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개라는 소재에 좀 꽂혔단 말이지 

그러다가 생각난 소재임 

장르는 무협


무림에 거대한 혈풍이 불었다. 어마어마한 혈풍이었다. 무림의 모든 세력이, 심지어 십만대산에 눌러 앉은 천마신교 조차도 휩쓸릴 정도로 거대한 혈풍이 불어다.  


불안정한 시대였던 만큼 무림이 성장하던 시대였지만 그 불안정함은 끝내 무림에게 거대한 피로 대가를 치루길 원했다. 


서로 은원관계로 엮이고 엮였던, 또한 근본적으로 서로 경쟁자이자 적대관계였던 무림의 각 세력들이 힘을 합쳐야 했던 초유의 사태. 


천마신교와 혈교와 무림맹이 모두 연합하게 만든 그 사태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젠장! 대체 이건 무슨 안개야?!"


"진법으로 보이지만... 일반적인 진법이 아닙니다."


무림 전체 중 제일의 진법 전문가인 제갈세가 출신 조차도 도저히 풀 수 없는 특수한 진법. 


그 진법이 나와 내 동료들을 가두었다. 


"시간이 없는데..."


"진법을 파괴할 방법이 없습니까?"


"저도 진법을 파훼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만... 이건... 도저히..."


"힘으로 뚫으면 그만이다!"


동료 중 한 명은 거대한 도에 거력을 쏟아 붇고서 안개를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거악 조차 한 번에 쪼개 버리는 그 일격에 안개는 그저 도의 궤적에 따라 잠시 갈라졌을 뿐 이네 다시 원상태로 복귀 되었다. 


"이런 무슨...!"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이 안개를 뚫기 위해 노력했다. 제갈세가의 사람은 어떻게든 진법을 파악하고 파훼하려 안간힘을 냈다. 


그리고 모두 실패했다. 


오히려 절망만을 들었다. 


"이 진법은... 도저히 파훼할 수 없습니다. 아니, 진법이라 하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그게 무슨 소리요?"


"진법의 영역을 아득히 넘었습니다. 결계술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건... 저희를 어떤 하나의 격리된 세계에 가두었습니다. 동시에... 이 세계는 시간이 흐르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 안에서는."


"네...?"


"저희는... 영원히 이 안개 속에 갖힌겁니다. 빠져나갈 방법은 없습니다."


처음에 다들 부정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납득할 수 없소!"


"아무리 그래도 고작 안개인데...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느니 격리된 세계라니느... 그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필시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해보죠."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노력했다. 안개를 치우기 위해서 가진 모든 걸 쏟아부었고...


"미친..."


"어째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이었는데..."


모두 실패했다. 


그렇기에 부정을 넘어 우리는 분노했다. 


"간악한 놈들! 우리를 이런 곳에 가두다니!"


"비겁하게... 사술로 전투를 피하고 이런 곳에 유폐해? 절대로 잊지 않겠다!"


"이 치욕... 반드시 갚아 줄 겁니다!"


하지만 분노를 하다 보니 결국 우리는 지쳤고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시간감각이 없어졌어..."


"젠장... 대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어서 빨리 가문에 돌아가야 하는데..."


"..."


나 역시 우울했다. 도저히 답이 없는 이 상황에 내던져진 사실에 분노했지만 너무 지쳤으니까. 


처음에 우리는 분노했을 때 이 임무를 맡긴 상관들을 욕했고 또 분노했다. 


또 당연히 이 빌어먹을 안개를 만들어낸 그 놈들에게 역시 분노했다. 


동시에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이 안개에 분노했고 이 안개를 치워내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분노했다. 


분노를 한 후 머리가 식혀지자 우리는 시간감각이 상실됨을 느꼈으며 분노로 인해 지쳤기에 힘 없이 축 늘어졌다. 


하지만 이네 우리는 생각을 달리 먹었다. 


"진법을 파훼하는 걸로 우리가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이 진법 자체를 안에서 부숴버리죠."


"우리들의 실력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이미 해봤잖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저희는 아직 성장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정말로 이 안개 안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먹지도, 자지도 않아도 되는 겁니다."


"그러니 수련을 해서 이 안개를 뚫자?"


"할 수 있는 게 이것 뿐이니 이거라도 해야겠죠."


다들 다시 희망을 가졌다. 나 역시 희망을 가졌고 그렇기에 모두 안개를 돌파하기 위해 각자의 무공을 연마했다. 


나는 검사였기에 검술을 연마했다. 내가 원한 것은 안개를 베는 것이었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 수련했다. 


