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3 월요일

날씨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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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현의 하루는 단조롭게 시작된다.


거실의 테라스 창문에서 내리쬐는 푸근한 햇살이 성현의 얼굴에 비춰 그를 자극하면, 

그쯤에서 성현은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람은 맞춰져 있었지만, 늘 아침 알람소리보다 5분가량 먼저 일어나버리는 성현이었다.


오늘도 피곤에 절은 얼굴로 알람을 수동으로 정지하고, 전날 잠을 청했던 1인용 소파에서 몸을 떨어뜨렸다.


성현은 가장 먼저 잠에서 일어나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고, 씻은 뒤에는 주방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외출을 위해 옷까지 갈아입은 후,

성현은 아직 자고있는 동생을 깨우러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 투베이룸에서 유일하게 벽으로 나뉘어진 방이 바로 이 안방이었다.

거실과 주방은 경계가 없고, 그나마 화장실에는 문이 있었지만 사람이 지낼만한 ‘방’을 기준으로 삼을때에는 이 안방이 유일한 방이었다.


성현의 작은 배려로, 이곳은 그의 여동생이 쓰고 있었다.


안방의 침대 위에서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소녀,

그의 여동생 서세오였다.


그런 동생의 모습을 보며, 성현은 누군가 업어가도 계속 자고있을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서세오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저 잠이 깊은 소녀 정도로 치부될 일이었다.

하지만 황성현의 여동생은 휴머노이드였다.


사람이 아닌, 준강인공지능이 탑제된 인간형 로봇,

사람들은 아주 단순하게 휴머노이드라고 부르는 그런 산업 기계.


물론 휴머노이드도 잠을 잔다,

하지만 이는 하루동안 생성된 잉여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종의 절전 상태와 같다.

이 절전 상태에서, 휴머노이드는 아주 적은 양의 외부 자극까지도 감지하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서세오의 잠은 달랐다.

그녀가 만약 평범한 휴머노이드와 같았더라면,

황성현이 방에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을 것이다.


이런 일이 한두번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성현은 이렇게 늘상 일어나는 일에는 의문을 가지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랜 시간 같은 상태가 문제없이 유지된다는 것은 그것이 안정된 상태라는걸 의미하니까.


뭐가 어찌 되었든 간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

너무 쓸데없는 생각에 매몰된 성현이었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떨어내기 위해, 성현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성현은 세오가 자고있는 침대 가까이로 다가가서,

아직도 인기척 하나 느끼지 못하고 곤히 자고있는 세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잠든 여동생을 깨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세오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성현 자신의 목소리를 조금 듣게 해주니, 세오는 금방 눈을 떴다.


역시 휴머노이드였기 때문에, 세오는 소체에 약간의 직접적인 자극을 받았을 뿐인데도 금방 일어났다.


침대에서 세오는 졸린 눈을 비비적거리며 상체를 들어올렸다.


“우으…”


마치 컴퓨터가 부팅을 하는 것처럼, 막 일어난 세오는 아직 주변 상황을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로 시스템이 부팅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런 비몽사몽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졸린 눈을 비비면서 눈앞의 성현을 바라본다.


“…또 밖에서 잤어요?”


일어나서 세오가 처음 건낸 말은, 또 성현이 거실에서 잠을 잤냐는 것이었다.


처음 집에 들일 침대를 고를 때, 침대 2개를 두는 것보다는 2인용 침대를 두는것이 돈이 적게 들어서 세오와 성현은 2인용 침대를 사기로 했었다.


성현은 조금 회의적인 의견을 냈지만, 세오의 강경한 태도에 결국 2인용 침대를 구매하고 말았다.


하지만 정작 2달 내내 침대에서 자는건 세오 혼자 뿐이었다.

세오는 이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또 자기를 배려한답시고 불편하게 거실 소파에서 잠을 청한 성현.

