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캐릭터 소지 여부에 따라 대사 변경되며 2, 3화+에필로그는 5월 되기 전까지 완료 예정

즐감


펼치기



https://youtu.be/KvHDqf4ra5E




제1화 그 손으로 쏘는 것은

시간의 소용돌이의 중심이 된 노나의 고향 코클리아 왕국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알도 일행.

거기서 새로운 단서가 나타난다.


청년 :

이봐...... 그렇게 말하지 말고 대신 좀 해 줘. 그 녀석이 너무 무섭단 말이야.


아저씨 :

나라고 힘 센 것도 아닌데. 장비 제대로 줄 테니 네가 가.


알도 :

왜 그래? 마물이라도 나타난 거라면 내가 도와줄게.


청년 :

아니 그게...... 마물은 아닌데......


아저씨 :

걱정 안 해도 요즘은 이 마을 모두가 반격해야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평화롭긴 해.

우리가 지금 말하는 건 마을 구석에서 자는 늑대 누님이거든.


알도 :

아, 세스타 말이구나. 분명 아라라트의 모두가 교대로 간병하고 있었지.


아저씨 :

그래. 우리가 다치게 한 것도 있고 그 거울을 써서 탐색을 진행한 답례도 있어. 하지만......

얘가 오늘 당번 안 하고 싶댄다.


청년 :

내 말 좀 들어줘! 이상하단 말이야, 그 누님.

아무래도 아직 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식사를 주러 가면 무서운 표정으로 계속 바라보거든.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내 뒤에 서 있을 때도 있어.


아저씨 :

뭐, 아무리 봐도 보통 일은 아니지.

이런 곳에 흘러 들어온 시점에서 이유는 있겠지만......


알도 :

그러고 보니 왜 이 소용돌이에 온 건지는 못 물어봤지?


청년 :

응. 물어볼 용기가 없었어.

실수로 그 호랑이같은 여자의 꼬리를 밟는 날엔 그 커다란 마물로 변해서 날뛸 테니 두려워서 못 참겠어.


아저씨 :

사실 호랑이보다는 늑대지만.


알도 :

그럼 오늘은 나랑 교대하자. 물어볼 것도 많으니까.


청년 :

정말? 고마워! 그럼 저기 있는 도구랑 식사를 들고 가.


아저씨 :

네가 간다니 안심이야. 요즘은 녹시스도 소용돌이에 자주 들어가니 도움을 못 청하겠더라고.


알도 :

우리를 위해 코클리아로 가는 안전한 길을 조사하고 있으니까. 신세를 진 만큼 도와줄게.


청년 :

맞다. 그 조사 말인데, 진척이 꽤 된 것 같아.

코클리아의 공주님한테도 슬슬 준비해 두라고 전해 줘.


알도 :

알았어. 고마워! 그럼 갔다 올게.


-


알도 :

......분명 이 근처에서 자고 있댔지.

말을 들어보니 무턱대고 다가가면 위험할 것 같으니까 조용히 가자......


노나 :

어디 가려고?


알도 :

으아악!


노나 :

아하하하하하! 깜짝 놀랐네!


알도 :

하지 마... 이런 때에......! 세스타를 자극하면 어쩌려고 그래.


노나 :

응? 세스타라면 이런 소리 정도로 화내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알도 :

그래? 아라라트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뭔가 꽤 곤두섰다는 느낌이던데......

우리를 여전히 적으로 생각하고 계속 바라보거나 숨어 있거나 해서 방심할 수 없게 한다고......


노나 :

아~ 알 것 같아! 나도 처음에 그런 착각을 했어.

하지만 모두가 생각하는 것 만큼 위험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알도 :

그래?


노나 :

응. 왜냐면......




노나 :

아..... 세스타......? 전에 생긴 상처는 괜찮아......?


세스타 :

......너랑은 상관 없어.


노나 :

상관 많아!! 다치게 한 건 우리 쪽이니까!


세스타 :

......조용히 해. 상처가 도지겠어.


노나 :

앗......! 미안......

......이거 상처약이야. 잘 들을 지는 모르겠지만 두고 갈게!



노나 :

........


세스타 :

......또 왔네.


노나 :

우왓!? 미, 미안. 상황만 보고 가려 했는데......

......어라? 상처약을 별로 안 썼잖아. 효과가 별로였어......?


세스타 :

......안 필요하니까.


노나 :

무슨 말이야......?

.....앗!? 뭐야 이게!? 뭔가 상처가 반짝반짝 빛나는데!

그것보다 조금씩 아물고 있어.....!? 이거 마법이야? 대체 뭐야!?


세스타 :

.....시끄러워. 집중 안 되잖아.


노나 :

집중력이 필요해!?


세스타 :

.................


노나 :

어, 어라? 뭔 일이 일어나는 거야......?


세스타 :

......상처가 많이 나아서 잠시라면 그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노나 :

설마 늑대가 되려고!?


세스타 :

네가 조용히 안 하면 변할 거야.


노나 :

미, 미안! 바로 돌아갈게!!


세스타 :

....................



노나 :

.......................


세스타 :

................뭐.


노나 :

도, 돌아갈게요!! 죄송합니다!


세스타 :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노나 :

그건 그렇지만......

......어라? 뭔가 상태가 나빠 보이는데? 상처도 전보다 늘어났고......


세스타 :

.............


노나 :

설마 치유력이 잘 통하지 않은 거야? 기다려.....!

거창한 마법은 아니지만...... 조금은 도움이 될까.


세스타 :

...............


노나 :

앗...... 어...... 그럼 난 돌아갈게!


세스타 :

잠깐.

......너...... 말이야......

......부수고 싶은 거나 없애고 싶은 사람 있어?


노나 :

뭐!?

어, 없는데......


세스타 :

그래.............


노나 :

.......?



노나 :

......이런 일이 있었거든.


알도 :

지, 지금 그 말이라면 어딘가 위험한 거 아니야.....? 부수거나 없애는 건 보통 일이 아니잖아.


노나 :

아니야! 그 다음에 잘 생각해 봤는데 아마 그런 의미가 아니고......

......세스타는 상처를 고쳐 준 답례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해.


알도 :

그래......?


노나 :

응. 말은 그렇게 해도 뭔가 나한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걸로 보였어.

......본 적이 있거든. 그 조금 곤란해 하는 표정을.

뭐라고 해야 하냐면..... 받은 마음이 소중해서 어디에 둬야 좋을지 모르겠고 대답하는 방법도 몰라서 망설이고 있다는 느낌이야......


알도 :

그건......


노나 :

......응. 엄마를 닮았어.

그래서 세스타를 그냥 둘 수 없어.


알도 :

그래. 노나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모두가 생각하는 것 만큼 위험한 녀석은 아니라는 거겠지.


노나 :

응응. 맞아! 이래봬도 사람 보는 눈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갑자기 다가오는 것도, 뚫어져라 보는 것도 분명 답례를 하고 싶어서일 뿐이야.

그러니까 세스타는 늑대가 되거나 하지는......

으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알도 :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아라라트를......!?


노나 :

그, 그러려는 걸까.....!? 일단 쫓아가자!


Quest Accepted



노나 :

잠깐, 세스타! 왜 그러는 거야......!?


알도 :

......! 잠깐, 노나! 저쪽에서 뭔가 오고 있어......!


노나 :

꺅......!?

.....설마 저걸 혼자서 몰아내려고!?


알도 :

우리도 돕자!


-


알도 :

어떻게든 몰아냈네...... 괜찮아, 노나?


노나 :

응. 난 괜찮아! 세스타는......?

!! 괜찮아.....!?


세스타 :

......하아...... 하아......


노나 :

수복은 가능한 것 같지만 상처가 깊어 보여.


알도 :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무리한 거야. 아라라트의 모두가 나서서 몰아낼 적들을 혼자 상대해서......


노나 :

저기, 세스타...... 그 마물이 오는 걸 알아챈 거지?

그럼 아라라트의 모두를 불러도 되잖아? 혼자서 싸울 필요는 없는데?


세스타 :

그러면...... 의미가 없어. ......돌려주지......못 하니까.

이번에는...... 조금 상태가 나빴을......뿐이야. 곧 나으니까 그냥 둬......


알도 :

이번에는, 이라니......

설마 지금까지 이렇게 여기로 오는 마물이랑 싸웠던 거야?


세스타 :

.................


알도 :

그러고 보니 요즘 아라라트에 온 힘을 다해야 몰아낼 만한 마물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들었어.


노나 :

설마 세스타가 전부......?


세스타 :

...........


노나 :

......저기, 세스타. 「돌려주지 못 한다」고 한 건 뭐야?

혹시 지금까지 모두에게 받은 걸 말하는 거야? 상처 치료해 준 거랑 식사 준 거......


세스타 :

......방법이 없잖아. 내가 여기서 돌려줄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어.


노나 :

괜찮아. 「고맙다」는 말만 해 줘도!!

하여간~! 그런 점이 정말로 엄마를 닮았어!! 뭔지 모를 이유로 무리하니까!


세스타 :

......엄......마?


노나 :

앗, 미안, 그만......

그게. 세스타가 가려고 하는 곳...... 코클리아에 내 엄마가 있어.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당장은 만나러 갈 수 없지만...... 세스타를 보고 나서 떠올랐어.


세스타 :

......그랬군.


노나 :

그런데 세스타는 어떻게 코클리아를 알고 있어? 유명한 나라는 아닐 텐데......

처음에 만났을 때 계속 가야 한다고 했잖아. 대체 왜?


알도 :

그리고...... 이런 곳에 흘러 들어온 것도 뭔가 사정이 있을 거 아니야......?

세스타는 어디에서 온 거야?


세스타 :

어디에서.........

......그래. 그건 어디였을까.

깊은 어둠...... 빛이 없는 장소. 모든 비생명이 무질서하게 쌓여 경계도 없이 합쳐지는 진흙탕......


노나 :

진흙탕...... 그게 세스타가 태어난 곳이구나.


세스타 :

아마...... 나는 생명을 갖지 못할 존재였겠지. 형상도 없고 의지도 없이...... 구렁텅이와 하나가 되어 썩어야 했을 거야.

하지만 「분노」가 나를 깨웠어.

세계에 대한 간섭 수단을 갖지 못한 채 몸이 사라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정도의......강한 분노의 불길이.


알도 :

분노의 불길......?


세스타 :

응. ......그리고 그 불길을 내게 불어넣은 건 어느 「목소리」였어.

비명, 한탄, 어쩌면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 세계에 짓눌리는 것 같이 고통에 찬 목소리가 갑자기 나를 부르는 것 처럼 들렸어.

......그 목소리의 주인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동시에 이렇게 고통을 주는 세계에 대한 강한 분노가 내게 형상을 줬어.


노나 :

그럼 누군가의 「도와 달라」는 목소리가 세스타를 깨우고......

누군가가 그렇게 심각한 상황에 처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이 그 형상으로......

......형상!?


