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당근에 방송장비를 정리하러 가는 길이다.


어느정도 쓸만큼도 썼고, 이제 새로 쓸 장비들을 마침 주문했던 터였기에, 제 가격을 받을 수 있을때 팔고싶었으니까...


상대방이 누가 나올지. 조금은 궁금해하며 바깥으로 나갔다.


어디계신...아. 저분인가?


"요미...님?"


"네! 안녕...어? 그...트위치 스트리머...그분 맞으..시죠?"


"아...하하. 네. 맞습니다."


"와, 렉스님 저 팬이에요...렉스님 방송보다가 저도.."


TMI를 줄줄이 쏟아내는 그녀. 

솔직히, 조금 귀찮았다.


...


근데.

묘하게 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아아아아. 시간이 너무 많이 잡아먹었네요!! 죄송해요..아으..."


"아하하. 아니에요...제 팬이 방송하신다고 하니까 좀 신기하네요."


"아. 그...이것도 인연인데 그..부담 안되시면 전화번호 교환이라두 해주세요..."


여자팬이 전화번호 달라고 하면 잘 안주는데.

왜인지, 요미님한테는 주고싶었다.


뭐랄까. 몇번 박살이 나버린 내 크루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다시 자극받아버려서였을까.


아님, 그저 그녀의 몸에서 나던 부드러운 향기에 의한 생리적 작용으로 일어난 것이었을까.


난 그렇게 요미님과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재밌는 분이네.



어디보자...요미님이라고 하셨나...


나는 자연스럽게 트위치를 켜서, 이름을 검색해봤다.


"아. 이분인가.."


방에 입장했다.


"아. 아. 여러분 잘 들리시나요? 히히. 요미 왔어요!"


'오늘 목소리 더 선명한거 같은데. 방송장비 바꿈?'


"아 내머리탈모님...네. 바꿨어요 아까 당근서 물건 팔길래..완전 쌔거더라구요? 그리고 그..상대분이ㅋㅋㅋㅋ"


'??'


"렉스님 아시죠? 그분이더라구요. 저 그분 전화번호도 받았어요. 진짜라니까요? 구라라고?"


"...전화해서 받으면 어쩔건데요?"

'그땐 도네 20만 쏨 ㅋㅋㅋ'


"님...닉네임 기억했어요. 나 진짜 전화 건다?"


(뚜루루루)


"여보세요?"


"렉..스님?"


"아 요미님이시구나. 왜요?"


"그, 아으. 저 이런일로 전화해서 죄송해요. 그...방송중인데 사람들이 안 믿어서..."


"아하하..."


"아. 아무튼 20만원빵이라 받으면 밥이라도 사드릴게요! 죄송합니다!!"


'ㅁㅊ 20만원 충전하고옴 ㄱㄷ'


'???? 아니 진짜 그 렉스네? ㅅㅂ'


"봤잖아. 나 이런여자야!! 히히. 아! 내머리탈모님 20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이걸루 섭외비 내야지..."


'야 20에 해주겠냐 ㅋㅋ 통화비용으로 50은 내셔야 할듯...'


"아 어쩌죠 진짜 그러시면? 저 돈 하나도 없는데..."


'ㄱㅊ 저 아재 속 넓어서 별말안할거임ㅋㅋ'


"아..아무튼 오늘은 로아 숙제 빼는날!"



나는 그녀의 방송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어떤 토크를 하는지. 어떤 게임을 하는지...


어떤 컨텐츠를 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다음날.


"렉스...님?"


"아. 사석에선 편하게 말해요. 현민수에요. 본명.."


"으으..그럼 오빠라고 해도 되는거죠?"


"아 뭐. 상관없어요 저야 그게 더 편하구.."


"아..그럼..오..오빠? 히.."


씹.


뒤지게 귀엽네 진짜!!!


아무튼 우리는 집 앞 고깃집에서 만났다.


"이거 이번에 20만원 받은걸로 제가 사는거에요. 많이 드세요?"


