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 책을 다 구매하시게요?"

사서는 깜짝 놀란 듯 말했다.


"네, 혹시 제한같은게 있는건가요?"


"그건 아니긴 한데...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빌려가시는 분은 제가 처음 봐서요. 아 참, 봉투는 필요하세요?"


"아니요, 가방을 가져와서. 괜찮습니다."

나는 정신없이 책을 가방에 담으며 말했다. 다시 가방을 매려 부웅 들어 어깨에다 매니, 두꺼운 패딩을 입었음에도 어깨에 압박이 강하게 느껴졌다.


"결제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원에게서 힘겹게 카드를 돌려받으며, 그녀의 집까지의 고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책을 정말로 좋아한다. 하루에 10시간은 넘게 책만 읽는다. 가벼운 소설부터 시작해서 하루 날 잡아서 읽어야하는 전문서적들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책을 즐겨 읽는다. 책의 글자들이 무료함을 달래준다나 뭐라나. 책과는 별로 인연이 없는 나에겐 조금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지만, 가끔 그녀가 책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나에게 말해줄때 재밌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녀에게 책읽기란 이런것일까, 하며 그녀의 집을 향해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가던 중, 

 갑자기 그녀의 소리가 멀리서부터 크게 들려왔다.


"혁아~!"


그녀가 귀여운 목도리와 털모자를 쓴 채 내려오고 있었다.나는 반가움에 바로 화답했다. 하지만, 그녀가 너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내려오고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는 반가움이 곧 두려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혁아!!!! 이거 안멈춰!!!!!!"

그녀의 부름은 반가움의 표시가 아닌 도움요청의 표시였던 것이다! 심지어 그녀가 사는 곳은 경사가 가파른 곳이라, 휠체어를 타는 그녀의 입장에선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8톤트럭을 모는 운전수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즉시 가방을 앞으로 돌려매고, 그녀가 내려오는 곳으로 내 몸을 가져다 댔다. 발은 괜히 힘이 빡 들어가고, 눈은 질끈 감겼다.

'와라...!!"


그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휠체어는 저 멀리 날아가고, 그녀는 내 품 안에 안겼다. 하지만 그녀와 부딪친 충격이 셌던 탓일까, 가방 안에 있던 책들이 공중으로 떠서 마치 폭죽을 터뜨린듯 피어올랐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모든것이 천천히 흘러갔다. '아, 그녀가 책을 좋아하는게 이런 이유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터무니 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얼마 안있어 슬로모션 효과는 사라졌고, 책들은 나와 그녀 주위에 우수수 떨어졌다.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본 나와 그녀는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소리내어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하하하...."


그 후, 우린 누워있는 상태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다친 덴 없어?"

"응, 너가 막아준 덕분에. 멍도 안 든것 같은데?"


"다행이다, 정말 큰일 나는줄 알았어."


"덕분에 살았네, 고마워."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웃음에 나는 무언가 꽤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곧


"혁아, 근데 나 다시 어떻게 돌아가?"

라는 그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 그러게, 진짜 어떡하지?"

나는 언덕 아래를 내려봤다. 휠채어는 여기저기 망가져서 그녀가 타기에는 힘들어보였다.

'흠....'

"내가 업어야지, 별 수 있나."


"정말? 괜찮아?"


그녀의 걱정섞인 말에 나는 나와 그녀의 주위에 떨어진 책들을 빙 둘러보며 말했다.

"그래, 여기까지 이만한 책도 들고왔는데, 너 하나 쯤이야. 집도 저기 보이네. 다 왔구만."


"그래도... 경사도 꽤 있는데... 미안, 괜히 마중나와서, 나때문에..."


"쓰읍, 주눅 들기 금지. 내가 선택한거야."

"그리고, 너 다리 안써서 많이 가벼워."


그녀는 잠시 당황스러워 하더니 이내 쿡쿡, 하며 웃기 시작했다.

" 넌 그것도 농담이라고!"


그녀는 엎드린 채로 꾸물꾸물 내 쪽으로 조금씩 다가왔다. 마침 책 정리를 끝마친 나는 그녀의 팔을 조심스럽게 어깨에 걸치고, 번쩍 들어 잽싸게 업는 동작을 취했다.

 책에다가 그녀까지 내 어깨는 정말 무거웠지만, 왜인지 그녀의 집으로 도달할때까지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고난의여정은 무탈히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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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이름 추천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