알도 :

형상이라니!? 혹시 그 모습 말이야?


세스타 :

맞아. 내 경우는 자아가 싹트기도 전에 그 목소리의 근원으로 가려고 하는 충동이 생겨났어.

그 충동에 따르듯이...... 생명이 신체를 끌어모아 구축했어. 눈을 얻고, 목소리를 얻고, 말과 지성을 얻었어.

그렇게 그저 목소리가 난 방향만을 향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노나 :

그게 세스타가 태어났을 때의 일이구나......

......어떡하지? 이해가 하나도 안 돼!


세스타 :

......애석하게도 이 이상의 일을 설명할 재주는 갖고 있지 않아.

이건 어디까지나 내 눈으로 봤을 때의 광경이야. ......진실은 나 자신조차 몰라.


알도 :

음...... 지금 한 말로는 어느 시대의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네.


노나 :

그럼 여러가지가 진흙처럼 섞여 있던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 하나만으로 태어난 거네?

그럼 코클리아는 어디서 안 거야?


세스타 :

......얼굴 없는...... 하얀 자들이 그 이름을 말했어.


알도 :

하얀...... 그럼 팬텀인 건가?


세스타 :

너희가 어떻게 부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과 조우하는 건 신체를 얻고 조금 지나서였어.

생명을 얻은 나는 저 높은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고 진흙 속에서 발버둥쳤어.

하지만...... 늪 속처럼 다리를 붙잡혀서 아무리 땅을 박차도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도 앞으로 갈 수가 없었어.

......그래서 신체를 분해해서 재구축했어.


노나 :

신체를 분해한다고!?


세스타 :

내 신체는 하나의 의지에 따라 모인 물질의 집합체야. 그래서 최소 단위로 돌아가는 것도 어렵지 않아.


노나 :

어렵게 들리는데......


세스타 :

분명 너희와는 신체 구조가 다른 거겠지.

하지만 실제로 그게 가능하다는 건 아까 전의 나를 떠올리면 알 수 있을 거야.


알도 :

아까 전...... 늑대로 변신했을 때구나.


세스타 :

응. 그것도 방법은 같아. 일단 이 신체를 최소 단위까지 분해해서 바라는 형상으로 바꾸는 거야.

나는 그 때 깊고 어두운 진흙탕에서 목소리의 근원으로 달려가고 싶다고 바랬어. 강하게 땅을 박찰 다리와 하늘을 잡을 손톱을 원했어.

......그리고 몸에 끓어오르는 분노의 체현으로 그 모습을 선택했어.


노나 :

그랬구나...... 그래서 목소리의 근원으로 달려갔어?


세스타 :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하늘을 향해 달렸지만 어느샌가 옅은 빛으로 가득한 곳으로 왔어.

비명은 이미 그쳤어. 하지만 그 잔향은 계속 귀에 남아서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줬어.

나는 다시 잔향 쪽으로 달려갔어. 마구 달리는 동안 몸 위에서 모든 것이 부서져서 상처를 남겼어.

마침내...... 빛의 구멍이 보였어. 목소리는 그 너머에서 들렸다는 걸 알았어.


알도 :

빛의 구멍..... 그건......


세스타 :

빛으로 뛰어들려고 하는 나에게 갑자기 족쇄같은 것이 채워졌어.

......돌아보니 하얀 얼굴없는 자들이 나란히 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어.

코클리아라는 말은 그들이 한 거야. 빛의 너머를 향해서...... 코클리아라고.


노나 :

......그래서 코클리아를 아는 거구나.


세스타 :

그들 중 누군가가 나를 세스타라 불렀어. 다른 누군가가 그 너머로 가는 것을 막았어. 나는 족쇄를 뿌리치고 빛으로 뛰어들었어.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잔향은 머나먼 저편으로 멀어져 갔어.


알도 :

이 소용돌이로 왔을 때인가.


세스타 :

......응. 머나먼 잔향은 당장에라도 사라질 것만 같았어. 나는 길잡이를 잃은 것을 예감했어.

하지만 그 대신...... 잔향과 같은 방향을 보여주는 물건이 손 안에 남아 있었어.


노나 :

그게 아라라트 사람들이 찾은 거울이구나.


알도 :

그래서 되찾으려고 무차별적으로 싸운 거였구나.


세스타 :

나는 만나야만 해. 코클리아에서 나를 부르는...... 나의 신을.


노나 :

신............


세스타 :

내가 태어난 진흙탕은 생명이 발생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

그런데도 단 한 번 들은 그 목소리가...... 나에게 생명을 줬어. 이 몸을 불태우는 분노를 줬어.

생명의 창조주를 신이라고 부른다면 그 목소리의 주인은 틀림없이 나의 단 하나뿐인 신일 거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돼.

내가 태어날 수 있던 건 분명 고통받는 신을 구하기 위한 거겠지. 아니면......

......신에게 고통을 주는 이 세계에 복수하기 위해서일까.


노나 :

................


세스타 :

......태어난 순간에 느낀 분노의 불길은 지금도 꺼지지 않고 가슴 속에서 타오르고 있어.

가끔씩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타오르는 이 불길이 몸을 불사르려고 해. 숨쉬는 것도 잊을 정도로 분노가 타올라서......

분명 이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겠지. ......신을 만나고 내 목적을 다 할 때까지.


알도 :

.....그래.

세스타가 말하는 신이라는 게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힘이 됐으면 좋겠어.


노나 :

응!

하지만 신이라...... 처음부터 생명을 만드는 굉장한 사람이 정말로 코클리아에 있었나......?

......맞아! 지금 코클리아로 가는 길을 녹시스가 찾고 있어. 만약 찾아내면 세스타도 같이 갈래?

우리한테는 다른 목적이 있지만 가면서 세스타의 신과 만나면 더 좋을 거야.


세스타 :

......너희들에게 방해만 안 된다면.


노나 :

물론이지!

......우리의 목적은 코클리아를 반복되는 멸망에서 구하는 거야.


세스타 :

멸망...... 코클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노나 :

그건......

.......시간의 흐름이 이상해져서 결계의 폭주로 나라의 모두가 죽을 때까지의 최후의 3일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어.


세스타 :

.............!


노나 :

소중한 가족과 좋아했던 사람들이 지금도 참극 속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과 괴로움을 느끼고 있어.

그래서..... 우리의 목적은 코클리아 멸망의 원인을 없애는 것. 그리고 반복을 막는 거야.

......그게 탄생을 선택할 수 없었던 내가 꼭 선택하고 싶은 삶의 방향이니까.


알도 :

노나......


노나 :

알겠지? 도중에 세스타의 신을 찾는 것도 우리한테 방해가 되지는 않을 거야.


세스타 :

......네게 괴로운 이야기를 시키고 말았네.


노나 :

분명 어딘가에서 말해야만 했던 이야기야.

그것보다 세스타는 코클리아에 갔던 적이 없지?

그럼 내가 기억하는 것 만이라도 세스타한테 알려줄게! 뭔가 힌트가 될 지도 몰라!


세스타 :

괜찮겠어......?

 

??? :

......아주 친절한 제안이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노나 :

응......?


녹시스 :

코클리아라면 이야기로 듣는 것 보다 실물을 보러 가는 게 더 낫잖아. 안 그래?


알도 :

설마.....!


클라인 :

응. 드디어 찾아냈어.


녹시스 :

이 소용돌이의 중심을 향하는, 위험이 최대한 적은 루트를 말이지.


노나 :

둘 다 고마워......!!


클라인 :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어.

소용돌이의 중심에 한없이 가까운 곳 까지는 특정이 가능했는데 그 다음 장소로는 갈 수가 없어.


알도 :

무슨 말이야?


클라인 :

뭔가 장벽같은 게 갈 길을 막고 있는 것 같아.

모습은 미궁의 상층과 하층을 잇는 공간의 균열과 닮았지만 발을 들이기도 전에 튕겨져 나가고 말아.


알도 :

장벽......

......이건 내 가설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그 장소로 갈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을 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 균열 너머가 정말로 코클리아로 이어져 있고...... 노나 군, 너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법이지.


노나 :

나를......?


클라인 :

......아니. 역시 너무 낙관적이야.

이렇게 말해놓고 너희를 소용돌이 안으로 보냈는데 헛걸음으로 끝나면 면목이 없어.


노나 :

아니. 헛걸음이 아니야. 코클리아로 가는 단서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난 후회하지 않아.


알도 :

응. 그러니 일단 장벽이라는 게 있는 곳 까지 안내를 부탁할게.

그 너머로 가는 방법은 우리가 어떻게든 생각할 테니까.


클라인 :

그래...... 그럼 너희에게도 그 곳을 한 번 보여줘야 겠어.


녹시스 :

하지만 너희도 알다시피 소용돌이는 변덕이 심해.

같은 길을 항상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갈 거라면 서두르는 게 좋아.


알도 :

그래..... 이 소용돌이는 나아가는 동안 길이 바뀌는 일도 있으니까.


녹시스 :

응. 길을 잃지 않도록 우리도 어느 정도 손을 쓰긴 했지만.


알도 :

손을 써......?


녹시스 :

소용돌이 깊은 곳에 익숙한 녀석들이 경로를 지켜보고 있어. 길잃은 공주님이 무사히 나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안내에 따르면 적어도 도중에 낙오될 일은 없을 거야.


알도 :

그렇게까지 해 주다니......!


녹시스 :

우리도 협력하는 메리트가 있어서 돕는 거지.

너희가 이 소용돌이를 막아 주길 바라고 있어. ......여기 있는 모두가.


노나 :

응..... 꼭 막을게.


클라인 :

그럼 준비가 끝나면 말해. 너희를 동료가 있는 곳까지 안내할게.


-


클라인 :

......준비가 끝났나 보네.


녹시스 :

그러면 우리를 따라 와.


-


클라인 :

......안내할 수 있는 곳은 일단 여기까지야. 이제부터는 우리의 동료와 합류해 줘.


녹시스 :

나도 따라가면 좋을 텐데 우리는 우리대로 할 게 많거든.


알도 :

아니야, 충분해. 고마워!


클라인 :

................


노나 :

왜 그래? 빤히 보고.


클라인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모험으로 향하는 너희의 결의에 찬물을 뿌릴 생각은 없으니까.


노나 :

응......?


녹시스 :

걱정하고 있는 거야, 클라인은.

이 앞에서 코클리아에 도착해도 가혹한 운명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겠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

어쩌면 너희의 얼굴을 보는 게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클라인 :

불길한 말 하지 마, 녹시스......!


녹시스 :

사실이니까 아무래도 좋잖아. 애초에 알도랑 노나를 이렇게 배웅하기로 정한 건데. 틀려?


클라인 :

그래. 알아. 하지만 모든 사람이 죽는 재앙을 반복하는, 시간의 소용돌이의 중심이 된 장소......

그런 곳으로 지금까지 봐 온 그들을 보내야 하는데. 너처럼 태연한 사람은 없을 거야.


