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TS근친3] 대충 형이었던 것을 깔아뭉개는 소설

그 뒤로 며칠이 지났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이예지는 점점 이 삶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학대받는 삶도 아니었다.


이예준은 기이할 정도로 그녀를 잘 챙겼다.

개처럼 대할 것처럼 목줄을 사 온 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일단 밥이 삼시세끼 나왔다. 그것도 상당히 잘.


화장실은... 상당히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이예지는 슬슬 쇠사슬을 절그럭거리며 볼일을 보는 일에 익숙해졌다.


익숙해져야 할 일은 많았다.

그는 담담하게 그녀가 익숙해지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생리대를 어떻게 착용하고. 위생을 어떻게 챙기고. 생리대가 떨어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둘 다 아는 게 별로 없던 만큼 인터넷을 보고 더듬더듬 따라 하는 것에 가까웠지만, 나쁘진 않았다.


그래, 나쁘진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씨발...”


욕지거리가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벌써 묶여 지낸 지 일주일쯤 되었지만, 그는 그녀를 풀어줄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대우로 만족하라는 듯 처우 개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입을 다물곤 했다.


그건 당연히 그녀로서는 만족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인간이었다. ...비록 용서받지 못 할 일을 했다고 한들.

아니, 그게 그렇게까지 용서받지 못 할 일인가 싶기도 했다.


여하튼 그녀는 인간이었고 인권을 존중받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좀 존중해달라고 말했더니 그가 뭐라고 말했더라.


“이미 인간으로 봐주는 것부터가 존중이라고...? 지랄도 가지가지 해라, 진짜.”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이젠 딱히 탈출 시도 같은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몇 번 시도했지만, 결과는 모두 똑같았다.

목줄을 풀지 않는 한 문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건 분명했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목줄을 잡아당겼지만, 억센 가죽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씨발.”


마지막으로 욕설을 내뱉은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젠 정말로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 최후의 최후까지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사과하자고 마음먹었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일단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정확하게 어떤 사과의 말을 건네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솔직히 아직도 사과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랬다간 이 빌어먹을 곳에 몇 달 동안이나 감금될 게 뻔했다.


아니, 어쩌면 1년 내내 갇혀 지낼 수도 있겠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머릿속으로 문장을 골랐다.

사과라는 기능을 쓰는 건 오랜만이었지만, 딱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이 덜컥, 열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가 들어오는 걸 살폈다.


“...할 말이 있어.”


“그래, 말해 봐.”


“지금까지 내가 너한테 한 짓... 정말로 잘못됐다고 생각해. 미안해.”


그건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과였다.


살짝 성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괜찮았다.

그라면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끈덕지게 참고 용서해줄 테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달랐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그저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조금 전 밖에서 사 온 것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다가 문득 기억이 났다는 듯 불쑥 말했다.


“뭐가 어떻게 미안한데?”


“...뭐?”


“뭐가 어떻게 미안하냐고. 사과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잖아.”


“그, 그건...”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던 탓이었다.


아니, 사과만 하면 끝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다.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지 말라는 생각도 있었다.


“설마 사과만 하면 넘어갈 줄 알았던 거야?”


그 말과 함께 그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에 질린 그녀는 윽, 하고 신음을 흘리는 한편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당연히. 당연히 사과만 하면 넘어갈 줄 알았기에.

그다음에 따로 무언가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참이었다.


이유야 당연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왼뺨을 맞으면 바보 병신처럼 오른뺨도 때리라며 내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넘어가는 게 당연했다.


화는 풀리지 않았지만, 일단 사과받았으니까.

사과한 사람에게 더 화를 내는 것도 이상한 일이니까.

그러니 기억 속의 그라면 지금쯤 속마음과 다르게 일단은 참고 넘어가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달랐다.


“묻고 있잖아. 어떻게 미안하냐고.”


“그, 그건...”


“사과했다고 넘어가기에는 네가 한 일이 너무 많지 않아?”


정론이었다.


덕분에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자고로 사실로 두들겨 패는 게 제일 아픈 법이다.


“좀 더 생각해 봐.”


그는 그렇게 말하며 할 일을 시작했다.


설마.


만에 하나, 그러니까 설마.


설마 그녀가 이런 상황에 화를 낼 정도로 아둔하진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유치원생도 이 상황에서 화를 내진 않을 게 분명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는 그녀를 사람 이하의 존재로 볼 각오가 되어 있었다.


“아, 그러니까 이 정도면 됐잖아! 나한테 더 뭘 바라는 거야!!!”


...아무래도 그녀는 사람 이하의 존재인 모양이었다.


“사과하면 됐지, 또 뭘 하라고? 사과할 일이 많지 않냐고? 그래, 그런 것쯤은 나도 알아!”


“...허.”


“근데 내가 자존심 꺾고 사과했는데, 넌 그것도 못 받아주냐? 어!?”


논할 가치조차 없는 후안무치한 무언가였다.


이예준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 걸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곧장 손을 올리고 싶었지만, 그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 상황에서 손을 올리는 건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 무작정 두들겨 패는 것보다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상기시키는 게 중요했다.


“네 알량한 자존심을 위한 사과를 내가 받아줄 것 같아? 진심이 담겨 있지 않잖아. 그런 사과를 누가 받아주겠냐고.”


“닥쳐, 이 좆게이새끼야! 입이 뚫려 있으면 말이라도 해 보라고! 사람을 이렇게 가둬놓기나 하고!”


“조용히 안 해?”


“이게 요즘 안 맞았다고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글쎄,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게 누구일까.


그렇게 생각한 그는 그 말을 들은 시점에서 폭력을 쓰지 않는 걸 포기했다.


개는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속설이 있었다.

어디 그게 이쪽에서도 통하나 보자, 라고 생각한 그가 손을 뻗었다.


“꺅!?”


엇, 하는 사이에 그녀의 몸이 땅에 처박혔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컥, 하고 침을 흘리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는 인정사정없이 그 위에 올라타 손을 들어 올려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이미 수없이 맞았던 덕분에 어떻게 때려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이 동네는 치안도 좋지 않아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경찰이 출동할 염려는 없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만큼 이예준은 그녀가 잘못했다는 말을 반복할 때까지 뺨을 때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정도 뺨이 부풀어 오른 그녀가 울먹이며 연신 미안하다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그는 말없이 입마개를 물렸다. 목소리를 내려고 하면 목을 조여 짖는 것밖에 못 하는 제품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그는 그녀를 위해 밥을 차렸다.


메뉴는 평범한 볶음밥이었지만, 그릇은 평범하지 않았다.


그녀는 개밥 그릇에 잔뜩 담긴 볶음밥을 보며 울먹였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이제 그녀는 개였다.

말을 잘 안 듣고 허구한 날 짖어대는 개.

그리고 이예준은 개를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두들겨 패면 짐승은 말을 듣게 되어 있다.


-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