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 간 인류는 태양계 곳곳에 우주선을 보내 구석구석을 탐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태양계 바깥으로 나아가 또 다른 별을 돌아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탐사를 위해 어마어마한 기술과 장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유사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77년 NASA에서 발사한 보이저 1호는 목성, 토성 등의 외행성 탐사를 마친 후 2005년 무렵 헬리오시스(Heliosheath)라 불리는 태양계 끝자락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지금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를 여행하고 있지만 또 다른 별에 접근하려면 천문학적인 시간이 더 요구된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Alpha Centauri)’란 별을 향해 4.37광년 더 나아가야 하는데 지금의 보이저 1호의 속도인 초속 16km로 나아갈 경우 약 7만 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 NASA에서 4.37광년 떨어져 있는 이 별을 탐사하기 위해 광속에 접근한 속도로 항진할 수 있는 핵추진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 ⓒNASA


원자력 추진 우주선 탐사 계획도 포함


이런 상황에서 최근까지 대다수 우주과학 전문가들은 우주선을 타고 또 다른 별을 탐사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별 탐사를 위한 거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16일 ‘텔레그래프’ 지에 따르면 NASA 과학탐사부문 토마스 주부헨(Thomas Zurbuchen) 부국장은 최근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태양계 바깥에 있는 별에 우주선을 보낼 수 있는 ‘새로운 핵 추진 시스템(new propulsion system)’을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NASA에서 검토하고 있는 추진 시스템에는 ‘원자력 추진 우주선(nuclear-propelled spacecraft)’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부헨 부국장은 “태양계로부터 가장 가까이 있는 별 ‘알파 센타우리’ 주변에는 탐사해야 할 많은 행성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탐사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렵다고 해서 포기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로 우리 시대에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까지 프로젝트를 수행한 이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NASA 과학자들이 현재 열망하고 있는 것은 관측 장비를 실은 우주선이 4.37광년을 날아가 알파 켄타우리를 돌고 있는 행성들에게 가깝게 접근하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곳에 있는 행성들은 기온이 뜨겁거나 차갑지 않아 지구처럼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조건인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 스티븐 호킹 박사 제안 미 하원이 채택


NASA는 지난 1987년에도 ‘알파 센타우리’에 관심을 갖고 ‘프로젝트 롱샷(Project Longshot)’을 진행한 바 있다.


‘알파 센타우리’는 ‘알파 센타우리 A’, ‘알파 센타우리 B’, 확실치는 않지만 세 번째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 등 3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알파 센타우리 B’ 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우주관측선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목표로 한 궤도에 도달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100년으로 잡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내부적인 이유로 인해 프로젝트 시행이 뒤로 미루어졌다.


이 프로젝트가 다시 주목 받게 된 것은 2018년 3월 작고한 천재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 (Stephen William Hawking) 박사 때문이다.


고 스티븐 호킹 박사는 작고하기 약 2년 전인 2016년 4월 12일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이란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컴퓨터칩 크기의 ‘나노 우주선’ 수십만 개를 쏘아 올린 다음 지구 바깥에서 100 기가와트의 강력한 레이저 광선으로 밀어내면 ‘알파 센타우리’까지 한 세대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호킹 박사는 우주선의 무게가 약 1g이고, 비행 속도는 광속의 약 5분의 1로 무척 빠르기 때문에 센타우루스 자리까지 당시 우주기술로 3만 년 걸리던 것을 20년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우주개발사업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려면 정밀 관측 장치가 부착된 나노 우주선에서부터 오랜 기간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배터리 문제 등 29개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당시 언론들은 이 프로젝트가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약 50억~100억 달러의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었다.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브레이크스루 재단에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CEO가 참여하고 있었지만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NASA 예산을 심의하는 미 하원이 오는 2069년 ‘알파 센타우리’에 우주선을 보내기 위한 항공우주국을 설립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후 100주년 사업으로 ‘알파 센타우리’ 프로젝트를 선정한 것.


하원 보고서는 “별 탐사선이 2069년까지 빛의 10분의 1 수준의 항속 속도를 달성하기 위해 NASA에서 새로운 추진 시스템을 연구‧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호킹 박사의 레이저 광선을 에너지로 하는 ‘나노 우주선’과 달리 또 핵추진 장치가 혼합된 추진 시스템 ‘헬리오스 프로브스(Helios probes)’ 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부헨 부국장은 “호킹 박사의 기자회견이 발표된지 4년이 지난 지금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의 기능은 당시 우주선 기능을 훨씬 앞선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069년을 향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 세대는 아니지만 별 탐사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