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서 여인, 눈 뜬다. 오래된 잠에서 깨어난 여인은 깨기 직전 생각해놨던 일을 떠올렸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최대한 빨리, 구해야 한다. '그' 를.  자리에서 일어난 여인, 황급히 폐허를 나서며 숲길을 걸어간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새 사람을 찾기 위하여. 


 상업도시. 화려한 홍등가에서 아이는 분주하게 뛰어 다녔다. 쉬는 타임. 주점에 맞겨 둔 배달음식을 홍등가의 누님들에게 전하기 위해, 분주하게 아이는 뛰어 다녔다. 헐벗은 여인들. 허겁지겁 음식을 들고 뛰어 들어오는 아이. 반쯤 벗은 나신. 아이는 부끄러워 했지만, 여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벗은 몸으로 음식을 들고 들어간다. 


 아이에게 여인 중 막내가 수고비를 건낸다. 아이, 부끄러워 차마 바라보지 못한채 고개를 휙 돌리고 사라지는 아이. 아이가 귀여운 모양인지 여인은 아이가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 미형의 얼굴이지만 유독 귀가 크고, 길었다. 숲의 종족이라 불리웠고 다르게 말해 요정이라고도 불리우던 이들. 그들은 이제 대자연과는 거리가 먼 이 홍등가에서 목숨을 연명하고 있엇다.


 심부름을 끝마치고 돌아가 저녁으로 먹을 빵을 산 아이. 7지구와 8지구를 잇는 다리에서, 빵을 뜯어먹는다. 강가 근처에 있는 무두질터에서 독한 냄새가 풍겨와 코를 막는다.   무두쟁이로 앉아 있는것은 어금니가 유난히 커서 입을 항상 벌리고 다니는 녹색 

피부의 종족, 오크와 허리를 굽고 다니는 파란색 피부의 종족 트롤. 거대한 몸집으로 짐승들의 거죽을 분리하고 다듬는다. 


 그 옆에 보이는 것은 뜨거운 열기가 나는 제철소. 팔이 부서져라 망치를 두들이고 있는 것은 키가 아이보다 작은 난쟁이.수염이 

잔뜩난 우락부락한 팔의 난쟁이는 오늘도 열심히 망치를 두드리고 있다.  저녁식사를 끝마친 아이는 다리를 넘어 9지구로 

향한다.  


 8지구에는 탐욕스러워 보이는 표정의 고블린들이 불어난 배를 두드리며 큰 목소리로 자신이 깔고 앉은 좌판의 물건들을 팔고

있다. 진기 명기한 물건들이다, 이 가격에 파는것은 거져 주는것이나 다름 없다 호객하며 사이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탐욕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다. 아이, 혹하여 잠깐 물건을 보지만 아이가 살 물건이 아니라는것을 알고 있는 고블린 하나, 매몰차게 아이를 쫒아낸다.  아이, 원래의 목적대로 9지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9지구. 허름한 옛 건물이나, 판자를 덧 대어 만든 가건물로 가득한 빈민가.  냄새나는 걸인들 사이로 이동식 마차들이 서서 다음 행선지로 가기 위해 짐을 정리하고 있다. 정리하고 있는 짐의 주인은 늑대와 여우 그 사이 어딘가를 닮은듯한 모습의 수인들.  짧막하게 다음 행선지에서 선보일 인형극이나, 춤들을 연습하거나 앞으로 갈 고된 여정에 준비하여 단잠을 청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

그 사이를 걷고 뛰며 허름한 천막이 쳐져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도착한다. 


 집안에 있는것은 기침 소리를 내며 초췌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아이의 어머니. 아이는 벌어 온 돈으로 사 온, 빵과 약을 어머니에게 건낸다. 마른 기침을 연거푸하던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건낸 빵과 약을 먹는다. 


 아이의 하루는 이런식. 7지구와 8지구 9 지구 사이를 돌며 허드렛일을 하며 먹고 살고 있다. 다른 이종족들 또한 대부분 이런 식으로 하루 하루를 연명해 나가고 있다. 사회의 밑바닥, 하층을 전전하는 여섯의 이종족들. 


 그것은, 인간의 시대가 도래한 이례로 영성을 잃고 땅 아래에 처박힌 이들의 비참한 말로였다. 물론, 이 대에 와서는 더 이상 기록조차 남지 않아 누구 하나 자신이 위대한 여섯  종족의 후손이라 하는 것을 그저 흘러 들어오는 옛 어르신들의 이야기겠거니 하며 넘겼다. 