그런 성현을 세오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녀가 무엇 때문이 마음이 상했는지 알았기 때문에, 늘상 그렇듯 성현은 마치 사춘기 여자아이를 달래는 듯한 부드러운 어조로 세오에게 대답했다.


“나는 밖에서도 잘 자니까 걱정하지마“


정말 부드럽게 타이르듯 이야기했건만, 이걸로 세오의 마음이 움직일 리는 없었다.


이 작은 휴머노이드 여동생은, 진심으로 자신의 오빠를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몸 상할지도 몰라요… 앞으론 제대로 자요“


성현은 세오의 말을 듣고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또 그렇게 얼버무리고서 밖에서 자면 안돼요“


“아하하… 알았어”


성현에게서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세오는, 베시시 미소지으면서 그의 품에 안겼다.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행동은 틀림없이 잘못된 행동이었지만,

저렇게 사소한 것까지 자기를 배려해주는 성현이 밉지 않았다.


오히려 세오는 성현이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졌다.


애초에 휴머노이드인 자신을 거두어준 것부터가 세오에게는 하나의 구원과도 같았다.


지금의 투정도 사실은 그가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들일 뿐이었다.


세오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운채, 성현의 품에 안겨 말했다.


”그래도 고마워요…”


“아니야, 오히려 고마운건 나라고, 이런 생활에도 불만 가지지 않아줘서…”


그 말을 들은 세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성현에게 답했다.


“으음… 한번도 싫다고 생각한적 없어요

성현이 옆에 있어주는 하루하루가 모두 저한테는 소중한 날들이에요

그러니까… 자책할 필요 없어요”


”아하하… 미안해…”


작은 투베이룸에 낑겨 사는 처지임에도 황성현이 미소지을수 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이 작은 휴머노이드 덕분이었다.


세상 만물을 사랑하는 듯한 저 긍정적인 사고 회로는,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도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해줄 다정한 말들을 언제나 떠올려주었다.


젊은 사회인으로서 성현은 몇번이나 큰 위기와 절망에 빠졌었다.

그가 절망에 빠질 때마다, 서세오는 그의 곁에서 따뜻한 위로의 말들을 건내주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성현이었다.


그렇기에, 세오는 성현과 함부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런 세오의 앞에서 아침부터 이런 소리를 했으니 미안할 수밖에 없는 성현이었다.


하지만 이내 등교 시간이 다 되어가는것을 보고, 성현은 이런 감상에 젖어있을 시간은 없다는걸 깨달았다.


아침에는 세오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


하지만 휴머노이드가 학교라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


사람이 아닌 개인의 소유물로 지정되는 휴머노이드는 의무교육의 대상이 아니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처럼 무엇을 배울 필요도 없으며 애초에 학교는 인간이 배움을 얻으러 가는 곳이지 휴머노이드가 가는 곳은 아니었다.


사회에서 휴머노이드는 도구일 뿐 인간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오를 학교에 보내야만 했다.


성현은, 세오의 진짜 가족으로부터 그녀를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자라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휴머노이드에게 가족이 있는 일은 전무하지만, 세오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데다, 마치 자기 딸처럼 키운 사람이 있었다면 그건 틀림없이 가족이라고 부를 자격이 있다.


성현은 서랍장 위에 놓여진 사진으로 시선을 돌렸다.


실험실 가운을 입고있는 한 노인이, 세오를 의자에 앉혀둔체로 그 뒤에 서서, 마치 가족사진 같은 구도로 찍은 사진이었다.


세오가 가동하기 직전에 찍은 사진이었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있는 세오의 표정은 마치 잠을 자는것처럼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 세오의 뒤에 선 백발 노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노인의 얼굴에서 감춰지지 않는 기쁨의 표정이,

그의 연구가 드디어 결실을 멪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서 교수님…’


노인의 이름은 서 교수

성현은 서 교수로부터 자신의 부재시 세오의 뒤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리하여 성현은, 현재 법적으로 세오의 가족이 되어있었다.


