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오바마 행정부 때 취소된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부활시킨 달 탐사 프로그램입니다. 2024년까지 다시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달 남극에 유인 착륙뿐만 아니라 ‘루나 게이트웨이’ 우주 정거장, 달에서 거주할 수 있는 기지까지 포함한 ‘새로운 아폴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름부터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로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아폴로 프로그램에 이름을 맞춘 것이죠.


 아폴로 프로그램이 그랬듯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추진에도 정치적 계산이 들어있지 않을수 없겠죠?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틈만 나면 비판하는 트럼프 대통령답게 취임하자마자 오바마가 추진했던 우주 정책 재검토를 지시했습니다. 중국이 이른바 ‘우주 굴기’로 미국을 맹렬히 따라잡고 있고, 스페이스X 등 민간기업들이 2020년대 중반까지 달, 더 나아가서는 화성에까지 사람을 보내겠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NASA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냉전 시대 미소의 1차 우주 경쟁에 이어 이번에는 세계 각국이 참여한 2차 우주 경쟁이 불붙고 있습니다. 이렇게 불붙은 신(新) 우주경쟁에 힘입어 미국 정부도 올해(2019년) 아폴로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2024년까지 달에, 2030년대 초반까지는 화성에 인간을 보내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2028년으로 잡던 시한을 2024년까지 앞당기고 여성 우주비행사를 포함한 달 남극 착륙지도 선정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네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하드웨어로는 오리온 다목적 유인 우주선과 우주 발사 시스템(SLS)로켓을 사용할 예정이고, 착륙선과 임무 시설은 일본, 유럽을 비롯해 민간 기업들과 협력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SLS의 개발 예산이 ‘2020년 대통령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아 내년부터 발사되는 시험 임무들은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 등의 민간 발사체들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SLS의 개발이 이대로 좌절될지, 아니면 예산안이 조정될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계획했던 '새턴 V에 필적하는 거대로켓 개발'이라는 목표가 요원해진 것만은 어쩔수 없어 보입니다.


우주 발사 시스템 (SLS)


 SLS는 NASA가 개발하는 초대형 발사체로서, 블록1, 블록1B, 그리고 블록2 버전이 존재합니다. 블록1 버전은 지구 저궤도에 95톤, 블록1B는 105톤, 블록2는 130톤을 운반할 수 있는 발사체입니다. 블록1에 EUS라 불리는 더 강력한 2단을 적용하면 블록1B, 그리고 블록1B에 개량된 고체 로켓 부스터를 장착하여 페이로드를 차례대로 늘리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이 거대로켓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볼수 있을까요?


 SLS는 본래 2017년 첫 발사가 계획되었으나 2020년으로 연기되고, 이번에 또다시 2020'년대'로 연기되긴 했지만... 블록1의 첫 발사는 NASA의 유인우주선인 오리온을 싣고 달로 갔다가 돌아오는 무인 미션 EM-1이며, 그 후에 블록 1B를 이용한 달 궤도의 우주정거장인 게이트웨이의 모듈 발사가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그 사이 2023년에 토성의 위성인 유로파에 탐사선을 보내는 유로파 클리퍼 미션 역시 계획되었습니다. 


서술이 과거형인 이유는...


 SLS도 오리온처럼 화려한 개발 이력을 갖고 있는데요, SLS도 오리온처럼 원래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의 초대형 발사체인 '아레스'로 개발되었습니다. 아레스 로켓도 비용 절감을 위해 우주왕복선의 설계와 부품을 적용하는 식인데, 고체 로켓 부스터는 우주왕복선의 네 칸짜리 고체로켓을 한 칸 더 늘린 것, 1단의 연료탱크는 우주왕복선의 주황색 그것을 개량한 것입니다. 거기에 1단 코어의 엔진은 미리 생산되었던 우주왕복선의 주엔진 (RS-25) 중 남아있는 것을 1회용으로 쓰일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1단의 주엔진도 우주왕복선의 3개에서 4개로 늘려 1단 (코어) + 부스터만으로도 지구 저궤도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을 취소시키면서 지구 저궤도 운반중량 190t을 목표로 했던 거대로켓 아레스 로켓도 사장되었는데, 아레스의 컨셉은 일개 발사체 개발 계획인 SLS로 변경되어 개발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SLS의 개발은 계속 연기되고 비용도 멈추지 않고 치솟고 있습니다. 페이로드가 크다는 점 외에는 아무런 장점이 없는 로켓인데다가 우주왕복선에서 쓰인  부품들을 그대로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비용이 비쌉니다. SLS는 개발비용 70~350억 달러에 한번 발사하는데에 무려 10억 달러라는 거대한 비용이 드는 발사체입니다. 개발에는 우리나라 1년 우주예산의 70배(새턴 V 개발비용의 3배 이상), 한번 발사에 우리나라 1년 우주예산의 2배가 소요되는 것입니다.


  SLS와 비교하여 다른 발사체들의 비용을 보겠습니다. SLS는 개발비용 70~350억달러에다가 kg당 가격이 10,000달러가 넘어갑니다. 반면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는 kg 당 1,600달러, 개발 중인 스타십은 개발비용 50억 달러에 팰컨 헤비보다 kg당 가격은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 블루오리진의 뉴글렌, 중국의 CZ-9 등의 초대형-저비용 발사체가 시장에 등장할 예정이라서 SLS 개발의 당위성은 오래전에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2020년 예산안에는 블록 1 개발 예산만 들어갔습니다. 원래 블록 1과 1B는 거의 동시에 개발되어 블록 1이 EM-1 미션에 투입되면 블록 1B의 EUS 개발을 완료해 게이트웨이 발사 미션에 투입되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블록 1B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단 말은 곧 블록 1B는 블록 1이 개발된 이후에나 예산이 투입되어 개발된다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SLS의 개발은 사실상 2020년대 중반 이후로 미뤄지게 된다는 말인데, 앞으로 몇년 더 끌다가는 NASA가 파산할 지경이라서 이것조차 제대로 개발될지는 의문입니다.


 오리온 우주선의 발사체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사용된다고는 하지만 달 궤도를 돌며 NASA의 달/화성으로 가는 주요 사업의 발판인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의 부품 발사 역시 SLS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실상 개발하는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오리온 유인우주선의 첫 미션인 EM-1의 발사를 민간 발사체로 하기로 하며, 하나밖에 안남은 임무까지 버려질 예정입니다. 


 최근의 소식들은 그냥 SLS의 개발이 늦춰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보자면 SLS는 사실상 개발의 의미를 잃은 셈입니다. 사실 블록 1B와 블록 2는 아르테미스 미션에 투입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컨스텔레이션 프로그램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처음에는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줄 발사체로 주목받다 이제는 오리온 우주선의 발사체 중 하나로 전락해버린 SLS는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