녹시스 :

태연하지 않아. 그냥...믿고 있어.

이 녀석들은... 지금까지 싸움에 말려들고, 괴물에게 공격당하고, 나라가 송두리째 망하는 다양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여전히 앞을 바라보고 있어.

그런 녀석들은 아무리 운이 없어도 맨발로라도 도망쳐서 나올 거다. 그러니까 난 돌아오는 쪽에 걸겠어.


알도 :

......응. 그래.

클라인. 코클리아의 일을 해결하면 꼭 아라라트로 돌아올게. 걱정 말고 기다려.


노나 :

응응! 나도 클라인을 다시 만나고 싶어.

그러니까 이건 작별하는 게 아니야.


클라인 :

너희들.................

......이, 이제 됐어. 얼른 가. 계속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으면 소용돌이가 변덕을 부릴 지도 몰라.


세스타 :

괜찮아? 눈에 뭔가 들어갔어......?


녹시스 :

하핫. 말 잘 하는데. 빛나는 걸 봐서 눈이 부신 거야.

......이봐, 세스타. 이 마을을 공격한 날부터 계속 아라라트를 지키고 싸워 줬다면서.

늦게 눈치채서 신세를 졌어. 하지만 만약 부탁 하나만 더 들어줄 수 있다면......

이제부터는 알도랑 노나를 지켜주길 바란다.


노나 :

녹시스.........


세스타 :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야.

나는 너희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어.

그걸 조금이라도 돌려주기 위해서 너희들의 소중한 것을 지켜 왔어. 아라라트를 떠나도 그건 변하지 않아.

이 아이들의 적은 모두 내가 흔적도 없이 부수고 없앨게. 


녹시스 :

하핫. 자신있게 말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편이 더 든든하겠지.


세스타 :

그리고, 음..........

......노나한테 배웠어. 이런 때에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를.


노나 :

나한테?


세스타 :

고마워. 너희들의 거점을 공격한 나를 이렇게까지 도와 줘서.


노나 :

.............!


녹시스 :

천만에. 그럼 이제부터는, 부탁한다.


세스타 :

......응.


클라인 :

아직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너무 붙잡고 있을 수는 없지.

자, 출발해. 아라라트의 동료로서 또 너희를 만날 날을 기다릴게.


알도 :

응. 갔다 올게.


노나 :

다녀오겠습니다!


-


세스타 :

......묘한 느낌이군.


노나 :

응? 뭐가?


세스타 :

아까 「고맙다」는 답례를 하고 나서 따뜻한 것이 가슴을 채우고 있어.

네 말에 의하면 「고마워」는 대가를 줄 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러면 내가 그들에게서 뭔가를 받은 것 같아서 진정이 안 돼.


노나 :

음... 아라라트에 있을 때부터 계속 생각했는데......

......세스타는 가끔 이상한 말을 해!


세스타 :

뭐......!?


노나 :

......하지만 이해가 가. 늪 밑바닥같은 곳에서 태어나 혼자서 살아왔으니까.

그건 누군가와 말과 마음을 주고 받은 적이 없었다는 거잖아.


세스타 :

............


노나 :

......있지, 세스타. 사람과의 연결이란 주고 받는 것만이 아니야.

아마 세스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진 마음이 「생명을 준 신에게 보답하고 싶다」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 지도 모르지만......

지금 세스타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건 돌려주지 않아도 돼.


세스타 :

하지만......


노나 :

괜찮아 괜찮아! 분명 그쪽도 같은 생각일 테니까.

하나씩 알아가자. 누군가와 이어지고...... 소중히 여기고 여겨지며 살아가는 마음을.

세스타가 가진 건 분노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마음이라는 것을!


세스타 :

......늘었어.


노나 :

응?


세스타 :

가슴을 채우는 따뜻한 것이 아까보다 늘어버렸어.

당분간은 익숙하지 않겠네......


노나 :

...........!

......후후후후후. 세스타는 역시 이상해!


세스타 :

나 화낸다......?


-


아저씨 :

오오, 여기까지 왔네. 꽤 잘 하잖아.

하지만 이 앞은 공간 왜곡이 더 심하니까 조심해.


-


할아버지 :

허허.....왔나. 자. 길은 이쪽이다. 길 잃지 않게 잘 따라와라.

그나저나 이 뒤틀림...... 뫼비우스 미궁이랑 닮았어. 그만큼 그 장소도 소용돌이의 중심에 가까웠다는 건가.

내 걱정은 하지 마라. 이래봬도 미궁에선 현역으로 버티고 있거든. 큰 배에 탄 마음가짐으로 따라오렴.


-


아저씨 :

오, 기다렸어! 이 앞이 우리가 찾은 중심부야. 마음의 준비는 됐지?


-


아저씨 :

결국 여기까지 왔군. 꽤 험난한 길이었으니 너희가 올 지는 반신반의했어.


노나 :

에헤헷. 굉장하지. ......그래도 아라라트의 모두가 안내해 준 덕분이야.


알도 :

그래서 못 지나간다는 공간의 균열이 이 너머야?


아저씨 :

응. 마침 이쪽에 보이는 게 저거야.


알도 :

알았어, 고마워.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일단은 시험해 보자......

.......!!

......안되겠다. 쉽게 지나갈 순 없겠어.


노나 :

나라면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클라인도 말했지.

이곳이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알도 :

어......?


노나 :

이게 뭐지...... 실......?

......꺄아아아악!?


알도 :

노나!!


노나 :

잠깐잠깐잠깐! 뭔가에 끌려가고 있어! 무서워!!


세스타 :

이 너머의 세계가 노나를 부르는 건가......?


알도 :

아무튼 혼자 보낼 수는 없어!


노나 :

둘 다 날 잡아! 같이 저쪽으로 끌려가자!


-


알도 :

여기는......

......괜찮아, 노나!?






여왕 :

기다려...노나.....


노나 :

......오지 마!!


여왕 :

노나......!!



노나 :

......어째서야...... 싫어......

.......누가........ 누가...... 도와줘......!

싫어...... 이런 건......!!






알도 :

노나...... 괜찮아, 노나!?


노나 :

......어!? 어, 응......!

(방금은 뭐였지......)


세스타 :

깨어나서 다행이야. 그 경계를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더니 네가 정신을 잃었길래......

......하지만 여기가 정말로 코클리아일까.

역장의 폭주가 느껴져...... 폭풍처럼 끊이지 않는 힘의 흐름이 변해서 날아갈 것만 같아......!


알도 :

..........! 둘 다 위를 봐......!


노나 :

......거짓말......


알도 :

노나, 저건......


노나 :

......코클리아 성이야. 기억에서 본 거랑 같아......

하지만 저렇게 변해버리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알도 :

설마 지금까지의 반복 시공처럼 뭔가 참극이 일어난 후인 걸까.....?


노나 :

하지만 시간이 돌아간 느낌도 없어. 그걸 떠나서 마치 이 상태인 것 처럼 시간이 계속 멈춘 것 같아......


하얀 팬텀 :

......이 땅은 이미 시간의 질서를 잃었다.


세스타 :

.........!?


알도 :

너는......!


노나 :

......「시간의 질서를 잃었다」니 무슨 말이야?

왜 코클리아가 저렇게 된 거야......? 다들 어디로 간 거야!?

너희가 이렇게 만든 거지......!?


하얀 팬텀 :

......우리에게 이 정도의 뒤틀림을 만들 힘은 없다.

그저 관측했을 뿐이다. 반복되는 시간의 역행과 흐름으로 시작된 시간의 회전이 서서히 제어를 잃고 가속해서......

마침내 질서 없는 힘의 흐름으로 변모해 혼돈을 낳을 때까지...... 말이다.


알도 :

혼돈이라면......


하얀 팬텀 :

다시 말해 시간의 서열과 물적 경계...... 질서에 의해 보존되던 모든 법칙이 무너진 상태다.

과거와 미래, 자타와 피아의 구분이 모두 섞여 원형을 잃고 원초의 바다로 귀결한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던 새로운 세계의 모습이다.


알도 :

......이렇게 되는 걸 노리고 반복 시공을 만든 건가.


하얀 팬텀 :

......그것 또한 목적 중 하나다.

반복 시공이란 이 시층을 좀먹는 병과도 같다.

시간을 병들게 하고 부패시키는 혼돈의 싹...... 파멸을 바라는 우리와 개변을 거부하는 시층과의 오랜 교착을 끝낼 한 수라는 거다.

......너희가 발을 들인 다른 반복 시공도 언젠가는 이렇게 혼돈으로 변할 것이었다.


알도 :

그런 걸 위해서 참극을 반복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말려들게 하다니!


하얀 팬텀 :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반복 시공의 유지에 힘쓸 필요도 없어졌지.

반복 시공 중 하나만 이렇게 싹을 틔우면 충분하다. 혼돈은 마침내 이 땅과 인접한 시공을 삼키고 채워 시층을 붕괴로 이끌 것이다.

너희는 패배했다. 백야 시층의 붕괴는 이제 막을 수 없다.


알도 :

이게..........!


노나 :

......돌려줘.

지금 당장 코클리아를 원래대로 돌려줘!


하얀 팬텀 :

들어줄 수 없다.

잊고 있었나? 코클리아를 멸망으로 이끈 게 너 자신이라는 것을.


노나 :

.......


알도 :

......노나. 이딴 놈의 말은 듣지도 마.

셸터 쉽의 사람들에게 힘을 빌려주고 노나를 과거로 보낸 건 너희잖아!


하얀 팬텀 :

병아리가 갈 곳을 정한 건 인류다. 우리는 병아리에게 생명을 나눠 줬을 뿐이다.

그럼에도 생명을 준 것 그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알도 :

틀려!!

태어나는 게 잘못인 생명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어떤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나더라도 소중한 것과 미래는 선택할 수 있어. 그걸 위해 싸울 수 있었어!


노나 :

................


알도 :

노나가 살면서 선택해 온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 우리는 싸울 뿐이야. 더는 소중한 것을 잃지 않도록...... 운명 따위에 모든 것을 넘기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코클리아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너희들의 흉계를 부수겠어!


하얀 팬텀 :

......할 수 있다면 해 봐라.

지금 이 순간에도 혼돈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 시간의 회전축이 된 이 성에서...... 「그릇」의 힘을 행사하면서.


노나 :

그......릇......?


하얀 팬텀 :

혼돈이 그 세력을 늘리기 위해 고르고 지배한 살아 있는 인형이다.


노나 :

.................!


하얀 팬텀 :

그릇이 모든 것을 혼돈으로 감싸는 것이 빠르든, 너희의 저항이 이 반복 시공의 운명을 약간이나마 바꾸든......

결국 우리의 바람은 이뤄질 것이다. ......관측하고 있겠다.


알도 :

앗, 이봐......!!


노나 :

...................


세스타 :

......아무래도 너희와 악연이 깊은 상대인 것 같군.


알도 :

응. 놈들은 이 코클리아가 몇 번이나 멸망하게 된 원흉이야.

