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해 진 후에 생각해보니


'나, 도대체 뭘 걱정하는거지?'


쉬면서 마실 차를 우려내면서 나는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쿄스케가 내 가슴에 관심이 있는지는 그의 수험공부를 어떻게 할까와 무관하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쿄스케의 성적을 현실적으로 올리는 방법이지 슴가 좋아하니? 이런게 아니다.


사야카에게 감쪽같이 당하고 말았다.

지금 그 애는 내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웃음을 참고 있을 것에 틀림없다.

사야카는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담에는 적격이지만 이런 장난도 딸려오니까 불편하다.


차와 과자를 쟁반에 얹어서 시선을 아래로 향한다.


가슴

엉덩이


이것 때문에 나는 고민할 일이 많다.


중학교 2학년때 벌써 E컵이 된 가슴은 일상 생활에서 꽤 시선을 끈다.

체육시간에는 출렁거리는 것을 남이 보는게 싫어서 일부러 덜 움직일 때도 있었다. 특히 운동장에서 단거리 달리기를 할때면 티나게 남자들이 쳐다보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고뇌를 배반하듯이 키가 커갈수록 가슴의 성장은 멈추지 않고 진행되어 고교 입학때에는 G컵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사복을 입을때도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옷을 고른다.

한 여름에도 얇은 바람막이는 항상 착용하고 그 바람막이도 몸매를 가려준다.


애초에 체격은 S사이즈인데 가슴만 드러나게 커서 M사이즈의 옷도 들어가지 않을 때가 있다. 디자인이 귀여운 옷을 어거지로라도 입고 나면 가슴이 툭 튀어나와 보이지, L사이즈의 옷을 산다고 해도 딱맞는 것은 가슴뿐이라 전체적으로 헐렁헐렁하게 되버려 귀여운 점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옷이 된다. 체격에 맞는 아우터를 골랐는데 쟈크가 닫히지 않는 것은 나같은 사람에겐 종종 있는 일이다.


속옷도 그렇다. 란제리숍에서 이쁜걸 골라도 G컵 사이즈는 없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설령 재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때 점원이 골라오는 것은 가게 앞에 디스플레이된 것과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이쁜 부분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브래지어다. 게다가 옷감이 많이 들어서 많이 팔지 않기 때문인지 가격은 2-3배가 넘는 경우가 많다.


브래지어는 보통 B컵을 기준으로 디자인하기 때문에 그걸로 F나 G컵을 만든다고 해도 전혀 귀엽지 않다고 사야카가 알려줬다.

사야카는 E컵이니까 똑같은 고민을 할런지는 모르지만 거기서 2단이나 올라가면 이상적인 브래지어를 찾는 것은 힘들어진다.

실제로 E컵에는 예쁜 브라가 많은 것을 나는 여러번 보았다.


그래서 보통 필요 이상으로 돈을 쓰지 않는 나지만 엄마한테 얘기해서 속옷에는 특별히 투자하는 편이다. 엄마도 가슴이 커서 똑같은 고민을 한적이 있는지 '너같은 크기면 와이어 있는 브라를 차지 않으면 30대에 가서는 축 처지니까'라면서 보통 평균적으로 한세트에 15만원 정도 하는 걸 사줬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내 방 서랍속에서는 전부 합쳐 150만원 정도의 속옷 세트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중품이니까 도둑맞는 건 싫다 이런 얘기가 아니다. 내가 입고 벗은 속옷을 팔아봐야 푼돈 밖에 안된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좀 전에 사야카랑 나눈 대화가 머리속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 유혹은 농담이지만 그렇게 애태우는 것도 불쌍해. 너는 별 생각 없겠지만 둘이서 한방에 G컵은 남자에게 자극이 강하다고


사야카가 말한 것처럼 쿄스케는 정말 내 가슴에 관심이 있는걸까?