 그들 사이에서 자라난 아이. 매일을 그런식으로 허드렛일을 하며 살다 보니, 아이는 별 다른 편견 없이 그들을 똑같은 이웃 사람들로서 대하며 자라고 있었다.  마냥 행복한 날이라 하긴 조금 그렇지만, 땀 흘린만큼 먹고 마실 수 있었기에 그럭저럭 삶을 이어나가는  보통의 날들이 이어지고 있던 와 중이었다. 그러던 와 중 벌어진, 뜻 밖의 일. 


 정권이 교체 되었다. 왕이 있었지만, 실세와 허세가 조금 다르던 시기였던지라. 보통의 경우엔 정치의 중심에 있던 자가 밀려나면 가장 가까이 있던 자 중 하나가 자리를 이어받고 여론을 진정시키는데, 이번에 자리를 이어받은 사람은 조금 뜬금없는 사람이었다. 


 이인자는 커녕 원래는 다섯 손가락에도 못 드는 인간. 우연찮게 기회를 얻었고 협작과 숙청 끝에 정권을 잡았다. 당연히, 안정적일리가 없었고 하필이면, 극심한 가뭄도 이어지며 여론은 별로 좋지 못한 곳으로  향하였다. 


 소문이 무성하고, 뒷 이야기가 난무했다. 새로 자리를 잡은 정권은 어찌 하여서라도 이러한 여론을 잠재울 필요가 있었다. 그럴때마다 여론을 진정시키고 내부의 결속을 단결시키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에 있었다.


 여섯 종족이 인간을 밀어내기 위해 합작하여 모의를 꾸미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주역으로 꼽힌 몇명은 잡히고 난 이후  어떻게던 살아남기 위해 사실이 아니라 호소하였지만, 불에 달군 쇠막대기와, 바늘은 견디기 어려웠다. 


 금방에 준비된 생각은 주모자들의 입으로 흘러나왔고, 흘러나온 다른 이름은 또 다른 이름을 말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름들.

수십명의 사람이 불려나갔고, 형장의 이슬로서 사라졌다. 수십명의 사람이 연행되고 처형되자, 처음에는 얼토당토 하지도 않다 여기던 그 말들이 점점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생존의 공포를 느낀 시민들은 같은, 인간이라는 이유로 단결하며 여섯 종족을 박해하기 시작했다.  이번 한번이 아니었기에 또 이러다가 넘어가겠지 싶으며 살아기던 7 8 9 지구의 사람들. 


 허나 이번에 터진 사건의 규모는 처음으로 소문을 내었던 사람들이 생각한 수준 이상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가뭄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굶주림에 말라 간 인간들은 이 상황을 탓 할 것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 그들 앞에 그럭저럭 먹고살던 여섯 종족이 눈에 띈 것이다. 


창과 곡괭이를 들고 일어 선 시민들. 상업도시에는 굶주림으로 인한 광기어린 날붙이가 훑고 지나갔다. 


 아이의 지인, 아이의 친지, 아이에게 일거리를 건내주는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이 광기의 열기 속에 잿더미로 산화했다. 대학살이라 불리우는 이 시대의 광기. 거기에서 아이는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간신히 목숨은 부치할 수 있었다. 허나 아이의 어머니는 쓸고나간 대학살의 열기 때문인지 그 해 겨울을 버텨내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했다.  마지막 남은 혈육조차도 다 떠나보내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아이. 실의에 잠긴 아이의 곁으로, 폐허에서 일어난 여인이 지나갔다. 


 이 후 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아이는 자라나 청년이 되었고, 허드렛일을 하며 배운 글과 읽은 책에서 사람의 권리에 대해 접하게 된다. 기본적인 사람의 권리로 남은 여섯 종족들 또한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하지 않나 생각한 청년은 나중이 되면 모두가 평등한 도시, 모두가 평등한 나라를 만들 것이라는 꿈을 품게된다.  우여곡절 끝에, 꿈을 이룰 수 있는 힘을 얻어 나가기도 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어린 시절 자신의 곁을 스쳐 지나갔던 폐허에서 일어난 여인을 알게된다.  여인은 이 나라를, 참 싫어하는듯 말했다. 특히나 나라의 시초인 성왕에 대해서는 이를 갈았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내가 남았어야 했는데 따위의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건내며 성토하던 여인. 하지만 그럼에도 매 순간 순간 나라와 시초인 성왕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깊은 애증의 관계인듯 싶었다. 


 꿈을 이루어 가던 와 중 그의 꿈에 반하는 이들도 당연히 생겨났다. 신의 이름으로 영성을 이어받지 못한 여섯 존재들을 어찌 같은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느냐라며 그를 이단자로 몰고, 악마라 손가락질하며 그가 세운 도시를 세상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병사들을 이르켜 그를 처단하려 했다. 허나 그러던 와 중마다 여인과 천운의 연속으로서 세를 부풀리며 질기게 목숨을 이어간다.  여인과 그렇게

숙명을 이루어 나가며 그는 점차 여인에게 반하게 된다.


