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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QKV_-QmXGs


제2화 얼굴 없는 부모들

갑자기 코클리아를 공격한 포격.

다른 하늘에서 나타난 것은 거대한 전함이었다.

알도 일행은 포격을 막기 위해 바다를 건너 전함으로 향한다.


노나 :

꺄아아아아악!!


청년 :

여왕님.....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펠디아나 :

이 충격...... 누군가의 공격을 받고 있는 건가.....!

즉시 성으로 돌아가 적을 확인하라. 어서 국민들을 피난시키거라!


청년 :

예......!


펠디아나 :

그대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지만 지금은 긴급 상황이다. 함께 가자꾸나.


-


펠디아나 :

저건 대체......


노나 :

저..... 저게 뭐야......!


알도 :

절대 이 시대의 것이 아니야...... 어디에서 시대를 넘어 온 거지!?


세스타 :

저 전함......


알도 :

뭔가 알고 있어, 세스타?

......우왓!


펠디아나 :

큭...... 또 포격인가!!

이대로는 결계가 위험하다...... 제어실로 서둘러라!


-


펠디아나 :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예외적인 조치가 되겠지만 결계의 출력을 높힐 수밖에 없겠군.


노나 :

출력을 높히겠다니......


알도 :

......위험해. 만약 제어 장치의 유폭 에너지가 더 자극되면 폭발이 더 앞당겨질 거야.


노나 :

하지만 결계로 지키지 못하면 포격이 코클리아에 닿을 텐데......

......당장 막으러 가자. 저 전함에서 쏘는 포격을!


알도 :

응!


노나 :

엄......여왕님! 저희가 저 전함까지 가서 포격을 막겠습니다!


펠디아나 :

그대들이 막을 수 있다는 것이냐?


알도 :

모르겠어......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펠디아나 :

하지만......


노나 :

죄송해요. 저희는 이 나라에 막 왔으니 정체도 모르고 분명 너무나도 수상하겠지만......

......하지만 이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강한 마음만은 있어요.

부탁이니까... 그것만은..... 믿어 줘요.


펠디아나 :

......좋다.

나 혼자서는 결계를 유지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누군가가 저 포격을 막지 못한다면 이 나라에 가해지는 피해도 막지 못 할 것이다. ......그대들의 힘을 빌리겠다.


노나 :

고마워요, 여왕님!

......그런데 어떻게 하지요. 저 전함,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데?


펠디아나 :

미안하지만...... 이 나라에 바다로 나갈 만한 배는 남아있지 않다.


알도 :

없다니! 이걸 어떻게 하지......


세스타 :

......시험하고 싶은 게 있어.


알도 :

세스타......?


세스타 :

바다 한가운데로 건너가면 되는 거지. 그럼 내 힘을 쓸 수 있을 지도 몰라.

하지만 여왕님...... 당신 나라의 바다를 조금 망가뜨리게 될 거야.


펠디아나 :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만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로군.


세스타 :

..............


펠디아나 :

......괜찮다. 그 힘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일단 보도록 하지.

저 전함과 가장 가까운 해안까지 그대들을 데리고 가겠다. 그때까지는 결계도 버틸 수 있을 테니.


노나 :

고마워요, 여왕님!


알도 :

좋아. 일단 해안까지 가자.


Quest Accepted



알도 :

......포격이 멈출 기미가 안 보여.


펠디아나 :

대체 놈들의 목적이 뭐지......


세스타 :

역시 저 모습은......


노나 :

뭔가 짐작가는 게 있어?


세스타 :

......가까이서 보기 전까지는 확증할 수 없어.


알도 :

그래서 대체 어떻게 건너려고?


세스타 :

......이 신체가 그렇게 만들어 졌듯이 내 힘은 인접한 물질과 융합하는 힘......

......이 힘을 잘 제어해서 「열」만을 융합해 볼게.


노나 :

열과의 융합.....?


세스타 :

이 바다에서 열을 뺏어 얼음길을 만드는 거야. 무너지기 전에 달려갈 수 있다면 저 전함까지는 건널 수 있겠지......


알도 :

그게 가능해!?


세스타 :

시험하는 건 처음이니까 성공할 지는 모르겠어. 만약 중간에 얼음이 녹아버리면......

...............

......다같이 바다에 빠지자.


노나 :

절대 싫어!!!


알도 :

하지만 다른 방법도 없어 보이니까......


펠디아나 :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바다를 얼리는 건가...... 분명 망가뜨린다는 말은 맞구나.


알도 :

미...... 미안. 여왕님...... 소중한 바다라는 건 알지만......


펠디아나 :

......괜찮다. 불가피한 일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 나도 조력하겠다.


노나 :

정말요!?


펠디아나 :

조력이라기엔 미약하지만......

이 나라에 전해지는 냉각 마법이 있다. 그것으로 조금이나마 바다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면 얼음길도 만들기 쉽겠지.

......그리고 물이 차가워지면 물고기도 도망칠 것이다. 무해한 살생 없이 건널 수 있겠지.


노나 :

냉각 마법......

......그거 배운 것 같아요! 저도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드릴게요.


펠디아나 :

호오...... 오래된 마법인데 알고 있나 보군.

힘을 쓰는 자는 많을수록 좋지. 도와주지 않겠나.


세스타 :

......수면 온도가 떨어지고 있어. 이런 게 가능하다니......


노나 :

어라? 이게 맞는 거였나...... 오래 전에 배운 거라 잊어버렸어요.


펠디아나 :

......틀리지는 않지만 마력 제어가 불안정하다. 쓸데없는 것에 여념치 말고 집중하거라.

정말로 너는 언제나......


노나 :

응......?


펠디아나 :

언제나......? 그대의 마법을 보는 건 처음일 텐데.

왜 나는 그런 말을.....


노나 :

............!

......고마워요. 여왕님.


펠디아나 :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세스타 :

고마워. 이제 내게 맡겨.

이 바다와 나와의 경계는 애매해. 내 경계를 늘리고 이 바다에 흐르는 물의 입자를 하나씩 내 일부로 만든다......

......융합하는 것은 열 뿐. 열만을 내 일부로 바꿔 이 바다를 빙결시킨다......

......만들긴 했는데 그렇게 오래 버티진 못 할 거야. 바로 출발하자.


노나 :

얼음 위를 달리는 건데 괜찮을까. 나 넘어질 것 같아......


세스타 :

달리는 건 네가 아니야.


노나 :

어? 그럼......

역시나----!


세스타 :

도와 줘서 고마워, 여왕님. 이 아이들은 내게 맡겨.


펠디아나 :

그, 그래......


-


노나 :

꺅!


알도 :

우왓!!


세스타 :

......어떻게든 도착한 것 같네.


노나 :

으으...... 머리가 어지러워......


알도 :

하지만 포격에 맞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다행이야.


노나 :

그치! 고마워, 세스타.

......세스타?


세스타 :

역시......


알도 :

응......?


세스타 :

싸늘하고 두꺼운 무기질적인 벽...... ...........나는..........

......여기를 알고 있어.


노나 :

뭐!? 어째서.....!?


세스타 :

......여기는 내가 진흙탕에서 생명을 얻고 처음으로 향한 곳이랑 아주 똑같아.


알도 :

이 전함이......!?


세스타 :

이곳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잠시 물러서 줘.

아까 바다에서 뺏을 열을 주입해서 이 벽을 녹일 수 있을지 시도해 볼게.


노나 :

앗, 뜨거워......!


-


세스타 :

......잘 된 것 같아.


노나 :

아까의 열을 쓰다니...... 세스타는 자신의 힘을 정말 잘 쓰네.


세스타 :

더 칭찬해도 돼.


노나 :

욕심쟁이!


세스타 :

하지만...... 이건 기억해. 힘을 다루는 자는 그 힘에 삼켜질 위험도 항상 수반하고 있다는 것을.


노나 :

삼켜진다니......?


세스타 :

예를 들면 나는 융합과 분리를 반복하는 비연속적인 생명체야. 연속적인 생명인 너희와는 다른 힘을 발휘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특성 때문에 너희에겐 없는 위험을 품고 있어.


알도 :

그릇의 공격을 받아서 돌아갈 수 없게 됐을 때의 일이지?


세스타 :

......응. 나는 아마 너희보다 그 공격에 더 취약했을 거야.

통일된 하나의 의지를 핵심으로 모인 이 신체는 핵심이 흔들리면 그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져......

융합과 분리의 힘에 너무 의존하면 언젠가 형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될 지도 몰라. ......네 힘도 마찬가지야, 노나.


노나 :

내 힘......?