서 교수의 사진을 보자,

성현은 오래된 기억들의 향수에 빠져,

잠시 과거의 감상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곧 세오를 학교에 보내야 했기에, 오래된 이야기들을 회상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자신을 부르는 세오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는 성현이었다.


“또 사진 보고 있었어요?”


어느세 교복 셔츠까지 갈아입은 입은 세오가 성현에게 물었다.


“아? 응…?”


넋 놓고 사진만 뚤어져라 쳐다보다가 방금 정신을 차린 성현은 세오에게 제대로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성현은 넋 놓고 사진만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세오의 말에 미쳐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하고, 단어의 파편뿐인 엉뚱한 소리를 했다.


서세오는 크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성현이 저러는게 하루이틀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쓸거 없어.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

그것보다 어제 충전은 다 했어?“


성현은 세오의 물음에 얼버무리듯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하게 바꾼 화재는 생각보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휴머노이드인 세오는 작동을 위해 배터리의 충전이 필요했다.


성현의 물음에 세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응, 어제 다 충전해뒀어요”


“그렇구나, 다행히네, 나갈 준비 되면 말해줘“


”알았어요“


세오는 생긋 웃으면서 성현에게 대답했다.


사실 성현이 아침 일찍 일어났던 이유도 모두 세오를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중학생 정도 나이가 되면 보호자의 손이 덜 가기 마련이지만,

성현이 늘 세오를 학교까지 직접 데려다 주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괴인 범죄

자동화 인공지능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이 첨단 사회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괴인이라는 초현상적인 존재가 사람들을 해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리고 괴인은 그 이름처럼 괴물이 된 인간을 뜻한다.


특수한 경로를 통해 몸에 변이가 일어나, 괴물과 인간의 모습을 자유롭게 의태하는 존재들.


그 자체만으로는 그냥 힘센 무언가로 변신하는게 전부인 사람들이지만,

거의 모든 괴인들은 범죄의 길에 빠진다.


어쩌면 자신과 다른 것을 배척하는 이들로 가득한 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범죄자가 된 괴인들은 괴인 형태의 향상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평범한 사법기관이 감당하지 못하는 강력 범죄들을 저지르고 다닌다.


가령, 절도와 같은 작은 경범죄라도 괴인이 개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리의 모든 가게가 남김없이 털리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범죄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까지 모두 죽거나 다치기도 한다.


괴인의 힘이란 막강한 폭력,

결코 평범한 인간이 상대하기란 불가능한 것이었다.


상대가 평범한 인간이라면을 전제로 한다면 괴인은 무적이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면 어떨까.


괴인에게 대적하는 두 가지 힘이 존재한다.


하나는 같은 괴인의 힘이다

괴인의 힘은 개체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괴인이 같은 괴인을 상대로 싸우게 된다면 폭력의 격차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괴인 사이의 싸움은 단 한 번도 관측된 바가 없다. 애초에 싸우는 괴인은 모두가 범죄자일 뿐이니 서로를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었다.


나머지 하나는 바로 인간으로서 특수한 힘을 개화하는 것이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에게서는 기적과 같은 초능력이 생기기도 한다.


에너지 없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연료 없이 불을 피우는 등의 자연현상으로 설명 불가능한 기적을 일으키는 자들.


보통 10대 소녀에게서 개화되는 이 특별한 능력의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들을 마법소녀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마법소녀의 힘은 선한 무력, 악의를 가진 이들에 대한 억제력.

괴인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마법소녀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괴인 범죄에 대한 치안 유지는, 오롯이 마법소녀에게만 달려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괴인 범죄들을 모두 담당하기에는, 마법소녀의 머릿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마법소녀들이, 세오가 위험에 처했을때 단숨에 달려와줄리는 없었다.


