있었으니 그 방법을 통해서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그렇게 오늘도 여느때처럼 그렇게 일을 마치고 내 방으로 돌아와 씻고 나서 정리하고 내일 할 일들에 대해서 ‘유리아 원정대’ 톡방에서 논의를 하고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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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깼다. 그런데 내가 있었던 곳은 왕궁 복도에 있는 의자였다. 나는 혼자서 왕궁을 거닐다가 피곤해서 그곳에 앉아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난 분명 잠자리에 들었었는데 어떻게 된 것일까 ? 

 

“...? 뭘까 ? 내가 꿈을 꾸고 있었던건가 ? 왜 왕궁 복도가 내 눈앞에...”

 

그리고 나의 복장은 평소 일할 때 입고다니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어나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니 왕궁 창문으로 들어오는 해는 쨍쨍하고 하늘은 맑은 날씨를 하고 있었다. 평소 때도 맑은 하늘 아래 구원자님을 비롯하여 다른 정령들과 함께 성벽 산책로를 거닐기도 했었고 가끔은 구원자님과 해변가에 나가서 나들이를 했던 것도 기억하였다. 이런 날씨를 접하다보면 솔레이를 비롯한 에덴 각 국가들도 모두 평화로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구나 하며 안심하였다. 

 

“생각해보니 오늘 구원자님과 나들이 가자고 해야겠네. 날씨도 좋고. 그러면 구원자님께 연락을 드려봐야겠다...어 ? 저 문은 뭐지 ?”

 

그렇게 구원자님과의 나들이를 생각하며 들뜨며 에버톡을 보내려고 에버폰을 들었을 때 지하로 가는 문을 하나 발견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전까지는 없던 문이다. 최근에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일까 ? 

 

“지하 창고를 하나 만들자는 계획이 있긴 했었는데... 아직 예산 집행도 공사 업체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누가 불법으로 건축했던 건가 ?”

 

물론 지하로 가는 곳을 만들 계획 자체는 있었다. 문제는 그 계획이 3일 전에 회의를 통해 세워놨던 것. 구원자님과 마농 재무담당관 님이 함께 시공업체를 알아보겠다고 한 내용을 마지막으로 아직 건설 진척에 대해서는 보고가 올라올 것이 없었는데... 이상하다 못해 일단 가서 상황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허가 없는 불법의 공사를 했으니 여기 숨어있지 말고 다 잡아내야겠는걸. 그럼 들어가볼까 ? 아니면 구원자님께서 뭔가 나를 위한 서프라이즈를 하려고 하셨던걸까 ?”

 

그런 행복회로를 돌리며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앞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미래의 나에게 맡기면 그만이었으니 상관없다. 아무튼 들어가니 복도가 내 눈앞에 펼쳐있었다. 그 복도를 거닐다 왼쪽으로 도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 내려가기 전의 벽에 그림이 하나 걸려있었는데 그 그림은 나에게 뭔가 무서운 분위기를 주는 느낌이었다..

 

“바로 계단을 둬도 상관 없었는데 왜 굳이 복도를 뚫은걸까 ? 으음...? 근데 이 그림은 뭐지..? 누군가 울려고 하는 표정인데, 뭔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인걸.... 구원자님께서 구매하셔서 걸어놓으신 거라면 당장 치워달라고 엄포를 놓아야겠어. 그건 그렇고 일단 아래로 내려가야겠다.”

 

그렇게 내려가려는데 앞에서 뭔가 지지직 소리와 함께 연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일단 의심을 품고 아래로 내려갔다. 혹시나 아까 구원자님의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하면 이것도 그 일환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내 앞에 펼쳐진 것은 가히 공포스러운 풍경이었다.

 

 

“어....? 뭐야, 이게...? 이 풍경은 대체...!!”