 허나, 천운은 연속해서 이어지지 않았다. 끝끝내 모든 인간들의 나라를 적으로 돌리게 생긴 그. 영성을 가진 인간들에게 대항하

기엔 여섯 종족의 힘은 너무 미약했다. 결국 그가 세운 도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인가 싶었다. 벌 떼 처럼 일어난 군사들. 여인은 그런 수십만의 군사들을 엄중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그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한 후,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수십만의 군사들을 패퇴시키고 사라진다.


그 이야기는, 여인에 관한 이야기. 여인의 과거에 대한 중대한 이야기. 


 오랫동안 지켜 본 결과 너라면, 충분하겠다 여겨 이야기를 전한다. 나는, 인간의 신.  신을 바랬지만, 신이 없었던 이형의 원숭이들 중 하나. 태초의 반역자이던 성왕과 왕비 그리고 자신. 이렇게 세 명은 시대를 찬탈하여 인간의시대를 열기 위해 큰 사명을 짊어지고 여섯신을 죽이기 위해 여정을 떠났다. 


 모험의 마지막쯔음 , 실없는 농담이나 건내는 멋적은 남자였지만 누구보다도 책임감있는 리더로서 모험을 이끄는 성왕의 모습에 반한 두 여인. 내색하진 않았지만 내심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기를 바랬던 여인. 하지만 애석하게도 표현하는 법을 모르고 서툴렀다. 그리하여 입밖에 꺼내보지도 못한 고백을 왕비에게 먼저 빼았기고 만다. 그래도, 성왕의 마음에 그녀가 들어 있지 않았더라면 용기내어 고백이라도 해 봤으련만....... 성왕의 마음도 그녀에게 항하고 있음을 눈치채고만다. 


 결전이 끝나고 난 후, 평소와 같이 자신이 희생하여 인류의 시대를 열겠노라 갖은 폼을 다 잡는 성왕. 여인은 그런 성왕에게 엿이나 먹고 꺼져라. 저 자리는 나의 자리다. 내가 끝마치고 갈 테니, 너희는 너희의 이야기를 끝내도록 해라. 내가 너희의 이야기를 저 먼 곳에서 볼 수 있게 많이 행복해라. 라며 그를 밀치고 여섯 신들의 육신을 자신의 것으로 하여 승천하여 신이 되었다. 


 약속한 것과 같이, 여섯신들의 과오를 알고 스스로 인격의 신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보단 그저 뒤에서, 인간들을 보살펴주는 전지전능한 신으로서 무수한 인류의 세월을 보내 온 여인. 허나 그 또한 인간이었던지라, 세월의 흐름 앞에서 영원 할 수는 없었다.


 가까스로, 세월의 광기에 미쳐버리기 직전에 자신의 인격을 둘로 나눠 남은 이성의 화신으로 다음번의 신의 자리를 물려받을 아이를 구할 여인과 세월의 광기에 무너져내린 악신으로서 나눠진 여인. 여인은 마지막 순간에, 그에게 힘을 건내며 나지막히 말 한다.


 악신이 되어 미쳐버린 나를 처리하고, 새로운 신으로 올라가라. 너라면, 나보다 나은 너라면 충분히, 이 시대에 어울리는 신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웃으며 사라지려는 여인에게 그는 짧게 마음 깊숙하게 숨겨 두었던 말을 전하려 하지만, 여인은 입술로 그의 입을 막고

말한다. 


 알아 임마. 그러니까, 너는 나랑 비슷하다고 했잖아. 그래서. 


마음만 받을게. 마음만.....



그리 말 한 후, 빛이되어 눈 앞의 수십만의 병사들을 폐퇴시키고 사라진 여인. 그는 사라진 여인의 뒷 모습을 보며 눈물 흘렸지만, 여인이 전한 의지가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여인에게 건내받은 힘과 여섯 종족들의 힘을합쳐내어 악신이 되어버린 여인의 반쪽을 상대하여  처리하고 새 시대의 신으로 승천한다.

 

 그리고 한참 뒤의, 현대.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아 다니고, 땅에는 차며 기차들이 즐비한 현대의 시간대. 인간을 포함한 일곱 종족 모두 사람으로서  사회를 이루어 나가며 살아 간다.  교복을 입고, 신발을 신고 학교로 뛰어나가는, 여인의 얼굴과 똑같이 생긴 여 학생.  그 옆으로는 여섯 종족의 학생들이 같은 교복을 입고 등교 하고 있었다. 


 먼 발치에서, 양복을 입고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 그의 미소가 보이며  The end.


 뭐, 대충 이런 상상을 해봤음. 저번꺼랑 이어지는 내용, 중간 중간 채워 넣어야 할 게 많이 보이는데 플롯이 다 떠오르면 나중에 한번 써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