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스포


기록
신생명 연구실


실험 개요

우리는 하얀 신의 힘을 견디는 생명을 만들기로 했다.

기존의 게놈 기술과 이 별에 남겨진 생체 병기 기술을 이용해 적합 가능한 그릇을 생성한다.

그렇게 태어나 울음소리를 내는 기적의 아이는 반드시 시층의 눈을 속이는 존재가 되어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사할 것이다.


피험자 로트

각자 형태가 다른 유전자 샘플 1000개 분을 1로트마다 배분해 그 그릇에 하얀 신의 애너지를 충전했다.

각 로트의 코드명은 우리가 관측한 고대 국가 중 하나에서 쓰인 숫자를 이용하였다.

각 로트에서 생명이 발생할 경우 로트 코드에 알파, 베타, 감마 등의 하위 코드를 붙여 개체 코드로 지정한다.


쿠아르타

제1로트, 제2로트, 제3로트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생명의 발생이 관측되지 않았다.

따라서 코드 프리마, 코드 세칸다 및 코드 테르차에 해당하는 개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실험에서 처음으로 생명의 발생이 관측된 건 제4로트이다.

로트 안의 샘플 1000개 중 생명이 발생한 건 하나 뿐이었기 때문에 하위 코드 없이 쿠아르타로 호칭한다.

쿠아르타는 예상을 상회하는 비정상적인 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관측 도중 인간에게는 없는 기관이 여러 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기관은 무질서하게 발달하여 결국 코드 쿠아르타가 한 개체로서의 생명으로 존재하는 것을 어렵게 했다.

코드 쿠아르타는 발생으로부터 10일이 되자 완전한 소실이 확인됐다.

원인은 하얀 신의 힘과의 융합 시 발생한 게놈 정보 덮어쓰기 또는 개변이었다고 여겨진다.

다음 로트에는 하얀 신의 힘의 침식에 저항하는 새로운 인자를 모든 샘플에 포함하기로 했다.


퀸타

제5로트에서 생명의 발생이 관측됐다. 하나만 발생했기 때문에 하위 코드 없이 개체 코드를 퀸타로 지정한다.

지금까지의 발생률로 추측하면 앞으로도 하위 코드를 사용하는 사례는 희박할 것이다.

코드 퀸타는 발생으로부터 얼마 안 가 소실됐다.

하얀 신의 힘의 침식에 저항하기 위한 면역 인자가 정상적인 조직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형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서였다.

다음 로트에는 하얀 신의 힘의 침식에 대비한 면역에 의한 저항과는 다른 접근을 검토해야 한다.


세스타

제6로트는 하얀 신의 힘에 대한 저항 없이 「융합」이라는 형태로 침식을 막는 인자를 주입했다.

즉 일방적으로 침식을 허락하는 것이 아닌 하얀 신의 힘을 스스로 받아들여 제어 가능한 상태를 목표로 하는 시도이다.

이 로트에서 유일하게 발생한 코드 세스타의 경과는 얼핏 보기엔 순조로웠다.

하지만 이 개체는 갑자기 발생한 폭주로 소실됐다.

원인 분석은 난항을 겪고 있다. 무차별 융합으로 인해 발생한 폭발로 개체의 원형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잔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안 되는 세포 조각 뿐이었다.

그 세포 조각도 동결 처리를 벗어나 다시 폭주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어 지저 폐기장에 즉시 폐기가 결정됐다.

다음 로트에는 더 신중한 게놈 조정이 요구될 것이다.


셉티마

제7로트에는 다시 하얀 신의 힘에 저항하는 인자를 포함시켰다.

정상적인 조직에 대한 저항은 적으며 면역 인자의 생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번 로트에서 처음으로 두 개의 생명이 발생했다. 각각 코드 셉티마 알파, 코드 셉티마 베타로 호칭한다.

우리는 두 개 중 더 안정된 수치를 보이는 셉티마 알파에 이미테이션 프리즈마의 탑재를 시도했다.

하지만 탑재 후 얼마 안 가 셉티마 알파는 이미테이션 프리즈마를 거절하듯이 폭주, 소실됐다.

동시에 셉티마 베타의 수치에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해 현재도 불안정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프리즈마를 탑재하지 못한 셉티마 베타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원인을 해명하면서 제8로트의 개발을 서두르기로 했다.


옥타바

제8로트는 다시 순도 높은 면역 인자를 포함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더 많은 생명의 발생을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이번에 관측된 것은 하나 뿐이었다.

코드 옥타바라고 호칭되는 새로운 실험채는 발생 후의 경과가 지금까지의 개체와 비교해 가장 안정적이다.

대조적으로 관측을 지속하던 셉티마 베타는 매일 생명력이 약해져 언제 소실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안정된 관측이 이어지는 코드 옥타바였으나 어느 날 갑자기 큰 수치의 혼란이 관측되었다.

분석 결과 미세하게나마 셉티마 베타로부터 뭔가의 신호를 받아들인 흔적을 발견했다.

