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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 이 옷 앞에서 멈출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하나, 두울, 세엣-!"


그녀의 짧은 초읽기가 끝난 후, 나는 질끈 감은 두 눈을 떠 그녀와 내 손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새하얀 장갑과 함께 꽉 쥐어진 주먹이 처음 내 두 눈에 들어왔고, 이윽고 파르르 떨리는 내 손바닥이 그녀의 반대편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도 잔뜩 진지한 눈빛으로 나와 자신의 손을 번갈아보다, 이내 울상이 되어 고래고래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아아-! 말도안돼! 말도 안된다구! 어떻게 네번을 내리 질 수 있는거야!!"


"푸리나, 우리 처음엔 단판이었어.. 이쯤되면 패배를-"


"안돼, 못해! 한번만 더, 한번만 더 하게 해주랑!"


그녀가 필사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이 판으로 벌써 네번째인데. 그녀는 포기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오랜만에 만난 푸리나와 함께 옷가게를 돌아다니다, 검은 원피스 위에 하얀 프릴이 달린 예쁜 메이드 복을 발견하고 나서 시작되었다.


나는 장난삼아 "아, 푸리나가 이런 옷을 입은 모습을 한번이라도 보고싶네~"라고 말했고,

그녀는 나의 혼잣말에 뒤를 돌아보다, 그만 이 옷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리고 말았다.


처음엔 그녀는 입지 않으려 했다. 죽어도 안된다며, 이렇게되면 스타로서의 품격이니 뭐니 운운하기 바빴지만.

결국 가위바위보로 결정하기로 했고, 그렇게... 단판이 삼세판, 삼세판이 이렇게 질질 끌리게 된것이었다.


"자, 다시 다시! 가위, 바위-"


"어어, 푸리나, 잠깐! 난 아직-"


"보!"


순식간에 울려퍼진 그녀의 초읽기. 나는 당황한 채 펴진 손바닥을 겨우 구부리며 가위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말 당황스럽게도... 그녀는 보자기를 내밀고 있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준비가 안됐지만, 반대로 다섯번을 내리 져버린 그녀의 모습이 더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다섯번을 지냐구! 여행자, 말해봐! 내 마음을 읽은거야?!"


"그럴리가 없잖아! 그보다, 졌으니까 이제-"


"싫어! 싫다구! 안돼!!"


마지막 말을 끝으로 수어분이 흘렀다.

나는 완강하게 거절하는 푸리나를 메이드복과 함께 탈의실로 밀어넣었고,

그녀는 마치 힘이 빠진 둥실 버섯몬처럼 맥없이 탈의실 안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

부산스럽던 소리가 어느새 조용해졌다. 이쯤되면 그녀의 옷갈아입기가 끝났을 시간이라고 생각하던 그때였다.


['철컥']


"..."


문을 열고 나온건 메이드 복을 입고있는 푸리나였다.


나의 예상대로 옷은 그녀에게 꼭 들이맞았다.

푸른빛의 이전 복장과는 다르게, 검은톤의 복장으로 상당히 차분한 느낌의 그녀.


평소 그녀의 평상복만 보던 나는 그녀의 등장에 순간 넋을 놓고 말았다.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봐. 정작 입으란 사람이 말이 없으면... 좀 부끄럽단 말이야."


새하얀 머릿결과 푸른 눈동자.

그 아래로 흘러 내려오는 평소와 다른 차분한 분위기.


"...잘어울려."


뭐랄까.

지금 그녀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말곤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눈 앞에 '이해할 수 없는'것이 나타난 것 처럼.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어느새 매료되어 있었다.


"고마워... 잠깐, 여기서 잘어울린다고 이야기하면 안되지! 나는 고귀한 폰타인의 '대스타'라고!"


"예쁘다는 뜻이야. 잘 어울려."


나의 대답에 그녀의 얼굴에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자신이 예상한 대답과 다른 내 대답에 조금 혼란이 온듯해 보였다.


"그... 그런 뜻이었구나... 고마워."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이전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땐 이런 감정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가게의 주인과 두 눈이 마주친다. 

가게 주인은 조용히 우리를 지켜보다, 어느새 두 눈이 맞은 나에게 조용히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잘어울려요. 사실건가요? 한 20만-"


"...아뇨, 괜찮습니다. 정리하고 다음에 올게요..."


...아무래도 구매는 나중으로 늦춰야겠다.

물론 그녀가 별로 달가워 하지 않을것 같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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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천받았던 글 목록들 보는데

깊거나 심각한 이야기보단 이런 밝거나 달달한 분위기를 더 선호하는 것 같음


적당히 섞어쓰거나 달달한거 위주로 써봐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