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가 쓴 우주명작으로, 이번에 리뷰할 건 그 소설을 토대로 한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3차창작 영화임. 


감독은 톰 후퍼인데, 이 아저씨는 여러 뮤지컬을 영화화시킨 이력이 있어. 가장 최근에 이 아저씨가 만든 작품은



장끼야아아아아아아악!!!!!!!!!!!!!!!!!


선생님

실사판 퍼리라뇨

선생님의 변태 성욕에 전 관심이 없습니다


아무튼 이런 씹창을 냈지만 여전히 "레미제라블을 만든" 톰 후퍼는 대대대감독이 맞기 때문에 더 알아보진 말자고. 


이 리뷰는 모두가 줄거리를 알 것이라 가정하고 캐릭터에 집중할 것임을 미리 알림.


이 소설의 공식적인 주인공은 장 발장이지만, 사실 나는 이 영화가 더블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이라고 봐. 

장 발장과 자베르. 이 둘의 관계는 참 오묘해. 단순히 추격하는 자와 추격당하는 자로 보기에는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이 너무 많거든. 


장 발장이 가석방을 깨고 8년만에, 미리엘 주교가 준 은촛대를 기반으로 하여 사업을 벌이고 도시의 시장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자베르는 여전히 장 발장을 쫓아. 그러던 중 딱 그 나잇대에 힘까지 센 중년 남성, 마들렌 시장을 발견하지. 바로 장 발장이야. 자베르는 즉시 그를 의심하여 그를 도망친 가석방 죄수로 고발하지만 다른 사람이 장 발장이라고 잡혀들어오자 곧바로 자신이 무고죄를 저질렀다고 장 발장에게 알리고 스스로를 고발하겠다고 알려. 그걸 들은 장 발장은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자신으로 몰려 무고하게 벌을 받는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 자신이 죄수번호 24601이라고 자백해.


여기서부터 알 수 있는건, 자베르는 절대로 악역이 아니라는거야. 그가 따르는 법이 옳지 않을지라도, 최소한 자베르는 정의로운 인간인거지. 다만, 자베르는 신념에 묶이고 눈이 가려져 융통성을 잃었을 뿐. 그리고 장 발장은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입는 것을 무시하지 못하는 명백한 선인이고. 성향을 따지자면, 자베르는 질서 중립이고, 장 발장은 중립 선으로 생각할 수 있으려나.


장 발장은 원래 선하지 않았어. 정확히는, 원래는 선량한 빈곤층이었지만 그는 빵을 훔치고 19년동안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세상에 대한 증오를 키우고 한번 도둑은 영원히 도둑이라는 자베르의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며 살아. 


자베르의 말은 사실 맞았어. 장 발장은 은 촛대를 훔치니까. 단, 자베르가 간과한 건 인간의 정과 베풂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거야. 미리엘 주교의 자비로 말미암아, 장 발장은 자신의 증오로 얼룩진 과거를 참회하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지. 


미리엘 주교의 자비가 장 발장을 바꾼 커다란 첫 사건이야. 두 번째 사건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루어져. 



자신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공장에서 쫓겨나 몸을 파는 지경까지 몰린 비운의 여성, 팡틴. 장 발장은 이 여자의 몰락에 큰 책임을 느끼고,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 자신이 팡틴의 딸을 키울 것임을 약속해. 팡틴은 죽고, 장 발장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찾아온 자베르로부터 도망쳐 팡틴이 딸에 있는 여관에 가 그녀의 딸, 코제트를 만나게 되지.


미리엘 주교의 자비로 세상을 증오하지 않는 법을 배운 장 발장은, 코제트와의 만남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 


장 발장과 자베르는 철저하게 서로가 서로의 안티테제로 놓인 인물이야. 

자베르는 인간을 신뢰하지 않고 법을 신뢰해. 법을 정의로 믿고 정이 없지. 

반대로 장 발장은 자신부터가 인정으로 말미암아 변한 인물이고, 자신이 겪은 변화를 모두가 겪을 수 있으리라 믿어 자베르에게 자비를 베풀어. 혁명군에게 잡혀있던 자베르를, 악연을 끊을 기회가 눈앞에 있음에도 그를 풀어준거야. 자신의 집주소까지 알려주면서. 


그 행동으로 인해 자베르의 세계관은 무너져. 법을 어긴 자가 선할 수 없다고 믿었던 그에겐, 너무나도 명백하게, 신의 자비 아래에서 빛의 세계로 나아간 장 발장의 존재 자체가 모순이야. 


신념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평생 신념에 갇혀 살아왔던 인물이, 신념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한 번 범죄자는 영원히 범죄자라는 그의 신념은 어린 시절의 일에서 비롯된거야. 자베르는 감옥에서 태어났고, 좀도둑인 부모를 두었어. 자베르는 악인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을 혐오했고, 먼 훗날, 경찰이 된 자베르는 다시 물건을 훔친 자신의 부모를 제 손으로 직접 체포하지. 


자베르가 이해가 안 가는게 아니야. 오히려 원작에서는 자베르에게도 공감할 무언가를 잔뜩 만들어놓거든. 충분히 저런 신념이 싹트기에 충분해. 


평생을 감옥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감옥은 세계고, 평생을 신념에 갇혀 살아온 자베르에게, 신념은 세계야. 세계가 무너지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그렇게 자베르는 강에 몸을 던지는걸 선택해. 


방황하던 장 발장은 자비를 얻어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았고, 평생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자베르는 자비를 얻어 방황하다 죽음을 택하지. 


빅토르 위고는 자베르를 악인으로 묘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로부터 무언가 교훈을 얻을 것을 제시하지 않아.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수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과 인정.


인정은 사람을 바꾸고 그것이 없는 자는 홀로 외롭다고. 장 발장의 옆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어. 미리엘 주교의 자비로 새 삶을 얻은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돕고 모두에게 칭송받지만 자베르는 항상 불쌍한 이들의 적이었지.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모두의 적이었던 자베르마저도 그렇기에 불쌍한 이들 중 하나였던거야. 

증오로부터 등을 돌리고 사랑해라. 

간단히 말해서, 싸우지 말고 섹스해!!


갈등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아. 이 소설, 그리고 영화 수많은 사람들의 관점을 번갈아 보여주며 그들 모두에게 공감대를 형성해. 테나르디에 빼고.


세상이 너무나도 살기 어렵다면, 옆에 소중한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고, 그 사람과 고난을 헤칠 수 있음을 믿자. 

세상이 너무나도 밉다면, 사람을 사랑하자. 


무언가를 사랑하자고. 일단은. 


그렇게 하면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이 한 50%는 더 밝아질거라고 믿는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