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박람회에서 정말 우연히 면접을 본 일본 it 회사
초대 사장님이 1세대 재일교포고 지금 사장님은 그 아들인데
그 분이 박람회에 나와서 직접 회사 소개해주고 면접을 봄

박람회에선 괜찮은 인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줌으로 집에서 본 2차 면접은 너무 얼 타서 일본어 실력이 불안했는지 jlpt 자격증을 따달라는 요구를 받음

Jpt 보러 갔다가 신분증 깜빡하고 이러니저러니 하다가 좀 늦게 본 jpt는 840점

그걸로 ok 받고 절차 밟고 이러니 면접으로부터 실제 도일까진 거의 1년이 걸림

삼일절에 기념비적인 일본 입성
회사의 나이 있는 직원분이 맨션 근처 역까지 차 끌고 나와서 맞이해주심
첫날은 조명을 포함해서 진짜 방에 아무것도 없어서
그 직원 분과 함께 니토리 가서 조명부터 사고
구약소 같이 가서 전입신고 함

다행히 회사 사람들이 이불, 그릇, 수건, 휴지 등 기본적인 건 미리 갖다놔줘서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했던 듯
한국에서 이불과 베개도 가져왔지만
첫날밤은 매트리스나 토퍼도 없어서 존나 추웠음
회장님이 줬다는 두꺼운 호텔이불 없었으면 진짜 첫날 얼어뒤졌을 듯


4일부터 대망의 첫 출근
내 직접 상사가 되는 분이 과제를 툭 던져주는데
솔직히 한국어로 해도 따라갈까 말까였을 걸
일본어로 쏼라쏼라하니까 도저히 알아먹질 못하겠더라고
일본어도 거의 독학이지 회화 경험은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출근 첫날은 이걸 따라갈 수 있을까 싶어서 존나 머리 아팠는데
둘째날부터 시간이 걸려도 붙잡으면서 물어보고 한개씩 어찌저찌 해결하기 시작함

셋째날 어찌저찌 적응하는 도중에
굉장히 나이 많은 고문이 내 학습 계획 짜주는데
엔지니어로 취직한 주제에
한국에서 데탑 부품들만 챙기고
노트북을 안 챙겨온 바보가 학습할 수단이 없다고
업무용 노트북이라도 가져갈 수 없냐고 물어보니까
자기 노트북을 빌려준다고 함

그날 회사에서 빌려주기로 한 가전들(TV, 냉장고, 전자렌지, +전날 세탁기가 추가됨!!!)이 맨션에 도착한다고 해서 30분 일찍 퇴근했는데

원래 도쿄 본사에 있다가 오사카 지부 잠깐 오신 사장님이
집에 가전들 다 들어오는 거 전부 지켜보면서 확인해주시고
9천엔 어치 저녁까지 사주고 돌아가심

(세탁기 커넥터 추가비용 요구하는 건 내 돈으로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돈 냈는데
나중에 추가비용에 비행기+공항에서 온 교통비까지 다 경비처리해서 환급해줌..)

그리고 다다음날 점심 회사에 있던 히터(주로화장실에있는그거)를
사장님이 직접 맨션에 갖다주시고 스시도 사주심

회사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면
It회사인데 개발하는 제품 특성상 외국인이 많은 회사임
한국인이 나 말고 한명 더 있고 미국인, 중국인까지
회사는 작은데 글로벌한 구성이라
일본 문화에 서툴거나 말이 미숙해도
회사 사람들 다 이해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심

일부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휴게실에 모여서 밥 먹는데
솔직히 말도 빠르고 아직 모르는 고유명사도 많은데 칸사이벤까지 섞이니까 아직도 100%는 못 따라가겠다...


연말이라 가장 바쁜 3월에(날 교육시킬 예정인 상사가 너무 바쁘다!), 작은 회사인데다가 내가 신입인 것까지 더해져서
어째 본래 과의 업무가 아닌 다른 과의 업무를 하고 있지만
어찌저찌 한달째 따라오고 있음


요즘 문제는
개발부 총괄로 시ㅇ타 부장님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시ㅇ타 부장이라는 이름을 먼저 정하고 캐릭터를 만든 것처럼 이름과 직함이 잘 어울리는 분임
내가 사소한 걸 물어봐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하나하나 알려주고 실력도 좋아서
사실상 우리 개발부의 핵심이자 심장이나 다름 없는 분인데
건강 문제로 4월달에 퇴직한다고 함...
벌써부터 좆된 것 같음......



이것저것 얘기하다 보니 주절주절 되게 길어졌는데
여튼 처음 걱정했던 것보단 잘 적응하고 있음
솔직히 한국에서 받을 수 있던 연봉보단 적긴 한데
주택수당이나 가전 빌려주고 이것저것 따져보면 큰 차이는 없었을 것 같고
한국에서 회사를 갔으면 어떻게 됐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일본에 온 걸 후회하고 있진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