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갖고 싶다.

그녀는 자주 그 말을 입에 올렸다.

나에게 들으라는 듯이.

나는 그럴 때마다 애써 웃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안전한 장소를 찾는다면.

그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그러면 그녀는 웃었다.

자기도 알고 있다고.

이런 위태위태한 상황에 아이를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다고.

안전한 곳에서 아이와 나와 조용히 살고 싶다고.

꿈을 품은 소녀처럼 그녀는 눈을 빛내며 언젠가 이루어질 꿈의 모습을 하나하나 말해왔다.

기대되지 않느냐고.

내 손에 포개져오는 그녀의 손을 맞잡으면서 나는 웃었다.

웃었다고 생각한다.

 

“후~우, 잘 놀다 간다.”

 

방을 나온 남자를 성심성의를 다해 모신다.

땀을 닦을 수 있는 수건과 목을 축일 수 있는 물을 건네 드린다.

동시에 남자의 표정을 살핀다.

만족하고 있는지 어디 불편한 곳은 없었는지.

다행이도 이번 손님은 꽤나 만족한 모양이다.

음욕을 해결한 후의 개운하게 일그러진 추잡한 미소.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손길에 망설임이 없다.

 

“설마 이런 곳에서 여자를 안을 수 있을 줄이야. 컬컬컬! 오래간만에 몸보신 했네.”

“……금액 확인했습니다.”

“댁 취미도 좋네. 자기 여자를 다른 남자한테 다리 벌리면서 아양 떨게 만들다니, 응?”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컥컬컬컬! 덕분에 자~알 놀다 가~.”

 

남자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걸 확인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냄새.

방금 전까지 이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오는 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다.

2시간 동안 젊은 남녀가 거사를 치룬 흔적을 피해 조심조심 발을 옮겨 창문을 연다.

확 들어오는 매캐한 공기.

상쾌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 방의 공기보다는 훨씬 나았다.

 

“…손님, 돌아갔어?”

“돌아갔어. 너는 조금 더 누워있어. 피곤하잖아.”

“괜찮아.”

 

부스스 몸을 일으킨 그녀는 나를 보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그러다 자기가 지금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는지 이불을 끌어와 몸을 덮었다.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듯.

난처해하는 얼굴로 자기 목에 손을 가져가 문지르기 시작했다.

방금 전 손님이 남기고 간 붉은 흔적을 가리려는 듯이.

 

“…뒷정리는 내가 해놓을게. 씻고 와. 찝찝하잖아?”

“내가 할 게. 당신은,”

“괜찮아.”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추자 바로 앞에 놓이는 그녀의 얼굴.

땀에 젖어 그녀의 얼굴에 붙어있던 머리카락들을 쓸어냈다.

다시 훤하게 드러나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버렸다.

…웃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녀가 우는 걸 보고 싶던 게 아니었는데.

 

방 정리도 끝났고 그녀도 씻고 준비를 마쳤다.

몸에 착 달라붙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옷.

아니 옷이라기보다는 천 조각에 가깝다.

음부를 겨우 가릴 수 있지만 오히려 가릴수록 부각시키는 그런 차림으로 그녀는 방을 나섰다.

 

“그럼, 다녀올게.”

 

다음 손님을 데리러.

나는 멀어지는 그녀에게 다녀오라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손을 흔드는 것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애써 웃으려는 게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했을까?

 

조금 기다리면 그녀가 손님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몸 쓰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게 한 눈에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

근육질 팔로 그녀를 옆구리에 끼운 채 그는 살벌한 눈매로 희번뜩 나를 노려봐왔다.

 

“뭐야 이 팔 병신은? 손님이 왔는데 인사도 안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산은 후불입니다. 좋은 시간 되십쇼.”

 

이제 입에 붙어버린 말을 녹음기를 재생한 것 마냥 읊는다.

깍듯한 90도 인사.

거기에 그녀의 재촉 덕분에 남자는 나를 향해 오던 거친 분위기를 거두어들였다.

하지만 나를 같잖게 여기고 있음을 숨길 생각이 없는지 대놓고 콧방귀를 뀌어 왔다.