 

(해당 영상 21:06 - 21:19 삽입 브금/ 브금 정보가 없어서 부득이 게임 플레이 영상을 가져온 것 양해 바람. - 영상은 보지 말고 브금만 듣길 바람)


그야말로 나를 정지하게 만드는 풍경이 내 눈앞에 있었다. 지하 공간은 넓었고 벽 한쪽에는 대형스크린이 고장 난 것처럼 지지직 소리를 내며 고장난 듯한 화면을 띄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그 벽지는 피로 가득하였으며, 스크린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기다가 바닥은 핏물들이 바다를 이루어 바닥을 꽉 채워놓았다. 거기다 한쪽 구석에는 피투성이의 정령들의 시체들과 정령석들이 한데 모이고 섞여서 산을 이루었으며, 또한 벽에는 ‘유리아가 죽였다’, ‘그녀가 세상을 멸망시켰다’, ‘유리아가 원흉이다’ 등의 글귀가 적혀있었다. 특히 시체들이 이룬 산 가운데에는 린지,클로이,클레르를 비롯한 나의 측근 정령들이 전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린지, 클레르 !! 클로이도 !! 다 정신차려봐요...!! 그리고 내가 죽였다니, 세상을 멸망시켰다니 !!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어....?!”

 

예상치 못했던 잔인한 풍경에 머릿 속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을 불러보지만 이미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것이 공식이라도 정해졌듯이 그들은 미동도 없었고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풍경에다 더한 모습이 다시 내 눈앞에 펼쳐졌는데... 바로 구원자님과 메피가 피투성이의 시신으로 등을 서로 맞댄 채 밧줄에 서로의 몸과 다리가 묶인 채로 천장에 데롱데롱 걸려 있었던 것이다.

 

“!!! 구원지님 !! 메피 !! 이게 무슨 일이...!! 정신차려요 !! 유리아에요 !! 눈 떠봐요 !!!”

 

그들의 시신에 닿으려고 어떻게든 손을 이리저리 흔들어보고 점프해보기도 했지만 그들은 나에게서 멀게만 느껴졌다. 어째서 저들이 묶여있는 채로 있는지 왜 수많은 정령들이 하나의 더미가 된 것인지 어째서 구원자님과 메피 역시 시신이 되어버린 것인지, 눈에 비춰진 풍경들 때문인 것인지는 몰라도 뇌에서 정보를 처리하기 버거워하고 있었다. 감정도 진정되지 않은 채로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인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호흡이 과하게 진행되었다. 진정하려고 했으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의 임팩트가 너무 쎈 탓인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다만 자세히 보니 묶인 그들은 좌우로 살짝살짝 움직이고 있었다. 멍해진 채로 있었던 것인지 몰라도 어느 순간 그들을 따라서 좌우로 고개를 흔들고 있다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걸 깨닫는 순간 나는 고개를 강하게 좌우로 저었다.

 

“아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일단 저들부터 내려야...!”

“이제 이해 되셨나요 ?” 

“?!?!”

 

순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내가 본 풍경들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까 들렸던 목소리는 나를 향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곧 보게 될 거에요. 기대가 되네요. 그쵸 ?”

 

그 말과 동시에 위쪽에서 누군가가 내가 들어왔었던 방문을 열고 복도를 걸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나는 너무 놀라 뭐라고 말을 하지도 못하고 바로 반대편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 그렇게 계단을 급하게 올라가 문을 열고 나가서 다시 빠르게 닫았고... 

 

“헉 !!!!!”

 

동시에 내가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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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에서 나는 잠에서 깼다. 

 

“허억...허억...하아...하아...꾸,꿈이었구나...되게 생생해서...일단 전등부터 켜야겠어.”

 

나의 호흡이 빨라졌다. 방금 내가 꾼 꿈이 너무 생생했었기에 마음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잠시 후에 진정이 되었을 때 나는 침대 옆에 놓인 전등을 켰다. 다만 다시 눕는다면 방금과 같은 꿈을 꾸게 될 것 같아서 침대에서 일어나 잠깐 방 안을 배회해보기로 했다.

 

“대체 뭐였던 거지, 그건...”

