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수감자들이 모국어 가르쳐주는 콘문학 시리즈

전편


--------------------------------------------------------


<파우스트.
지금 돈키호테가
나한테 스페인어를 가르쳐주고 있었어.>


스페인어요?
무슨 이유에서죠?


(눈치)



<각 수감자들의 모국어를 배우면
업무 숙달 향상에 도움이 될 거라 해서
배워둬서 나쁠 거 없다고 생각했지.

이상도 동의했고.>


으어하아아~

그렇소, 파우스트 양.


흠...


(속닥) 어떡하면 좋소, 이상 군?!
파우스트 군이라면
우리의 계획을 알아차릴 수도 있지 않소?!


(속닥) 나도 그게 걱정이구료.
이러다 다시 거던을 하러
가야 하는 건 아닌지...


확실히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방법이군요.



엇?


아.


파우스트는 모든 가능성을 파악하려 노력하지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관리자님께서 이번 발푸르기스의 밤에 알아차렸 듯이요.



<아, 맞아.
"해당 지식에 접근하기 위한 파우스트가 되지 못했습니다"
라고 말했었지?>


그렇습니다.
그래서 파우스트는
향후 림버스 컴퍼니의 다른 수감자들과의
장기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저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됩니다.


파우스트 군!


파우스트 양.

그리고 저도 돈키호테 씨가
어떤 식으로 강의를 하는지 궁금하네요.
개인의 교수법을 보는 것도
각 수감자들의 성향을 파악할 때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아!
이몸의 수업이 궁금한가, 파우스트 군?!
그럼 내 기꺼이 보여주도록 하겠네!

자!
앞서 나는 스페인어는
각 단어들에 성별이 나뉘어져 있고
그에 따라 적용되는 관사가 다르다
설명했소.

맞습니다.
스페인어 같은 로망스어 계통은
단어에 남성과 여성이 구분된다
고 합니다.

그러하오!
거기에 더 설명을 하겠소!


영어와 같이 스페인어에도
사물을 가리킬 때 쓰는 단어인 인칭대명사가 있소.
그리고 인칭대명사 중에서도
화자의 주체인 주어를 가리키는
주격 인칭대명사가 있소.

<그렇지.
"나"와 "너",
"I"와 "you"
처럼.>


하지만 복수 인칭대명사가 성별과 관계없는
영어
와 달리
스페인어는 성별에 따라 복수 인칭대명사가
달라지게 된다
네!

<...으엇.
예상은 했었는데
역시나...>



단수 1인칭은 성별에 관계없이 yo (요)
복수 1인칭은 남성이 포함될 경우 nosotros (노소트로스)
여성만 포함될 경우 nosotras (노소트라스) 


단수 2인칭은 성별에 관계없이
비격식일 때는 tú (투)
격식일 때는 usted (우스테드)
비격식 복수 2인칭은 남성이 포함될 경우 vosotros (보소트로스)
여성만 포함될 경우 vosotras (보소트라스)
격식 복수 2인칭은 성별에 관계없이 ustedes (우스테데스)


단수 3인칭은 남성의 경우 él (엘)
여성의 경우 ella (엘랴)
복수 3인칭은 남성이 포함될 경우 ellos (엘로스)
여성만 포함될 경우 ellas (엘랴스)


<...아이고 맙소사...>


...과연 한국어와 영어가
비교적 성중립적인 언어인 것이
여간 다행이지 않을 수가 없구료...

비록 로망스어 계통은 아니지만
게르만어 계통인 독일어도
저렇게 성별과 갯수에 따라
인칭대명사가 달라집
니다.


<아 그러고 보니.
"남성이 포함될 경우"하고
"여성만 포함될 경우"라고 했는데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이지?>

좋은 질문이오!
복수는 여러 사람을 말하는 것이오.
그 말은 그중에 남성과 여성이
섞여있을 수도 있다
는 것이오.


예를 들어,
사람 2명이 있는데
2명 모두가 여성인 경우에는
vosotras 혹은 ellas를 쓴다오.


하지만 그 2명 중 1명이 남성일 경우
vosotros 혹은 ellos를 쓴다네.


다른 예시를 들자면
13인의 아해가 있는데
그 중 1인의 아해가 남성일 경우
나머지 12인의 아해가 전부 여성이라 할지라도
ellos를 쓴다
고 생각하면 되오, 단테.



<아 그렇구나.
이것도 결국 문화언어적 관습이라고 해야하려나?>



파우스트는 그렇게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뭐야, 뭐야?
꼬맹이. 지금 뭐 가르치는 거야?



<아, 로쟈.>



꼬맹이 아니오!
그리고 난 지금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있다네!



우와, 돈키호테 씨가 언어를 가르치시다니
신기하네요!
저 어렸을 때도 여러 언어를 배우라고
부모님이 강사를 붙여주곤 했었는데.



아, 홍루 군.


모두들 오셨군요.


아까부터 돈키호테 씨가
열성적으로 뭔가를 가르쳐서
살짝 엿들었는데
왠일로 해결사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해서 왔어요.



흠!
해결사 나리들에 대해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이번엔 특별히 내 모국어를
가르쳐주고 있었다네, 이스마엘 군!



<안 그래도 각 수감자들의 모국어를
배우려고 했어.>



각 수감자들의 모국어?
그런 건 뭐하러 배우시나, 관리자 양반?



<응.
그렇게 하면 업무 숙달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그레고르.
이상과 파우스트도 동의했고.>


뭐야, 그러니까 우리 보고 수업을 하라고?
아, 나 워더링하이츠에 있었을 때
언쇼 씨가 이런저런 가정교사들 붙여줘서
뭘 배우긴 했다만
그때나 이때나 수업은 딱 질색인데...


졸개들!
관리자님께서 우리와 회사를 위해
친히 생각하신 방안이다!
명령하신 대로 우리 모두 각자의 모국어를
가르치도록 한다!


<그... 명령까지는 아닌데, 오티스...
그리고 이거 내가 아니라
돈키호테가 처음 생각한거야...>



관리자님의 명령이라면.



<명령 아니라니까...>

흠. 재미있겠군.
언. 예. 절. 기. 가.



언어는 예술의 절친이니 기꺼이 가르치겠다

라고 하네요.


그나저나 이런 수업도 오랜만이네요.
학교를 중간에 그만둘 수 밖에 없어서
학창시절이 가끔 그리워지곤 했었는데.



<그럼 다음은 누가할까?>


엣?
관리자 나리.
아직 배울 게 한참 남았는데...



<지금까지 배운 것도 너무 많아서.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 것까지 들으려면
짧게 끝내야 할 거 같아.>



그럼, 그럼!
우리 정의로운 돈키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지.
그치?



음!
그 말이 맞소!
그럼 다른 분들께 양보하도록 하겠네!



<좋아. 그럼 다음은...>


(다음 편에 계속...)


다음편


--------------------------------------------------------


다른 언어들도 하려면

여기서 끊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문외한인 다른 언어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