나라가 멸망할 때마다 노나의 어머니...... 코클리아의 여왕이 시간을 계속 되감고 똑같은 3일을 반복하는 반복 시공이 생겨나.

그러다가 회전이 가속하면서 이 곳에 놈들이 말하는 혼돈이라는 게 생겨난 것 같아.


세스타 :

......그런 거였나.

하지만 신경쓰이는 말을 했지. 「결국 바람은 이뤄질 것이다」라고.

혼돈을 넓히는 것 이외에도 뭔가 목적이 있는 걸까.


알도 :

모르겠어......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세스타 :

그리고...... 우리가 이 앞으로 가는 걸 막는 태도도 안 보여준 게 수상해. 함정을 경계하는 게 좋겠어.

「그릇」이라 불리는 존재도......


노나 :

......그릇......


세스타 :

짐작가는 게 있어?


노나 :

......혼돈에 선택받은 「살아 있는 인형」이라는 건 분명 원래부터 코클리아에 있던 누군가일 거야.

......불길한 예감이 끝없이 들어. 혼돈에 지배당한 게 어쩌면......


알도 :

................

......아니. 확인하기 전 까지는 생각해도 소용없어.

아무튼 이 안을 조사해 보자.


노나 :

......그래. 코클리아가 이렇게 됐어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아직 남았을 지도 몰라.

만약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른 찾아야 해!

맞다......세스타. 세스타는 코클리아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을 찾고 있다고 했지.

이쪽에 와 보니 어때? 뭔가 알아낸 건 있어?


세스타 :

아니...... 목소리의 잔향은 들리지 않고 녹시스에게 돌려받은 거울에도 반응이 없어.

어쩌면 이 장소가 혼돈에 물들어 버린 것과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르겠어.


노나 :

그래......


세스타 :

그러니 일단 너희의 목적을 우선할게. 이 성을 조사할 사람은 많은 게 더 좋으니까.

그리고......


노나 :

응......?


세스타 :

......너의 불안에 찬 표정을 보니 뭔가 하나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이 가슴에 차올랐어.

언제나 느끼는 몸을 태우는 분노와는 다른...... 형용하기 힘든 충동이야.


노나 :

......고마워, 세스타. 그건 걱정이라는 거야.


세스타 :

걱정......


알도 :

나도 같은 생각이야. ......조심히 나아가자.


-


알도 :

여기가 코클리아 성의 안......


세스타 :

둘러보니 성의 일부가 녹는 듯이 다른 뭔가로 변하고 있어. 그리고......

......이상해. 사람의 기운은 전혀 없는데 누군가가 끊임없이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알도 :

왜 그래, 노나. 뭔가 찾아냈어?


노나 :

아니. 찾았다기보다......

.....둘 다 안 들려? 옅게 울리는 무슨 소리같은 게.


알도 :

아니...... 안 들려.


세스타 :

무슨 소리인데?


노나 :

소리보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길게 늘려 놓은 듯한......

...........노래, 같은 건데.............


알도 :

앗, 노나!!


노나 :

저쪽에서 더 잘 들리는 것 같아......

이렇게나 작고 연약한 울림인데...... 어째서일까. 가슴 속이 혼란스러워.

그립고 따뜻하면서 슬퍼...... 어째서일까......?


세스타 :

......상태가 이상해. 쫓아가자, 알도.


알도 :

응......!


-


알도 :

노나! 여기 있었구나......


노나 :

......역시 노래였어.


알도 :

응.....?


노나 :

지금 잘 들어 봐.

이 성에 얽힌 수많은 웅얼거림이 흔들리듯 소리를 내고 있어.


알도 :

이건...........


세스타 :

......확실히 들려. 닳아버린 현이 당겨져 마찰하는 듯한 높고 불안정하고 연약한 울림......


알도 :

노래라고 하니까 그렇게도 들려. 이 성과 녹아서 합쳐진 부분을 통해 성 전체로 울리는 걸까.


노나 :

...............

......나 이 노래를 알고 있어.


알도 :

뭐......?


노나 :

어떤 노래였는지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소리는 잘 기억하고 있어.

......엄마가 옛날에 노래를 들려 준 적이 있었어.

이 나라를 지키는 역할과 함께 이어받는 중요한 노래라면서......


세스타 :

..........!


알도 :

그러면..........


노나 :

......응. 그게 여기에서 들린다는 건......

......이 장소를 혼돈에 말려들게 한 그릇이 엄마라고 생각해.


세스타 :

......그런......


노나 :

......사실은 계속 그런 감이 있었어. 「그릇」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하지만...... 생각하지 않게 됐어. 만약 맞다면 제일 구하고 싶었던 사람을 잃게 될 지도 모르니까.


알도 :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직 모르잖아.

그리고 코클리아의 여왕이 만약 여기를 혼돈으로 물들이려고 한다 해도 막을 방법이 분명 있을 거야.

아무튼 이 노래가 더 잘 들리는 곳까지 가 보자.


세스타 :

......나도 그게 좋을 것 같아.

네 예감이 강했다고 해도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 건 확실한 정보를 얻고 나서 해도 좋아.


노나 :

......그래.

둘 다 고마워. 어려운 생각은 나중에 할게!


-


알도 :

문이 있는데 거꾸로 매달려 있어서 안 닿아. 어떻게든 앞으로 갈 방법을 찾아 보자.


-


노나 :

응? 이게 뭐지.

성에서 살았을 때는 못 봤던 것 같은데......

......꺅!? 뭐, 뭔가 이상한데!?


알도 :

땅이 요동치고 있어...... 조심해!


노나 :

까, 깜짝이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알도 :

잠깐. 어느샌가 성의 위아래가 바뀌지 않았어.....?


노나 :

정말이네! 아까까지 거꾸로 있었는데 바른 방향으로 변했어......!


세스타 :

아까 노나가 만진 게 중력장에 작용한 걸까.


노나 :

새로 갈 수 있게 된 곳이 있을 지도 몰라. 찾아 보자!


-


세스타 :

......안으로 더 가니까 노나에게 들린 노래같은 게 더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어.


알도 :

조금씩 그릇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일 거야.

......어?


노나 :

왜 그래, 알도. 뭔가 찾았어?


알도 :

저, 저건......!


노나 :

이건...... 팬텀이 지금까지 건네 준 거랑 같아.


알도 :

분명 미래에서 노나가 보내졌을 때에 갖고 있던 기록 매체였지. 그럼 여기에 있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아.


세스타 :

미래.....? 노나는 코클리아에서 태어난 게 아니었어?


노나 :

아, 그건......

.............


세스타 :

...... 말을 고르고 있는......아니, 떠올리기 싫은 것을 어떻게든 말로 표현하려 하는 표정이야.


노나 :

앗...... 그, 그렇게 보였어!?


세스타 :

정곡을 찔린 표정이네. ......이상해. 네 생각을 바로 알게 돼.

나도 무리하게 캐물을 생각은 없어. 언젠가 말하고 싶어지면 말해 줘.

그것보다...... 기록 매체라고 했지. 기록을 재생하는 방법이 있어?


노나 :

아, 응! 재생하는 원판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만지기만 해도 영상이 보일 때도 있어. 그러니까 시도해 볼게.

.......!





청년 :

왜 이런 일이......


여자아이 :

도와줘...... 엄마가......


여자 :

......너도 그것에 공격당했구나.


여자아이 :

응...... 도시 끝에서부터 찐득한게 밀려와서......

못 도망친 사람들이 점점 삼켜졌어......

엄마가 나한테 먼저 가라고 하고 찐득한 걸 막으려고 했는데......

......엄마도 찐득한 걸로 변해버렸어.


여자 :

...........힘들었겠지. 이리로 오렴.


청년 :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아......

갑자기 이 나라 자체가 녹아내리듯이 붕괴하기 시작하고...... 모든 게 삼켜졌어.

오랜 평화를 유지한 코클리아가 어째서...... 이 나라를 지키는 결계로도 막을 수 없는 게 있다는 건가......?


여자 :

아니. 여왕님이라면 분명 뭔가 지혜를 갖고 계실 거야.

코클리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이 성 뿐이겠지. 하지만 여왕님만 계신다면......


청년 :

......!! 여왕님!!


여왕 :

.................


여자 :

여왕님...... 성 바깥의 상황은 보셨나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여왕님께선..............


청년 :

!? 뭐, 뭐야...... 이건......

......아...... 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


여자 :

어째서...... 여왕님......!!


청년 :

안돼...... 오지 마아아아아아아!!





노나 :

..............


알도 :

......뭔가 보였어? 노나.


노나 :

......응. ......전부......


세스타 :

뭐.....?


노나 :

역시 「그릇」은 엄마였어.


알도 :

...........!


노나 :

봐 버렸어...... 코클리아가 나라째로 혼돈에 삼켜진 날의 일을.

......엄마가 모두를 집어삼키는 장면을.


세스타 :

그런...................


노나 :

......늦었어. 엄마는 이미 완전히 혼돈에 지배당했어.

엄마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이 남았다면 그런 일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


알도 :

................


노나 :

......분명 한계였겠지. 몇 번이나 나라가 멸망해서 시간이 일그러지는 걸 보고 마지막에는 나라째로 혼돈에 삼켜져서......

그걸로 엄마의 마음은 망가졌어. 그 틈에...... 혼돈이 들어와서 지배한 거야.

그래서 이제부터 만날 엄마는 분명......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세스타 :

다른 사람이라니......


노나 :

......괜찮아. 그렇게 생각해야 여차할 때에 망설이지 않을 테니까.


알도 :

여차할 때......

설마 여왕을 죽이려는 거야?


노나 :

.....그것도 각오해야 할 것 같아.


세스타 :

그런......! 네 소중한 사람인데......!?


노나 :

......그래서 더 각오했어.

이대로 엄마가 혼돈을 퍼뜨리면 다른 시대와 장소도 혼돈에 삼켜져서 돌이킬 수 없게 돼.

그런 건 모두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엄마가 바라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그렇게 되기 전에 끝낼래. 적어도 내 손으로.


알도 :

노나......

......미안. 노나의 각오는 잘 알고 있지만.

하지만 이건 너무 비참해......! 노나는 코클리아의 모두와 여왕을 구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


노나 :

......맞아. 그러려고 온 거였지.

하지만 더 심각해지기 전에 여기로 돌아왔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해.


알도 :

그래도......!


노나 :

......상냥해. 알도는.

하지만 그 상냥함이 지금은...... 고통스러워.

미어질 듯한 마음을 붙잡아서 밀어주고......

지금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전부 헛수고가 될 텐데도......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알도 :

............

......그래. 제일 괴로운 건 노나인데 난 하고 싶은 말만 해 버렸어......


노나 :

그래도...... 나 대신 마음을 말에 담아 준 건 기뻤어.

그러니까. 만약 모든 걸 다 끝내면...... 그 때는 다시 함께 화내고 슬퍼해 줄래?