 

방금 전에 꾸었던 꿈을 되새겨본다. 지하공간, 정령의 시체들과 정령석들이 뒤섞인 산, 피투성이의 벽지, 고장난 스크린, 나와 관련된 글귀들 게다가 결박되어 있었던 피투성이 상태의 구원자님과 메피의 시신까지... 어떤 수수께끼라고 생각해보지만 그와 관련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기에 어떤 답을 내야하는지 단 1도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다면 오늘 구원자님에게 같이 밤을 함께 보내달라고 요청할걸 그랬나 싶어 후회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일단 방을 한번 벗어나야 괜찮을까 싶어서 방문을 열었는데...

 

“!!! 안돼 !!!”

 

(0:26 - 0:47)


빨간색 불빛의 복도에서 누군가의 실루엣이 천장을 타고 내 방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순간 나는 놀라 주저앉았다. 뭘 하겠다는 판단조차 서지 않은 채로 그대로 얼어버렸고 그 실루엣이 나를 덮치기만을 그저 기다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실루엣이 나를 덮치려나 싶었을 때 그것이 걸어오는 모습과 함께 불빛이 꺼졌고 이후 걷는 듯한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는 안심인지 불안인지 모를 느낌으로 그대로 방문을 다시 닫았다.

 

“왜 연이어 이런 일들이...참, 내 상태는 어떻지..? 당장 확인해봐야겠어.”

 

문득 나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생각났다. 내 상태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거울을 보며 확인하기도 했었으니까. 그렇게 벽에 걸린 거울을 쳐다보려고 했는데... 

 

“!!! 이번엔 또 뭐지...?!”


갑자기 전등 불빛이 깜빡이더니 곧바로 꺼져버렸다. 그러다가 불빛이 다시 깜빡이기 시작했는데, 거울 주변으로 벽지에 피가 한가득 묻어있었다.

 

“어째서..꿈이 아니었던 건가...?”

“드디어 만났네요, 유리아.”

“!!!!”

 

상황을 정리하려던 찰나 평소에 그리고 이번의 꿈에서 들렸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정말 생생하게 들려왔다. 환청도 스피커에서 나오는 듯한 울림소리도 아닌 확실히 나를 향해 말하는 목소리. 다시 거울을 보니 무엇인가 내 뒤에 있었다. 그것은 다시 한번 나를 향해 말했다.

 

“당신이 저지른 겁니다, 유리아” 

 

그 목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가만히 거울만 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기에. 일단 보고 뭐라도 따지던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것은... 가끔 거울을 봤을 때 다른 모습의 나였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죠...?” 

“나의 이름은 아폴리온. 나는 당신의 안에 존재하는 제2의 자아입니다.”

“그게 무슨...! 그럼 여태껏 가끔 제가 거울을 봤을 때도 다르게 비춰졌던게...!”

“맞습니다. 제 작품이죠. 그런데 지금 이 방을 한번 보세요. 무슨 풍경이 당신을 덮치고 있는지.”

“!!!!!” 

 

자신을 아폴리온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그 때 잠깐이었어도 비춰진 다른 모습 그대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모습의 여자가 내 앞에 있었던 것이다. 순간 뭐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그 여자의 말대로 주변을 보았는데...

 

“아니 어째서 내 방이...!!”

 

꿈에서 봤던 그 지하공간의 풍경이 지금 내 방안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었다. 벽지들이 온통 피투성이에다 정령들의 시체와 정령석들이 한데 섞인 산더미, 그렇지만 이번에는 피투성이가 된 구원자님과 메피의 시신이 그녀의 발 앞에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순간 화가 나서 그녀를 다그쳤다. 

 

“메피...구원자님 !! 어떻게 이런 일이... 설마, 당신이 저지른 거에요...?” 

“그럴리가요. 설사 내가 했다고 해도, 나는 당신으로부터 나온 자아이니, 정확히 말하면 당신이 저지른거지요.”

“대체 무슨 헛소리를...!! 용서하지 않겠어 !!!”