세스타 :

......코클리아를 구한 네 힘이 이 시층을 관측하는 누군가가 네게 준 힘이라는 건 알았어.

하지만 그것 말고는 지금도 전혀 모르는 채야.

무엇을 대가로 하는 힘인지...... 그 힘을 얻어서 잃는 것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선 무턱대고 쓰지 마.


노나 :

아, 알았어...... 조심할게......


세스타 :

......미안. 위협할 생각은 없었어. 그냥... 네 일이 되면 그만 말에 힘이 들어가고 말아......

위험에 말려든 너를 상상하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초조함 때문에 움직이게 돼.

분명 이걸 「걱정」이라고 했었지?


노나 :

후훗, 그래. 세스타는 분명 걱정이 많은 사람일 거야.

하지만 세스타가 힘을 써 준 덕분에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됐어. 힘도 쓰기 나름이네!

좀 뜨거울 것 같은데 괜찮겠지?


세스타 :

......그러고 보니 네가 날 간병할 동안 뜨거운 요리를 식혀 준 적이 있었지.


노나 :

호~ 호~ 하고 부는 정도론 안 식을 것 같은데!?


알도 :

조심히 들어가자. 경비도 삼엄할 거야.


-


노나 :

여기가 그 전함의 안...... 뭔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알도 :

응. 이 사람이 들어갈 것 같은 기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노나 :

아.....! 이거 그 시대의 기계야. 냉동 수면에서 미래의 사람들이 깨어났을 때의.....!


알도 :

아라라트의 기억 장치로 본 미래인가......! 그럼 여기는 놈들이 있는 셸터 쉽이겠네.


세스타 :

......무슨 말이지?


노나 :

아 그게......


알도 :

........!!


세스타 :

너는................

......도망쳤어.


노나 :

자, 잠깐! 만나자마자 공격해놓고 도망쳤다고 하다니!

어쩌면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었는데......!


세스타 :

놈들에게 대화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그 하얗고 얼굴 없는 자들에게.


노나 :

하얗고 얼굴 없는 자......?


알도 :

그건......

......설마 세스타가 말했던 게 팬텀이 아니라 저 녀석들이었다고!?


세스타 :

팬텀......?


노나 :

코클리아 성에 들어가기 전에 말한 그 수상하고 하얀 안개같은 거!

하얗고 얼굴이 없다고 하길래 분명 팬텀인 줄 알았지.....!


알도 :

듣고 보니 놈들도 하얀 옷 때문에 얼굴이 안 보였어.


세스타 :

......미안해. 그 모습은 그렇게 표현하는 수밖에 없었어.


노나 :

그럼 세스타는 정말로 이 셸터 쉽에 온 적이 있었다는 거네......

그 시대에서 왔다면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뭔가 알 수 있을 지도 몰라.


알도 :

응. 포격을 막는 게 우선이지만 어떤 사정이 있는지 알고 싶어.


세스타 :

......아무래도 너희들이 이곳의 사정을 더 잘 알 것 같은데.

방금 그 남자를 찾으면서라도 괜찮으니까 알고 있는 걸 알려 줄래? 나도 떠오르는 대로 정보를 말해 줄게.


노나 :

고마워!


알도 :

놈이 분명 저쪽으로 도망쳤지. 일이 커지기 전에 따라잡으면 좋겠는데......


-


세스타 :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군.

이 셸터 쉽은 별이 오염되어 멸망을 기다리는 미래에서 나타난 거였어. 그리고......

미래인들의 목적은 역사의 끝을 다시 시작으로 잇기 위해 코클리아에 대량 사망을 일으키고 대신해서 국민이 되는 거였구나.


알도 :

응. 노나는 그 계획을 위해 코클리아로 보내졌어.


세스타 :

고마워...... 잘 알았어. 이 세계에 몰아치는 악의에 대해서도......

......너희가 짐승으로서의 송곳니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도.


노나 :

응......?


세스타 :

......왜 더 화내지 않는 거야.

상대의 사정을 아니까.....? 변명의 여지를 줄 생각이야?

상대는... 네 소중한 사람들을 이기적인 이유로 죽였는데!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죽였어! 이 세계도 망가뜨렸는데......!

그런 인간들에게 네가 손을 뻗어 줄 필요는 없어! 눈에 띄는 순간에 내가 모두 없애면 되는 거라고.


노나 :

그런 짓 하지 마......!


세스타 :

하지만 놈들은 그렇게 했잖아!

마치 벌레 죽이듯이 많은 생명을 한순간에 없애기로 선택했어......!

왜 용서하는 건데! 왜 분노에 몸을 맡기지 않는 거냐고!?

제일 화내야 할 건 바로 너잖아.....!!


노나 :

......나도 화났어.

화났다고. ......용서 못 한다고 생각해.


세스타 :

그럼......


노나 :

그래도! 화가 나더라도...... 이야기를 듣기 전에 끝낼 생각은 역시 안 들어.


세스타 :

대체 왜......!


노나 :

......알도가 알려줬어.

스스로가 코클리아를 멸망시키기 위한 존재였다는 걸 알고,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말한 내게......

태어날 장소와 이유는 고를 수 없어도 삶의 방향은 고를 수 있다는 것을......


알도 :

노나......


노나 :

알도가 말했었지. 나는 내 삶을 제대로 여기까지 선택해 왔다고.

......그 말이 지금의 나를 받쳐 왔으니까. 앞으로도 선택하는 것만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결론을 내는 건 분명 가장 마음이 편한 방법이겠지. 하지만 그런 방법으론 후회하고 말 거야.

선택한다면......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싶어. 그걸 위해 전부 알고 싶어.


세스타 :

................


노나 :

.....아! 그리고!

세스타가 정말로 미래인을 다 죽이면 폭발을 막을 방법은 그 누구도 모르게 되니까!

그건 진짜 곤란해! ......그러니까 제발......


세스타 :

알았어.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부탁하니까 나도 강경한 수단을 쓰진 않을게.


노나 :

세스타......


세스타 :

......오해하지 마. 네 생각을 완전히 납득하는 건 아니니까.


노나 :

알았어. ......그걸로도 충분해.


세스타 :

넌 화를 너무 못 내.

......내가 분노와 함께 태어난 건 너무나도 상냥한 널 대신해서 화내기 위한 걸지도 모르겠네.


노나 :

응. ......고마워.


알도 :

......! 뭐, 뭐지......!?


노나 :

우리 들킨 거야.....!?


??? :

젠장..... 이쪽도 막혔어!

너희는......!!


노나 :

안돼! 세스타!


세스타 :

......윽......

 

방호복의 남자 :

......괜찮아. 내 목숨은 너희 손에 달렸으니까.


노나 :

응......?


방호복의 남자 :

아까는 미안했다. 너희에게 전해야 할 말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 하고 무심코 몸을 숨겨서.

......보는 대로야. 날 구속해 줘.

바로 죽일지 정보를 캐낼지는 너희 마음대로 해도 좋아.


알도 :

무, 무슨 말이야......!?


방호복의 남자 :

나한텐 더 이상 죄를 거듭할 각오가 없어.

그리고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만약 뭔가 알고 싶은 게 있다면......

......!! 위험해..... 따라 온 건가!


노나 :

......그럼 아저씨는 우리의 적이 될 생각이 없다는 거지?


방호복의 남자 :

응, 맞아. 믿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노나 :

믿을지 안 믿을지는 나중에! 일단 같이 가자!


방호복의 남자 :

어.....!? 어, 응......!


-


세스타 :

......아까 한 말에 거짓은 없겠지?

만약 이렇게 우리랑 동행한 게 너희 진영의 함정이라면 적어도 너는 좋은 꼴 못 볼 줄 알아.


방호복의 남자 :

아, 알고 있어......


노나 :

세스타! 그렇게 나오면 할 말도 안 하게 된다고......!


세스타 :

하지만......


노나 :

......알고 있어. 나 대신 화내주는 거.

하지만 지금은 알아내는 게 우선이잖아.


알도 :

시간이 없다고 했지. 대체 얼마나 남은 거야?


방호복의 남자 :

......내 방호복의 강제 냉각 장치는 이미 작동됐어.


노나 :

그건.....!


방호복의 남자 :

발동하면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냉동 수면 상태가 되지. 방호복을 벗으려고 해도 똑같아.

이 연구소에서 계획에 따르지 않는 동포가 차례대로 원치 않는 잠에 들었어.

지금은 원격 시스템을 손봐서 일시적으로 처리를 막고 있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버틸 지가......

......그러니까 적어도 그때까지의 시간을 너희에게 주고 싶어.


세스타 :

왜 돕는 거야.


방호복의 남자 :

이젠 지쳤으니까. 죄를 계속 저지르는 행동에.