"푸핫. 님, 그거 얼마 안될텐데 님 쓰시구 제가 살게요."


"아으...그래도 너무 얻어먹는거만 같은데."


"아니니까 걱정마시구."


나는 요미님과 함께 방송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컨텐츠가..게임,저챗..가끔 노래방송..."


"네. 그정도..인거같아요"


"흠...노래방에서 노래방송 해볼 생각은요?"


"그겨됴 죻은거가탸요(우물우물..)"


"먹고 말해요 먹고. 그러다 걸릴라."


...이게 첫눈에 반했다는 걸까. 왜 이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이 귀엽고, 또 예뻐보일까.


"그나저나 오빠..라고 해도 되는거죠?"


"아아 네네 사석에선 그렇게 부르셔요"


"오빠는 방송..어쩌다 시작하신거에요?"


"방송, 방송이라...내가 왜 시작했더라. 아! 그..."


보통 난 사람이랑 있을때 속 얘기를 안한다. 왜냐고? 그거야...약해보이기 싫으니까.


"...제가..으. 친구가 하나 있었어요. 연희라구."


"넹."


"연희가...히유. 저랑 게임 같이하던 친구거든요? 소꿉친구. 근데...얘가 어느날 갑자기 게임을 안 들어오는거야."


"접은거에요?"


"접었지. 응. 정확히는...죽었어."


"...에?"


"급성 백혈병이었어. 평소엔 괜찮아보여서 몰랐는데...그렇다더라고. 그래서..걔가 꿈이 스트리머였어. 세상 사람들이 자기 보면서 행복해지게 하고싶다고. 음..그래서. 내가 그 꿈...대신 들어주는거랄까.."


"오빠..울어요?"


"아니, 아니..! 안 울어. 안 울지.."


"...."


아. 씨..술을 마셨더니, 안 해도 될 소리를 해버렸네....괜한 소리를 했어. 응...


"오빠...미안해요. 그런줄은 몰라서.."


"아니에요! 아니에요..그 뭐. 제가 술들어가서 저도 모르게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나 싶기도 하고..."


나는 한숨을 쉬며 담배를 피러 나왔다.


"후우..."


"오빠, 담배펴요? 저도 한대만.."


"아니 요미님은...아 그러고보니 본명도 얘기 안 했죠?"


"아. 맞네..아, 저는 소망이에요. 임소망.."


"아."


"근데 담배는 언제부터 폈어요?"


"저, 아이돌 연습생 하다 망해서...그때부터 스트레스에 핀거같아요."


"연습생...그거 스트레스 심하다던데."


"후우..네. 식단조절부터 일정까지, 거기다 언제 데뷔할지도 모르니까..."


"하긴.."


"그리고 제 친구는 대박쳤거든요. 아시죠? 프로듀스.."


"아.."


"전 거기 못나갔거든요. 그리고 회사에서 출하당하고..우울하게 있다가, 이왕 뭐라도 해보자 싶어서 인방 시작했구.."


"에이 걱정마세요. 충분히 성공해요. 일단 베이스가 있잖아?"


"....헤헤."


예쁘게 웃는 그녀를 보며 난 다짐했다. 이 애를, 성공시켜서 키필코 이 웃는 얼굴을, 지켜주겠다고.


"내일도 미팅할까요?"


"네! 좋아요 오빠."


"술드셨는데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에헤헤. 안그러셔도 되는데..."


나는 소망씨가 사는 빌라까지 그녀를 데려다주고.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


'연희야, 나 이제 다시 시작할 용기가 났어. 괜찮겠냐'


4월의 봄바람이 그래도 된다는 듯, 나를 스쳤고.


난 조용히, 오늘 15년지기 소꿉친구를 가슴에 묻었다.


***


참고로 순애지 NTR 요소는 절대 없음


주인공은 대기업급 스트리머고 여주는 망한 아이돌 연습생


스토리는 대충 순애 + 인방 + 가수까지 시켜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