두 개에 뭔가의 공명이 있던 건가. 우리의 관측 바깥에서 소통을 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며칠 후 옥타바가 폭주했다.

지금까지의 개체의 폭주는 게놈에 포함된 기능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옥타바는 달랐다. 거기에는 관측되어서는 안 되는 「분노」라고 할 수 있는 정동이 발견됐다.

......폭주에 대응하던 중 제7로트의 담당자로부터 셉티마 베타가 소실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옥타바는 그 순간 폭주를 멈춤과 동시에 모든 생명 활동을 중지했다.

두 개 사이에 어떤 교류가 있었는지는 여전히 불명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방침으로 여러 로트를 병행하는 실험을 그만두고 한 개체씩 관측하기로 했다.


노나

우리는 마침내 이미테이션 프리즈마에 적합한 개체의 개발에 성공했다.

면역 인자와 개량형 융합 인자를 포함시킨 제9로트로부터 유일하게 발생한 생명인 코드 노나.

발생 후의 경과는 지금까지의 개체 중에서 제일 안정적이며 기준치를 먼는 수치는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셉티마 알파의 예가 있어 우려하고 있던 이미테이션 프리즈마의 탑재에 거절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우리 인류의 역사를 맡기는 데에 충분한 『기적의 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론상 우리에게 남은 시간과 자원 중 적합한 개체가 태어날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그녀가 여기에 생명을 얻은 것은 기적이며 그야말로 우리 아이를 얻은 것과 같은 행복이기도 하다.

......그녀가 짊어진 운명은 가혹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 생명에 축하를......




포격 제어 시스템

영구 지속 문명 연구소의 이념은 전쟁을 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셸터 쉽에도 최저한의 무장만을 탑재했다.

전함의 전방에 설치된 포격 기구는 어디까지나 만일의 사태로 인한 위협과 장애물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 전함의 포격은 모두 단일 제어 시스템의 관리 하에 있다.

또 제어 시스템의 관리실로 가는 경로는 이 전도에 표시되어 있는 대로다.

하지만 관리실로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연구소의 설립 배경으로 인해 무력의 취급에는 굉장히 신중하다. 관리실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연구소원의 과반수의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관리실의 보안은 굉장히 섬세하다. 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일정 시간 모든 기능이 강제 정지된다.

규정 시간이 경과하면 관리자의 승인에 의해 정지가 해제된다. 이것은 무력에 의한 포격 기구의 강제 탈취를 막기 위함이다.


사랑하는 울바에게

냉동 수면에 들어가기 전에 여기에 남긴다. 사랑하는 울바. 이 영구 지속 문영 연구소에 들어간 건 네 죽음이 계기였다.

네가 태어나기 얼마 전부터 플레이트간 정치적 긴장은 심각했다.

각국이 비밀리에 병기 개발을 진행한 시대, 너를 배고 있던 아내는 어느 화학 공장의 오염 사고에 말려들어 병에 걸렸다.

아내는 너를 낳고 곧바로 목숨을 잃었다. 적어도 너만이라도 강하게 살 수 있게, 울바...... 그 이름을 남기고.

하지만 그 소원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아내를 삼킨 독은 어린 너까지 앗아갔다.

지금도 떠오른다. 닫힌 병실에서 같은 이름의 늑대가 그려진 그림책을 몇 번이고 읽던 네 모습이.

이 「울바」처럼 넓은 세계를 어디까지나 달려가고 싶다고..... 그렇게 바란 너의 투명한 눈빛이.

......결국 나는 너를 그 병실에서 꺼내지도 못 했다.

화학 공장에서의 사고는 군사상 기밀로 취급되어 너와 아내의 죽음도 병사로 처리됐다. 지금은 나 말고 진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마저 조작당하는 전쟁이라는 것에 나는 깊게 절망했다. 이제 이 시대에 내가 살 이유는 없다.

바라건대 다음에 눈을 뜨는 시대가 전쟁이 없는 시대이기를......


늑대가 된 너에게

......어떻게 된 거지. 제6로트의 샘플에 딸의 유품으로 남긴 머리칼의 게놈 정보가 채용됐다.

물론 어디까지나 피험체 중 하나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고려해도 딸의 샘플이 생명을 가질 확률은 극히 낮다.

하지만, 그래도......생각하게 된다. 딸이 병에 위협받지 않고 살아서 웃고 뛰노는 모습을......

......내가 얼마나 달콤한 꿈을 그리고 있는지 깨달았다.

제6로트에서는 딸의 샘플에서만 생명이 발생해 코드 세스타로 명명됐다.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사랑하는 딸의 얼굴을 다시 볼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날은 오지 않았다.

뒤늦게 육성 포드로 달려간 내가 본 것은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무참한 딸의 잔해였다.

갑자기 세포가 가진 융합 기능이 폭주해 강제 동결을 가하던 중 에너지의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내가 그걸 현실이라고 인식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는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품고 그 생명을 짓눌린 것일까.

......나는 두 번이나 딸을 죽게 둔 것이다.

