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부예정


약국에서 품어서는 안 될 꿈을 가슴에 품고 돌아온 뒤. 나는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날부터 이주일이 지난 토요일. 오늘도 아버지와의 생활은 겉보기엔 예전처럼 평범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버지와 함께 먹을 아침식사의 준비를 한다.


아침을 먹으면서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에 응원하는 야구팀이 졌다던가, 오늘부터 새 드라마가 시작된다던가하는 대화.


아버지가 먼저 출근한 뒤, 엄마와 함께 꾸몄던 화장대 앞에 앉아 간단한 단장을 한다.


원래라면 이대로 집을 나서서 카페의 오픈을 준비하면 된다. 


장사를 끝내고 마감을 한 뒤엔 집으로 돌아와서 아버지와 드라마를 보면서 시덥지 않은 농담을 하다가 잠자리에 들면 아버지와의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후우우..."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손을 화장대의 서랍장 안쪽에 집어 넣는다. 손 끝에 숨겨 두었던 약상자가 손에 닿자 심장이 온몸을 울리며 쿵쿵 뛰기 시작한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한다는 감각이 나를 어떠한 감정으로 가득 채우기 시작하지만, 이 감정이 죄책감이 아니라는 사실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흐으으..."



지금 거울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본다면 누구라도 내가 품은 시커먼 감정을 간단하게 알아 차리리라.


잔뜩 거칠어진 숨소리. 옅은 화장으로는 감출 수 없을 정도로 붉어진 얼굴.


일찍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느라 진해진 다크서클과 피임약을 마치 위험한 약처럼 바라보는 진한 눈빛.


산해진미를 눈 앞에 둔 사람처럼 입안에 가득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포장된 약을 꺼내 침이 가득한 입안에 털어 넣었다.



"꿀꺽... 푸흐."



작은 알약임에도 물 없이 삼키니 제대로 내려가지 못하고 생선 가시가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식도에 남은 불편한 감각은 내게 묘한 만족감을 주었다.


일어난 일을 지우기 위해서가 아닌,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대하며 대비하는 것은 여행전에 캐리어를 채우는 것만 같은 설레임이 느껴졌다.


지금의 내가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멈출 수 없다.


피임약을 먹고 잔뜩 흥분해서 얼빠진 얼굴을 하고.


오늘은 아버지께서 술을 드시지 않았나 매일 체향을 확인하거나, 혹시나 아버지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시지 않을까란 기대를 하며 제대로 잠도 못자며.


내 것임이 아님에도 귓속을 속삭이던 사랑에서 오는 아찔함 엄마에게 향했어야 할, 아버지의 올곧던 사랑을 내가 가로챘다는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은 배덕감에 허우적대며.



"흐긋... 아빠아♡"



무척이나 행복하다.


얼마든지 몸을 섞어도 위험하지 않게 매일 피임약을 챙겨 먹는 행동이.


그 때처럼 손아귀에 잡혀서 배 밑에 깔아 뭉개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올 사랑을 원하기에.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나는 이상하지 않아. 사랑을 갈구할 뿐이야.


아버지를 부르는 호칭이 최근엔 '아빠'라고 조금씩 변해가는 것도, 내 쪽에서 달라붙으며 스킨쉽을 늘려가는 것도, 조금 더 가벼워진 차림새도, 조금 진해진 화장도 전부.


아빠의 사랑을 원할 뿐인 평범한 행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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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주말에 술 한잔하는 자식도 매우 평범해.


그러니까 지금 한 손에 술병이 가득 든 봉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아. 음습하지 않아. 아무런 흑심도 없어.



"아빠. 저 왔어요."

"이제 오냐. 좀 늦었구나."

"쨘. 아빠 저랑 술 한잔 해요."

"크,크흠..."



한 손에 들고온 술병들을 들어 흔들자, 아버지께서 조금 당황스러운지 괜시리 헛기침을 하셨다.



"아빠가 술은 별로라..."



완곡히 거절하는 아버지, 하지만 나는 저 거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그치만... 저 이렇게 되고 같이 술 마실 사람도 없는데..."



한쪽 발을 들어 가볍게 반대쪽 발의 뒤를 툭툭 친다.


아쉬운 듯 괜히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눈길을 피한다.


마음 약한 우리 아빠. 하나 뿐인 딸이 이렇게 아쉬워하는데...



"아빠가 같이 마셔주시면 안돼요?"

"... 조금만이다."



거부할리가 없지.



"히히! 안주 시킬게요!"



네. 아빠. 조금만 먹어요.


딱 아빠의 주량보다 조금 많을 정도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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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된 뒤에도 주량을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해진 편이지.


그러니 안그래도 술에 약한 아버지에게 주량으로 밀릴 일은 없었고.



"끄으을그..."



아버지가 조금 취한 뒤로는 몰래 드릴 맥주에 소주를 섞어두면 술기운에 잡아 먹히시는 건 금방이다.


아직 정신을 잃지 않으셨지만 테이블에 고개를 박으시고 젓가락을 하나만 든채로 안주를 집으시려는 저 모습을 보면 내일 아침 아무것도 기억 못하시겠지.



-드르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의 옆에 살며시 자리를 잡았다.


그 날이 생각나는 진한 술향기가 콧속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아버지가 술에 취하신다고 해서 그 날같은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 날은 특히 엄마를 그리워 하셨고, 두분의 특별한 날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할 것이다.


아버지의 곁에서 바닥에 무릎을 대고 몸을 기울여 아버지의 귓가에 다가간다.


차오르는 흥분에 거칠어진 숨소리를 최대한 삼키며 차분하게.



"...여보."

"지헤예야아...?"



그 단어를 입에 담았다. 감히 아버지를 기만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흉내낸다.



"잠은 침대에서 자야죠. 여보."

"아아아!!!"



됐다.


아버지가 내게 손을 뻣어온다.



"지혜야아....내가 너르으을..."



다시 한 번 엄마의 이름을 부르면서 나를 품 안에 안았다.


그런 아버지의 등을 살살 쓰다듬었다. 내 손길에 아버지의 몸이 조금씩 움찔가렸다.


거울이 없어도 지금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훤히 보였다.



"네. 여보."



무척이나 행복해 보이고, 무척이나 악마처럼 웃어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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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증 멘헤라 틋녀가 아버지를 근친강간하는 내용을 적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