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블아 선생한테는 커터칼이 어울려.

실전성이라고는 1도 없는, 진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문구용 커터칼.


평소에는 대충대충 적당히 좋은게 좋은거야라는 태도로 퍼져있어서 사람은 좋아도 어딘가 못 미더워 보이는 선생이지만,

커터칼을 사용할 때 만큼은 기계와 같은 손놀림으로 샥- 하는 소리와 함께 정밀하고 빠르게 종이를 자르는 거지.


그러다 선생의 그런 특기를 모르는 학생 중 한 명이 당번으로 샬레에 찾아온 날.

잘라야 하는 프린트를 잔뜩 쌓아놓고 커터칼을 들고 있는 선생을 본 학생이 "도와드릴게요"라고 하는데

선생은 칼은 위험하다만서 괜찮다고 다른 업무를 시키는 거야.


학생은 자기보다 훨씬 약한 선생이, 키보토스 학생들 입장에서는 상처는 커녕 간지럽지도 않을 커터칼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에 조금 우스움을 느끼지만,

쓸모없기에 더욱 상냥하게 다가오는 그런 배려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자기 작업을 먼저 끝내고 선생을 도와주겠다고 생각하지.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자기 작업을 전부 끝낸 학생이 선생에게 자기 일이 다 끝났으니 이제 컷팅 작업 도와주겠다고 말하는데, 선생이 어차피 자기 작업도 전부 끝났다면서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거야.

학생이 '그 많은 걸 벌써 다 잘랐다고?'라고 놀라움과 의심이 섞인 마음으로 시선을 돌리자, 정말로 잘라야 할 프린트가 두어 장 밖에 남아있지 않았지.

그리고 선생이 남은 프린트들 역시 익숙한 손길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데, 학생은 선생의 진지한 표정과 커터칼을 잡은 손, 그리고 팔의 근육을 보며 왠지 모를 매력을 느끼는 거야.


작업을 전부 끝낸 선생은 학생과 함께 잘라낸 내용물을 다른 곳에 옮겨 담는 작업을 시작해.

조금 지루한 반복 작업을 하면서 잡담을 할 겸, 학생이 선생에게 "의외로 커터칼을 잘 쓰시네요."라고 말하고, 선생은 "자꾸 반복하다보니 손에 익은 거 같아."라면서 답하지.

이어 학생이 "학생들하고 나누면 더 빨리 끝나지 않을까요?"라고 묻고, 선생은 "그래도 커터칼은 위험하니까. 정말로 급한 일이 아니면 학생들에게 시키고 싶진 않네."라고 말해.


잡담을 나누면서 작업이 끝나자, 선생이 학생한테 이제 다 끝났으니까 가서 쉬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선생의 옆에는 잘라내고 남은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 있었고, 학생은 그걸 보면서 "이것까지 다 버리셔야죠."라고 지적해.

선생은 "나중에 내가 다른 쓰레기와 함께 한꺼번에 버릴게"라면서 일을 미루려 하지만, 학생은 지금 한꺼번에 다 처리해야 한다면서 봉투를 가져와서 종이를 다 담는 거야.

선생도 학생이 움직이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나는 쉬고 싶었는데~"라는 투정과 함께 쓰레기를 전부 정리하지.




일상 파트는 대충 이렇게 끝나고, 진지한 파트에서는 선생이 학생과 함께 상대방과 대립하는 장면에서 '커터칼'이라는 상징 속에 담긴 본질을 살짝 보여주는 거야.


'학생이 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위험한 일을 시키는 게 뭐가 문제냐'라고 말하는 상대에게

선생은 "통제되지 않은 위험은 위기에 불과하다"라면서 반박하고, 학생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건 '위험과 위기'가 아니라 '경험과 기회'라고 말하는 거지.


이에 상대가 "학생을 모든 위험으로부터 감싸기만 하는 건 과보호다"라면서 반박하지만

선생은 "모든 위험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겠다는 건 오만한 망상"이며, 자신이 말한 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명백하게 선을 긋고,

"이 세상에 어른이 학생 대신 막아줄 수 있는 위험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 극히 적은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어른이 해야 할 일은 그런 위험들에서 필요한 요소만을 골라내어 불필요한 걸 자르고 필요한 것만 학생에게 전달해주는 것과,

그것들로 경험을 쌓은 학생이 나중에 기회를 찾아 떠날 때 뒤에서 지켜봐주는 것이다." 라고 주장 하는 거야.




마지막으로 사건이 끝난 후 후일담에서는


처음 일상 파트에서와 같이 학생은 서류를 정리하고, 선생은 종이를 잔뜩 쌓아놓고 자르려고 하는데,

선생이 종이에 손가락을 베이면서 피가 나자 엄살을 부리고

학생은 그런 선생을 보며 피식 웃고는 반창고를 붙여준 다음, 자기가 종이를 자를테니 선생에게는 서류 정리를 부탁하는 거지.


그 말에 엄살을 부리던 선생이 언제 그랬냐는듯 커터칼은 위험하니 자기가 자르겠다고 말하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칼질을 연습하겠어요?"라는 학생의 말에

"그럼 손 조심해."라는 말만 하고 서류 정리를 하면서 가끔씩 열심히 집중해서 종이를 자르고 있는 학생을 살펴보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