믿기지 않는 사태가 일어났다.

세스타가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이 셸터 쉽의 벽을 부수고 모든 것을 부수며 우리에게 달려왔다.

연구소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무리도 아니다. 그 거대한 늑대의 정체를 아무도 모를 테니까.

오직 나만이......그것을 알고 있다. 그 모습이 틀림없이 딸의 그림책에 그려진 울바라는 늑대 그 자체였으니까.

그리고 이 역사의 끝에서 그 늑대의 모습을 기억하는 유전자의 주인은 한 명밖에 없을 것이다.

세스타. 무심코 입을 열어 말한 이름에 늑대는 찰나에 돌아봤다.

하지만 곧바로 시공 역행 디바이스 쪽으로 향했고 게이트 너머의 코클리아를 향해 높게 울었다.

연구원들은 그녀의 제지에 안간힘이었다. 그 중에서 나만이 그저 우뚝 서서 그녀의 고고하고도 자유로운 모습을 바라봤다.

늑대를 막지 못할 것을 알자 연구원들은 서둘러 게이트의 일시적인 봉쇄를 시작했다.

세스타는 그래도 불안정한 게이트로 뛰어들려고 했다. 한없이 소중한 뭔가를 쫓아가려는 듯......

나는 시공 역행원용 좌표 유도 디바이스를 그녀의 몸에 숨겼다. 그건 내가 연구소에 저지른 첫 배신이었다.

마침내 세스타는 게이트로 사라졌다. 행선지가 코클리아인지 어떤지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 후련한 마음으로 그 뒷모습을 배웅했다. 그녀라면 분명 어디로든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래. 그 아이가 동경한...... 힘차게 땅을 딛고 빛처럼 달리는 그 늑대의 모습이라면.





셸터 쉽


우리 영구 지속 문명 연구소는 앞으로의 인류를 위해 전쟁 없는 미래로 향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그래서 연구원과 많은 일반 시민을 태운 거대 셸터를 건조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전쟁은 그칠 줄 몰랐고 전화는 계속해서 퍼져만 갔다.

자재를 모을 여유도 시간의 유예도 우리에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대기권 외에 건설되어 기적적으로 전쟁을 피한 연구 시설의 존재에 도달했다.

우리는 이 시설을 다시 만들어 아무리 가혹한 환경 하에서도 적응하는 셸터 쉽의 건조에 성공했다.


수용하는 일반 시민의 수는 예상보다 많아서 대량의 냉동 수면 캡슐을 일정 환경 하에서 보존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가 급했다.

그래서 셸터 쉽의 원형이 된 시설에 있는 연구실 몇 곳의 설비와 자료를 쓰지도 않고 파기하는 식으로 이용했다.

파기한 물건 중에는 전쟁이 없는 시대의 인류를 이끌기 위해 유용히 쓸 수 있는 것들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인명이다.

우리에게는 참 씁쓸한 결단이었다.


영구 지속 문명 연구소의 이념은 전쟁을 피하는 것이며 함선에는 최저한의 무장만을 탑재했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 또는 위협이 다가올 경우를 고려해 제노 도메인의 개수에 맞춰 우리는 보안용 특수 장갑 병기를 제조했다.

전쟁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 병기의 개발이라니 참 모순된 일이다.

또한 외부의 침입자를 막는 설비로 이전 세대에 사용된 시공 왜곡 시스템을 선내의 각 장소에 설치했다.


만약 침입자가 무력으로 보안을 돌파할 경우에 대비해 병기 연구실과 최종 셸터를 쉽의 중심부에 준비했다.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상정하고 있으나 긴급 시에 이 최종 셸터가 남은 인류의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다.




시민 셸터


아버지에게.

만날 수 없는 건 슬프지만...... 일 열심히 하세요.

오늘은 그림책을 읽지 않아도 잘 수 있을 거라고 엄마가 말해줬으니 안심하세요.

그런데 냉동 수면이라니까 춥겠죠?

깨어나면 또 캐치볼을 해요.

미래에 어떤 공원이 있을지 기대돼요.

안녕히 주무세요.


날 위해 힘내는 당신에게.

이 시대의 마지막 잠 직전의 메시지랍니다.

복잡한 건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제대로 일해서 제가 깨어났을 때는 조금 더 출세해 주세요.

약속!

그리고!

제가 깨어났을 때는 꼭 옆에서 잘 잤냐고 말해 줄 것!

안 그러면 프로포즈 받은 거, 대답 안 해 줄 거에요!

두근거림을 품고 기다릴게요.

그럼, 잘 자요.


이 계획에 아무리 많은 생명이 걸려 있다고 해도 역시 저는 찬동할 수 없었습니다.

이 다음 회의에서 제 의견을 모두에게 전할 생각이었지만 아마 방호복의 동결 장치가 바로 작동하겠죠.

하지만 난 전하고 싶어.

남겨진 인류의 희망을 위해 고대 인간의 의지와 생활을 짓밟는 게 과연 맞는 건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