확실히 시선은 느꼈지만 그런 의미인지는 모르고, 내가 과대망상하는 걸지도


그렇지만 사야카의 말이 맞다면


나는 사야카와의 통화, 그리고 끊고나서 생각을 정리하느라 쿄스케를 15분 정도 방에 혼자 두었다.


뭔 소리냐면 혹시 쿄스케가 내 가슴에 흥미가 있다면 그걸 감싸고 있는 속옷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소리


쿄스케하고는 이래 저래 17년간 알고 지낸 사이다.

함께 지내다보니 사고로 가슴이 쿄스케에게 닿은 적도 있었다. 


엄마가 노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러 쿄스케의 방에서 보이는 베란다에 속옷을 널어놓은 적도 있고(물론 도중에 알아채서 말리긴 했지만) 쿄스케가 내 가슴에 관심을 가질만한 일은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중학교때 엄마가 쿄스케에게 가슴 사이즈를 알려준 것 때문에 일주일간 말을 안한 적도 있고, 엄마가 쿄스케를 맘에 들어하는 것 때문에 아마도 내 가슴 사이즈는 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으니 관심을 가질 법도 있지않나 싶기도 하고


수험공부가 막힌 상태에서 쿄스케도 공부 생각은 하기 싫지 않을까

책상 위의 참고서 말고 다른 것에 관심을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선을 돌렸더니 거기에는 내가 속옷을 넣어 둔 서랍장이 있고...


건강한 남자아이면 서랍장 안쪽을 훔쳐보지 않을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사야카에게 오염된 것도 있지만 세간에서 말하는 일반적은 남자애들은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성인군자가 아닌, 오히려 숨겨진 변태인 쿄스케가 내 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확인해보는건 간단하다.


소리를 죽여 계단을 오르고 방문 앞에 이르러 곧바로 방문을 열어보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무슨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나 싶다.

그렇지만 사야카와 말하고 나니 쿄스케가 정말 내 몸에 관심이 있나 불안해진다.


그래서 조용히 문을 열어본다고 해도 그 행위 자체에 문제가 있는건 아니다. 내 의도는 쿄스케가 알수 없다. 쿄스케가 뭔가 하려는 의도는 나에게 들킬지 모르지만 그건 내가 바라는 것


(얼른 열어보자)


뜸들이는 것도 바보같아져서 나는 방문 손잡이를 바로 돌려서 열었다.


혹시 쿄스케가 내 속옷으로 야한 짓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ok다.

조금 어색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중학교때 내 가슴에 닿았던 일을 일주일 만에 용서했듯이 이번에도 '뭐하는거야!'라고 내가 소리지르고 방에서 쿄스케를 쫒아낸 다음 적절히 때를 기다려서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사과하고 지금처럼 돌아가면 된다. 

그런 일들이 이후로도 쭈욱 이어질거라 믿고 있다.


게다가 그때 나는 아무리 쿄스케가 숨겨진 변태라 하더라도 설마 그런 일을 하겠거니 하고 방심했던 것이다.


(어?)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브라를 꺼내서 감상하고 있는 쿄스케를 보고 동요했던 것이다.


투명한 블루의 브라는 틀림없이 내 꺼. 그것보다 내 방의 내 서랍장에서 꺼낸 거니까 내꺼 맞다.


문제는 쿄스케가 브라의 사이즈 태그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애라면 알겠지만 거기에는 가슴 크기를 나타내는 숫자와 컵의 크기를 나타내는 알파벳이 써있다.


70G


그것이 내 브라의 사이즈

사실 65H가 딱맞는 경우가 있지만 뭔가 꺼려져서 컵사이즈도 똑같은 G를 사고 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극비

그 수치를 쿄스케가 알아버렸다.


'쿄... 쿄스케 뭘하고 있는거야?'


쟁반 위의 컵을 딸깍 딸깍 자신도 우스울 정도로 흔들거리며 나는 진지하게 브라를 들여다보는 쿄스케에게 물었다.