정말로 먹지도, 자지도 않을 수 있었기에 우리는 수련에 끝없이 매진했고 기어코 다들 벽을 몇 번이고 넘으면서 도저히 닿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경지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패... 했다니..."


"저 안개는 도대체 무엇이길레..."


실패했다. 


거악을 넘어서 거산, 아니 산맥 조차 문답무용으로 베어버릴 수 있는 거력이 담긴 도도, 바다를 꿰뚫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창의 일격도, 천지를 박살낼 일권도, 섬을 일격에 부술 거장도, 그리고 나의 검도...


모두 안개를 없애지 못했다. 안개는 우리의 힘에 크게 걷혔지만 이네 다시 안개로 가득 채웠으니까. 


우리는 실패했고 거기서 절망을 맛봤고 결국 꺾였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났을 것이고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수련하면서 희망에 매달린 체 버텨냈으니까. 


그러나 희망은 산산조각났고 우리는 꺾었으며 그동안 간신히 무시했던 정신적인 반동이 우리를 덮쳤고 결국 다들 우울증에 빠졌다. 


제갈세가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이 안개는 하나의 세계와 같으니... 세계를 산산조각낼 정도의 힘이 있다면 가능할지도... 하지만, 하지만 어찌 일개 인간이 그런 힘을 가진단 말입니까. 투전승불이 되었다는 손오공 조차도 하늘과 땅을 부수고 산을 옮길 지언정 세계를 부수지 못하였는데..."


그는 가장 먼저 절망했고 가장 먼저 망가졌다. 


결국...


하나, 하나... 나와 함께했던 이들은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간이 흐르지 않음에도 스스로 죽는 것은 허용되었는지 서로를 웃으면서 죽였다. 


창으로 심장을 꿰뚫었고 도로 머리를 베었으며 주먹으로 머리를 부섰고 일장으로 심장을 터트렸다. 


그리고 나는...


"..."


다른 이들이 서로를 죽이며 안식을 얻을 때 홀로 남았다. 


죽고 싶었다. 저들 처럼 죽고 싶었다. 하지만 죽을 수 없었다. 


먼저 죽은 이들은 이 안개 밖의 원래 세상에 남은 것들이 있는 이들이다. 그들의 후신들이, 그들을 대신할 이들이 있는 이들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의 스승은 나 하나 밖에 가르치지 않으셨고 나는 제자를 들이지 못했으니까. 


스승님은 내가 완성하지 않아도 좋으니 꼭 이 검술을 후대에 전하라 하셨다. 그것이 그분의 미련이요 유언이요 바람이었기에 나는 그것을 따라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홀로 남아 절망하고 절규해야 함에도, 정신이 부서지고 망가졌음에도...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무한히 수련할 수 있다고? 좋아, 얼마든지 수련해주마. 그래서... 저 빌어먹을 안개를 베어내겠어."


한 존재가 세계를 부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 그러겠지. 하지만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무림에는 기어코 신선으로 우화등선하는 이들이 몇 몇 있었고 그들은 무림 전체를 부수고도 남았던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도 있는데 나라고 해서 못할까? 그러니까... 수련할 거다. 


언제까지고. 


....


....


....


안개는 공간을 채운다. 검은 휘둘러도 선으로 휘두를 뿐이며 고작 그것뿐이다. 


아무리 잘 밴다고 해도 결국 안개에게는 흠집 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안개를 베어야 한다. 왜 인지는 모른다. 내가 누구였는지도, 내가 휘두르는 검이 누구의 것이었는지도, 내가 행하는 이 검술이 무엇이었는지도 이제는 흐릿하다. 


하지만 딱 하나, 저 안개를 베어야 한다는 것은 저 안개를 박살내야 한다는 것은 확고했다. 


이유는 필요 없다. 그냥 해야 한다는 것밖에 없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검을 휘두른다. 


공간 전체를 채우기 위해, 검술의 영역의 한계를 넘기 위해, 선에 불과한 검술을 공간 전체로 끌어올리기 위해.


그리고...


어느날 


"아."


안개를 베었다. 베고 또 베었다. 선은 면이 되었고 면은 한없이 쌓아지다 공간을 가득 채웠다. 


검끝에 끝없이 흐르던 안개는 이제 사라졌다. 


나는 안개를 베었다... 


나의 검은 공간을 체웠다. 


염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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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서 시작하는, 오랜 세월동안 망가지고 부서진 끝에 원래 자아가 소실되었지만 실력은 이미 우화등선을 하고도 수십번 할 정도로 높아진 백치 주인공이 먼 미래의 무림을 여행하는 소설 생각남 

어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