노나. ......세스타. 여기까지 왔다면 우리가 저질러 온 죄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겠지.

부디 너희들의 손으로 더 이상의 어리석은 행동을 막아 줘. 이기적인 바람이라는 건 알지만......


노나 :

......더 이상의라니.....

내게 심은 오염 프리즈마로 코클리아를 폭발시키려 했잖아. 그것보다 더 한 걸 생각하고 있었다고......!?


방호복의 남자 :

응. 우리는 마침내 포격 같은 직접적인 수단에 의존하게 됐어. 왜냐면 이제......

우리에겐 돌아갈 시대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알도 :

뭐......!?


방호복의 남자 :

......원래부터 시간이 다가왔었어. 땅 속 깊이까지 별을 꿰뚫은 인류의 독은 조용히 별을 내부 붕괴로 이끌었어.

어느 날 지하의 오염 물질이 만든 반응열로 지표에서 빙결된 독소가 녹기 시작했고 별은 급격하게 붕괴하기 시작했어.

......결과적으로 살아온 시대를 탈출하는 것 말고는 우리에게 살아남을 길은 없었어.


노나 :

그런.........


알도 :

그래서 직접 코클리아 사람들을 죽이고 너희가 그 자리를 대신하려 했던 거야?


세스타 :

이 시대의 사람들을 얼마나 얕잡아 보는 거야.....!


노나 :

......기다려. 그럼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아.

분명 같은 시대에 존재할 수 있는 생명의 양은 정해져 있잖아?

당신들은 그 구조를 이용해서 코클리아를 멸망시킨 후 이 시대로 올 생각이었어. 그런데......


알도 :

......맞아. 지금은 코클리아 사람들도 당신들도 모두 살아 있어.

그런데 왜 시층이 수정하지 않는 거지......?


방호복의 남자 :

힘을 빌려서 그래. ......그 하얀 신에게.


노나 :

팬텀의......!?


방호복의 남자 :

......노나. 네게 오염 프리즈마를 심고 고대로 보내는 계획은 일견 성공한 걸로 여겨졌어.

너와 함께 보내진 기록 매체는 한 시간마다 하루 치의 정점 데이터로 네 성장과 프리즈마의 변용을 전송했어.


세스타 :

...............


방호복의 남자 :

......관측한 지 7달 반. 설계대로 엘리멘탈의 집약점과 오염 에너지의 완전한 치환이 완료됐고......

9달...... 네 시대에서는 18년이 흘렀을 때 집약점이 유폭 에너지로 가득 차서 기폭을 기다리는 상태가 됐어.

그런데 기폭 예측 시점이 된 날에 갑자기 데이터 파손이 발생했어.


노나 :

......엄마가 시간을 되감은 거야.


방호복의 남자 :

...... 우리 눈으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관측할 수 없었어.

하지만 그 후로 몇 달...... 네 시대에서 몇 년의 시간이 경과해도 새로운 데이터가 오는 일은 없었어.

계획은 교착 상태로 들어갔어. ......하지만 그 동안 별의 붕괴가 다가오는 게 확실해졌어.


알도 :

그 상황에서 너희들이 말한 하얀 신...... 팬텀이 다시 접근한 거구나.


방호복의 남자 :

......응. 하얀 신은 멸망까지의 유예를 선고했어.

곧 지하에 퇴적된 독소의 반응열로 지표의 얼음이 녹아 이 별이 형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그리고 그때까지 코클리아에서의 계획이 결실을 맺지 못할 거라는 것도 예언했어.

우리에게도 마침내 별과 함께 사라지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온 거야.

......아니, 받아들이는 게 좋았을 거야. 그 악마의 감언을 듣지 말고.


세스타 :

................


방호복의 남자 :

하얀 신이 말했지. 아주 잠시간의 시간만 있다면 시층의 감시로부터 우리의 존재를 숨기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고.

그 틈에 고대인을 없앨 수 있다면 당초의 계획대로 우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게 달성되니 마지막 도박을 할 생각이 있느냐고......


알도 :

그 제안에...... 넘어가다니......!


방호복의 남자 :

솔직히 말하자면 반대한 자는 모두 냉동 수면 처리를 당했어.


알도 :

..........!


방호복의 남자 :

나는 연구소 안에서 의논이 진행될 때마다 수가 줄어가는 동료들의 모습을 봤어.

그렇게 이 계획에 진정으로 저항하기 위해서는 침묵해야만 한다는 걸 배웠어.

......세스타. 네가 나타난 것도 그 무렵이었을 거야.


세스타 :

내가......?


방호복의 남자 :

응. 처음으로 그 이름을 부른 건 나야. ......나 말고 네가 너라는 것을 알아챈 사람은 없었으니까.

너는 시공 역행 디바이스로 열린 코클리아로 향하는 게이트에 반응했어.

많은 연구원이 널 막으려 했지만 너는.............


세스타 :

......내가 누구인지 안다고?


방호복의 남자 :

물론. ......너만이 아니라 내가 연구했던 모든 아이들을 알고 있어.


세스타 :

아이들......


방호복의 남자 :

......그래. 너는 그것마저도 모르는 채로 여기까지 온 거구나.

둘도 없는 무언가를 쫓아가듯 막무가내로 게이트에 뛰어는 그 때 그대로......


세스타 :

......목소리가 들렸어. 그 게이트 너머에서.

슬픔으로 찬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내 생명을 깨웠어.


방호복의 남자 :

목소리......?

그래... 너는...... ......그렇다면 놀라운 일이군.

유전자의 호응이라는 영역을 넘고 시간을 넘는 유대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노나 :

뭔가 짐작가는 게 있어?


방호복의 남자 :

응. 너희는..............


알도 :

...........!!


방호복의 남자 :

......시간이 됐어.


노나 :

괘, 괜찮아!?


방호복의 남자 :

뭐...... 잠에 들 뿐이야. 하고 싶은 말이 아직 많긴 한데......

.....강제 동결 처리가 시작됐으니 음성 전달 방해도 시작된 것 같네. ......전해야 할 정보를 못 전할 것 같아.

너희에게 이걸 줄게.


세스타 :

이건......?


방호복의 남자 :

......너희가 가야 할 곳은 그게 표시해 줄 거야.

세스타...... 네가 알고 싶은 것도 그곳에 남아 있어.


세스타 :

..........


노나 :

기다려......! 우리는 아직 당신에게서 듣고 싶은 게......!


방호복의 남자 :

......코클리아로 향하는 포격을...... 정지.....시키고 싶댔지.

수단은...... 있어. 같은 장소에...... ......를 남겨 뒀어.

너희라면...... 이해할 수 있어...... .....아아 .....마지막으로......

......좀 더 ......얼굴을 보여 줘. ...........울.............


세스타 :

......울......?

......동결됐어.

정보를 더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노나 :

...........


알도 :

그거...... 뭔가의 키 같아. 「신생명 연구실」이라고 써져 있어.


세스타 :

그러면 받은 키에 맞는 방을 찾아보자.


알도 :

응. 포격을 막을 단서가 있다면 서두르는 게 좋겠어.

........콜록.......


노나 :

......알도?


알도 :

미안. 좀 추울 뿐이야. 바로 신생명 연구실을 찾아보자.


-


노나 :

......열렸다! 이 방이 맞는 것 같아.


알도 :

여기가 신생명 연구실인가...... 어쩌면 아라라트에서 본 기록 매체에 비친 그 실험이......


노나 :

여기랑 관련이 있을 지도.


세스타 :

그건 분명 팬텀의 힘이 깃든 인공 생명체를 만드는...... 거였지.


노나 :

응. 내가 아는 실험은 두 개야. 태어나기 전의 생명이 폭주해서 사라졌다는 실험과......

......내가 태어난 실험.


세스타 :

................


노나 :

이 연구소의 소장이 나를 「기적의 아이」라고 했어.

......분명 내가 태어나기까지 사라진 생명이 있을 거라 생각해.


알도 :

여기에는 그 기록이 남아 있다는 건가......

하지만 방호복을 입은 그 녀석...... 세스타가 이 방에 오면 알 수 있다고 했었지. 그건 대체......


세스타 :

......내 기억에 이런 방은 없어.

하지만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어. 단말을 조사해 보자.





실험 개요

우리는 하얀 신의 힘을 견디는 생명을 만들기로 했다.

기존의 게놈 기술과 이 별에 남겨진 생체 병기 기술을 이용해 적합 가능한 그릇을 생성한다.

그렇게 태어나 울음소리를 내는 기적의 아이는 반드시 시층의 눈을 속이는 존재가 되어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사할 것이다.