솔직히 심장이 파열할거 같다.

그런 일도 있으려니 했지만 설마 쿄스케가 내 브라를 훔쳐보다니


좀전까지 나는 '무슨 바보같은 짓을 하는거야'라고 흘릴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실제 그런 장면을 맞닥뜨리면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왜냐면 그것은 17년간 함께 지낸 남자애가 내 가슴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니까

얼굴을 마주 보며 '가슴 좀 주물러줘' 이렇게 얘기하는 것보다 뻔뻔하다. 부주의하게 욕실의 문을 열었을 때보다 할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보다 쿄스케가 내 브라를 봤어. 얼굴은 홍조를 띠고 냉정하게 있을 수가 없다. 솔직히 무슨 말을 듣는다해도 쿄스케에게 화내는 모습 밖에 생각이 안난다.


쿄스케라면 적당히 농담을 해서 넘어갈 지도 몰라.

물건을 찾다가 우연히 열어봤다 그렇게 속보이는 거짓말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소꿉친구의, 좋아하는 남사친이 내 브라를 뚫어지게 보아서 머리가 정전이 된거 같은데 어떻게 책임질거야?


그거 봐서 닳는 것도 아니잖아?

성적이 그렇게 좋은데 영양이 가슴으로도 간거야?


보통 바보같은 소릴 하는 쿄스케니까 잔뜩 마음 먹고 뭐라 말할지 기다리는데


'미안, 마가 꼈어. 호기심이 생겨서...'


너무나도 엇박자로 쿄스케가 사과를 했다.

아니, 상황봐서 사과하는게 맞긴 하지만 너무나도 빠르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니까 의도치않게 나는 맥이 빠져 버렸다.


어차피 적당히 바보같은 사과를 하고 내가 화를 내는 전개만 생각했는데... 마가 끼었다고? 너 정말 내 가슴에 흥미가 있는 거야?


'쿄... 쿄스케는 내 가슴에 관심 있어?'


물어보면서도 바보같다 생각했다.

흥미가 없는데 속옷을 찾아본다거나... 그런거 물어보면 남자의 자존심에 상처잖아.


그렇지만 나는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쿄스케가 정말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것인지 사실은 불안했으니까


잠깐의 침묵

당연해. 17년간 함께 지낸 소꿉친구에게 그런걸 바로 말할수는 없지.


그렇지만 나는 일부러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지만 내뱉은 말은 거둬들일수 없다.

쿄스케가 소꿉친구인 내 가슴에 흥미가 있는지 없는지 대답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가 물어보고서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금에 와서 그런거 관심없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답이 안나온다.


나를 좋아해?


그것과


내 가슴에 흥미 있어?


이것 둘 중에 도대체 어떤 쪽이 더 날카로운 질문일까?


일반적으로 후자에 yes라고 한다면 전자도 yes라는 걸 포함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거니와 그 이전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있어. 중학교때부터 쭉~'


예상보다 한박자 더 치고나가는 대답에 나는 순간 정신이 멍해진다.


-중학교때부터 쭉~


그말인 즉슨, 중학교때부터 나를 여자로 봤다는 것


그것이 '성적인' 의미인지는 애매하지만 적어도 1mm도 좋아하지 않는 상대의 가슴에 흥미를 가지진 않겠지


그런 의미에서 맥락이 아주 없는건 아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벅차게 뛰고있다.


'..그래... 그랬던거구나'


나는 자기자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부로 태연히 중얼거렸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고나니 그렇게 걱정이었던 '쿄스케는 내 가슴에 관심이 없을지도...'하는 불안이 기우였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과 동시에 적어도 2년 동안 쿄스케는 나를 여자로 봤다는 것에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


여기서 가슴 만지게 해줘 그러면 어떻게 하지?


그것은 엄청 변태짓에다 그럴리 없으리란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쿄스케는 뜬금없이 바보짓을 해대니까 여기서 그렇게 강하게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되지?

