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눈떠보니 같은 침대 안

"셔,셜리 이,이,일어나"

"잘 잤어, 셜리?"

늘 그렇듯이 부스스한 상태로 눈을 뜨자, 제 4세대 AI서번트 미아와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미소년이 보인다

사이버펑크한 디자인의 호텔 내부에서, 부드러운 호텔 이불의 감촉이 느껴진다

"응, 잘 잤.."

...

"늘 그렇듯이는 무슨 늘 그렇듯이야?! 뭐야, 여기 어디야?"

"셔...셜리 이상 행동 감지. 미아 사사사상황 파악에 실패했어"

"셜리? 갑자기 왜 그래?"

내 목에서 나오는, 가져란 소녀의 목소리

등을 통해 느껴지는, 어두운 색의 금발

오른팔을 보자 보이는 건 붉은색과 하얀색으로 디자인된, 인간과 다름없어 보이는 사이보그 팔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보이는 건, 봉긋히 솟은 슴부, 를 포함해 대부분이 기계로 대체된 사이보그 몸통

"이 미친"

좇됐, 아니 봊됐다



#2.어째서 나에게 이런일이


난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한 20대 남자였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 게임, 타워 오브 판타지

그건 내 유일한 취미였다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네메시스, 본명 셜리는

상냥한 성격과 압도적인 정실력 덕에 "정실"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의 최애 자리를 도맡았다

나 역시 그녀의 골수팬 중 하나였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골수팬인거와 그녀 자체가 되는건 조금 다른 문제다

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거야...


☆오늘부로 네메시스 지지를 철회한다[56]

작성자:장발장붕쿤

오늘부로 지지관계에서 벗어나

네메시스와 나는 한몸으로 일체가된다

네메시스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에이 설마



#3.공무원식 일처리


내 몸은 기본적으로 F-엔젤의 기술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기술을 가진 아이다의 후계자 쪽이라면, 뭔가 알지도 모르겠다

[프리그:F-엔젤의 인격 데이터는 피상적인 데이터는 변할 수 있어도 기본 알고리즘은 불변으로 설정되어 있다. 갑자기 기억도 날아가고 다른 사람처럼 변해? 말이 되는 소리를]

[이지스:전투 경험까지 날아갔단 거지? 지난번의 설욕을 갚을 기회같은데 언제 한번 붙자고]

[시아:음... 시아는 잘 모르겠어!]

[발키리:아무리 봐도 우리쪽에선 문제가 생길 여지 자체가 없어. 너네 헬가드놈들이 레플리카 데이터 따다 뭐 잘못 건드린거 아니야?]

...저놈들에게 뭘 기대한거냐 난. 역시 믿을 건 헬가드밖에...

"익스큐서너씨가 뭘 궁금해하는지는 잘 알겠어요. 하지만 치라라의 사랑의 힘 때문에 레플리카 시스템은..."

"아하하...어쨌든, 그럼 레플리카 시스템은 셜리의 정신에 영향을 끼칠 일이 없는 거야?"

"네, 셜리리씨는 레플리카 시스템에 관측됐을 뿐이니까, 그것만으론 뭔가가 바뀌지 않아요"

아오 싯팔 진짜


#4.방법...?


풀썩-

숙소인 경화당에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했다

오늘 너무 돌아다녀서 피곤하다

이정도로 지칠 리 없는 초인이지만 피곤한 기분이니 피곤한거다

"짜증나 진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F엔젤들은 헬가드 때문이라 하고, 브리비는 아무튼 아니라고만 하고!"

"셜리... 너무 상심하지 마.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

"...그래, 미안해. 네 잘못도 아닌데 괜히 너한테 화냈네... 그리고, 바쁠텐데 오늘 하루종일 나를 도와주겠다고 돌아다니고..."

"그리고, 성과가 아얘 없었던 거도 아니잖아?"

...