알도 :

데이터 중 하나를 열면 다른 단말의 잠금이 해제되는 건가.


세스타 :

잠금이 해제된 단말의 데이터도 확인해 보자.


쿠아르타

제1로트, 제2로트, 제3로트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생명의 발생이 관측되지 않았다.

따라서 코드 프리마, 코드 세칸다 및 코드 테르차에 해당하는 개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실험에서 처음으로 생명의 발생이 관측된 건 제4로트이다.

로트 안의 샘플 1000개 중 생명이 발생한 건 하나 뿐이었기 때문에 하위 코드 없이 쿠아르타로 호칭한다.

쿠아르타는 예상을 상회하는 비정상적인 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관측 도중 인간에게는 없는 기관이 여러 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기관은 무질서하게 발달하여 결국 코드 쿠아르타가 한 개체로서의 생명으로 존재하는 것을 어렵게 했다.

코드 쿠아르타는 발생으로부터 10일이 되자 완전한 소실이 확인됐다.

원인은 하얀 신의 힘과의 융합 시 발생한 게놈 정보 덮어쓰기 또는 개변이었다고 여겨진다.

다음 로트에는 하얀 신의 힘의 침식에 저항하는 새로운 인자를 모든 샘플에 포함하기로 했다.


퀸타

제5로트에서 생명의 발생이 관측됐다. 하나만 발생했기 때문에 하위 코드 없이 개체 코드를 퀸타로 지정한다.

지금까지의 발생률로 추측하면 앞으로도 하위 코드를 사용하는 사례는 희박할 것이다.

코드 퀸타는 발생으로부터 얼마 안 가 소실됐다.

하얀 신의 힘의 침식에 저항하기 위한 면역 인자가 정상적인 조직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형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서였다.

다음 로트에는 하얀 신의 힘의 침식에 대비한 면역에 의한 저항과는 다른 접근을 검토해야 한다.


세스타


세스타 :

세스타.....

이 연구소의 인간은...... 그 사람은 분명 나를 그 이름으로 불렀어.

그렇다면 여기에 기록된 건......


제6로트는 하얀 신의 힘에 대한 저항 없이 「융합」이라는 형태로 침식을 막는 인자를 주입했다.

즉 일방적으로 침식을 허락하는 것이 아닌 하얀 신의 힘을 스스로 받아들여 제어 가능한 상태를 목표로 하는 시도이다.

이 로트에서 유일하게 발생한 코드 세스타의 경과는 얼핏 보기엔 순조로웠다.

하지만 이 개체는 갑자기 발생한 폭주로 소실됐다.

원인 분석은 난항을 겪고 있다. 무차별 융합으로 인해 발생한 폭발로 개체의 원형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잔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안 되는 세포 조각 뿐이었다.

그 세포 조각도 동결 처리를 벗어나 다시 폭주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어 지저 폐기장에 즉시 폐기가 결정됐다.

다음 로트에는 더 신중한 게놈 조정이 요구될 것이다.


세스타 :

......그런......

나는 이 실험에서 사라진 생명이었다는 건가......?

그렇다면 왜...........


알도 :

......노나. 이 실험은......


노나 :

응. ......아마 우리가 아라라트에서 본 그 실험일 거야. 무차별 융합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아.


알도 :

그럼 세스타는 실험에 실패한 후에 그 폐기장에 버려져서......

......세스타가 말한 「빛이 닿지 않는 진흙탕」은 폐기장 밑바닥을 말하는 거였어.


세스타 :

그 이야기... 자세히 들려 줄래?


노나 :

응. 사실은............


-


세스타 :

......고마워. 이제 알았어.

지금까지의 정보를 종합하면 내가 생명을 얻은 건 미래의 병기 폐기장. ......이라는 거네.


노나 :

응. 세스타가 태어났을 때는 많은 것들이 쌓여서 경계도 없이 녹아내린...... 상태라고 했었지.

내가 세스타의 기억에서 본 깊은 구멍 밑바닥도 그런 느낌이었어. ....그러니까 틀림없다고 생각해.


세스타 :

그럼 여러가지로 납득이 가.

제6로트의 피험체에 주입된 「융합」의 인자. 그게 내가 가진 힘과 관련이 있다면......

......이 신체는 분명 폐기된 세포 조각이 폐기장에 남겨진 생체 병기와 화학 물질과 융합을 거듭해 생겨난 거겠지.


알도 :

그런 게 가능하다니......


노나 :

저기... 그렇다면......

......세스타는 내 언니라는 거지?


세스타 :

언......니......?


노나 :

그야 그런걸! 나보다 먼저 나랑 똑같이 태어났다는 건......


세스타 :

......언니......


노나 :

......그런 평화로운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었지!

미안, 세스타. 이상한 말을 해서!


세스타 :

.............. 언니......


노나 :

......그, 그렇게 싫었어?


세스타 :

아니. 잘 말하기 힘들지만 아마......

......너와의 이 연결에 이름이 붙은 게 기뻐.

이제야 알 수 있었어. 내가 태어난 이유도 장소도. 왜 이런 신체였는지도.

그래...... 나는 너의 언니로 태어난 거였어.


노나 :

세스타............

그래, 이유야! 내 목소리가 세스타를 깨운 계기가 된 걸지도 모른다는 말은 들었지만......

결국 코클리아에 있던 내 목소리가 미래의 세스타가 있는 폐기장 밑바닥까지 닿은 이유는 여전히 모르는 거잖아?


세스타 :

......언니란 건 그런 거 아니야?


노나 :

언니라고 만능인 건 아닌데!?


알도 :

미래인들은 계속 코클리아를 관찰했던 것 같은데, 그걸 통해 세스타의 귀에 들어간......걸까?

그런 것 치곤 시대도 거리도 많이 떨어져 있지만.


노나 :

음..... 지금 있는 정보만으론 전부 알 수 없어.


세스타 :

......좋아. 내가 알고 싶은 정보는 이제 충분히 얻었어.

나는 노나의 언니. 그걸 안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것보다 포격을 막을 단서도 같은 방에 있다고 했지.

나머지 단말도 조사해 보자.


-


셉티마

제7로트에는 다시 하얀 신의 힘에 저항하는 인자를 포함시켰다.

정상적인 조직에 대한 저항은 적으며 면역 인자의 생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번 로트에서 처음으로 두 개의 생명이 발생했다. 각각 코드 셉티마 알파, 코드 셉티마 베타로 호칭한다.

우리는 두 개 중 더 안정된 수치를 보이는 셉티마 알파에 이미테이션 프리즈마의 탑재를 시도했다.

하지만 탑재 후 얼마 안 가 셉티마 알파는 이미테이션 프리즈마를 거절하듯이 폭주, 소실됐다.

동시에 셉티마 베타의 수치에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해 현재도 불안정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프리즈마를 탑재하지 못한 셉티마 베타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원인을 해명하면서 제8로트의 개발을 서두르기로 했다.


옥타바

제8로트는 다시 순도 높은 면역 인자를 포함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더 많은 생명의 발생을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이번에 관측된 것은 하나 뿐이었다.

코드 옥타바라고 호칭되는 새로운 실험채는 발생 후의 경과가 지금까지의 개체와 비교해 가장 안정적이다.

대조적으로 관측을 지속하던 셉티마 베타는 매일 생명력이 약해져 언제 소실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안정된 관측이 이어지는 코드 옥타바였으나 어느 날 갑자기 큰 수치의 혼란이 관측되었다.

분석 결과 미세하게나마 셉티마 베타로부터 뭔가의 신호를 받아들인 흔적을 발견했다.

두 개에 뭔가의 공명이 있던 건가. 우리의 관측 바깥에서 소통을 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며칠 후 옥타바가 폭주했다.

지금까지의 개체의 폭주는 게놈에 포함된 기능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옥타바는 달랐다. 거기에는 관측되어서는 안 되는 「분노」라고 할 수 있는 정동이 발견됐다.

......폭주에 대응하던 중 제7로트의 담당자로부터 셉티마 베타가 소실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옥타바는 그 순간 폭주를 멈춤과 동시에 모든 생명 활동을 중지했다.

두 개 사이에 어떤 교류가 있었는지는 여전히 불명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방침으로 여러 로트를 병행하는 실험을 그만두고 한 개체씩 관측하기로 했다.


노나 :

셉티마 베타도 옥타바도...... 마치 다른 아이들로부터 어떤 신호를 받은 듯한 기록이 있어.


알도 :

......응.

혹시 이 실험에서 생겨난 아이들끼리는 말을 넘는 무언가로 서로 통하는 게 가능할 지도 몰라.


