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시를 쓰고 싶다。

한데 생각해보니

나는 시를 쓰는 법을 배웠던가?


일찍이 학교를 다니면서는

어린이날 시화전에

동시를 써내었다。

하나 그 시절에도

나는 시를 쓰는 법을 배웠던가?


중학ー고교 시절에는

시를 읽는 법을 배웠다。

가끔씩 기분에 따라

시를 써보기도 했다。

한데 그 시절에야

나는 시를 쓰는 법을 배웠던가?


가만히 자리에 앉아

내가 배운 것과

배우지 않은 것을

생각해본다。


그러고 보니 나는

숨 쉬는 법을 배운 일도 없고、

꿈꾸는 법을 배운 일도 없고、

태양을 보는 법을 배운 일도 없고、

빗소리를 듣는 법을 배운 일도 없고、

무지개를 만드는 법을 배운 일도 없다。

또 나는 생각한다。

나는 포옹하는 법을 배운 일도 없고、

싸움하는 법을 배운 일도 없고、

눈물을 멈추는 법을 배운 일도 없고、

미소를 짓는 법을 배운 일도 없고、

턱을 괴는 법을 배운 일도 없고、

손을 펴는 법을 배운 일도 없고、

사탕을 혀로 녹이는 법을 배운 일도 없고、

입술을 메마르지 않게 하는 법을 배운 일도 없고、

무언갈 깨무는 법을 배운 일도 없다。


한데 또 나는 생각하니、

숨을 참는 법을 배운 일이 있고、

잠에 일찍 드는 법을 배운 일이 있고、

태양이 뜨는 법을 배운 일이 있고、

우산을 펴는 법을 배운 일이 있고、

무지개가 생기는 법을 배운 일이 있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나는 젓가락질을 배운 일이 있고、

인사하는 법을 배운 일이 있고、

화해하는 법을 배운 일이 있고、

공을 차는 법을 배운 일이 있고、

노래를 부르는 법을 배운 일이 있고、

꽃에 물 주는 법을 배운 일이 있고、

사과 깎는 법을 배운 일이 있고、

책 읽는 법을 배운 일이 있고、

연필 쥐는 법을 배운 일이 있다。


나는 말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글 읽는 법을 배웠다。

나는 글 쓰는 법을 배웠다。

나는 구름을 보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나는 계절을 느끼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나는 무언갈 쉽게 지우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나는 시를 쓰는 법을 배웠던가?


나는 지금

시를 쓰고 있다。

이것이 시인지 확신할 순 없지만

나는 이것을 시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나는 시를 쓰는 법을 배운 일이 없다。

그렇지만 내가 배운 다른 것들이

내가 시를 쓰는 법을 깨우치게 한 것이다。


그래!

나는 시를 쓰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를 쓴다。

아ー

나는 우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그럼에도 운다。

나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랑한다。

나는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그럼에도 살아간다。


아아ー!

나는 시를 쓰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를 쓰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대도 나도 쓸 수 있다。


보라、그대여!

그대는 시를 쓰는가?

시를 쓰는 법을 배웠는가?

나는 배운 일이 없다、

시를 쓰는 법 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