알도 :

응...... 물론.


노나 :

......고마워. 역시 알도는 상냥해.


세스타 :

...................


노나 :

일단 앞으로 가는 것만 생각하자.

거꾸로 되어 있어서 알기 어렵지만 이 다음은 분명 주방이었고 그 너머가 서고일 거야.


세스타 :

......잘 떠올리네.


노나 :

계속 지내 온 곳이니까.

분명 이 앞으로 나아가면 어딘가에 엄마...... 혼돈의 그릇과 만날 수 있겠지.


알도 :

......응.


노나 :

..........!?


알도 :

뭐지, 이 느낌......


세스타 :

공간 그 자체가 일그러지는 듯한...... 아니, 이쪽의 인식 그 자체까지 뒤틀리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알도 :

이봐, 저건......!!


노나 :

......엄마야.


세스타 :

저게......!?


노나 :

응. 내가 본 거랑 같아. 엄마는 저 모습으로 코클리아의 모두를 삼키고...... 혼돈으로 바꿨어.

쫓아가자. ......이 이상 혼돈이 퍼지기 전에.


알도 :

......응.


-


알도 :

거의 다 왔는데 따라잡을 수가 없어......


세스타 :

......봐. 여왕이 만진 곳에서부터 침식이 더 심하게 진행되고 있어.

몇 번이나 지나간 흔적이 보이는데... 어쩌면 이 성의 같은 곳을 계속 헤메고 있을 지도 몰라.


노나 :

.............!


알도 :

정해진 경로가 있는 건가. 하지만 이대로는 놓칠 것 같아......


노나 :

......아마 괜찮을 거야.


알도 :

응......?


노나 :

알 것 같아. 그릇이 다음엔 어디로 갈 지를.

내 생각이 맞다면....... 다음은 결계의 제어실일 거야.


세스타 :

왜 그렇다고 생각해?


노나 :

......엄마가 매일 그렇게 했으니까.

성에서 일하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보고 서고의 책을 조심스레 담아서......

마도 공병들이 점검을 마친 결계를 스스로 한 번 더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화원의 꽃이 시들지 않았는지 둘러봤어.


알도 :

......그 때의 일을 기억하는 걸까.


노나 :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분명 예전의 습관이 남았을 뿐이고 그 의미까지는 못 떠올릴 거야. 그게 당연해!


알도 :

하지만......


노나 :

......부탁이니까. 그렇게 생각하게 해 줘.


세스타 :

노나......


노나 :

그래...... 제어실로 갈 거면 앞질러 가는 길이 있을 거야.

이대로 계속 쫓아가기보다 오는 걸 기다리는 게 훨씬 낫겠지.


알도 :

.................

......저기, 노나. 역시......


노나 :

......자, 얼른 가자. 따라 와!


-


노나 :

이 앞이 제어실이야.

......엄마는 언제나 저쪽 복도로 다녔으니까 여기에 있으면 만날 수 있을 거야.


알도 :

..................

노나. 내가 할 말이 없는 건 알고 있지만......

한 번 찾아 보자. 여왕을 죽이지 않고 혼돈을 막을 방법을.


노나 :

......고마워, 알도.

................그래. 나도 사실은 계속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렇게 된 엄마를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그러니 이걸로 충분해.


알도 :

노나......


노나 :

그리고 이제 그릇 안에 내 엄마는 없어. 어디에도 없어......

그러니 적어도 엄마가 사랑한 세계를 저 그릇이 더 이상 부술 수 없게 해야......

.........!


세스타 :

노래가 조금씩 커지고 있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어. 노나의 말대로인 것 같아.


노나 :

......이제 제어실로 들어가면 뒤쫓는 게 좋을 것 같아. 둘 다 준비 됐지?


알도 :

응.


세스타 :

지금이야. 들키기 전에......


알도 :

......노나?


노나 :

.............................어째서..........

어째서 지금 와서야 떠오르는 건데......

이 노래..................


알도 :

이봐......!!


-


세스타 :

뭔가를 조사하고 있는데.....? 대체 뭘 하는 거지......?

......노나!


노나 :

......그 노래 그만 불러.

지금 당장 멈춰!


알도 :

그 노래......? 뭔가 떠오른 거야?


노나 :

......응. 이제야 떠올랐어. 계속 들렸던 노래의 의미가.

노래가 바로 근처에서 들려서...... 거기서 처음으로 그릇이 말 같은 것을 하려고 한 걸 알았어......

......그 날 엄마가 알려 준 거랑 같아......

이 노래는..........




여왕 :

...........의...... 수면......에......


노나 :

엄마!


여왕 :

......노나. 이 방은 위험하다고 말했잖니.


노나 :

그치만 뭔가 들렸는걸!

지금...... 노래한 거지? 엄마 지금 노래한 거 맞지?


여왕 :

...................


노나 :

어라? 쑥쓰러운 거야?


여왕 :

......대답할 필요가 없을 뿐이야.


노나 :

엄마~ 무슨 노래 부른 거야~?


여왕 :

...........


노나 :

엄마-!!

엄마 무슨 노래 불렀어~?


여왕 :

............


노나 :

궁금해...... 알려줘!


여왕 :

.........................


노나 :

엄마아~~~~~~~~


여왕 :

......그 노래가 그렇게 궁금하니.


노나 :

그치만 엄마가 노래하는 거 들은 적 없었단 말야!

분명 뭔가 특별한 노래일 것 같으니까......


여왕 :

......그건 우리 왕족에게만 전해지는 노래야.


노나 :

응!? 역시 굉장한 노래였어!

왕족만의 노래...... 혹시 어떤 마법을 쓸 수 있게 되거나 보물이 있는 곳을 알게 되는 노래야?


여왕 :

.....유모한테 계속 옛날 이야기만 들려주지는 말라고 했어야 했는데.

네 기대에 못 미치겠지만...... 아무런 힘도 없는 평범한 노래야.


노나 :

에- 뭐야......


여왕 :

하지만...... 노래에 담긴 마음은 우리가 잘 이어가야만 하는 거란다.


노나 :

마음......?


여왕 :

노나. 저쪽에 뭐가 보이니.


노나 :

저쪽에...... 바다밖에 없어. 수평선이 반짝여.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여왕 :

응...... 맞아. 아무것도 없는 게 제일이지.


노나 :

어려운걸...... 무슨 말이야?


여왕 :

수평선은 당연하게 존재하는 게 아니야. 이 나라가 전쟁도 천재지변도 없는 온화한 상태가 아니라면 저 수평선이 그려지지 않아.

저 아름다운 파도가 치는 수면이 이 나라의 안녕을 상징하는 보물이란다.


노나 :

흠...... 아무것도 없는 게 보물이라니, 이상해.


여왕 :

......너도 이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입장이 되면 알게 될 거야.

네가 들은 노래는 그 수면이 영원히 있기를 바라는 기도의 노래야.


노나 :

에!? 노래로 만들 정도야!?


여왕 :

......역시 네게 이 노래를 알려주기엔 너무 일렀던 것 같네.


노나 :

자...... 잠깐! 방금은 취소야! 제대로 들을 테니까 알려줘~!





노나 :

그 노래...... 엄마의 노래야.

코클리아를 감싼 바다의 아름다운 수평선이 언제나 변치 않도록...... 모두의 행복이 이어지도록 기도하는 노래라고.

그걸, 왜 네가 부르는 거지!?


그릇 :

........................


노나 :

엄마 흉내 내지 마.

......그렇게 결계를 조사하는 것도, 정해진 길로 성을 둘러보는 것도......

전부 다 엄마랑 똑같잖아......! 대체 왜? 너는 이제 엄마가 아닌데......!

엄마였다면 절대로 이런 끔찍한 짓 안 할 텐데......!!


 ..............의............. 수면...........


에.....?


 ......머나먼...... 그림......

 ......사랑하는......아이......영원......히..............


......이 말. 설마......

......혼돈에 지배당했는데도 변하지 않았던 거야?

엄마의 제일 큰 소원............


세스타 :

소원이라니......?


 ......머나먼...... 그림.......


노나 :

......만들려고 하고 있어. 수평선을.


알도 :

뭐......!?


 ......머나먼...... 그림을.......


노나 :

혼돈의 힘으로 전부 녹여서 모두를 하나의 바다로 만들고...... 수평선을 만들려 하는 거야.

엄마는......! 이렇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머나먼...... 그림.......

 ......머나먼.................. 그림을.......


......수평선만 있으면 코클리아가 다시 평화로운 나라로 돌아갈 거라고 믿고 있어.....!


알도 :

............!


노나 :

......마음이 노래에 담겨서 괴로울 정도로 흘러들어오고 있어.

여기가 어디고 자신이 누구인지 이제는 모두 잊어버렸는데도......

그래도 단 하나만 남은 바람이 엄마의 껍데기를 움직이고 있어.

소중한 모두를 지키고 싶다는 바람......

......!!

......안돼......

......못 죽이겠어......!!


세스타 :

................!


노나 :

알고 있는데......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혼돈의 그릇을 죽여야 하는데......

그래서 그릇은 이제 다른 사람이라고...... 끊임없이 생각해 왔는데!

엄마가 아직 저 안에 있어......

세상이 전부 무너져도 나는...... 나는......

엄마를 없애고 싶지 않아......!


알도 :

노나......


세스타 :

.....! 위험해!

윽..........!!


노나 :

세스타......! 미안...... 나 때문에.....!

내가 공격을 못 해서......!


알도 :

......그 정도면 충분해!


노나 :

에......?


알도 :

노나가 여왕을 죽이고 싶지 않다면 그게 우리의 결론이나 마찬가지야.


노나 :

하...... 하지만...... 못 죽이면......

엄마를 어떻게 막아야 해!? 이젠 말도 안 통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우리까지 말려들 텐데......!


알도 :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노나 :

그런 건......!


알도 :

하지만...... 아무튼! 노나가 울면서 어머니에게 활을 겨누는 이 상황만은 잘못됐다는 걸 알아!

그러니까 이제 그렇게 하게는 못 둬!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늦어버린다고 해도 상관없어. 다른 길을 찾아보자!


노나 :

................


세스타 :

......나도 같은 생각이야.


노나 :

둘 다......


세스타 :

그러니까 일단은......

......더 이상 공격받지 않고 여기서 이탈할 수 있는 수단을 쓸게.


노나 :

응......?


알도 :

우왓!?


노나 :

잠깐, 먹혔...... 에에에!?


알도 :

이봐! 어떻게 된......!!


-


노나 :

와앗......!?


알도 :

......아야야야야......

구, 구해준 건 고맙지만......

......놀랐어! 갑자기 우리를 삼켜서!


세스타 :

.............


노나 :

그래.....! 나 진짜 먹히는 줄 알았어......

.....세스타?


세스타 :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


노나 :

세스타......!? 왜, 왜 그래.....!?


알도 :

혹시 아까 여왕에게 입은 상처가 심했던 건가......!?


