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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 장군이 여제자를 받았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다가 나오게 된 소설, 반응 좋으면 다음편 쓸지 고민해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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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친구.”


어둑한 밤, 푸른 잎이 연못위로 떨어지는 것까지 느껴질 정도로 스산한 한기가 몰아쳐왔다.


“이렇게 오랫만에 만난 것도 인연인데, 뭐 좀 물어볼게.”


“...무엇이죠?”


“무슨 이유가 있기에 그토록 어린 나이에 검술의 길을 걷는 거지?”


냉정히 말하는 여인의 질문에 소녀는 기시감을 느끼며 답을 했다.


“예전에도 답했던 것 같은데요?”


“흠, 답변은 언제나 변하는 법 아니겠어?”


소녀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답했다.


“당신처럼 검술의 1인자가 되기 위해서에요.”


소녀는 못 마땅한듯 경류의 앞에 서서 세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아무리 장군님의 스승님이라고 해도, 저한테 유독 짖굳게 구는거 아닌가요?”


경류는 마치 할머니가 손녀를 바라보듯 연경을 다독여주면서도, 연경의 반응이 재밌어서인지 늘 상 장난스럽게 대하고는 했다.


곧 적막이 짙게 깔리니 자신이 마른침 삼키는 소리조차 꽤나 크게 들렸다.


“흠, 어쩌면 꼬마친구. 네가 경원의 취향에 딱 들어맞을 수도 있지않을까?”


“네? 그..그.. 그게 무슨!?”


장난스럽게 말하는 것도 잠시, 경류는 몸을 돌려 유유히 떠났다.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너는 적어도 그 아이와 닮은 구석이 많으니까.” 


자신 같은 못난 스승보다도 훨씬 잘해왔고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을 걱정하는 여인의 묘한 답변에 소녀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밤에 대화를 겪고온 연경은 생각에 잠겨 방 안에 틀어박혔다.


‘정말 내가... 스승님을 좋아하는걸까?’


객관적으로 보아도 스승의 얼굴이 수려하게도 잘생긴 외모덕에 장군들은 설마 미모로 뽑히는게 아닐지 궁금해했던적도 있었다.


‘제 스승을 연모하다니, 제자가 가져서는 안될 마음이다.’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수줍은 마음을 진정시키려 할때. 한 모금, 두 모금, 음미하며 곁에서 술잔을 비우던 경원이 제 어린제자를 훑어봤다.


자신이 경류를 내심 마음에 품고 바라보던 것처럼 이번에는 자신의 제자가 스승인 자신을 마음에 품고 바라보는 것이라는 걸.


자신은 안될것을 알고선 그 마음을 접었지만 연경은 분명 자신처럼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것이다. 


연경은 복잡한 마음에 계속 술을 입에 털어넣었고 경원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연경, 술은 몸에 좋지않아.”


“저도 알고있어요! 스승님도 제 마음을 내심 알고 계시면서! 왜 말을 안하세요?”


흠뻑 술에 취했음에도 여전히 고집스러운 제자의 모습에 그는 옅게 웃으며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려 했지만 연경은 그를 끌어않더니 경원의 입술을 훔쳤다.


경원의 흐려진 말끝은 더는 이어지지 못했다.


연경이 들어선 어느 순간부터 경원의 거처에는 배덕감이 감돌고 있었다.


금빛의 용 무늬가 드러나있는 붉은 치파오를 입고서는 어느새인가부터 그녀는 그의 앞까지 다가왔다.


“연경..이러면 절대 안되는..”


자기 허리의 크기조차 안되어보이던 작은 소녀였을 때부터 애지중지 키운 제자가 언제 이렇게 성장을 한 것일까.


“숙맥이시네요, 장군님.”


잡티없는 새하얀 피부에는 어느덧 불그스름한 홍조가 떠올라있다.


“그만.”


경원은 심경이 복잡할 때 잠시동안 눈을 감았다가 뜨고는 시선을 올리는 버릇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 바라보는 와중에도 시선을 딴곳으로 돌리려는 그의 모습에 


“마지막 경고야, 연경. 오늘 일은 모른척할테니 어서 물러나.”


“경원 장군님은 대체 언제까지 저를 어린아이로 보시기만 할건가요!”


“설마! 사조를 정말 사랑하기라도 했어요?”


술에 취해 제 감정조차 가누지 못하며 말하는 연경에게는 틀림없는 진심이 깃들어있었다.


그는 결국 포기를 한 듯 자신과 입술을 맞추고 있는 그녀를 감싸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