 

그렇게 손을 내지르며 그녀에게 공격형 술식을 행하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술식의 효력이 5초를 버티지 못하고 금방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녀의 몸에 상처를 내보겠다고 몇 차례 더 해보았으나 소용 없었다.

 

“어째서 술식들이 전부 무마되는거지...?! 당신, 도대체 이곳에 무슨 짓을 한거야 ?!”

“아직도 모르나보네요. 당신이 어떤 짓을 하려고 하던 소용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진실된 것이니 당신에게는 확실하게 각인시켜드리죠.”

“도대체 무슨 말을...!” 

“당신은 곧 구원자를 비롯한 모두를 죽이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 에덴에 멸망에 대해서 '아폴리온' 이라는 이름이 있어도 실제 몸은 유리아 당신이기에 결국 유리아가 모든 것을 당신의 손으로 없애게 될 겁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녀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 헛소리일 것이다. 솔레이를 위해 헌신하고 에덴의 구원을 위해 헌신하시는 구원자님을 내가 배반하고 사랑하는 국민들을 비롯해서 에덴을 내 손으로 멸망을 가져다 줄거라고...?

 

“아니야, 그럴리 없어.... 태양의 왕관을 쓰고 솔레이의 여왕을 맡은 이상 나는 그러지 않아.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얼버무리지 마 !!”

“후후.. 과연 그럴까요...? 지금의 당신은 부정하려고 해도 언젠가는 지금 저의 모습이 되어있을 거에요. 자 마지막으로 그럼...”

 

그렇게 말하는 아폴리온이라는 여자는 구원자님의 시신을 들어올렸다. 생기 하나 없는 시신이 된 구원자님은 종잇장처럼 가볍게 그녀의 손에 의해 들어올려졌다. 나는 그걸 저지하려고 했다. 

 

“...?! 대체 무슨 짓을 ! 그만둬 !”

 

파앙 !

 

“큭..대체 무슨 술수를...!” 

“당신이 곧 저지르게 될 거랍니다. 잘 보세요.” 




(해당 영상 27:42 - 28:02 재생 / 브금 정보가 없어서 부득이 게임 플레이 영상을 가져온 것 양해 바람. - 브금만 듣길 바람)

 

하지만 아폴리온은 내 술식을 완전히 무력화 시켜버렸다. 또한 아폴리온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구원자님의 목을 자신의 칼로 잘라버렸다. 그러고서는 구원자님의 몸을 바닥에 내던졌다. 그녀의 패대기에 구원자님의 몸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경악했다.

 

“구원자님 !! 당신 대체 뭐하는 짓을..!! 어째서 나에게 이런 짓을 하는거야..?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냐고 !!” 

“당신이 제아무리 메피스토펠레스와 함께 구원자를 소환해냈다고 할지라도 당신이 사랑하는 그는 곧 당신이 죽이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 세계는 당신이 종말을 가지고 올 것입니다.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에요. 받아들이도록 하세요. 당신이 아무리 부정해도 소용없습니다. 결국 나는 당신이고, 당신은 나이니까요. 깔깔깔깔깔 !!”

 

아폴리온이 잘린 구원자님의 목을 자신의 두 손에 올리며 섬뜩하게 웃는다. 그 때의 구원자님의 표정은 절망에 가득찬 표정이었다. 내가 곧 저런 짓을 한다고 ? 아니야 그러지 마. 제발 나에게 이러지마. 

 

“아니야 !!” 

 

나는 그녀를 향한 분노를 담은 고함을 쳤지만 눈앞의 그녀는 계속 섬뜩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윽고 그녀의 웃음소리와 함께 전등이 몇 번 더 깜빡이더니 아예 꺼져버렸다. 전등을 다시 조작하였지만 고장 났는지 아예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에버폰을 이용해 손전등을 켜고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아까 보았던 그녀와 여러 끔찍한 광경들은 온데간데 사라져있었고 다시 원래의 내 방이 되어있었다.

 

“하아...하아...끝난건가, 이제...? 대체 뭐냐고, 그 여자는...!! 잠깐 내 상태... 내 상태를 봐야해 !!”

