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기억하고 있는가?

자신이 죽었던 횟수를. 괴물들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숨어보지만, 마침내 발견되어 고통과 함께 사라지던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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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밤 꿈을 꾼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꿈의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날이 있는 반면, 꿈을 꿨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매일 밤마다 만나고 있어.

꿈속에서 익숙한 자신의 동네를 배회한 적도 있고, 처음 보는 장소에서 모르는 사람들을 만난 적도 있겠지.

그래. 모르는 사람들 말이지.

아는 사람을 만났든, 모르는 사람을 만났든.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들을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어.
사실 그들의 얼굴은 거의 기억나지도 않고, 이목구비조차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혹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자각한 적이 있어?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각하지 못한 채 꿈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지만, 가끔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동떨어진 상황을 깨닫고 정신을 차릴 때가 있지.
꿈속에서 정신을 차린 "인간"이 되어 위화감을 느낀 순간, 그곳의 다른 "사람"들 또한 너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되어-이윽고 너의 존재를 눈치채고 너의 냄새를 쫓기 시작해.

그런데 사실 그들은 우리가 모르는 존재가 아니야.

그들은 우리이고, 어쩌면 너야.

꿈을 꾸고 있는 걸 자각하지 못하면, 우리는 분명히 인간이지만-꿈을 자각한 "인간"에게는 괴물이 되어 그들의 공포의 근원이 될 수 있지.

그렇게 서로를 죽이고, 죽고. 쫓고, 쫓기고. 갈망하고, 두려워하고.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모든 것을 까맣게 잊은 채, 더 자고 싶은 욕구와 함께 눈을 떴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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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기억하고 있는가?

자신이 인간을 죽인 횟수를. 당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숨는 인간의 냄새를 맡으며, 마침내 찾아내 죽이고 먹어치우던 순간을.







꿈을 주제로 짧은 괴담을 한번 써봤습니다. 재밌게 감상하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