쿄스케가 덮쳐온다면 나는 아마도 거부하지 않을거다.

무슨 바보같은 소리냐고 입으로는 말을 해도 동갑의 소꿉친구에게 브라를 벗겨져도 가만 있을거다.


싫다고는 안했어

오히려 쿄스케 이외의 남자에게 만져지는 일은 상상도 하기 싫다.


그렇지만 나에게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고교 2년생의 남자애가 여사친의 방에서 그녀의 가슴을 만지는 걸로 끝날까?


보통 절대로 그 이상으로 가겠지?


그렇게 될 때에 분명 마음의 정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피임구도 없고 쿄스케도 가지고 있을리가 없다.

무엇보다 지금 현재 아래층에는 엄마가 있고 혹시나 들키면 나중에 무슨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라 치사토~

지금 이 장소에서 그걸 뒤로 미룰수 있는 방법

나중에는 물릴 수 없는, 사춘기의 소꿉친구를 납득시킬 방법


'... 알았어. 이 다음 모의시험에서 쿄스케가 D판정을 받으면 만져도 좋아'


말하고 나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모시 성적에 따라 소꿉친구의 가슴 만지게 해줄게?

임기응변으로 지금 이 순간 사야카가 좋아할 만한 대답이다.

그렇지만 일단 뱉고 나니 그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지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성적을 조건으로 가슴을 만지게 해준다.

즉 장래에 해줄 것을 전제로 지금 할 것을 뒤로 미룬다. 나는 그 동안 마음의 각오를 다진다.


그리하여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쿄스케의 성적 부진이라는 당면한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을 높인다.


소꿉친구를 가슴으로 낚는다.

이 무슨 한심한 짓인가 싶지만서도 생각할수록 쿄스케에게는 이 보다 더 좋은 솔루션이 없다.


소꿉친구의 가슴을 만지는 것으로 수험공부를 열심히 하는 고2 남자

소꿉친구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가슴을 내거는 것 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고2 여자


그나마 다행인건 내 자신 쿄스케에게 가슴을 만지게 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는 것

어떻게 봐도 유치찬란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쿄스케의 성적이 오른다면 나는 개의치 않는다.


열심히 해도 오르지 않는 쿄스케의 성적이 단순히 가슴을 목표로 해서 오른다는 점이 석연치 않지만 여기는 사야카가 말하는 '슴가에 대한 남고생의 열정'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 있어야 너도 열심히 할거 아냐. 내가 줄수 있는게 별로 없지만 가슴 만지는 거 정도로 괜찮다면 만져도 좋아'


가슴 만지는 거 정도... 쿄스케 말고 다른 애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에게 만져도 좋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다른 사람 아닌 쿄스케라면 나는 아마도 순순히 내줄 것이다.

내준다는 말도 좀 그렇긴 하지만 아마도 한번 두번 만지게 해줘도 될듯하다.


그렇다고 해도


'미리 말해두지만 옷입고 만지는거야. 매만지는건 단 1회, 그 이상 하면 철권을 날릴거니까!'


새삼스레 한계를 정해두지 않으면 쿄스케가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아무리 쿄스케가 바보라고 해도 그대로 끝까지 갈 확률이 아예 없는건 아니다.

그렇게되면 우리는 결혼도 하기 전에 선을 넘은 것이 된다.


'... 이런거 너한테만 허락하는 거니까. 내가 이런말까지 꺼냈으니 다음 모시에서는 꼭 D판정 받아와!'


이렇게 말해도 D판정을 받으면 어쩌나 이런건 아니다. 

빙빙 돌려 말하는 이 화법을 쿄스케가 어디까지 알아들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선을 넘는 일이 생길 경우 사야카에게 어떻게 대처할지 정도는 들어둬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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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70은 ㅋㅈ이지

텍스트 존나 기네


농농절 선물이다 엔부이들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