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플라워는 달력을 응시한 채 숨을 골랐다.


챙겨야 할 기념일이 있는 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생긴 일정이 있어서 달력을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녀가 달력을 응시하며 인상을 찌푸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배란일이 거의 다 됐구나.’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낸 그녀가 후, 하고 긴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아이가 갖고 싶었다.

그리고 막 거기까지 생각한 직후,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아직도 여자로 살아온 세월보다 남자로 살아온 세월이 몇 배나 더 많은 상황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아이를 한 명 가지겠다며 생각하게 된다니.

새삼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나서 무언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은 채 첫 만남을 떠올렸다.


몸이 여자로 변한 충격으로 음악을 제대로 못 하게 되었을 때, 한국으로 무작정 건너와 아는 프로듀서한테 몸을 의탁했던 일.


그 프로듀서와 함께 하나하나 음악을 만들고 처음으로 공연하게 되었던 일.


선을 넘고. 육욕에 빠지고. 다짜고짜 결혼까지 하게 되어... 지금까지 4년 동안 매일 행복한 삶을 사는 것까지.


그녀는 행복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행복해지고 싶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그녀가 지난번에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아직은... 너무 이르다고 했지...’


남편이 했던 말이 아직도 떠올랐다.

그녀는 이제 스물넷일 뿐이라고. 아직 애를 낳고 기르기에는 해야 할 일이 많지 않냐고.

돈과 시간은 충분히 있지만, 애를 낳고 나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바빠지게 되리라고.

노래를 그만큼 부르지 못해도 괜찮냐며 그녀를 걱정하던 남편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떠올랐다.


...먹던 음료를 푸웁, 하고 뿜으며 허둥거리던 모습도.


하지만 그것도 이젠 다 옛말이었다.


“후우...”


긴 한숨을 내쉰 그녀가 옷장을 열고 구석에 숨겨두었던 봉투를 하나 꺼냈다.


저번에 남편 몰래 구해다 둔... 무척 섹시하고 야한 속옷이었다.

흔히 사람들이 승부 속옷이라고 말하는 그것이었지만, 이건 그것보다 한술 더 뜬 것이었다.


AV 업계에서도 아, 이건 좀 너무 파렴치하지 않나요? 하고 걱정할 정도의 물건.

오묘하게 몸을 가려 오히려 치부를 부각하는 디자인.

게다가 하늘하늘한 검은색 레이스로 만들어진 덕분에 남자라면 무릇 발기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그녀는 그 속옷을 고이 챙긴 채 얌전히 남편이 미팅을 마치고 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저녁이 되었을 때, 그녀는 내일이 주말이라는 이유를 들어 남편이랑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신중하게 준비한 닭고기꼬치에 맥주 몇 잔.

그렇게 술상을 시작한 그녀는 점점 더 센 술을 가져와서 남편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으음, 오늘 과음하는 것 아냐?”


“몰라, 내일 주말이잖아. 온종일 자도 된다고.”


“그건 그렇지...”


빈 병이 점차 늘어만 갔다.

슬슬 남편의 주량을 눈대중으로 계산하던 그녀가 속으로 씩 웃었다.


“아, 잘 마셨다.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어. 내가 설거지하고 들어갈 테니까.”


“아, 그래... 부탁할게...”


딱 봐도 거나하게 취한 남편이 비틀거리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저대로 내버려 두면 남편이 핸드폰을 잠깐 보다가 잠들게 되리란 걸 알아차렸다.


물론, 그 전에 습격할 생각이었다.


“후우...”


가쁜 숨을 내쉰 그녀가 설거지를 대충 끝냈다.

그리고 천천히 안방으로 들어가서 불을 껐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미리 켜져 있던 촛불이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보?”


“쉿.”


그렇게 말한 그녀가 스륵, 하고 옷을 벗었다.

바지가 땅에 툭 떨어졌다. 그리고 침대로 올라간 그녀가 천천히 상의를 걷어 올렸다.


“그, 그 옷은...”


“왜, 어때?”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분홍빛 리본이 달린, 고혹적인 끈 팬티부터 시작했다.

마치 몸이 덩굴에 휘감긴 것 같은 속옷은 분홍빛 젖꼭지를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아래가 뻣뻣해지는 걸 느낀 그가 재차 침을 꿀꺽 삼켰다.


그도 눈치가 없는 건 아니었다.

아내가 도대체 무얼 노리는지 그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은 콘돔을 찾으러 갈 시간이라고 이성이 고했다.


“큭...!”


하지만 감정이 더 앞서기 시작했다.

그의 위에 올라탄 플라워가 쓱쓱, 하고 배에 하체를 비비기 시작했을 때.


