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지상에 내린 것은 고작, 여섯종족이었다. 만물의 영장으로서, 별빛의 숨결을 마시고 자라나는 생명들에게 맡은바 그 힘을 다

하여 별에 사는 모든 이들을 바로다스리게끔.  지상에 내려 온 여섯 신의 모습을 따 여섯개의 종족은 그렇게 별에 뿌리를 내렸고 세월을 내려가며 자손을 이어가며 자신들의 의무와 그 뜻을 전했다. 


 허나, 여섯 종족의 신들도 여섯 종족의 신들이 내린 그들의 자손들도 강대한 힘을 지녔지만 인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초월체로서의 전지전능함을 품지는 못 하였기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부패하고 쇠퇴해져 가는것은 막지 못할 일이었다. 


 처음의, 별이 만들어진지도 어언 열 두자리의 년수가 지나고 난 면 훗날,  시간의 흐름에 망가진 정신을 가진 여섯신과 그들의 자손

들은 처음의 마음가짐과 처음의 뜻을 잃어버리고 그저 시간 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런 오랜 세월이 흐르는 와 중,  새로운 종족이 그 씨를 품고 태어났다.  정확히는, 어디 저 구석에 있던 원숭이들의 변종으로서 부숭숭 하던 털이 다 빠지고, 허리를 곧추세워가며 두 손을 이용 할 수 있는. 신들에게 만들어진 처음의 여섯 종족과 닮은 모습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그들은 번 외의, 이형의 원숭이들에 비롯된 볼 것 없는 자들인지라 여섯신과 그들의 자손들에 비할 힘은 빠진 털 끝 만치도 없었다. 그저 그들의 발 아래에서, 그들을 흉내내고 그들의 모습을 따라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것들이 딱히 없었다. 

 

 대단찮은 지능을 가지지도, 그렇다고 썩 좋은 손재주를 가지지도 못했던 번 외의 원숭이들은 그래도, 손을 사용 할 수 있다는 이유 만으로 여섯 종족의 노에로서 그들의 발 밑에서 자손을 뿌리고 목숨을 이어나갔다. 


 시대를 내려가고, 세대를 넘을수록 지능은 점차 늘어났다. 쥐콩만한 두뇌도 섭취하는 영양분의 영향으로 인해 점점 비대해져갔다.

그런 와중에 많은 것들을 배우고 많은 것들을 익혀갔다. 불만에 대해 깨닫고, 욕구에 대해 알아갔다. 성공이라는 단어를 배우고 

위에 서는 자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하루 하루, 노예들은 점점 강해져갔고 주인들은 쇠퇴해졌다. 


 한쪽이 오르고 한쪽이 내려 힘이 비등해지면, 불만이 있는 사람이 몽둥이를 드는것은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여섯 신의 타락과 쇠퇴는 그런 이형의 원숭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로서 자리매김한다. 항상 차가운 자리에서, 제대로 된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노예의 삶이 더이상 싫었던 것이었다. 


 처음으로 이어진 원숭이들의 반란. 허나, 썩어도 준치라고 처음의 반란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물리적으로는, 이제는 꽤 

비슷한 수준의 형태를 지녔지만서도 신들과 인간은 엄연히 다르고, 신들의 축복을 이어받은 영성 어린 사람들과 이형의 원숭이들은

태생부터 큰 차이가 났기 때문에.


 기세 좋게 시작했던 원숭이들의 반란은 일주일도 안되어 전부 진압당하고, 그제서야 여섯 신과 자손들은 자신의 밑에 있던 그, 번외의 존재들의 저력을 깨닫았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들이 그간 일궈 온 모든 것들을 잃고 쓰러져 저 무지한 원숭들의 발 아래에서 

노예로 살아 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그들을 덮쳤다. 


 자연스레, 공포는 곧 학살로 이어졌고 노예로서 융성했던 이형의 원숭이들은 그 숫자가 크게 감소한다. 최소한의 인간성을 유지할 지능이 있는 것들만 남겨두고 싹이 보이는 원숭이들을 제거하고 폐기한 학살의 시대. 


