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https://arca.live/b/reversal/103761644?p=1

2화: https://arca.live/b/reversal/103786508?p=1

3화: https://arca.live/b/reversal/103814880?p=1

4화: https://arca.live/b/reversal/103858354?p=1

5화: https://arca.live/b/reversal/103872955?p=1

6화: https://arca.live/b/reversal/103886670?p=1

7화: https://arca.live/b/reversal/103932514?p=1


이 글 보고 쓰는글임:

https://arca.live/b/reversal/103754360?p=1




으....글쓰는거 어렵네..

몇몇 생각나는 장면사이사이를 매끄럽게 잇는거 그게 어려운듯......





8화: 첫 데이트



토요일 오후 열두시.

나는 수연이와의 데이트를 위해 횡단보도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내 착장은 검은색 블레이저에 슬랙스와 깔끔한 단화.

평소 편한 복장을 선호하지만, 첫 데이트이기도 해서 깔끔하게 입고 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여유 있게 도착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기에 아직 수연이가 도착하려면 시간 여유가 있었다.


‘오늘은 뭘 할까.’


데이트 코스가 머릿속에서 대충 떠올랐지만, 곧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수연이가 짜왔겠지.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쿡쿡-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등을 누군가 쿡쿡 지르는 것이 느껴졌다.


“응?”

“많이 기다렸어?”


수연이었다.


“어? 아니야. 나도 막 도착했는걸. 그런데 수연이 너 옷이.”


자연스럽게 그녀가 입은 옷을 보고 멈칫했다.


“왜? 이상해?”


그녀가 내게 부끄러운듯 배시시 웃어 보이지만 나는 속으로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흰 오프숄더와 테니스 스커트, 그리고 악세사리로 목에 초커까지.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몇 년 전 그날. 진아와 유사한 복장이다.


“진영아?”


묵묵무답인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내가 이상했던건지 수연이가 의아해한다.


“아냐, 예뻐. 너무 예뻐.”


그러나 나는 곧 활짝 웃어 보였다.


‘수연이는 아무 상관 없는데 분위기 깰 생각하지마 이진영.’


나는 마음을 단단히 잡았다.

그녀는 내 과거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다.

지금은 생각 한 톨조차 그녀에게 집중하는 게 도리다.

첫 데이트니까.


“그럼 갈까?”


나는 자연스레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연이의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다.


흠, 이 정도 가지고.


“응.”


우리의 손이 맞닿는다.


*


데이트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나는 수연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뿐이었다.

그녀와 정신없이 놀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었고, 우린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로 결정했다.


내가 저녁으로 고깃집을 가자고 하니 수연이의 놀란 눈치가 기억에 남는다.


‘왜? 고깃집 가자는 게 이상해?’


정말 이유를 알 수 없어서 한 질문에 그녀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 이상한 건 아닌데. 의외여서. 남자애들은 보통 떡볶이나 마라탕 같은 거 좋아하지 않아?’


‘하, 마라탕이라고.’


내가 입맛 국수주의자는 아닌데 마라탕은 도저히 못 먹겠다.

그 알싸하고 얼얼한 맛이 적응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안 좋아해.’


그리고 내가 고깃집을 가자는 이유는 또 있었다.

운동하는 입장에서 하루 중 어느 정도는 단백질 비율을 필수적으로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고기도 좋아. 우린 음식 취향이 잘 맞네. 나도 마라탕 싫어했거든.’


흐히힛!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웃는 수연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시내의 고깃집. 

미나리를 솥 판에 구워 삼겹살에 싸서 구워 먹는 것이 시그니처인 집이었다.


오늘 하루 동안 수연이에 대한 평가를 많은 것을 수정했다.


과묵하고 조용한 편이라고 생각했던 내 여자친구는 생각보다 말이 많은 여자였고,

그럼에도 사소한 스킨십에도 부끄러워하는 귀여운 면이 있었다.

그리고 또 방금 평가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얘, 고기 정말 못 굽는다.


이런 건 여자가 하는 거라며 내게서 자신만만하게 집개를 빼앗아 갈 때는 언제고, 지금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고기를 열심히 구우려고 하고 있다.


“수연아, 저거 타는데.”


“으응? 어 잠깐만.”


허둥지둥하는 게 조금 답답하다. 

저 고기가 다 몸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건데!


“집개 넘겨봐.”


나는 그녀의 손에서 집개를 확 낚아챘다.


“기다려봐. 내가 맛있게 구워줄게.”


그녀를 흘긋 바라보니 또 얼굴이 빨개져 있다.

자존심 상해하는 게 보여서 피식 웃고 말았다.


“왜 웃어?”

“내 여자친구가 귀여워서.”


“뭐, 뭐가 귀여운데!”


“나한테 집개 빼앗겨서 분해하는 거 아니지?”

“윽”

정곡을 찔렸다는 표정이다.


그럴 줄 알았어.


“나는 장남이어서 우리 집에서 고기 구우면 항상 내가 구웠거든. 이런 거 좋아하기도 하고.”


나는 적당히 익은 고기를 한 점 집어 그녀의 앞 그릇에 놓아주었다.


“자, 먹어 수연아.”


수연이가 나를 보고 뻐끔뻐끔 눈만 깜빡인다.


“안 먹으면 내가 먹는다?”

“어, 어 먹을게. 고마워 진영아.”


그제야 젓가락을 드는 수연.


우리가 한창 식사하고 있을 때였다.


“어? 여기서 만나네? 오빠!”


이 목소리는, 진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