세스타 :

그렇다면 폐기장에 있던 내게 노나의 목소리가 닿은 것도......?


노나 :

그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 말했지. 유전자의 호응이라던가...... 시간을 넘는 유대라던가, 그런 식의 말을.

......그렇구나. 그럼 세스타는 정말로 내 「도와줘」라는 목소리를 받아들여 준 거네.

고마워...... 세스타.


세스타 :

......괜찮아. 언니니까.


노나

우리는 마침내 이미테이션 프리즈마에 적합한 개체의 개발에 성공했다.

면역 인자와 개량형 융합 인자를 포함시킨 제9로트로부터 유일하게 발생한 생명인 코드 노나.

발생 후의 경과는 지금까지의 개체 중에서 제일 안정적이며 기준치를 먼는 수치는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셉티마 알파의 예가 있어 우려하고 있던 이미테이션 프리즈마의 탑재에 거절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우리 인류의 역사를 맡기는 데에 충분한 『기적의 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론상 우리에게 남은 시간과 자원 중 적합한 개체가 태어날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그녀가 여기에 생명을 얻은 것은 기적이며 그야말로 우리 아이를 얻은 것과 같은 행복이기도 하다.

......그녀가 짊어진 운명은 가혹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 생명에 축하를......


노나 :

.....................


알도 :

노나......


노나 :

......모르게 됐어.

이런 나한테도 태어났을 때 기뻐해 준 사람이 있었다는 거... 마음은 기쁘지만......

......태어나서 축하를 받은 건 코클리아를 멸망시킬 나라는 걸 생각하니 받아들일 생각이 안 들어.


세스타 :

...........이런 사람들의 축복은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

하지만... 내가 널 긍정할 거야. 네 생명을, 존재를...... 언제든지.


노나 :

......고마워, 노나.


-


세스타 :

......이 단말. 키만으로는 열리지 않는데.

 

오퍼레이터 시스템 :

게놈 인증 시스템 기동. 조합을 개시합니다.


알도 :

우왓!?


노나 :

게노...... 뭐!? 뭔가 시작됐는데!?


알도 :

이 빛나는 것에 손을 뻗으면 되는 건가......


오퍼레이터 시스템 :

에러. 게놈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알도 :

그, 그렇겠지...... 누구든 통과될 리가 없잖아.


세스타 :

나도 일단 시험해 볼게.


 인증 완료. 로그인합니다......


노나 :

에에엣!? 어떻게 한 거야? 알도로는 안 됐는데......


세스타 :

......나 자신도 놀랐어. 왜 인증됐을까.


-


포격 제어 시스템

영구 지속 문명 연구소의 이념은 전쟁을 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셸터 쉽에도 최저한의 무장만을 탑재했다.

전함의 전방에 설치된 포격 기구는 어디까지나 만일의 사태로 인한 위협과 장애물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 전함의 포격은 모두 단일 제어 시스템의 관리 하에 있다.

또 제어 시스템의 관리실로 가는 경로는 이 전도에 표시되어 있는 대로다.

하지만 관리실로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노나 :

엣......!?


연구소의 설립 배경으로 인해 무력의 취급에는 굉장히 신중하다. 관리실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연구소원의 과반수의 승인이 필요하다.


노나 :

관리실로 못 들어간다고......!? 그럼 포격은 못 멈춘다는 거야?


세스타 :

......아직 뒷내용이 있어.


또한 관리실의 보안은 굉장히 섬세하다. 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일정 시간 모든 기능이 강제 정지된다.

규정 시간이 경과하면 관리자의 승인에 의해 정지가 해제된다. 이것은 무력에 의한 포격 기구의 강제 탈취를 막기 위함이다.


세스타 :

............!


노나 :

왜 그래, 세스타?


세스타 :

......관리실로 들어갈 필요는 없을 지도 몰라.


알도 :

그런가...... 바깥에서 강한 충격을 주면 포격이 멈추는 구조구나.


세스타 :

사소한 건 생각하지 말고 단순히 힘을 쓴다. ......내가 좋아하는 방법이지.


노나 :

그 방호복을 입은 사람은 우리라면 눈치챌 걸 알고 여기에 남겨 둔 거구나.


알도 :

좋아. 관리실로 가자!


-


사랑하는 울바에게

냉동 수면에 들어가기 전에 여기에 남긴다. 사랑하는 울바. 이 영구 지속 문영 연구소에 들어간 건 네 죽음이 계기였다.

네가 태어나기 얼마 전부터 플레이트간 정치적 긴장은 심각했다.

각국이 비밀리에 병기 개발을 진행한 시대, 너를 배고 있던 아내는 어느 화학 공장의 오염 사고에 말려들어 병에 걸렸다.

아내는 너를 낳고 곧바로 목숨을 잃었다. 적어도 너만이라도 강하게 살 수 있게, 울바...... 그 이름을 남기고.

하지만 그 소원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아내를 삼킨 독은 어린 너까지 앗아갔다.

지금도 떠오른다. 닫힌 병실에서 같은 이름의 늑대가 그려진 그림책을 몇 번이고 읽던 네 모습이.

이 「울바」처럼 넓은 세계를 어디까지나 달려가고 싶다고..... 그렇게 바란 너의 투명한 눈빛이.

......결국 나는 너를 그 병실에서 꺼내지도 못 했다.

화학 공장에서의 사고는 군사상 기밀로 취급되어 너와 아내의 죽음도 병사로 처리됐다. 지금은 나 말고 진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마저 조작당하는 전쟁이라는 것에 나는 깊게 절망했다. 이제 이 시대에 내가 살 이유는 없다.

바라건대 다음에 눈을 뜨는 시대가 전쟁이 없는 시대이기를......


늑대가 된 너에게

......어떻게 된 거지. 제6로트의 샘플에 딸의 유품으로 남긴 머리칼의 게놈 정보가 채용됐다.

물론 어디까지나 피험체 중 하나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고려해도 딸의 샘플이 생명을 가질 확률은 극히 낮다.

하지만, 그래도......생각하게 된다. 딸이 병에 위협받지 않고 살아서 웃고 뛰노는 모습을......

......내가 얼마나 달콤한 꿈을 그리고 있는지 깨달았다.

제6로트에서는 딸의 샘플에서만 생명이 발생해 코드 세스타로 명명됐다.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사랑하는 딸의 얼굴을 다시 볼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날은 오지 않았다.

뒤늦게 육성 포드로 달려간 내가 본 것은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무참한 딸의 잔해였다.

갑자기 세포가 가진 융합 기능이 폭주해 강제 동결을 가하던 중 에너지의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내가 그걸 현실이라고 인식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는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품고 그 생명을 짓눌린 것일까.

......나는 두 번이나 딸을 죽게 둔 것이다.

믿기지 않는 사태가 일어났다.

세스타가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이 셸터 쉽의 벽을 부수고 모든 것을 부수며 우리에게 달려왔다.

연구소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무리도 아니다. 그 거대한 늑대의 정체를 아무도 모를 테니까.

오직 나만이......그것을 알고 있다. 그 모습이 틀림없이 딸의 그림책에 그려진 울바라는 늑대 그 자체였으니까.

그리고 이 역사의 끝에서 그 늑대의 모습을 기억하는 유전자의 주인은 한 명밖에 없을 것이다.

세스타. 무심코 입을 열어 말한 이름에 늑대는 찰나에 돌아봤다.

하지만 곧바로 시공 역행 디바이스 쪽으로 향했고 게이트 너머의 코클리아를 향해 높게 울었다.

연구원들은 그녀의 제지에 안간힘이었다. 그 중에서 나만이 그저 우뚝 서서 그녀의 고고하고도 자유로운 모습을 바라봤다.

늑대를 막지 못할 것을 알자 연구원들은 서둘러 게이트의 일시적인 봉쇄를 시작했다.

세스타는 그래도 불안정한 게이트로 뛰어들려고 했다. 한없이 소중한 뭔가를 쫓아가려는 듯......

나는 시공 역행원용 좌표 유도 디바이스를 그녀의 몸에 숨겼다. 그건 내가 연구소에 저지른 첫 배신이었다.

마침내 세스타는 게이트로 사라졌다. 행선지가 코클리아인지 어떤지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 후련한 마음으로 그 뒷모습을 배웅했다. 그녀라면 분명 어디로든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래. 그 아이가 동경한...... 힘차게 땅을 딛고 빛처럼 달리는 그 늑대의 모습이라면.


세스타 :

................

......기록은 여기서 끝난 것 같아.


노나 :

세스타. 이 수기를 쓴 건......


세스타 :

......그래. 우리에게 이 방의 키를 준 그 사람이 틀림없어.

