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유난히 밝은 날이다. 빛은 삶에 스며들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빛은 이 도시에는 너무나도 어색했다. 그것은 오히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불청객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위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자그마한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 때때로 화면이 빛을 받아내 사람들에게 태양을 인식시켜주기는 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한창 환경이 파괴될 때 환경을 보호한답시고 한다는 노력도 허상이었다. 자연을 아무리 지키더라도, 동물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하더라도, 정작 그 환경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화면 속에 갇힌 삶을 살고 있는 자들에게 화면 밖이란 중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환경은 오히려 빠르게 복구되었다. 앉아서도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시대인데 무엇이 중요하리.

그들은 마치 기계의 한 부품과도 같았다. 웬만한 자극에는 무감각해져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사람이 죽었다고 하더라도 그저 그렇게 넘길 뿐이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모든 불빛이 꺼졌다. 그 이후의 시간은 내가 본 이래 그 기계 같던 사람들이 부품이 아니었음을 가장 알기 쉽게 증명한 짧지만 강렬한 시간이다. 

그 사람들이 '놀람'이란 감정을 굉장히 생동감 있게도 드러낸 것이다. 그러다가 그들은 일제히 거리로 뛰쳐나갔다. 거리라고 사정이 다를 것은 없었다. 콘센트를 뽑은 듯이 한순간에 사라진 불빛에 사람들은 얼굴에 공포를 드러냈다.

한창 불타고 있던 초를 끈 것처럼 어둠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어느 전선에 문제가 생겼는지, 어디에서 공급된 전력이 끊겼는지 따위의 것들을 따지지 않고, 다만 이 어둠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만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둠은 걷혔다. 하지만 그들에게 빛이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다음 날이 되자 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어제 있었던 일은 멀끔하게 지워진 것처럼 그들의 세계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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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막 싸질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