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감상문에 가까워서 개소리로 느껴질 수도 있음





에이해브.


5장 하편을 이해하려면 우선 그녀의 사상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음



위의 대사들에서 알 수 있듯이, 에이해브는 목표의 종류보다는 유무를 중시하는 빌런임


에이해브에게 자신의 나침반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는 중요하지가 않음.


그저 하나의 방향만을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가리켜준다면, 에이해브에게는 그것이 최고의 나침반인 거임.


이를 반증하듯 작중에서 에이해브가 어째서 콕 집어 창백한 고래를 노리게 되었는지는 명확히 나오지 않음.


“어째서” 창백한 고래를 쫓게 되었느냐가 아니라 창백한 고래를 쫓는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임.


에이해브의 나침반” 은 “고래” 만을 가리키는 나침반임.


이처럼 확고한 신념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낸 에이해브는, 하나의 고래로 거듭나 자신의 배에 오른 다른 이들 역시 스스로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시작함.



Mili의 노래 Compass에서 이스마엘이 “내 나침반은 대양에 먹혀버렸어” 라고 하는 것처럼, 



피쿼드 호에 올라 에이해브의 인어가 된 선원들은 자신의 나침반을 버린 채로 오로지 하나의 방향만을 가리키는 “에이해브의 나침반” 만을 보게 됨.



그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에이해브” 가 되어버린 거지.


그리고 이는 이스마엘도 예외는 아니라서, 5장에서의 이스마엘의 히스테릭한 행동과 직결이 됨.



우선, 피쿼드 호가 침몰한 순간부터 이스마엘의 “고래” 는 창백한 고래가 아닌 에이해브가 되었음.




그리고 4.5장부터 5장 중편까지, 이스마엘은 고래에 대해 강박적인 태도를 보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가 주변 인물들을 상처 입히는 데까지 이름.



그리고 에이해브 역시 창백한 고래에 대해 강박적인 태도를 보이며 선원들을 희생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음.


결국, “고래” 를 상징하는 것이 창백한 고래에서 에이해브로 바뀌었을 뿐.



이스마엘은 조금 다른 형태일지언정 여전히 착실하게 에이해브의 하얗고 탁한 발자취를 따르고 있었던 거임.



즉, 그녀 역시 또 하나의 “에이해브” 가 되었던 거지.



그리고 결국에는 에이해브 본인이 창백한 고래의 심장 앞까지 도달했듯이, 



이스마엘 역시 고래(에이해브) 의 심장을 꿰뚫기 직전까지 감.


이 시점에서 이스마엘은 에이해브가 남겼던 발자취는 완벽하게 따라잡았음. 


그 어떠한 “에이해브“ 도 도달하지 못한, ”에이해브의 나침반“ 의 종착지(“고래”의 심장을 꿰뚫는 것) 에 도달하는 일만 남은 상황이지.


그러나 에이해브 본인은 수감자들에 의해 꺾였고, 그녀에 의해 만들어진 다른 ”에이해브들“ 역시 백화로 인해 녹아내려 스러졌음.


따라서, 에이해브가 한평생 바라보고 달려왔던 “에이해브의 나침반” 의 종착지에 도달할 수 있는 “에이해브” 는 오직 이스마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 되었던 거임.


이스마엘이 에이해브 본인을 죽이는 것이, 에이해브에겐 자신의 세계를 완성시킬 마지막으로 남은 유일한 수단이었던 셈이지.


그렇게 “에이해브” 가 된 이스마엘이 에이해브의 염원을 이루게 될 뻔했지만, 




단테의 개입을 통해 이스마엘은 에이해브의 나침반이 아닌 자신만의



나침반


을 찾아내게 됨.


이 나침반은 에이해브의 나침반처럼 하나의 목표만을 두고 그 과정에서 다른 모든 것을 파괴하더라도 개의치 않는 나침반이 아님.



한때는 흔들리더라도 종국에는 옳은 길로 인도해주며, 주변을 바라보고 탐구하며 나아가는 나침반이지.



그리고 여기서 이스마엘이 자신의 고래(에이해브) 의 심장을 꿰뚫는 것을 포기함과 동시에 에이해브와 선원들의 고래(창백한 고래) 의 심장을 스스로 파괴함으로서, 



그 어떠한 ”에이해브“ 도 에이해브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종착점에는 영원이 도달할 수 없게 됨.


따라서 이는 이스마엘의 성장임과 동시에, 에이해브에게 있어서는 그녀의 나침반이자 세계 자체를 부숴버린 최고의 복수라고 할 수 있음.


물론 에필로그에서 다시 재기하긴 했지만, 본편 서사를 생각할 때 그것까지 고려하기는 좀 그러니까…


이외에 밧줄이라는 키워드도 상당히 중요하게 사용되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서 나침반 위주로 써봤음.


암튼 나는 5장의 이러한 요소들이 너무 좋게 느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