그가 말했지. ......내가 연구소에 다시 나타났을 때 처음으로 이름을 부른 게 자신이었다고.


알도 :

그럼 코클리아를 가리키는 거울을 세스타에게 맡긴 것도 그 사람이었던 건가.


세스타 :

.........................



방호복의 남자 :

.....아아 .....마지막으로......

......좀 더 ......얼굴을 보여 줘. ...........울.............



세스타 :

......뭐냐고. 이런 걸 보여주고.


노나 :

세스타......?


세스타 :

나는 지금도 이 연구소의 사람들이 증오스러워.

그들은 잘못됐어. 팬텀의 힘을 인간이라는 그릇에 집어넣는 이기적인 실험을 위해, 태어난 생명을 조작해서......

코클리아 사람들의 생명을, 인생을 경시하고 노나에게 죽음보다 괴로운 운명을 짊어지게 했어.

용서할 수가 없어. ......용서해서는 안 돼.....!


노나 :

......응.


세스타 :

어떤 사정이 있고 어떤 바람이 있든 죄는 변하지 않아. 이곳의 모두가 같은 죄야.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데..........

......그 남자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려고 하면 똑같은 불길이 내 가슴 안쪽을 불태워.

그게...... 너무 괴로워. 이건... 망설임일까?


노나 :

세스타......


세스타 :

......이런 모순에 망설일 정도라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알지 않아야 했어.


알도 :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세스타 :

뭐......?


알도 :

모두 세스타의 마음에 있어도 된다고 생각해. 미래인들에게 느끼는 분노도, 방호복을 입은 사람에게 느낀 말로 할 수 없는 감정도.

한 쪽만을 갖기 위해 한 쪽을 버릴 필요는 없어.


세스타 :

하지만..........


알도 :

응. 우리가 할 일은 변하지 않아. 코클리아 사람들은 사라지게 두지 않아.

......그게 미래인들과 적대하는 행동이라고 해도.


세스타 :

..................


알도 :

하지만 그렇다고 거울을 준 그 사람을 세스타가 무리하게 싫어할 필요는 없어.

.....좋아해도 어울릴 수 없는 건 있어. 잘못됐어도 싫어할 수 없게 되는 상대가 있어.

그러니까 가능하다면...... 세스타의 그 올바름도 애정도 버리지 않고 나아갔으면 좋겠어.

그게 오히려 괴롭다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세스타 :

......아니야.

이상하네. 상반되는 두 마음을 가진 채로 마음이 잔잔해질 수가 있다니.

노나를 상처입힌 사람들은 용서할 수 없어. ......그도 포함해서. 꼭 대가를 치러야 해.

하지만 여기서 본 것도 잊지 않아. 잊지 않아도 된다고, 네가 알려 줬어.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해.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충분해.


알도 :

......고마워, 세스타.


세스타 :

자, 포격 제어 시스템 관리실로 어서 가자.

공격 준비라면 끝났어. ......실수로 전함째로 부수지 않도록 조심할게.


노나 :

뭐!? 히, 힘조절은 하는 거지......!?


세스타 :

널 용서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한 번만 불러줄게.

......잘 있어. 아버지.


-


알도 :

......콜록...... 콜록......


노나 :

알도...... 괜찮아? 뭔가 아까부터 상태가 안 좋아 보여.


알도 :

왜 그런 걸까...... 공기가 별로 안 좋아서 그런가 봐.

그래도 그렇게 큰 일은 아니야. 이렇게 계속 움직일 수 있고.


-


알도 :

......음... 여기가 포격 제어 시스템 관리실이구나.


세스타 :

근처를 순회하는 경비 로봇도 처리했으니 지금이라면 방해 없이 들어갈 수 있겠어.

......그럼 망설일 거 없이 간다.


알도 :

우왓! 가, 갑자기!?


노나 :

세스타 혼자서 괜찮겠어!?


세스타 :

너희가 말려드는 것보단 나아. 힘에는 자신이 있지만 나는 컨트롤을 잘 하는 타입이 아니니까.

이 문을 마음껏 공격한 후에 많이 산산조각난 너희들을 발견하는 건 싫어.


노나 :

많이 정도의 수준이 아닐 텐데!?


알도 :

그럼 일단 세스타한테 맡기자.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


세스타 :

내게 맡겨.


오퍼레이션 시스템 :

이상 동작을 확인. 포격 시스템을 잠급니다.

복구까지 앞으로 한 시간......


노나 :

다행이다...... 멈춘 것 같아!


세스타 :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 보여.


알도 :

역시 미래인과 직접 이야기해서 포격을 멈추는 수밖에 없는 걸까.


노나 :

어디로 가야 이미테이션 프리즈마와 포격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세스타 :

......여기로 오기까지 본 연구소 사람은 결국 한 명 뿐이었지.

우리를 상대하는 건 기계 뿐이었어. 몰래 숨어서 안전권에서 일방적으로 우리를 노리다니 비겁하네.


노나 : 

............ 어쩌면 비겁한 게 아니라......

......우리가 두려워서 그런 게 아닐까.


세스타 :

두려워 해......? 공격은 저쪽에서 하고 있는데?


노나 :

......오히려 두려워서 막무가내로 힘에 의존하는 걸로 보여.

미래인이라고 해도 보통 사람이잖아. 우리같이 마법이나 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신체도 특별히 강하지도 않고.

그런데도 그 미래에서 별이 통째로 파멸하는 걸 견딜 수 없어서 여기로 도망쳤잖아. 분명 모든 게 두려울 거야.


세스타 :

...... 두려워해서 뭐. 이대로 적의 공격을 허락할 거야?


노나 :

아니. 하지만 이대로는 침착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

어떻게 해야 좋을까. 같이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세스타 :

......질리겠다. 노나 너는 참 무르구나.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아.


노나 :

응......?


세스타 :

인간은 군집을 이루지만 누구 한 명도 동일한 개체가 아니야. 각자가 다른 생각과 바람을 갖고 있어.

연구소 사람이라는 속성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건 고대인을 숫자로만 본 그 놈들이랑 다르지 않겠지.

그래서 너는 그들을 알아가면서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거구나.


노나 :

......응. 뭐가 제일 좋은 방법일지는 마지막까지 모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모른 채로 내놓은 답보다는 훨씬 납득이 갈 테니까.

분명 이건 날 위한 거야. 무른 성격이나 상냥함이 아니라.


세스타 :

정말로 알아갈 수 있을까. 알아간다는 건 짊어져야 한다는 건데.

그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은 모두 같은 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훨씬 편할 텐데......

......너무나도 착한 동생을 뒀어.


노나 :

에헤헤......


알도 :

우왓!? 뭐, 뭐지......!?


세스타 :

아까의 키가 빛나고 있어. 뭔가 신호를 수신한 걸까.


??? :

......노나. 세스타. 그리고 그녀들과 함께 있는 분......

이 통신이 들리나요. 단방향 통신이라 대답을 들을 수 없지만......


알도 :

이 여자 목소리는......


노나 :

우리가 본 기억에서 소장이라고 불린 사람의......!


소장 :

코클리아를 향한 포격...... 그리고 노나 당신을 통해 오염 프리즈마를 보낸 것......

......그 모든 것을 사과합니다.


세스타 :

....................


소장 :

우리는 더 이상 무력에 의한 교전을 바라지 않습니다. 만약 여러분도 똑같이 대화를 바란다면......

......이 앞에 있는 통신실로 들어오세요. 키에 해제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세스타 :

......참 여유로운 사람들이군. 우리의 힘을 이길 수 없는 걸 알고도 대화를 제안하다니.


노나 :

하지만 싸우지 않고 해결된다면 그게 훨씬 나아.

가자! 포격이 멈춘 지금이라면 이미테이션 프리즈마의 오염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지 대화할 수 있을 거야.


알도 :

응. 일단 믿어 보자.

통신실이라고 했지. 일단 그쪽으로 가자.


-


세스타 :

키에 반응이 있다는 건...... 여기가 통신실인 것 같아.


-


노나 :

아무도 없어......


세스타 :

......! 이 소리...... 방을 잠근 건가.....?


소장 :

......제가 보입니까. 음성은 들립니까.


노나 :

당신은......


소장 :

......노나. 이쪽이 보이나 보네요. 몰라볼 정도로 성장했군요.

하지만 각인된 로트 코드는 틀림없는 당신 고유의 코드입니다. ......여기까지 잘 왔습니다.


세스타 :

일을 이 지경으로 키워 놓고 어머니 행세라고? 우리를 불러낸 경위는 그렇다 쳐도 너무 이기적인데.


소장 :

......당신이 세스타로군요.