 

“등신 같은 세끼.”

“…….”

“오, 오빠! 빨리 들어가자! 응?”

“씨발, 기분만 잡쳤네. 퉷!”

 

내 눈앞에 철퍽! 하고 뱉어진 남자의 침.

다행이 머리에 맞지 않았다.

다행이.

그러니 입술을 잘근 깨물지 않아도 돼.

주먹을 움켜쥘 필요도 없어.

웃어라.

정중하게 손님을 모셔라.

나는 웃었다.

웃었다고 생각한다.

 

방에 들어간 그녀와 남자는 곧바로 시작한 모양이다.

들려오는 그녀의 거친 숨소리.

남자를 기쁘게 하기 위한 그녀의 음란한 말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장애인 세끼가 있고 지랄이야? 기분 좋게 한 발 빼러왔는데.”

“기분 풀어 오빠. 내가 기분 좋게 해줄 게. 응?”

“씨발. 이빨 세우면 네년도 뒤진다.”

 

욕지거리.

애걸하는 소리.

여자의 간드러지는 신음소리.

남자의 달아오른 숨소리.

귀를 막고 싶다.

 

“오빠! 하아, 오빠! 좋아? 내 구멍 좋아?”

“우긋! 껌젖년이 싼값에 해준다고 기대 안했는데, 씨발! 졸라 명기였네! 어!”

“아흣! 오빠! 하앙!”

 

살과 살이 부딪힐 때마다 방안 가득 물소리로 채워진다.

귀를 막았어도 들려왔을 정도로 거친 소리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양을 떠는, 남자를 기분 좋게 하려는 그녀의 알랑방귀가.

 

“허리 좀 더 흔들어봐. 쉬지 말고.”

“오빠꺼, 하아, 너무 커서, 힘들어!”

“좆나 크지? 나한테 보지 속 다 뒤집어져서 내가 아니면 만족 못하게 된 여자가 수두룩하다고.”

“하아! 하아! 좋아! 기분 좋아!”

“정신없이 허리 흔드는 꼴 봐라! 자지에 굶주린 년!”

“아앙! 엉덩이 때리면, 하앙!”

“때리면 뭐? 때리니까 더 쪼여주는구만! 마조년이 따로 없네!”

“아흣! 안 돼! 아파! 앙!”

 

타들어가 녹아내려버린 가슴 속이 징징 울려댄다.

머리까지 아파왔다.

이런 때조차 사타구니에 힘이 들어가는 내가 좆같다.

하반신에 몰리는 열기와는 반대로 머리는 차갑게 식어간다.

차라리 머리까지 뜨겁게 달아올라버렸다면 좋았을 것을.

차가운 얼음이 깨지듯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것들이 파장창! 소리를 내며 깨져나가고 있다.

그 파편이 사방팔방으로 흩뿌려지며 안을 헤집고 있는 것만 같다.

지금 내 머리뚜껑을 열면 곤죽이 되어버린 분홍빛 슬러시가 들어있지 않을까?

이런 잡생각이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떨쳐낼 수가 없다.

 

“아앙! 죽을 것 같아! 하아! 보지 찢어져! 오빠!”

“죽어 씨발! 섹스로 죽여줄게! 어! 흣!”

“햐앙! 앙! 싫어! 죽어 오빠!”

“…….”

 

길었다.

2시간이 너무도.

남자가 방을 나오는 소리를 듣고서야 겨우 고개를 들 수 있었다.

 

“휘~! 오래간만에 개쩌는 년을 안았네.”

 

수건과 물을 건네주려는데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남자는 나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건 무슨 감정일까?

우월감? 정복감? 동정?

남자는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말없이 지갑에 들어있던 돈을 대충 바닥에 뿌려버리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울컥하고 감정이 치밀어 올랐지만 바닥에 놓인 돈의 양을 보고는 오히려 식겁하고 말았다.

 

“손님!”

 

서둘러 거스름돈을 드리기 위해 쫓아나갔지만 남자는 벌써 사라진 뒤였다.

 

“…….”

