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버스 컴퍼니로 처음 접했고 찾아보니까 이게 영문학 GOAT라길래 찾아서 읽고 나서 받은 느낌 대충 두서없이 적어보려 함. 길어갖고 읽는 거 힘들었다


1. 이스마엘 <<< 아무것도 안함

초반에 "나 이스마엘이라 불러주셈" 한 다음에 퀴케그 만나서 피쿼드호 타려고 항구에 찾아가는 부분까진 확실히 주인공이구나 싶었는데, 피쿼드 출항하고 나니까 비중 그대로 공기 되어버려서 놀랐음. 


사실 이스마엘이 하는 게 없는 게 아니고 오히려 많기는 한데, 이 하는 일이라는 게 죄다 독자에게 고래 관련해서 설명하는 거라 가지고 이스마엘이 독백한다기보단 작가 멜빌이 자기가 아는 TMI 푸는 느낌이라 딱히 이스마엘 자체에 대해서는 뭔가 인상이 거의 남지가 않는 것 같았음. 고래학 파트는 읽으니까 진짜 포경선 승무원이 되려고 공부를 하는 느낌이었음. 재미고 자시고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2. 에이해브 = G.O.A.T.임

바다 나가기 전엔 그냥 선장실에 처박혀 있다가 이등 항해사 스텁보고 개새끼라고 욕하면서 등장하는데, 스텁이 "개새끼라고 하지 마라" 이러니까 에이해브가 "이 노새새끼 당나귀새끼 고양이새끼" 이따구로 욕하는게 본격적인 등장임.


일단 모비 딕 잡으려다가 다리 잘려서 복수를 하려는 복수귀 캐릭터는 맞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이 복수가 모비 딕 자체보다는 세상 자체에 대한 복수에 가까운 것 같음. 뭔가 나약한 한 명의 인간인 에이해브가 대자연과 맞서 싸워 승리할 수 있다는 걸 모비 딕을 사냥함으로서 증명해내겠다는 그런 인간찬가적인 게 느껴짐. 실패하긴 했지만. 그리고 포경선 선장인데 돈 같은 세속적인 무언가를 추구하질 않고 세상에서 분리된 채 오로지 자기의 꿈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의외로 굉장히 긍정적인 거 같은 인물이고, 솔직히 에이해브를 모비 딕의 진주인공이라고 봐도 될 거 같음.


물론 그거하고 별개로 뭔가 지나치게 목표지향적이고 그 중간에 있는 것들은 다 곁다리로 치부해버리는 그런 건 있음. 레이첼이었나 하는 포경선 선장이 자기 아들 좀 찾아달라고 애원하는데 모비 딕 얘기만 듣고 그냥 가버리거나, 스타벅이 "이거 미친 짓이다 돌아가자" 하니까 총구 겨누고 협박하거나, 육분의가 자기 안 도와준다고(?) 부숴버리고 폭풍우에게 "야 비 당장 그쳐 뚝" 하는 것처럼.


그리고 밧줄에 죽는다였었나 예언 따라 죽는것도 인상 깊었음. "그렇다면 에이해브는 불멸이군" 이런 식으로 말할 정도로 바다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그런 예언이었던걸로 아는데, 결국 이게 실현되는 거 보면 역시 에이해브도 하나의 인간이고 운명을 완전히 거스르진 못하는구나 싶었음. 처음에는 좀 허무한 최후가 아쉽긴 했는데 이게 위에서 말한 하찮은 인간 에이해브가 대자연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하고 겹치니까 너무 적절한 결말인 거 같음. 허무하지 않은 최후라면 "하찮은 인간 에이해브"가 아니게 되고, 모비 딕에 대한 복수귀일 뿐이었다면 "대자연과 맞서 싸우는 에이해브"가 아니게 되니까.


이런 거하고 별개로, 작살잡이들 피로다가 자기 작살을 제련하는 것하고 회상에서 단검 하나 가지고 모비딕과 싸우려 들었다는 거 개멋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이 모비딕이 아니긴 하지만, 에이해브만큼 인상깊은 캐릭터는 처음인 거 같음.


3. 스텁이 제일 호감캐다

135챕터 내내 이스마엘 고래학하고 에이해브 똘끼에 대한 내용만 있었으면 지쳐 죽었을 거 같은데, 스텁 얘가 중간중간에 사기도 치고 농담따먹기도 해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ㅈㄴ 고맙다.


4. 형식이 좀 이상함

중간에 갑자기 [에이해브가 어디어디에 서서 독백한다] 이런 식으로 삽입문이 들어가더니 돌연 갑자기 장르가 소설에서 희곡으로 바뀌고 그런 부분이 존재함. 그리고 고래학 파트 미친듯이 길음. 어떤 장은 아예 주석이 한 페이지의 90% 채우고 있음. 모비딕이 재미없다면 분명 극초반 이스마엘 독백과 이 고래학 파트 때문일 것임. 이 고래학 파트 삭제하면 모비 딕 내용 반토막낼 수 있을 듯.


총평 :  이스마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