 

그렇게 나는 거울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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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출처 : precipice)


하지만 거울에는 내 모습이 비춰지지 않았다. 그저 손전등의 불빛인 하얀색만이 거울을 뒤덮고 있었을 뿐. 설사 손전등을 킨 채의 에버폰을 치워두고 보려해도 내 모습은 거울에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았다. 도대체..어째서일까...? 

 

“으아아아아 !!!!” 

 

너무 무서운 나머지 나는 벽에 걸린 거울을 빼들고 바닥에 내팽개쳐버렸다. 그에 따른 영향으로 거울은 와창창 ! 쩅그랑 !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나버렸다. 나의 정신은 마침내 붕괴되고 말았다.

 

“안돼...안돼...! 안돼 !!! 도와줘...구원자님... 제발... 나를 구해줘... 구원자님... 제발...” 

 

그날 밤 나는 내 머리를 쥐어뜯고 감싸안으며 잠을 자치 못한 채로 벽에 기대어 웅크리며 절규하였다. 문득 구원자님이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가 제발 나를 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고 그를 떠올리면서 울고 또 울었다. 정말로 미친 사람처럼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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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나는 방에 거울을 두지 않았다. 지금으로써는 화장실의 거울을 제외하면 손 거울로만 들고 다니고 있다. 물론 사실 그 손거울조차 나를 불안하게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넓은 야외를 다니면서 손거울로 얼굴을 꾸미는게 훨씬 더 편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신이 제아무리 메피스토펠레스와 함께 구원자를 소환해냈다고 할지라도 당신이 사랑하는 그는 곧 당신이 죽이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 세계는 당신이 종말을 가지고 올 것입니다.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에요. 받아들이도록 하세요. 당신이 아무리 부정해도 소용없습니다. 결국 나는 당신이고, 당신은 나이니까요.’

 

자칭 아폴리온이라고 한 여자가 말했던 '내가 저지른 구원자의 살해와 세계의 종말' 그리고 ‘나는 당신이고 당신은 나다’... 그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저 나를 불안하게 하는 발언이었던 것일까 ? 아니면 하나의 예언일까 ? 알 수가 없다. 

 

“유리아, 괜찮아 ? 많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혹시 무슨 일 있어 ?”

 

그렇게 회의 중에도 그 말을 다시 곱씹어보고 있는데 구원자님께서 나의 표정을 알아채고 묻는다. 

 

“괜찮아 ?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물이라도 가져다줄까 ?” 

“아...괜찮아요 구원자님. 잠시 다른 생각을 해서... 죄송해요, 집중할게요.” 

 

회의 때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구원자님과 다른 정령들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였다. 이러면 안되는데 그녀가 말했던 그 발언들이 자꾸 메아리치고 있어서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구원자님께서는 나를 걱정해주셨다.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상담하면서 불안함 해소해줄 수 있도록 도와줄게.” 

“고마워요, 구원자님, 구원자님은 모두에게 상냥하시네요. 그 마음에.. 제가 가끔 어리광을 부리게 되요.” 

 

그의 말에 나의 얼굴에는 미소를 짓게 된다. 그리고 나는 다짐하게 된다. 물론 사심을 포함해서. 

 

이분을 내가 반드시 지켜드려야겠다고. 또한 내가 그를 죽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상냥한 그의 곁에 계속 있고 싶다고. 

 

하지만 그렇게 다짐하면서도 마음 한켠에 존재하는 불안함은 가라앉을 생각을 안한다. 마치 언젠가 아니 지금이라도 당장 아폴리온이라는 여자처럼 변해버릴까봐 점점 평정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구원자님... 제발 저를.... 구해주세요... 제 곁을 떠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불안함과 함께... 구원자님을 향한 나의 구원 요청을 마음 속으로 하면서 나는 계속 솔레이의 왕정과 외교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는 몰랐다. 아니 그 때 알아도 소용없었을 것이다.

 

내가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