노나 :

상처가 아무는 게 늦어...... 아니, 점점 퍼지고 있는 걸로 보여.


알도 :

이런 몸으로 우리를 구하려고 여기까지 달려오다니......

미안...눈치채지 못 해서......!


세스타 :

......신경......쓰지 마......

"목소리"에...... 따랐어...... 그 뿐이니까......


노나 :

목소리......?


세스타 :

알았을 지도......몰라. .............나의..........진짜......

......윽......!


노나 :

무, 무리하게 말하지 마......!


세스타 :

...... 아까부터 수복이...... 잘 안 돼.......

내 신체는...... 흩어진 물질이 통일된 의지에 따라 집합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하지만 그 의지에 섞인 불순물이 통합을 방해하고 있어......


알도 :

불순물......?


세스타 :

수많은 목소리가...... 의지가 섞였어. 내가 아닌 것이 내 안에 들어와서......

내가............ 흩어지고 말아............!


노나 :

......! 상처가 점점 퍼지고 있어......! 마치 끝에서부터 무너지는 것 같아.......


알도 :

혹시 여왕의 공격을 받아서인 걸까!?


노나 :

아까 본 광경에 있었어......

그릇에 닿은 코클리아 사람들이 모두 형상을 유지하지 못 하고 혼돈에 섞여버리는 것이.

세스타의 몸에도 그게 시작된 거라면......!


알도 :

........!


세스타 :

......그래. 나는 이제 이 형상을 오래 유지할 수 없어.


노나 :

그렇게 정해진 건 아니잖아......!


세스타 :

......괜찮아.

적어도 찾아냈으니까......조금만이라도.....지켰으니까......


노나 :

응........?


세스타 :

......내가 찾던 존재는......

...................계속........쫓고................있던 것.......은......

........................


노나 :

세스타......!!

......안 통해...... 내 치유가 하나도......!

생명의 등불이 꺼지려고 하는 게 보여......

안돼, 세스타.....! 여기서 이별하는 거야......!?


알도 :

......! 노나, 안돼! 떨어져! 가까이 있으면 삼켜질 거야......!


노나 :

싫어! 안 떨어질 거야......!

세스타는 날 지키다가 이렇게 됐어. 버릴 수 없어......!


알도 :

노나!!









................

......어라? 여기 어디지......

나......살아 있는 걸까. 아니면 죽은 걸까......

......어디서부터가 나고...... 어디까지가 나였지......

......하지만......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

살아 있어도 의미가 없고...... 죽어도 변하는 건 없어......

이대로 세계에 녹아서 사라지는 건가.....................

...........................................



 ......째서......


...............?


 ......어째서야...... 싫어.......


......목소리야..... 하지만 이상해. 어딘가에서 부르는 것 같아......


 .........누가..............


......울고 있어...... 지금이라도 짓눌릴 것만 같은 목소리로......


 누가...... 도와줘..............!!


..................

......가야 돼.

그 목소리는 분명 나를 부르고 있어. 찢어질 것만 같은......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로 필사적으로 도움을 바라고 있어.

그 고통은 내 고통이야. 몸이 통째로 세상에서 찢겨질 듯한 강한 고통이 전해져 와......

......그 아픔이 분노로 변했어. 분노의 불길이 나를 태워.

가야 해...... 그 목소리의 근원으로. 지금 당장 고통에서 풀어줘야 해.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런 고통을 만든 세계에 복수하겠어.

......몸이 필요해....... 몸이 없으면 어디로도 갈 수 없어.

주변의 물질과 나와의 경계가 애매해. 동화하고 융합하고 재구축해서 "나"의 일부로 만들자......

기어갈 팔을...... 나아갈 다리를...... 감지할 피부를...... 찾아낼 눈을......

......어라? 이게 내 모습이었나......

나는 좀 더......

어라......? 이게 맞았던가......

하지만 목소리의 근원으로 꼭 가야 하는데.....?

어라.....? 왜 목소리의 근원으로 가야 했더라......

내가 이런 모습이었나......?

이게 나였나......?

전부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아닌 것 같기도 해.......

나는 누구였지?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정해야 하지.....?





알도 :

제길, 세스타, 노나......! 지금 나도..........

오우거베인! 뭐 하는 거야......!


오우거베인 :

......우리의 영혼을 저 어중이 떠중이들과 교차시킬 생각인가?


알도 :

알도......?


오우거베인 :

네겐 느껴지지 않는 건가. 지금 만지려고 하는 저것의 안에서 섞여 꿈틀대는 수많은 영혼이......


알도 :

섞였다고......?

그런가...... 여왕이 혼돈으로 삼킨 사람들이 저 안에서 섞여 있는 거야.

오우거베인. 세스타와 노나를 이 안에서 구하고 싶어. 어떻게 해야 할 지 알고 있어!?


오우거베인 :

......그럼 이미 늦었다.


알도 :

뭐......!?


오우거베인 :

우리의 영혼을 이제 와서 개체로 나누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영혼과 자신이란 불확실한 것이다. 한 번이라도 외부와의 경계를 놓친다면 다시 같은 형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알도 :

그런......!!


오우거베인 :

뭐 하는 거냐!


알도 :

들어가지 않으면 늦어! 지금 당장 저 안으로.....!


오우거베인 :

그건 안 된다......!


알도 :

제길...... 세스타! 노나!!

......뭐, 뭐지......?

저 고양이는...... 지금까지 시공의 구멍을 열었던......

우왓.....!?

뭐, 뭘 한 거지......!?

이, 이봐...... 괜찮아, 노나......!?

노나!!








......내가 누구였더라. 어쩌면......

......나는 그 누구도 아니었던 걸까.

....................

아아, 그래도...... 이 느낌, 뭔가 그리워.

내 형상을 떠올릴 수 없게 되기 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 때는 어떻게 떠올렸을까. 내가 나였다는 것을......


 ..........나..........


......응......?


 ......나...... 나......


부르고 있어...... 누군가의 이름을.


 ......나......!


그래. 그 때도......

......나를 찾아 줬었지.

계속 혼자서 헤아릴 수 없는 시간동안 걸어가다가... 내가 닳아서 형상도 알 수 없게 돼서......

......이래도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찾아 줬었지.

누군가의 눈에 비치고 이름을 불려서 처음으로 내가 나였다는 것을 제대로 떠올릴 수 있었어.

내 이름은.............



 ......노나!



.....고마워. 그 때 나를 찾아 줘서.




알도 :

뭐지.....? 방금.....


노나 :

......그래.

나는 나를 잃어도 찾아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 영원한 고독도 버텼어. 이제 와서 누구랑 좀 섞인 정도로 나 자신을 잊지는 않아.


여자 :

너는 나야?


노나 :

아니, 틀려. 나는 노나야.


여자아이 :

왜 나는 네가 아니야?


청년 :

왜 우리는 똑같이 되지 못하지?


여자 :

나는 네가 아니었던 거야.....?


노나 :

......모두 자신이 누구인지 떠올릴 수 없게 됐어.

기다려 줘. 꼭 다시 구하러 와서 모두의 이름을 불러 줄게.

하지만 그 전에.............


세스타 :

...........................


노나 :

......세스타. 우리는 가야 해.


세스타 :

나는...........


노나 :

떠올려. 너를 부르는 목소리를.

구하고 싶은 사람이 있잖아? 그 사람을 위해 태어난 거잖아?


세스타 :

.................


노나 :

네가 잊어도 내가 기억해.

늑대가 됐을 때의 커다란 귀와 커다란 눈. 우리를 덥썩 삼켜버릴 정도로 커다란 입.

남들에게 뭔가를 받으면 곤란한 표정을 짓는, 나보다 어른스러운 모습이면서도 순수하고 때로는 아이같은 사람.

그게 세스타...... 너의 형상이야. 내가 본 너의 모습.


세스타 :

......노나. 나는......


노나 :

응.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못 했어.

돌아가자. 알도가 있는 곳으로.





알도 :

노나!! 세스타!!


세스타 :

......여기는......


노나 :

다, 다행이다~~~! 돌아왔어!!


알도 :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 상태에서 돌아오다니......

그리고 아까의 노나는......


노나 :

응? 내가 뭐 이상했어?


알도 :

이상하다기보다..........


세스타 :

......여러모로 정보를 정리하는 게 좋겠어.


노나 :

응. ......그리고 나도 세스타에게 묻고 싶은 게 생겼어.


세스타 :

나한테.....?


노나 :

......응. 내가 세스타랑 섞였을 때 들린 목소리......




 ......울고 있어...... 지금이라도 짓눌릴 것만 같은 목소리로......


 누가...... 도와줘..............!!





노나 :

그 목소리는...... 어쩌면......


세스타 :

......그래. 너도 눈치챘구나. 아니.....눈치를 채 준 거구나.


노나 :

응......?


세스타 :

......잠든 동안에 여기에도 마물이 늘어난 것 같아.

좀 더 안전한 장소를 찾아서 서로 본 것들을 말해보자.


알도 :

응. 그게 좋겠어!


-


알도 :

그래서 노나랑 세스타는 어떻게 여기로 돌아온 거야?

오우거베인이 말했어. 한 번 섞인 영혼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 어렵다고.

음...... 설명하려니 참 힘든데......

사실 처음엔 나도 내가 누군지 몰랐어. 형상도 아무것도 없는 한 톨의 빛 같아서......

누군가이기도 하면서 그 누구도 아닌 것 같아서 나와 세상의 경계마저 어디에 있는 건지 모르게 됐었어.

저쪽에는 세스타랑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있었고...... 모두 똑같이 자신이 누군지 잊은 것 같았어.

하지만 난...... 떠올렸어. 내가 누구고 왜 거기에 있었는지를.


알도 :

어떻게 노나만이 떠올린 걸까?


노나 :

음. 그건......

......알도의 목소리가 들려서려나!


알도 :

뭐!?


노나 :

알도가 혼돈 바깥에서 내 이름을 불러 줬잖아.

그래서 떠올린 거야. 혼자 헤메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잊고 있었던 날처럼......

......그 때도 알도가 찾아 줘서 내가 자신을 잊지 않은 거야.

그 일을 떠올리니 왠지 내 형상이 선명해져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어.


알도 :

그,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해가......


세스타 :

......응. 나도 설명이 어렵다고 생각해.

혼돈에 녹은 자아가 그저 이름을 불렸다고 돌아오다니...... 분명 다른 요인이 있을 거야.

그러고 보니 알도...... 너 아까 노나한테 뭔가 말하려 하지 않았어?


알도 :

아, 그랬지. 세스타랑 노나가 혼돈에 삼켜졌을 때......


-


노나 :

뭐!? 그 고양이가 나한테 뛰어들었다고......!?


세스타 :

그 고양이.....라고? 둘 다 뭔가 아는 거야?


노나 :

응. 그게. 고양이라고 해도 보통 고양이가 아니라......

시층이라는 겹쳐 있는 다른 세계끼리 잇는 구멍을 열고 그 너머에서 누군가를 데려오는 신기한 고양이야.