 

어쩔 수 없다.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들어서마자 밀려오는 지독한 비린내와 담배냄새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괜찮아?”

“……응.”

 

괜찮을 리가 없다는 걸 그녀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바닥에 축 늘어진 채로 겨우 숨만 가쁘게 내쉬고 있는 상태에서도 그녀는 대답하려 애썼다.

웃어 보이려 했던 것 같다.

떨리는 그녀의 입 꼬리.

그건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말이 나오질 않았다.

무슨 말을 건네야 좋을지 모르겠다.

힘냈다고, 고생했다고 말해야 좋을까?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좋을까?

나는 그녀에게 뭐라고 말을 건네야 좋을까?

모르겠다.

모르겠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무슨 말을 듣고 싶냐고 묻듯이 떨리는 그녀의 손을 꼭 움켜잡았다.

 

“…에헤헤. 손, 따듯해….”

 

그저 손을 잡아준 것뿐인데 기뻐해주는 거야?

울 것 같았으면서, 웃을 수 있는 거야?

눈가를 적시고 있는 굵은 눈물방울 뒤로 베시시 웃는 그녀의 미소를 나는 똑바로 마주할 수 없었다.

그녀가 웃어주고 있는데 내가 눈물을 흘릴 수는 없잖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는 울 자격조차 없단 말이야.

그녀의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데, 그녀의 손을 잡아주느라 남은 손이 없다.

불평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럴 때는 팔이 하나 뿐인 게 원통하게 느껴져 버린다.

양 손이 다 있었다면 그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었을 텐데.

아니,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도록 했을 텐데.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 했을 텐데.

의미 없는 가정에 마음만 더 착잡해졌다.

 

“미안해.”

“아니야. 오히려 내가 미안해해야 하는데…, 나 때문인데…, 당신이 사과하지 말아줘. 부탁이야….”

“…….”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도 그런 내 손을 힘을 주어 맞잡아주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강하게.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돈, 꽤나 모였네.”

“응. 꽤나 모였어.”

 

산소랑 식량, 물 같은 필수품을 사는 것조차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

목표한 금액까지 앞으로 조금 남았다.

이 돈만 있으면 드디어 시민권을 살 수 있다.

시민권만 있으면 우리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꿈에 그리던 안전하고 평온한 생활을 얻을 수 있다.

그 사실에 나도 그녀도 웃었다.

둘이서 이렇게 진심으로 기뻐한 적이 얼마만이던가.

우리는 서로를 얼싸안고 웃었다.

눈가가 뜨거워지기는 했지만 이번만큼은 웃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서로 조금만 더 힘내자.

그녀는 말했다.

서로 조금만 더 힘내자.

나는 그 말을 되뇌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 우리를 움직였다.

언제까지고 이어질지 암담하기만 하던 불행이 이제 곧 끝난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우리는 더 참을 수 있었다.

 

“다녀올게.”

“…다녀, 와.”

 

손님을 맞이하러 가는 그녀에게 다녀오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이런 걸로 여유를 자각하는 게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서.

여유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훨씬 가벼웠다.

그녀가 그렇게 원하던 아이를, 이제는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사치스러운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장애인 세끼가 뭘 히죽대고 있어? 재수 없게.”

 

벌이라는 걸까?

꼴에 미래를 기대한다는 사치를 부린 벌.

 

손님으로 찾아왔었던 건장한 체격의 남자였다.

댓이 넘는 다른 남자들을 대동하고서는 방에 있던 나와 그녀를 습격해왔다.

 

“뭐, 뭐야 씨발?! 네들은 뭔데?!”

“눈치 밥 말아 먹었냐? 빨리 꺼져.”

“히익?!”

 

그녀를 안고 있던 손님은 남자를 보자마자 옷도 제대로 못 챙기고 도망쳐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남자의 부하들은 낄낄 거렸다.

 

“당신들 뭐야!”

“뭐긴 뭐야 손님이지. 창녀가 손님도 가려 받나?”

“이, 이거 놔!”

“아 사람 귀찮게 하지 마라. 단골이 서비스 좀 받겠다잖아. 여기 서비스가 아주 형편없네? 어?”