시공 역행 디바이스로의 침입이 있던 후 남겨진 흔적이 제6로트의 데이터와 일치했을 때는 놀랐습니다.

설마 그 끝을 모르는 어둠에서 미지의 생명으로 소생한 당신을 다시 한 번 만날 줄은......


세스타 :

시덥잖은 재회의 인사는 집어치워.


알도 :

대화로 해결하고 싶댔지. 우선은 그쪽 이야기를 들려줘.


소장 :

......네. 그게 좋겠군요. 시간도 많지 않으니까.

그런데 당신은......


알도 :

나? 나는 알도야.


크레테 :

감사합니다. 저는 크레테. 이 영구 지속 문명 연구소의 소장입니다.

여기까지 두 분을 데려와 줘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조금 성급한 부탁이지만......

......여러분 세 분의 안전은 보장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우리의 계획이 완료될 때까지 여기서 대기해 주지 않겠습니까.


노나 :

뭐......?


알도 :

무슨 소리야! 우린 그걸 막으러 온 건데!


크레테 :

여러분의 목적도 이해합니다. ......그 목적이 우리와 함께할 수 없다는 것도.


세스타 :

..............!


크레테 :

하지만 우리가 대신할 것은 오로지 코클리아 국민의 생명 뿐. 여러분을 말려들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니 포격 시스템이 복구되고 그 결계가 파괴되기까지는......


알도 :

.....헛소리 그만 해!!

우리의 목숨을 구하겠다는 그런 문제가 아니야!

이제 충분하잖아......! 코클리아 사람들이 얼마다 괴로워 했는지 알기나 해! 그런데도 계속 뺏으려는 거야!


노나 :

부탁이니까 다시 생각해 줘!

우리는 코클리아의 모두를 상처입히지 않고 당신들도 사는 방법을 찾고 싶어.

이미테이션 프리즈마의 오염을 풀어줘. 그리고 코클리아도 공격하지 말아줘.....!


크레테 :

.......... 여러분의 생각도 이해합니다.


세스타 :

그러면......!


크레테 :

하지만 우리도 동결 하에 잠든 마지막 인류, 그리고...... 수 만 년 이상 걸친 인류의 역사를 여기서 무로 돌려보낼 수는 없습니다.

이 시층의 섭리는 알고 있겠죠. 같은 시대에 사는 인류의 총량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 양쪽이 살아남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여러분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노나 :

그건......! ......이제부터......


크레테 :

......안타깝지만 우리에겐 그럴 방법을 찾을 시간조차도 남지 않았습니다.

좀 더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이 이상의 대화는 어려워 보이네요.

여러분에게 불합리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이것도 인류 전체의 내일을 위해......


세스타 :

...........!! 기다려......!


크레테 :

......계획이 완료되면 여러분을 있어야 할 시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우리를 용서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래도...... 이 닫힌 역사의 윤회 속에서 여러분에게 더 나은 내일이 기다리기를......


알도 :

어이!! 이런 건 대화가 아니잖아......!


노나 :

......사라졌어......


세스타 :

당장 놈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 이 방의 잠금도 파괴하면 그만이야.

......조금 물러나 줘.

......뭐지.....? 제어 시스템 관리실보다 더 강한 힘이 보호하고 있어......


알도 :

처음부터 우리를 여기에 가둘 생각이었던 건가!


노나 :

.................!

포격이 재개되기 전에 여기서 나가야 해. ......어서 출구를 찾아보자.


-


알도 :

어라? 이상하네...... 같은 방으로 돌아온 것 같아. 한 번 더 들어가 볼까......

또 같은 방으로 돌아왔어!? 이 문, 뭔가 이상한걸......!?


세스타 :

이렇게 된 이상 벽을 부술 수 있을지 시험해 볼게. ......잠깐 물러서.

......안돼. 입구도 그랬지만 부수고 갈 수 있는 곳이 없어.


알도 :

세스타의 힘으로 벽을 마구 분해하거나 바다를 건넜을 때처럼 열을 조작하는 방법은 없어?


세스타 :

그건 흐르는 물체라서 가능한 거였어.

설명이 어렵지만......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의 연결이 강한 것을 분해하고 삼키는 건 어려워.

이 신체를 만들었을 때도 폐기된 부품의 대부분이 짓눌리거나 화학 반응으로 녹아 있어서 가능한 거였을 거야.


알도 :

그렇구나. 벽을 열로 녹인다고 해도 근본이 되는 열이 없다면 어려운 건가......


노나 :

역시 이 문을 어떻게든 하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아. 하지만......

......안돼. 역시 이렇게 되네.


세스타 :

어떤 구조인 걸까. 옆방에 들어간 순간 원래 위치로 돌아가다니.


노나 :

어떡하지...... 이래서는 계속 이 방에서 나갈 수 없는데......

모두를 구하러 가야 하는데......!


알도 :

침착하게 구조를 자세히 조사해 보자.

그 문에 뭔가 변한 게 없는지......

윽...... 콜록...... 콜록......


노나 :

......알도!!

괜찮아!? 역시 상태가 계속 안 좋았던 게......


알도 :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점점 고통이 강해지는 것 같아.


세스타 :

알도...... 잠깐 볼게.

......맥이 크게 요동치고 있어. 호흡에 피가 섞여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알도의 신체에 있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 급격하게 증식하고 있어......


노나 :

그건......


세스타 :

......어떤 유독 물질이 알도의 신체를 침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지.


알도 :

유독 물질......

......그러고 보니 여기까지 오면서 본 셸터 쉽의 연구원은 모두 방호복을 입고 있었어.

영상 속에서 단 한 번 헬멧을 벗은 소장은 다른 녀석들이 말렸고.


노나 :

이 셸터 쉽 안에도 그 시대의 오염이 남아 있다는 거야.....?

하, 하지만 그렇다면 이상한데......! 난 아무렇지도 않고 세스타도......


세스타 :

..........떠올렸어야 했어. 우리와 알도는 신체 구조가 처음부터 달랐다는 것을.


노나 :

뭐.....?


세스타 :

우리는 이 연구소에서 태어나 게놈을 조작당한 실험체잖아.

그렇다면 오염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지.


노나 :

그런...... 그러면...... 알도만......?

......어떡해......

어떡해!! 내가 더 일찍 알았다면......!

알도가 처음에 몸이 안 좋아 보였을 때 더 빨리 알았다면......!!


알도 :

침착해. 노나 잘못이 아니야.

나도 지금까지 오염된 곳엔 몇 번 가 본 적이 있어서... 솔직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이건 내가 방심해서 벌어진 일이야.


노나 :

하지만...... ......하지만......!


알도 :

그래. 노나의 회복 마법을 걸어 줘.

어쩌면 효과가 있을 지도 몰라.


노나 :

알았어......!

어, 어때......?


알도 :

..........

......응. 조금 편해진 것 같아. 이거라면 방을 더 조사할 수 있겠어.


세스타 :

......................


노나 :

어서 나갈 방법을 찾아보자......

이 방을 나가면 어딘가에서 방호복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몰라.

어서 이 문의 구조를 찾아야 해......


세스타 :

......알도. 노나의 치유 마법은 네 독에 통하지 않아.

이대로는......


알도 :

......알고 있어. 하지만 노나한텐 말하지 말아줘.


세스타 :

...........


알도 :

걱정 마. 이 방을 나가면 고칠 방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노나 :

......세스타! 벽에는 무리였지만 문에 직접 공격해 보는 건 어때?

이 문에 뭔가 기능이 있다면 그걸 고장내면 지나갈 수 있을 지도 몰라.


세스타 :

알았어. 해 볼게.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다면 무리하게 움직이지 마.

조금이라도 진행을 억제하면 방을 나갈 때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알도 :

응. ......고마워.


세스타 :

물러서. 전력으로 간다.

......문은 어때.


노나 :

내가 가 볼게.

......역시 안 변한 것 같아.


세스타 :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나 보네......


노나 :

어쩌지?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대로는 알도가......


세스타 :

침착해. 네 치유로 조금은 시간을 벌었을 거야.


노나 :

......응. 그렇지. 나부터 정신 차려야 해.

어라.....?


세스타 :

왜 그래?


노나 :

세스타가 공격한 후에 문이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뭔가 이상한 게 연결되지 않았어?


세스타 :

이상한 게......?


노나 :

일렁이면서 빛나는 실이 얽혀 있는 듯한...... ......대체 뭘까......

......아, 사라졌다!


세스타 :

이상하네...... 나는 하나도 안 보였어.


노나 :

어쩌면 이 문...... 공격해도 부서지지 않는다면 뭔가의 힘으로 고쳐지는 걸까......?

