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잘 해주었네! 오늘처럼 일이 수월했던 적도 간만인 것 같군!"

부장의 호쾌한 목소리가 식어가는 혈흔으로 낭자한 골목을 울렸어. 모처럼 서로의 호흡이 딱딱 떨어져 평소보다 임무를 빨리 해치웠거든. 그렇기에 늘 옥신각신하는 두 아이 또한 평소와는 달리 쑥쓰러운 듯 분위기에 어울리고 있었지.

"흠, 흠...! 거 봐, 나도 할 줄 안다니까..."

기다란 칼을 매만지는 아이가 부장의 칭찬에 쑥쓰러운 듯한 반응을 보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주황 머리의 아이가 어이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지. 그러자 두 동료는 또 싸우기 시작했어. 평소와는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말이야.

"야! 소, 솔직히 이번엔 배운대로 잘 했잖아! 또 왜 웃는건데? 어?!"

"웃겨서요. 이런 면모도 있으셨구나... 싶어서."

그런 둘의 재미난 모습에 부장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듯 웃음을 터뜨렸고, 다음 임무까지 시간이 남아도니 다 같이 맛있는 것이라도 먹으러 가자 제안했어. 방금까지만 해도 옥신각신하던 아이들은 금새 부장의 말에 귀 기울였지만, 아까부터 그림자와 같이 그 셋을 뒤따르기만 하는 우중충한 몰골의 아이는 자신들이 썰어넘겨 왔던 육편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지. 두 아이들보다 경력이 상당했지만 말이야.

"저기, 안 가요?"

그 모습을 본 주황 머리의 아이가 우중충한 아이의 뒤통수에 대고 선심쓰듯 입을 열었어. 평소에 조용하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아이였기에, 선뜻 먼저 말 거는 일이 없었으니까. 그러자 아이는 입을 열어 답했지.

"제안은 황송하나, 난 가지 않겠소. 그러니 괘념치 마시게."

시선 하나 주지 않고 입을 여는 아이의 행동에 주황머리 아이는 당황한 듯 보였어. 무어라 덧붙이려 입을 열려던 차에, 부장의 간섭으로 제지당하고 말았지.

"자, 자! 너무 그러지 마시게! 모처럼 좋은 날이니, 내가..."

부장이 입을 연 순간, 시선 하나 주지 않던 아이가 고개를 돌렸어. 그리고...

"괜찮다고 했소. 언젠가 저들과 같이 나란히 누워 똑같은 몰골을 할 자들과 우애를 다지자니 내키지 않는 것 뿐. 이상이오."

시선을 준 아이의 말에 훈훈하던 분위기는 싸늘해졌어. 부장을 따라가다 한 눈 팔렸던 아이를 설득하려 돌아온 것을 기다리던 키가 큰 아이는 그 아이의 말에 금방이라도 험한 말을 내뱉으려는 듯 했으나, 아이는 그러기도 전에 걸음을 돌려 다시 지나온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며 말했지.

"재미난 시간 보내고 오시게. 남은 임무는 나 혼자 가겠으니."

 부장은 그의 쓸쓸한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어. 그가 이러는 이유를 알고 있었으니 말이야. 본래 이런 곳에서 어울릴 천인도 아닐 뿐더러, 이런 곳에서 재능을 썩히긴 아까운 인재였지. 하지만, 모든 게 뒤틀리고 찢어져 너덜너덜해진 아이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 부러진 날개를 이끌고 하루하루 자신의 최후를 시험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