그는 서서히 이성의 끈이 끊겨 가는 걸 깨달았다.


“여, 여보...”


“어때? 여보? 내일은 목줄이랑 메이드 복인데.”


“큭...!”


“그리고 그다음은 버니 걸? 이것저것 많이 사놨어. 당신이 기뻐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자, 잠깐...”


“쉿, 당신은 그저 자지를 세우고 나한테 따먹히면 되는 거라고.”


그렇게 말한 그녀가 천천히 바지를 내리며 손을 움직였다.

이미 뜨겁게 솟아오른 남성기를 손으로 감아쥔 그녀가 위아래로 쓱쓱 손을 놀렸다.


“크윽...!”


“힘내라, 힘내라. 아직 이 정도로 가버리면 안 된다고...”


“이 망할 여편네가...!”


“자, 자. 참지 말고. 응응, 빳빳해졌네...”


가쁜 숨을 토한 그녀가 그의 위에 올라탔다.

완전히 옷을 벗어 던져 야릇한 승부 속옷을 전부 보여주는 한편.


천천히 손끝으로 분홍빛 리본을 잡아당겨 잠금을 풀어버린 그녀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여성기가 활짝 벌어졌다.

질과 음핵이 은은한 촛불 속에서도 확연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보, 보여? 이제 이 안에 당신 자지를 집어넣고 움직일 거야.”


“자, 잠깐...”


그녀는 남편이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상체를 앞으로 숙여 입을 맞췄다.


그렇게 반론을 차단한 그녀는 곧장 남성기를 그녀의 몸으로 삼켰다.


“...♡.”


지난번보다 훨씬 뜨거운 남성기가 그녀의 안을 달구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감촉을 즐기다가 천천히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상황을 생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건 서로 사랑해서 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남편의 남성기에서 정액을 일방적으로 짜낼 뿐인 행위.


그 배덕감에 힘입은 그녀는 노래 부를 때의 체력을 십분 살려 계속 허리를 흔들었다.


팡, 팡, 팡팡.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에 찌걱거리는 질척한 소리가 섞였다.


계속해서 혀를 섞는 한편, 그녀는 더욱 맹렬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삐걱삐걱, 하고 침대가 앞뒤로 흔들렸다.

그러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삐끗한 직후, 그녀는 가장 깊은 곳을 그의 남성기가 강타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예상치 못했던 절정이 그녀의 몸을 딱딱하게 굳게 만들었다.

이내 뜨거운 게 그녀의 안에 가득 차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입을 떼어내고 달뜬 숨을 흘렸다.


그러다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머금으며 씩 웃었다.


“여보, 제안할 게 하나 있는데.”


“...무슨 제안.”


“진심 교배 섹스 한 번에... 여보 섹스 판타지 한 번. 어때?”


그는 말없이 심호흡했다.

거절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남자라면 박는 게 옳았다.


“...각오해. 네, 네가 먼저 잘못했으니까.”


“응응, 이 암컷한테 벌을 주세요.”


꺄르륵, 하고 웃은 그녀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어느 순간 몸을 돌린 그녀의 남편이 거칠게 그녀의 몸을 침대에 처박았다.


얼떨결에 상체와 얼굴을 베개에 박은 그녀가 아, 하고 신음을 흘렸다.


지금 그가 무얼 하려는 지는 알 것 같았다.

허리를 붙잡고 뒤에서 거칠게 박는, 후배위.

원래라면 얼굴을 보고 관계하고 싶다며 거절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조금 전에는 그녀가 그를 사용했듯, 이번에는 그가 그녀를 사용할 차례였다.


이내 상체를 꾹 누른 그가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일말의 배려라고는 전혀 없는, 그저 교배를 목적으로 한 거친 왕복 운동.


하지만 오히려 그런 행동에 배덕감과 쾌락을 느낀 그녀가 서서히 안을 조였다.

그렇게 안이 조여들면 조여들수록 그도 힘을 내어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또 한 차례 그녀 안에 사정을 마친 그가 아직 안 끝났다며 그녀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


“엣.”


그 직후, 그가 그녀의 몸을 안아 올렸다.


“자, 잠깐...!”


벽에 등을 기댄 그녀가 엉겁결에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가 다리를 쫙 벌리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다리를 벌린 그가 그 사이로 다시 한번 남성기를 삽입하고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서 그녀는 그녀가 남편의 정력을 얕봤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한동안 매일 이렇게 고통받게 되리란 것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까 괜찮았다.

어차피 진심으로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일정에 공백기를 두었던 참이었다.


내일은 도대체 몇 번이나 사정할까.


잠시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팔로 남편의 목을 끌어안았다.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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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