마법소녀는 도시의 수호자이지만, 세오의 보호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가까이서 그녀를 지킬 수 있는 존재는 보호자이면서 후견인인 성현 뿐이었다.


”성현, 다 갈아입었어요, 어때요?“


한편, 세오는 자신의 연노랑색 블레이저를 걸치는 것으로 모든 복장을 교복으로 환복했다.

세오는 그 자리에서 왼발을 중심축으로 하여 한바퀴 회전하며 성현에게 자신의 옷차림을 보여주었다.


“응, 괜찮은것 같아

장갑도 손목 관절까지 잘 가려지고,

무릎관절도 양말이 잘 가려주고 있네”


성현의 감상평은 간단했다.

휴머노이드인 세오의 소채는 관절인형을 본떠서 만든 로봇 관절들을 사용해 조립했는데,

이는 모든 휴머노이드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성이었다.


그리고 이런 관절 부위의 노출은 세오의 정체가 휴머노이드인걸 노출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늘 밖에 나갈때 세오는 니삭스와 장갑 등으로 그런 관절들을 모두 가리고 외출한다.


하지만 세오가 질문을 건냈던 이유는 옷이 관절을 잘 가리는지 봐달라는 부탁이 아니라,

정말로 성현이 보기에 예쁘게 보이는지, 성현의 감상평을 들려달라는 말이었다.


“우으… 마음에 드는지 봐달라는 뜻이었어요…“


성현의 시선은 다시 세오를 향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옷차림을 보고, 적절한 평가를 내릴수 있는 섬세함 따위는 성현에게 전혀 없었다.


“이런… 잘 모르겠네, 나는 교복이랑은 별로 친했던 적이 없어서…”


성현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난감하다는듯이 말했다.


하지만 세오의 시무룩한 표정을 보게 되자,

성현은 자신의 말로 세오의 기분이 상했다는것을 깨달았다.


세오의 인공지능 상정 연령은 약 15세 정도,

어쩌면 한창 외모에 신경쓸 나이일지 모른다.


이 사실도 모르고 세오에게 그런 무심한 감상평들을 들려주었으니, 당연히 속상할거다.


타인에게 싫은소리 하나 할 줄 모르는 너무나도 착하고 순한 성격의 그녀이기에, 

때묻은 어른이 되어버린 성현은 가끔 세오의 속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곤 했다.


그 사실들을 깨달은 성현은, 이번에는 다시한번 자신의 감상평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세오가 입고있으니 뭐든 예쁘게 보이는것 같아.

교복이 아니라 다른 옷을 입었어도 잘 어울렸을거야”


성현의 말에 세오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앗… 그런가요…”


그저 성현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건낸 질문에, 예상 이상의 화력이 담긴 대답이 돌아왔다.

세오는 부끄러움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성현은 세오에 대해서라면 많은 부분을 배려해주고 있었지만,

이렇게 깊이 숨긴 속마음에는 반응이 둔감했다.


성현은 그런 세오의 반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상기된 얼굴을 보며 세오의 소채에 문제가 생긴걸까 걱정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얼굴이 별로 좋지 않아보이는데…

혹시 어디 불편해?”


그제서야 자신의 볼이 빨갛게 상기된 것을 깨달은 세오는 황급히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성현의 말을 부정했다.


“우아앗…!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는 세오의 모습을 지켜보며, 정말로 여동생의 컨디션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진심으로 걱정하는 성현이었다.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숨기고 싶어하는 세오의 바램과는 전혀 반대로 말이다.


“문제 생기면 연락해, 언제든지 주저하지 말고”


하지만 더이상 외출을 지체하기에는 시간이 꽤나 지나 있었기 때문에, 성현은 결국 생각을 그만뒀다.


“시간이 너무 늦었네

빨리 출발하지 않으면 지각할지도 몰라”


성현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세오와 함께 집밖으로 향했다.


현관문이 닫힌 집안에는 다시 포근한 고요함만이 남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