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컵볶이에 빠져살던 초6

우리 학교에는 웬만한 남자애들보다 키가 크고 운동도 잘해서 유명한 여자애가 있었음

나는 소문으로만 알았지 본적은 별로 없었는데 초6이 되고 그 여자애와 같은 반이 되었음


그때 소문의 여자애를 보니깐 절로 와.. 소리가 나오더라.

내가 반 남자애들 중에서 조금 큰편인데 나보다 더 크니깐 놀랄 수 밖에 없더라.

뭐 그래도 애는 착해서 짝궁이 됐을때 낯가리는 나한테 먼저 말걸어주고 이것저것 챙겨줬는데 난 단순한 호의라고 생각했음.


그렇게 짝궁으로서 잘 지내던 애는 어느날 내가 귀여워서 좋다며 사귀고 싶다고 톡을 보냈어.


처음에는 고민도 했는데 우리학교에서 커플이 생겼다? 그냥 바로 애들 구설수에 오르니 평소에도 얌전하던 나는 고민할 수 밖에 없었음.

그래도 연애라는걸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도 있었기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러자고 했지.


사실 옛날 초등학생 연애가 뭐가 있겠냐.

카톡하면서 히히덕 거리고 평소보다 좀 더 친근하게 대하는 고 가끔은 피아노 학원 끝나고 시간 남으면 걔네 부모님이 하시는 합기도장에 가서 걔하고 잠깐 떠들고 가는게 전부였던거 같아.


그렇게 한달이 좀 넘어가니 그 여자애가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고?

우리반 남자애들은 급식 다 먹고 다같이 운동장 나가서 축구하는게 국룰이였고 나도 평소처럼 축구하러 나가려니깐 그 여자애가 나를 붙잡더라.


자기하고 놀자고 말이야.

여태까지 그런적이 없어 조금 당황했지만 심심해서 그런갑다하고 같이 갑자기 반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공기놀이나 오목하면서 지냈지.


나는 처음에 오늘은 유독 심심했나보구나~ 싶었고 다음날에는 별일 없겠거니 했는데 그날도 마찬가지로 나를 붙잡더라.

오늘도 그런거구나~  싶었지만 3일,5일,1주일이 지나도 나를 다른 애들하고 못놀게 막는거야.


결국 마지못해 오늘은 애들하고 놀기로 해서 힘들거 같다하니깐 손목을 붙잡고 놓지를 않더라고.

힘도 주기 시작하니깐 아파서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다시피 뛰쳐나갔는데 그이후로 점점 집착이 심해졌어.


왜 오늘은 합기도장은 안오는지 왜 자기한테 말도 없이 애들하고 놀았는지, 이것말고도 좀 많았는데 지금은 기억이 흐릿해서 전부 기억나진 않아.


쨌든 뭔가 답장하는게 무서운 지경이 되니 결국 나를 위해서라도 2달간 이어진 짧은 연애를 마칠 수 밖에 없더라. 


그후로는 사이가 좀 서먹해지긴 했지만 별 다른 트러블은 없었고 그 당시에는 단순히 무섭다라 생각했지만 내가 인생 살면서 집착이 무섭다는 걸 처음 알게해준 여러모로 달고 씁쓸한 경험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