“아파! 아!”

“그만둬!”

 

그녀를 억지로 끌고 가려는 남자의 앞을 막아섰다.

호신용으로 두고 있던 과도를 들고서.

그 끝을 남자에게 겨누었다.

 

“그녀를 놔줘!”

 

전력으로 소리쳤다.

당장에라도 찌를 수 있다는 기세를 보여주려고.

하지만 남자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다른 남자들도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진짜 찌를 거야! 찌를 수 있어!”

“손님을 찌르겠다고? 어처구니가 없네.”

“그녀를 놔줘!”

“어떻게 할까요? 형님.”

“정중히 모셔드려라.”

 

그 말이 나오기 무섭게 뒤통수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실이 끊기듯이 몸이 무너져 내렸다.

일절 저항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 머리를 찌었지만 찌었다는 느낌만 있을 뿐 아프지 않았다.

아픔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남아있지 않았던 탓일까.

거기다 이명이 시끄럽게 머리를 울려댔다.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시야도 흐릿해서 뭐가 뭔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무겁다.

내 의식조차 너무나 무거워서 당장에라도 끊어져 나갈 것 같았다.

 

“질리면 돌려줄 테니까 네 여자 좀 빌려갈게~.”

“안 돼! 여보! 제발! 여보오!!”

“…….”

 

-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그녀를 찾아 뛰쳐나갔다.

사방팔방 이 잡듯 들쑤시고 다니면서 그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 남자들은 어디에 있는지 탐문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 누구에게서도 그 남자와 그녀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귀찮게 하지 말라는 몰매만이 돌아왔다.

흔한 일이 아니냐고.

여자 간수도 못한 네놈이 멍청한 거라고.

비웃음만 돌아왔다.

아무런 소득도 뭣도 없이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남자들이 남기고 간 흔적만이 적나라하게 남은 공간에서 나는 울었다.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목이 쉬어라 울고 또 울었다.

그녀를 잃었다는 상실감.

지키지 못했다는 무력감.

모든 감정들이 가슴을 불태워왔다.

 

며칠이 지났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지?

 

뒤통수를 물들이고 있던 피가 딱지가 되어 굳어버릴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지금 눈을 뜨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잠들어 있는 건지도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떴다 감았다 떴다.

방구석에 앉아 무력하게 그러고 있기를 대체 얼마나?

 

빌려간다고 했었으니까.

 

혹시라도 그녀가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돌아올 수 있도록 이곳에서 계속.

문이 열리고 그녀의 다녀왔다는 말을 들려올 거라고.

나는 기다렸다.

기다릴 것이다.

언제까지고 계속.

그녀를 나는-

 

“여, 보…….”

 

내 귀를 의심했다.

내 눈을 의심했다.

열리는 문, 들어오는 햇빛.

그리고 익숙한 그림자.

그녀였다.

그녀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

초췌해진 모습으로, 지독한 몰골로,

 

“나, 다녀, 왔어……. 여기, 돈, 엄청, 받았다…….”

 

질척질척하게 젖은 돈다발.

그걸 나에게 내밀며 그녀는 베시시 웃어보였다.

 

“이거, 면…, 이제…,”

 

나는 단걸음에 뛰어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뭐라고 내 입에서 말 같은 게 나오는 것 같지만 스스로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짐승의 울부짖음이나 다름없는 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아, 퍼……. 그래, 도…, 따듯, 해…….”

 

열흘 남짓.

그녀가 남자들에게 끌려가고 흐른 시간이다.

그동안 그녀의 몸은 남자들에게 좋을 대로 사용되었다.

안도 밖도.

몸도 마음도.

범해지고 유린당한 그녀의 몸은 성한 곳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이 그녀에게 질리지 않았다면 이렇게 돌아오지도 못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있다.

비굴, 비참, 집어치워.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내 곁으로 돌아와 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거 아니냐고.

그거면 됐지 뭘 더 바라냐고.

 

“우리, 행복해지자…. 반드시 행복해져서, 행복해져서……!”

“응, 행복, 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