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가 누구냐면
지구를 0.05이심률로 27일마다 한 번씩 공전하는
지구의 위성이야
어, 맞아 달
사실 나는 천체라면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데
굳이 달을 꼽은 이유는 추억이 많거든
아무래도 관측하기 쉬워서였던 것 같아
이 두 사진은 내가 처음으로 달을 찍은 사진이야
이 때가 약 3~4년 전인데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천체 관측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의미깊은 사진이지
저 날은 기말고사 4일 전이었는데 공부가 너무 지겨워서
배란다에서 창밖을 보고 있었는데 달이 뜬거야
저때가 12월 중순이어서 달이 일찍 떴거든
아무튼 그래서 달을 그냥 쳐다보고 있는데 내가 아주 예전
초등학교 때 만들어놓고서는 방에 방치해둔
골판지 망원경이 생각난거야
그걸 찾아보니 먼지는 쌓였는데 렌즈는 깨끗하더라고
그래서 들고 나와서 관측하다가 기록해야겠다 싶어
거치대도 없이 어렵게 찍은 사진이야
저 2개의 원통을 연결해서 늘렸다 줄였다 하며
초점을 조절하는 방식이야
여담으로 그때 썼던 골판지 망원경 이름이 루나인데
삼각대도 없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굴절 망원경이었지만
의외로 성능은 괜찮아서 저걸로 밤 하늘을 뒤져서
카시오페아자리까지 관측해본 적 있어
아무튼 그렇게 혹사당하다가 결국 렌즈를 붙여놓은
양면테이프가 떨어져서 버렸지
아무튼 저게 달과의 첫 만남이었어
그 뒤로 나는 제대로 된 망원경을 구입하고
여러차례 달을 관측했는데
이 사진이 아마 제대로 찍은 첫 달 사진일거야
중간고사 공부하다가 새벽 4시쯤에 자려는데
달이 너무 예쁘게 떴길에 못 참고
바로 망원경 꺼내서 찍은 사진이야
그 때 저 사진은 관심있는 사람에게 연락할
좋은 구실이기도 했지
이 사진은 꽤나 최근에 계기월식 때 찍은 사진이야
저 때 관심있던 사람에게 같이 계기월식 보러가지
않겠냐고 했는데, 너무 가고싶지만 할 일이 너무 많다며
거절하더라 ㅋㅋ
뭐 단순한 변명거리가 아니라 정말로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서운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계기월식이 조금만 빠르거나
늦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뭐가 달라졌을까 싶지만 아무튼
이 사진은 한 반년 전에 찍은 사진이야
별 것 없는 반달 모양이지만 저걸 찍을 때 우울증 증세가
좀 심했거든
새벽까지 걱정과 불안 그리고 죽을 생각에 빠져있다가
자려고 누웠는데 아마 새벽 6시 쯤이었을거야
창가에 달이 떠있더라
그래서 달 안 찍은지도 오래되었다는 생각에 찍은 사진이야
참 별것도 아닌데 달 사진 하나에 기분이 좀 나아지더라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천체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이고
달 말고도 목성도 자주 관측했었지만
그래도 가장 추억이 많은 건 달이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