세스타 :

그런 존재가 있다니......

......그렇다면 그 고양이들은 뭘 위해 태어난 걸까.


알도 :

응......?


세스타 :

나는 어떤 생명이든 만들어진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나 자신이 그렇게 정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긴 하지만.


알도 :

고양이들이 태어난 이유......


노나 :

츠키하와 마리엘이 불려왔을 때도......잘 풀렸던 건 아니지만 야쿠모 때도 그 아이들의 목적은 아마 같았을 거야.


알도 :

응. 반복 시공을 해결할 수 있는 누군가를 바깥 세계에서 데리고 왔어. 도움을 청한 거야.


세스타 :

......도움을 청하는 건 누구지?


노나 :

응!? 어..... 누구라기보다는......뭐라고 할까. 시층 그 자체려나.


세스타 :

...... 그건 세계 그 자체에 의지가 있다는 건가?


노나 :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야 납득되는 게 많아.

이 백야 시층은 미래가 전부 정해져 있고 거기로 도달하지 못하는 과거가 수정돼.

예전에 이 시층의 역사가 마구 개변돼서 시층째로 소멸한 게 계기인 것 같은데......

반복 시공까지 만들 정도로 극단적이고 필사적으로 보일 정도로 역사를 수정하는 이 백야 시층을 보고 느꼈어.

이 세상을 없애고 싶지 않다는...... 지키고 싶다는 누군가의 절실한 마음을.


세스타 :

...........


노나 :

모, 모르겠네.....! 조금 이상한 말을 했을 지도.


세스타 :

......아주 틀인 이야기도 아니겠지.

이 세계에는 이론과 자연의 원리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인과가 많이 존재해.

누군가의 커다란 의지가 거기에 개입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오히려 설명이 가능한 것도 있지 않을까.


노나 :

세스타......


세스타 :

그리고 나도 너랑 마찬가지야. ......신의 존재를 믿고 있어.


노나 :

그래. ......고마워.

그렇지. 사실 세스타가 평소에는 더 이상한 말을 많이 하긴 하지!


세스타 :

더 좋게 표현하는 방법은 없었어?

......아무튼 이 시층을 수복하는 자에게 의지가 있다고 가정하면, 그 사역을 받은 고양이들이 네게 힘을 준 거야.

하지만 그건 어떤 힘이었던 걸까. 우리를 혼돈에서 구할 수 있는 힘이라는 건 확실한데......


알도 :

......그거 말인데. 실 같은 게 보였어.


노나 :

실?


알도 :

응. 혼돈에 삼켜진 노나를 그 실이 지키듯이 감싼 다음 빛나서......

.....그랬더니 혼돈이 사라지고 노나랑 세스타가 이리로 돌아왔어.

아마 코클리아로 왔을 때 노나가 만진 거랑 같은 실이었겠지.


세스타 :

그래...... 우리를 이끄는 그 실이 시층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면 노나에게도 같은 힘이 깃들어 있다는 거네.


노나 :

실의 형상으로 생기는 거지? 누군가를 끌어당기고...... 누군가와 누군가를 잇는...... 건가?


알도 :

......그리고 부서진 것을 꿰메서 고칠 수 있다던가.


노나 :

꿰멘다고?


알도 :

피네가 자주 해 줬어. 경비대 일로 옷이 찢어지거나 마물과의 싸움으로 구멍이 나서.


세스타 :

꿰메는......거라.

확실히 혼돈 안에서 흩어진 우리의 자아를 노나의 실이 꿰메서 봉합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아.


노나 :

그렇구나. 그게 나의 힘......

.................


알도 :

노나?


노나 :

.....저기, 제안할 게 있어. 이 힘...... 엄마한테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알도 :

뭐......?


노나 :

모든 게 섞인 가운데에서 누군가를 찾아내고 꿰메 고치는 힘......

만약 내 힘이 그런 힘이라면 혼돈에 지배당한 엄마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알도 :

분명 그 힘이라면 여왕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 지도 몰라. 하지만......

......그 힘을 쓰려면 한 번 더 혼돈에 삼켜져야 하잖아.


노나 :

그건......


알도 :

실패하면 노나가 못 돌아올지도 몰라. 그런 방법을 시도하겠다니......


세스타 :

......노나를 걱정하고 있구나.

하지만 지금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어.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골라야 해.


노나 :

세스타......


세스타 :

물론 노나가 돌아오지 못해도 된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확신이 있어.

그 아이가 어디로 사라지더라도 나라면 분명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알도 :

응......?


세스타 :

......깨달았어. 내 신이 노나였던 것을.


알도 :

무, 무슨 말이야......? 신이라면 세스타가 태어난 이유인,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의 주인이잖아?


세스타 :

응. .....그걸 깨달은 건 노나가 울면서 여왕에게 활을 겨눈 순간이었어.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노나의 고통으로 찬 목소리를 들었어.

......그 목소리가 나에게 분노와 생명을 준 그 비명이랑 겹쳤어. 


노나 :

..........!


알도 :

겹쳤다......라면 닮았다는 거야......?


노나 :

아니. 더 가깝다는 뜻이야. ......분명 같았던 거겠지.

세스타가 태어났을 때 들은 목소리는 분명 내 목소리였으니까.


알도 :

노나의......

그걸 노나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노나 :

나도 세스타와 섞였을 때 조금 들었거든.

어둠 속에서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가 들렸어. 그 목소리에 응하고 싶어서 몸을 만들었어.

아마 그게 세스타의 기억이었을 거야. 그 때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들었으니 몰랐지만......

도움을 바라는 건 나였던 거야. 엄마가 엄마를 찌르는 게 무서워서 도망쳤을 때의......


알도 :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둘이 그렇게 말한다면 틀림없겠지.

그렇다면...... 코클리아에 있던 노나의 목소리가 어떻게 세스타에게까지 닿은 걸까?


세스타 :

......모르겠어. 그리고 나는 목소리라고 알았지만 사실은 신호같은 거였을지도 몰라.

그 목소리가 바라는 게 아닌 행동을 할 수 없게 되는......본능 그 자체를 뒤흔드는 절대적인 신호.

그게 아까도 닿았어. 나를 그렇게 움직이게 하는 목소리는 분명 세계에 둘도 없을 거야.


노나 :

......응. 잠시동안이지만 세스타가 되고 나서 알았어.

나랑 세스타는 분명 쉽게 끊을 수 없는 뭔가로 이어져 있어. 그게 무엇인지까지는 모르지만......


세스타 :

그래서 노나가 진심으로 도움을 구할 때는 어디에 있더라도 반드시 찾을 거야.

아무리 떨어져 있더라도......세계를 넘을 정도로 먼 곳에 있어도 반드시 찾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너는 어때? 알도.


알도 :

어, 나, 나 말이야......!?

그래...... 세스타랑 노나처럼 특별한 연결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노나가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멀리 가면 나도 찾으러 갈 뿐이니까.

혼돈이든 뭐든 노나가 제대로 돌아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아. 그것만은 말할 수 있어.


노나 :

알도......!


세스타 :

그럼 이제 노나의 부탁에 따르자. ......단순히 그릇을 무찌르는 것 만으로는 분명 노나를 구할 수 없을 거야.


알도 :

......응. 나도 이제 마음이 정해졌어.

그런데 노나는 어떻게 여왕의 혼돈에 들어갈 생각이야?


노나 :

그건...... 아까 세스타처럼 공격을 받는 게 제일 확실하겠지.


알도 :

역시 그것 말고는 없나 보네......

그럼 노나가 혼돈에 들어간 후에는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계속 싸울게.


세스타 :

응. 그리고 만약 자신을 잃게 되면 너는 그냥 목소리를 높히면 돼.

우리가 널 꼭 찾을게. 그러니 안심하고 뛰어들어도 돼.


노나 :

고마워, 둘 다.

......그럼 엄마에게 가자. 지금은 분명 화원으로 갔을 테니까 지름길을 쓰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알도 :

응! 안내해 줘.


-


세스타 :

바로 앞에서 여왕의 기운이 느껴져......


노나 :

......드디어 왔어.

................

......저기, 알도. 세스타. 만약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안 돌아오면......

그 때는 엄마를 쓰러뜨려 줄래?


알도 :

......미안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어.


노나 :

어......?


세스타 :

맞아. 우린 노나가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계속 싸우기로 약속했으니까.


알도 :

혼돈에서 코클리아를 구하려면 반드시 셋이 모여야 해.

그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에게 돌아와 줘.


노나 :

.............!

......둘 다 고마워.

알았어. ......꼭 돌아올게.


알도 :

응. 그 말만 들으면 충분해.


-


노나 :

......엄마!

...............

......미안해. 엄마. 이렇게 될 때까지 못 구해줘서.

미안해. ......코클리아를 말망시켜서.


여왕 :

.................


노나 :

몇 번이나 계속해서 시간을 반복해도 나를 구하려고 해 줘서 고마워.

닳고 닳아 자신마저 잃었는데도 코클리아를 지키려고 해 줘서 고마워.

......엄마는 분명 지금도 악몽 속에 있어.

그러니까...... 데리러 갈게.

아무리 많은 것이 섞여 있어도 엄마는 꼭 찾을 테니까.


알도 :

노나......


세스타 :

......이제 노나가 돌아오기를 믿고 싸워야 해.


알도 :

응!


-





여기는...........

......나는......


할아버지 :

어라, 여왕님. 성곽에서 만나게 되는군요.


청년 :

여왕님! 올해는 좋은 포도가 자라서 좋은 술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자 :

여왕님. 들어보세요. 저희 남편이......


......여왕..... 그게 나인가......?

......아니. 나는......


노나 :

......미안. 나 가야 해!


여자 :

잠깐! 들어봐요, 여왕님!


청년 :

포도주는 언제 준비할까요?


할아버지 :

여왕님. 가끔은 산책하는 게 어떻습니까?


노나 :

그러니까 나는 엄마가......

.............!


청년 :

여왕님......


여자 :

여왕님이 아니라고......?


할아버지 :

그럼 넌 누구야.


노나 :

꺅......!


여자 :

나는 누구지......?


청년 :

알려 줘. 나는......


노나 :

그래..... 다들 섞인 거야.

여기는 분명 엄마의 기억 속이겠지. 하지만...... 삼켜진 사람들의 의식과 기억도 이 세계의 안에 갇힌 거야.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알려줘......


노나 :

그 목소리는 꽃집의 사라 씨지? 언제나 꽃을 줬던......


......나는......


노나 :

요리사 데킴 씨잖아. 당신이 만든 오믈렛이 좋았는데.


나는......?


노나 :

......함께 케이크 만드는 연습을 한 니콜레.

......괜찮아. 모두 다 내가 떠올릴 테니까.

모두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세스타 :

......알도! 여왕이......!


알도 :

세스타를 구할 때 본 거랑 똑같아......!