개척자의 손에 들려 있는건, [네메시스 레플리카 데이터 코어]

내가 이렇게 되기 한참 전, 셜리의 인격을 복제해 둔 파일이다

원래는 레플리카 시스템으로 전투용으로 쓰이는 물건이지만, 저걸 백업 삼는다면, 셜리의 기억과 감정과 성격을 가질 수 있을거다

하지만, 그건...

그건 [나]가 맞는거야?


#5.네 전부인 나

개척자

플레이어의 분신, 타워 오브 판타지의 주인공

이녀석의 입장에서 그동안의 스토리를 진행해온만큼, 이 녀석이 셜리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셜리와 엮어서 납치된 나를 구하겠디고 뛰어다니고, 실종된 내, 아니, 셜리 오빠를 찾겠다고 차원을 넘어 괴수들과 싸우는 그런 녀석이니까

그 정도로, 개척자에게 "나"는 중요한 존재다

그러니까, 이게 맞는 선택이다

 툭-

어?, 어라?

"셜리?"

손 위에 떨어진 물방울, 그게 눈물이란걸 채 깨닫기도 전에, 하염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미,미안 내가 왜 이러지... 쓰,쓸 거니까, 괜찮아..."

"셜리."

단호한 목소리, 하지만... 안심되는 그런 목소리

"나 때문에 쓰는거라면, 안 써도 돼."

부드럽고 포근하게, 개척자의 양 팔이 나를 감쌌다

"너가 어떻든 나에게 넌 셜리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건 변한 적 없어. 앞으로도 변할 일 없고"

마지, 부드럽게 한 손가락으로 미는 것 같은 말이였지만

-댐을 터트리기엔, 너누나도 충분했다

억누르고 있던 울음이, 폭포수 터지듯이 터져나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앙!!"

"울고 싶은만큼 울어도 돼. 쏟아내고 싶은만큼 쏟아내줘. 셜리, 네가 어떤 모습이든, 어떤 인격이든, 난 네 편이야"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 없다

멈추지 않을 거다

그냥, 지금은 이 품 속에 안겨 전부 쏟아내고 싶다

.

.

.

...고마워, 개척자


#6.따뜻한 너의 손

지금 상황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사람은 분명 셜리다

최대한 셜리를 위로해주는게 내 일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아까 했던 말이 위로를 위한 거짓말은 아니다

얼떨결에 전부 말해버리긴 했디만 전부 마음속에 간직해오던, 진심이니까

이런 틈을 타서 말해버리는건 조금 비겁했을지도...

...

셜리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게 느껴진다

울다가 지쳐 잠든 걸까..?

오늘은 셜리도 피곤할 거니, 일단 제대로 재우는 게 좋을 거 같다

나는 셜리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그동안 나는,

툭-

셜리의 손이, 내 소매의 끝을 붙잡았다...

"손... 잡아줘..."

하하...

비겁한 건 피차일반인 거 같네, 셜리

그야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거절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뭐, 가끔은 이런것도 나쁘지 않겠지

다시 셜리의 옆자리에 누워, 그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사고로 사이보그로 개조된 후로부터, 셜리에게서 체온을 느낀 적은 없었지만

"에헤헤..."

이번만큼은 어째서인지 붙잡은 그 손이

"따뜻하다..."

따뜻했다


#7.MIA 활동 보고서

나,나,나는 미,미아라고 해

제 4세대 에,ㅇ,AI 서번트야

몇 주 전에, 셜리가 사고를 다다당하고 기분이 안 좋은거로 판단돼

그래서 내가 셔,셜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

리리리린씨가 바쁘신데도 도와주셔서 서,선물을 고를 수 있었어

이걸 가,가져가면 기,기뻐하겠지?

위잉-

"셔셔셜리, 선물을 준비했어-!"

"미아야 잠ㄲ-"

"우왓-"

..?

개개척자와 셜리가 같이 침대에서 뛰쳐 나오려다 넘어졌어

"분석 프로그램 가동... 둘이 하고 있던 행위로 추,추정되는 것은 ㅅ-"

"미아야 거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