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부쉈다는건 농담이고 그 집 오늘은 조용한 날이라 아내가 과일 먹고 싶다길래 하나 빌리러 가면서 허락 맞고 옴.


물어보니까 우리 썰이 어지간히 많기는 한데 그걸 다 풀려고? 이러더라.


그래서 간추려서 말해주겠음.


얘네가 처음 만난 이후 거의 12년 다되감.


애초에 양쪽에 한 분씩 부모님이 안계시기도 했고 좋은 부모라고 볼 수 없으니 처음 사귈 때 서로에게 애착이 많구나 싶었다는데...


그 수준이 아니더래.


남자애는 아내에게 들은거지만 심한 자기 비하와 자살기도를 했음. 아버지는 1년 중 대부분 집에 안계시니까 외로움도 많고 자신감도 전혀 없었데. 최근에서야 그 용어를 찾았는데 말 그대로 멘해라, 그것도 매우 심각한 수준의 멘해라였음. 미리 말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 거의 없음.


여자애는 전형적인 소프트얀. 도촬, 미행, 애가 가지고 있던 물건 수집등 평?범하다면 평범한 애라고 하더라. 옆에 여자애가 있으면 쟤 죽여버리겠어를 계속 말해서 아내가 진지하게 얘를 정신 개조해야하나 싶었대. 덤으로 얘는 아직도 이러고 있다.


그 이야기 듣고 내가 물었던게 그 둘이 사귀게 되었는데 그러면 누가 더 강한거야?라고 물으니까 단 한마디 하더라.


걔를 속박해서라도 자기 곁에 두고 싶어하는 애는 절대 스스로 죽어버리려하는 애를 이기려하지 못한다라고.


지금부터 여자애를 얀데레, 남자애를 멘해라라고 부르겠음. 또한 내가 직접 본 이야기는 아니고 얘네를 보기 전의, 그니까 아내에게 들은 이야기임.


서로에게 미친듯이 집착했데 근데 이제 그 개체가 좀 다른게 얀데레는 걔한테 말걸면 그 여자를 죽여버리겠어 그랬다면 맨헤라는 외로워 죽고싶어다보니까 아내가 속으로 아주 지랄 옘병 이랬다고 하더라.


결국 맨헤라가 진짜 극단적으로 치닫고 아 시발 이건 나로 안되겠다 싶은 순간 아내가 얀데레한테 구조요청했데. 얘 죽겠다고. 제발 좀 붙어있으라고.


나날히 늘어가는 손목 흉터에 얀데레는 진짜 얀이고 뭐고 애가 돌아버렸데. 


얀데레는 널 혼자만 가지고 싶어. 내꺼야 이런다면 맨해라는 너 없으면 난 죽을래이런다고 하는 댓글이 있었는데 그게 딱 맞대.


말 그대로 전전 긍긍하다가 안 지키면 죽겠구나 본능이 들었나봐. 그날부터 말 그대로 걔 옆을 계속 맴돌았데. 계속, 자신감이 커질때까지 계속해서 곁에 있으면서 아침마다 집 들어가서 깨워주고 좋은 말 해주고 사랑해라고 해주고 넌 내꺼라고 떠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계속 세뇌시키듯 했데. 마지막은 소프 얀데레가 하는 짓인데 맨헤라에게는 그게 너무나도 필요한거였으니 필요충분이었다라고 함.


그러다보니 남자애가 점점 바뀌어 갔음.


자해하는 빈도수도 꽤나 줄어들었음. 그 순간부터는 오히려 반대가 됨.


너 떠나면 내가 죽어버릴지도 몰라. 날 버리지 말아줘. 가지마 어디도 가지마라고 했대. 매일, 십몇번씩. 적어도 이 말은 당사자에게 들은거니 정확함.


즉, 서로가 서로에게 세뇌가 된거지. 얀데레는 넌 내꺼야 어디도 못가. 맨해라는 너 없으면 나 죽을거야. 그니까 가지마.


결론은 둘다 서로에게 가지마라고 말하는 걸 그렇게 표현한거더라고


그리고 아내가 나를 만났고 내가 걔네를 알게 되었고 걔네가 내 친구들을 알게됨.


그리고 자신들보다 더 힘든 아이가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됐데.


평생을 앉은채로 살아가는 아이, 근데 너무 밝게 웃고있으니까 맨해라가 아, 저런 아이도 웃는데 나는 내 여친한테 한번도 웃어준 적이 없네 라고 생각했나봐.


그때부터 웃는 연습을 엄청했음. 이제는 매달리는게 아닌 붙잡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음.


그리고 우리를 만난지 1년 반, 6명이 서울 놀러가던 날 밤에 정말 환하게 웃더라. 그거보고 진짜 얀데레 하루 종일 울었음.


중학교부터 시작해서 비정상이고 힘들었던 커플이 드디어 정상 궤도에 오르더라.


비정상적이고 어둡던 집착은 서로에게 전해지는 애착으로, 과거에 사로잡혀있던 둘은 어느새 미래를 보고 있더라.


정말, 그거 보면서 아내 많이 울었다. 빈말로 아내가 둘다 키웠다고 말하는 수준이니까.


물론 그게 사라졌다고 하면 아닌게 어떤날 아침에 보면 남자애 목에 흉터가 엄청 많음. 몸에 자국도 많고 진짜로 얘 이정도면 아프겠는데 싶은 상처도 꽤 있음


물론 남자애는 그 아픈게 좋다고 해실거리니 결국 머리 아픈건 우리일 뿐.


아내가 지금 생명 전공인데 자신이 만약 심리 전공이었고 분리 불안 장애와 집착에 관한 쪽으로 눈 앞에 실험체들이 있으니 논문으로 한편 쓰면 소설 쓰지 말라고 지랄 말라면서 교수가 되돌려보내겠지 이러더라.


지금은 둘 모두 예쁜 사랑중임. 우리 옆집이고. 다행히 방음은 잘되서 옆집 소리는 안들림.


물론 그 부모님은 어디있는지 잘 모르겠음. 둘다 부모님얘긴 안꺼내기도 하고 여기에 쓸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함.


어쨋던 얘네도 잘 살게 빌어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