그럼 실의 힘을 쓰고 있다는 건가......?






사라 :

이상하네...... 뭔가 정말 긴 시간동안 꿈을 꾼 것 같아.


데킴 :

난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던 거지? 얼른 주방으로 돌아가야겠어.


노나 :

......다행이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구하면 엄마도......


니콜레 :

저기 저기 노나. 오늘은 우리 집에 올래?


노나 :

그게 오늘은......

.................어?

거짓말...... 니콜레! 사라 씨, 데킴 씨!


......나는 누구지......

......나는......


노나 :

.................

......이래선 안돼.

이 세계를 감싼 혼돈이 너무 커져서 한 명 한 명을 구하는 것만으로는 곧바로 원래대로 돌아가고 말아......


.................누가............


노나 :

......미안, 기다려 줘. 모두를 꼭 구할 테니까.

......분명 이 세계의 가장 깊은 곳에 엄마가 있을 거야.

엄마를 풀어주지 못하면 아무도 구할 수 없어......

가야 해. 더 깊은 곳으로......


-


노나 :

점점 혼돈의 힘이 강해지는 게 느껴져......

왜 이렇게 된 거야.....?


-


노나 :

......엄마!

이제야 찾았어...... 어, 엄마! 내 목소리 들려......!?


여왕 :

......미안해......


노나 :

에......?


여왕 :

......미안해. 노나......


노나 :

꺅......!?

엄마! 나 여기 있어! 사과할 필요는 하나도 없는데......?


여왕 :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노나 :

......계속 사과하고 있어. 마치 뭔가에 갇힌 것처럼......

엄마... 누구한테 사과하는 거야!? 누가 그렇게 엄마를 탓하는 거야!?

엄마는 아무 잘못 없는데...... 그냥 모두를 지키려고 한 것 뿐인데!


여왕 :

......미안해......


노나 :

엄마! 누구한테.....!!

....................

......이대로는 목소리가 닿지 않아. 더 가까이까지 가야 해......


 ......엄마.


노나 :

어......?


 엄마. 있지......


노나 :

이 목소리는......

......설마 나......?


......엄마.

있지. 나 크면 엄마처럼 되고 싶어.

엄마 이거 봐! 나 또 키 컸어.

곧 엄마 키보다 커질 지도 모르겠네.

엄마. 그 수평선의 노래 알려 줘!

더 크면 알려줄 거야?


여왕 :

......미안해. 노나......

나는 네 미래를......


노나 :

............

혹시 엄마가 갇혀 있는 이유는......


엄마. 오늘은 내 18번째 생일이야!

비장의 포도주가 있으니까 기대해 줘!


여왕 :

......미안해......

미안해..................!

네 미래는 내가 뺏고 말았어.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백, 몇 천 번이나 나는 널 죽였어. 내일이 오리라 믿는 너를 몇 번이나......

......미안해......


노나 :

..........이게 엄마의 마음 제일 깊은 곳에 있던 감정......

엄마의 마음을 가득 채워 정신을 뺏고 혼돈마저 불러일으키고 만 원인......

죄악감이야. 나를 몇 번이나 죽이고 말았던......


 엄마......

 ......엄마......


노나 :

몇 백, 몇 천 명의 기억 속의 내가 엄마를 탓하고 있어......


여왕 :

......미안해......


노나 :

...................

......그렇다면......

엄마가 괴롭지 않게 될 때까지 내가 전부 없앨게.

엄마가...... 코클리아의 모두가 다시 살아서 웃어 준다면...... 전부 잊혀져도 상관없어.

이 기억들은...... 내가 전부 가지고 갈게.


엄마 이거 봐! 엄마한테 줄 꽃왕관 만들었어!


노나 :

......기억나. 엄마가 좋아하는 자주색 꽃을 장식했지.


......정말 엄마는 바보야!


노나 :

얼른 사과해. 뒷쪽 해안으로 몰래 수영하러 간 거잖아?


고작 그 정도 일로 그렇게 화내는 거야!? 물살이 조금 빠를 뿐이잖아......


노나 :

......걱정한 거야. 나를 찾았을 때의 엄마의 울 것 같은 표정이 선명하게 떠올라.


흑......흑......


노나 :

어라? 왜 울었었지......


엄마가 마물한테서 날 지키려다 다쳤어......

엄마 죽는 거 아니지?


노나 :

......괜찮아. 스친 상처인데 피가 나와서 놀란 거야.

나 엄마를 정말로 사랑했구나......

......전부. 전부 내가 대신 기억할게.

이 기억의 세계에서 모두 사라져도......


-


......나 말이야.


노나 :

응......


가끔씩 좀 걱정되거든.

어른은 여러가지를 잊어버리잖아?

오늘 엄마랑 놀아서 정말 즐거웠던 것도 어른이 되면 잊어버리는 거야?


노나 :

......그렇지 않아.

엄마랑 간 호수, 참 예뻤지. 석양이 잘 비쳐서......

돌아갈 때는 손 꼭 잡고 돌아갔어. 언덕 위에서 먼 수평선을 보면서......


다 기억하는 거야?


노나 :

응. 분명 전부 기억할 거야.


......다행이다. 엄마도 계속 기억해 주면 좋겠어.





여왕 :

................으..............


노나 :

......괜찮아?


여왕 :

그대는 누구지......


노나 :

................!


여왕 :

여기는...... 코클리아인가? 긴 꿈을 꾼 것 같구나......


노나 :

......응. 맞아. 코클리아야. 당신의 소중한 나라.

자, 평소처럼 성의 모두와 도시의 모두를 한 명 한 명 만나러 가자.

그러고 나면......

......모두의 이름을 불러 줘.






세스타 :

그릇의 힘이 약해지고 있어......


알도 :

잘 되가는 건가!?

......!! 노나......!!


노나 :

나......


세스타 :

......돌아왔구나, 노나.


노나 :

......!! 엄마는......!?


알도 :

......모르겠어. 아까 갑자기 그릇이 괴로워하더니 노나만 뱉어냈어.


노나 :

그렇구나. 어쩌면......

......혼돈의 중심에서 괴로워하던 엄마를 드디어 풀어 줬어.

그러니까 지금 엄마라는 주축을 잃은 혼돈의 힘은 약해졌을 거야.

이게 혼돈 스스로의 마지막 저항이겠지.


세스타 :

......그게 사실이라면 이제 혼돈을 공격해도 여왕이 다치지 않겠지.

그럼 주저 없이 움직임을 막을 수 있겠어.


알도 :

응. 우리가 끝내자......!


노나 :

엄마...... 지금까지 괴로운 마음을 잔뜩 떠올리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이걸로 마지막이야. 엄마는 우리가 꼭 구할 테니까.

그러니까...... 기다려 줘.


-


알도 :

그릇이 모든 것을 뱉어내고 있어......


노나 :

......! 둘 다 봐봐......!


세스타 :

성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어......혼돈이 모습을 감추니 이곳에 질서가 돌아온 거야.

혼돈에 삼켜진 사람들과 여왕도 분명......


노나 :

......그렇다는 건, 어라? 이 성은 거꾸로 있었으니까......

으아아아아아악!!


알도 :

여기 있으면 위험해......!!


세스타 :

...........!


-


노나 :

와악.....!


알도 :

아야야......


세스타 :

미안해. 거친 방법밖에 없었어.


알도 :

아니야, 고마워.

성이 원래대로 돌아가는데 그대로 말려들었다면 어떻게 됐을 지 모르니까.


노나 :

...................


세스타 :

노나......


노나 :

......돌아왔어.

모두 돌아왔어...... 내가 아는 코클리아야......!


알도 :

응. ......이제야 돌아온 거네.


노나 :

하지만 혼돈으로 변하기 전부터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는 건......

아직 이미테이션 프리즈마의 오염이 결계의 제어 장치에 남아 있는 상태라는 거겠지.


알도 :

그래...... 앞으로 여유가 며칠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그걸 막지 못하면 코클리아는 또 다시......


노나 :

......그건 절대로 안돼.

찾아 보자. 이미테이션 프리즈마의 오염을 되돌려서 폭발을 막을 길을.


알도 :

응!


??? :

응? 너흰 누구지.


노나 :

수위병 라울로 씨...... 다행이야...... 원래대로 돌아왔어!


청년 :

......본 적 없는 얼굴이군. 어디서 왔어.


알도 :

앗............!

......큰일이야. 코클리아는 바깥에서 사람이 잘 오지 않는 나라였지.

노나. 미안하지만 코클리아 사람들과 우리 사이를 중재해 줘.

우리 중에서 코클리아의 모두가 얼굴을 아는 건 노나 말고 없잖아?


노나 :

그, 그게......


청년 :

뭐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노나 :

...........

......그게, 저는......코클리아의 왕녀고......


청년 :

왕녀라고!? 이 나라에 있는 왕족은 여왕님 뿐인데.


청년 :

왕족을 사칭할 생각이냐......!


노나 :

..............

역시......


알도 :

어, 어떻게 된 거야!?


노나 :

......모두의 기억이 섞인 혼돈 속에서 내가 엄마를 구하기 위해......

......기억의 세계에 있는 내 모습을 전부 없앴어.


세스타 :

............!!


알도 :

그럼 설마 코클리아의 그 누구도 노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야......?


노나 :

응. ......그럴 지도 몰라.


알도 :

비참하잖아, 그런 건!


노나 :

......어쩔 수 없었어. 그렇게 안 하면 엄마를 구할 수 없었을 테니까.


세스타 :

그런......


청년 :

어이. 뭘 쑥덕거리는 거야.


청년 :

수상한 녀석들이군...... 역시 당장 여왕님께......

............어?


??? :

......무슨 일이냐.


노나 :

............!


청년 :

여왕님!! 방금 수상한 자들을 발견했습니다!


여왕 :

호오............


노나 :

..........


여왕 :

......그대들은 못 본 얼굴이로군. 나라를 감싼 결계를 누군가가 지나갔다면 감지했을 텐데......


알도 :

우리는 여기로 길을 잃고 들어온 것 같아. 절대로 수상한 사람이......


여왕 :

......그렇게 겁 먹지 말거라.

이상하구나. 원래라면 그대들처럼 출신을 모르는 자들과 이렇게 대화할 리가 없는데......

어째서인지 그대들이 이 나라에 해를 끼칠 존재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대......


노나 :

............?


여왕 :

......그대를 보고 있자니 참 그리운 마음이 든다.

어디에서 만난 적이 있었나?


노나 :

...............!

......아니요. 처음 만나는 거에요. 여왕님.


여왕 :

......... 이 나라에 들어선 것도 뭔가 사정이 있어 보이는구나.

나는 이 나라의 여왕, 펠디아나다. ......사실 국민들에게 이 이름으로 불리는 일은 적지만.

그대들에게 자세한 사정을 들을 필요가 있다. 우선 성으로 돌아가서......


알도 :

뭐, 뭐지......!?


노나 :

알도! 저쪽 하늘에......!!


Quest Comp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