 그래도 두 손을, 두 다리를 쓴다는 점에서 멸족시키지 않고 남겨 두었다는 점은 결국 이 여섯 신과 그들의 자손을 몰락시키는 원인으로서 작용하게 된다. 


 학살의 시대 이후 이어진 것은 감시와 통제의 시대였다. 부 지역으로 찢어놓은 많은 노예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며, 함부로 뭉쳐

반역을 꿈꿀 수 없게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시대로서 이어졌다. 이형의 원숭이들은 이 기간 감히 주인에게 칼을 내밀 수는 없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묶인 쇠사슬을 자랑하며 서로의 칼을 서로에게 겨누었다. 


 하지만, 멸족하지 않고 흐르고 흐른 시간은 결국 이 시대 조차 넘기고 만다. 이 시대를 통합한 것은 놀랍게도 존재하지 않는, 신에 대한 원숭이들의 열망이었다. 


 축복받지 못했기에, 번외로 태어났기에 가질 수 없었던 강한 힘에 대한 욕망. 저들 또한 신이 있듯, 우리에게도 신이 있고 언젠가는 저들과 대등히 싸울, 힘을 전할 신이 이 세상에 강림하여 우리와 저들의 위치를 바꾸고 이 별을 융성하게 만든다는 기약없는 희망.

하지만 이 보이지 않는 열망의 힘은 찢고 감시하고 통제하게끔 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게 하던 오랜 갈등의 시대를 

끝마쳣다. 


 하늘아래, 모든 원숭이들은 그의 앞에서 평등할지니. 평등하다는 말 한 마디에 다시금 이형의 원숭이들은 의지가득한 눈빛으로 

다음 세대를 위해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대를 넘어가며 여섯신은 더욱 더 쇠퇴했다. 이제는  자신의 몸을 가누기조차 귀찮은듯 자리에서 세상이 어떻게 되건 아무 상관치 않고 신전에 몸을 뉘였다.  그들의 자손들도, 그저 눈 앞의 쾌락에 정신을 풀어 해치고 지나가는 세월을 그저 흘려 보내고만 있었다.

반란의 시대를 기억하는 이는 더 이상 남지 않았기에 원숭이들의 세대를 이은 결전은 숙명적으로 통할 수 밖에 없어 보였다.


 당연히도, 결과는 뻔했다. 싸울 의지를 잃고 세월에 방황하는 이들은 흘러가는 세월을 멈춰세운채 후대를 위해 결전을 준비하는 이들을 결코 이길 수 없었다. 저항은 거칠었지만,  가장 먼저 그들의 힘이 원천이 되는 여섯 신을 살해함으로서 영성을 걷어낸 그들은 

날붙이를 들고 일어난 이형의 원숭이들에게 아무런 거리낌이 되지 못하였다.  



 특히나, 여섯신들의 육신을 취하여 스스로 승천해 기약 없던 그들의 신으로 다시금 자리매김한 원숭의들이 신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그들은  그들이 전 세기 이겼던 그 방식  그대로 이형의 원숭이들에게 패배하여 그들의 수족으로 전락했다.  


 여섯신을 섭취하여 승천한 인간의 신은 여섯신들의 과오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인간성을 가진 신으로서는 완전하고 전지전능한

힘에 이르지 못한다. 전지전능하지 못한 신이 된다면, 결국 그보다 강한 시간의 힘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렇기에 승천한 인간의

신은 자신의 육신을 떨쳐버리고 별의 숨결로서 자신의 정신을 넘기고 역사의 뒷켠으로 사라졌다.


 신의 축복도, 영성도 사라진 바야흐로,  완연한 인간의 시대. 태초의 여섯 신들은 전부 사멸하고 여섯의 종족들은 모두 영성을 잃고 흩어져 내렸고, 새로운 영성을 받들어 별의 명운에 가장 가까히 선 인간들. 인간의 시대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