세스타. 다시 한 번 부탁해도 될까?


세스타 :

......그래. 쉽게 부술 수 없어 보이니 나도 더 강하게 공격해 볼게.

여전히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때? 노나.


노나 :

역시......

......아까보다 더 선명하게 보여. 이 문. 실이 빙빙 감싸고 있어.

그리고 세스타가 부순 만큼 얽힌 실이 늘어났어. 문이 부서질 때마다 어떤 힘이 작동하는 걸 지도......!


세스타 :

노나...... 너 눈이......


노나 :

응......?


세스타 :

평소의 네가 아니었어. 본 적 없는 빛이 눈을 빛내서......

......이것도 네 힘의 일부인 걸까. 그렇다면 네가 본 실이라는 건 힘과 관계된 걸지도 모르겠네.

그 실은 어떤 식으로 문에 얽혀 있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추측할 수 있을까.


노나 :

음, 어떻게냐면......

같은 곳을 몇 번이고 돌고 돌아 통하는 조금 뒤틀린 느낌이야.

마치 거기에 없어야 하는 실을 억지로 늘리고 당겨서 이은 것처럼......


세스타 :

............ 지나가도 공격해도 간섭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문......


노나 :

어쩌면 시간을 되돌리고 있는 게 아닐까.....?


세스타 :

......가능성은 있어. 이 전함의 연구원들은 인류 문명의 모든 것을 잇고 있는 존재나 마찬가지니까.


노나 :

그래. 뒤틀린 시간의 흐름을 만드는 기술도 어느 시대에서 생겼을 지도 몰라.


세스타 :

그렇다면 노나에게 보이는 그 「실」을 풀어서 뭔가 바꿀 수 있겠지.

........... 하지만......


노나 :

하지만?


세스타 :

정말로 그 방법을 선택해야 할 지는...... 망설여져.

아까의 너는 내가 보기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였거든.

힘의 전모를 모르는 상태에서 쓰면 네가 위험해질 지도 모르니까......


노나 :

......위험한 건 알도가 더 위험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정말 좋을 거야!


세스타 :

하지만..........


노나 :

걱정 마. 내게 원래부터 있던 힘이라면 분명 잘 쓸 수 있을 테니까.


세스타 :

.................


노나 :

......더 집중해서 응시해야겠어.

엄마랑 세스타 때처럼 망가진 것을 꿰메고 고칠 수 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겠지. 억지로 봉합된 걸 푸는 거야.

내 힘이라면 분명 풀 수 있어......

취해야 할 형태로 되돌리는 거야. 이 뒤틀린 실을 풀어서...... ......그 모습을 강하게 그리면......


세스타 :

노나!!


노나 :

미안. 조금 많이 집중했을 뿐이야!

......하지만 쓰러지기 직전에 실의 모양이 변한 게 보였어.

어쩌면 뭔가 변화가 생겼을 지도......!


세스타 :

공격한 곳은 아무 데도 부서지지 않았어. 그렇다면......


노나 :

...........! 세스타......!


세스타 :

이건...... 아까랑 다른 방이야.


노나 :

지나갔어..... 우리 드디어 지나갔어!

......아이쿠......


세스타 :

무리하지 마, 노나. 분명 아까의 힘을 써서 체력을 소모했을 테니까.


알도 :

이봐...... 괜찮은 거지?


노나 :

알도!

봐봐! 지나갈 수 있게 됐어! 그게 사실은 실이......

......와풋!?


세스타 :

너무 덤벙대지 마. 방금 내가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

알도...... 몸은 괜찮아?


알도 :

응, 괜찮아. 아직 움직일 수 있어.


노나 :

얼른 출구를 찾아보자.

알도의 독을 어떻게든 할 방법도...... 한 시간 후에 시작될 포격을 막을 방법도 이 밖으로 나가야 찾을 수 있어.


세스타 :

응. 어서 여기를 나가자.


-


노나 :

이 문도 아까랑 같은 구조 같아......

기다려. 금방 해제할게.....!


세스타 :

노나.....! 그렇게 힘을 금방 써도 괜찮은 거야?


노나 :

괜찮아 괜찮아!

......내가 알도를 구할 거니까.


-


세스타 :

드디어 통신실 근처까지 빠져나왔어.


노나 :

휴...... 이제 다 온 거네.


세스타 :

괜찮아? 노나. 안색이 안 좋아......!


노나 :

괜......찮아.

힘은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몇 번이나 쓰니 정신이 아득해져......

......그 대신 다른 뭔가가 마음 속으로 들어오려는 것 같아. 그게 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쫓아내서 내가 나로 있으려고 하니 피곤하다는......그런 느낌이야.


세스타 :

뭔가 노나에게 침식하려는 힘이라는 말일까......?

......역시 위험해. 힘은 최대한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노나 :

걱정 마. 그렇게는 절대 안 되니까!

그리고 나보다는 알도가 걱정이야! 알도는 괜찮아......?


알도 :

......응. 어떻게든 견딜 수 있어.


노나 :

이제 나가니까...... 알도의 독을 어떻게든 할 방법도 분명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조금만 더 참아! 절대 무리하지 말고!


알도 :

고마워, 노나.


세스타 :

하지만 대체 여기서 어디로 향해야 좋을까......


노나 :

아! 저걸 봐!!

이곳의 지도 같아. 음...... 시민 셸터와 경비실이 이 앞이고 선사 연구실이 이쪽이고......

......아! 바로 앞에 의료실이 있어! 그러면 분명 알도를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야!


세스타 :

의료실로 가는 게 제일 좋겠어. 서두르자.


-


노나 :

지도대로면 여기가 의료실이랬어.


알도 :

......하아...... 하아......


노나 :

힘들겠지..... 거의 다 왔어.

이 잠긴 문은 그 사람이 준 키로 열 수 있을까.

다행이야! 열렸어!!

가자, 알도!!


-


노나 :

......어......?

어떻게 된 거야...... 의료실이 아니라고......?


세스타 :

......이래서는 마치 무기고 같잖아.

.........! 설마 그 지도 자체가 개변돼서......


노나 :

세스타!!


-


노나 :

세스타.....! 세스타! 괜찮아......!?


세스타 :

......방심했어. 적이 함정을 파놨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해야 했는데......

하지만...... 이제 괜찮아. 여기 있는 적은 다 없앴어. 이제 앞으로 가기만 하면......


노나 :

하지만...... 세스타가......!


세스타 :

......문제없어. 상처가 조금 깊지만 수복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야.


노나 :

.............


세스타 :

......그런 표정 짓지 마. 그 자리에서 싸운 건 나 혼자였잖아?

힘을 너무 써서 지친 너와 독에 침식당해 약해져 가는 알도. 멀쩡히 움직일 수 있는 내가 역할을 했을 뿐이야.

.....자, 기운 내. 노나. 나는 언니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


노나 :

세스타......


세스타 :

의료실의 위치는 개변됐지만 그 지도도 모든 게 거짓이진 않을 거야.

이 방 너머에는 시민 셸터가 있고 근처에는 커다란 비축실이 있겠지.

시민에게 나타나는 건강상의 이상에 바로 대응하기 위해 비축실에도 의료 설비가 있을 지도 몰라.


노나 :

......그럼 여길 빠져나가면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거네.


세스타 :

응. 분명 있어. ......희망만은 버리지 마.


노나 :

내가 둘 다 꼭 데리고 갈게......!


-


노나 :

이 문...... 아까랑 같아. 분명 시간을 되감는 장치를 썼겠지.


세스타 :

노나...... 힘을 써도 괜찮겠어?


노나 :

물론! 내게 맡겨!

......어라?


세스타 :

왜 그래......?


노나 :

......아까처럼 실을 쓸 수가 없어.

어째서......!? 아까는 됐는데......

지금 나아가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데......!


세스타 :

침착해, 노나......!

......역시 아까의 장치를 빠져나왔을 때 너무 힘을 써서 그런 거야.

이 이상 힘을 쓰면 위험하다는 증거야. 지금은 다른 방법을 찾아서......


노나 :

......그건 안돼. 아까도 그렇게 찾았는데 없었잖아.


세스타 :

하지만......


노나 :

그리고 지금은 시간이 더 부족해. 알도도 세스타도 엉망이니까......

내가...... 내가 해야 해......!


세스타 :

노나......!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마......!


노나 :

알고 있어...... 집중하지 않으면 실의 힘을 쓸 수 없어.

하지만. 하지만... 이젠......

......머릿속이 엉망이라 이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


세스타 :

노나......


노나 :

알도를 구하고 싶다는 바람과 그렇게 되기까지 눈치도 못 챈 죄악감......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는 불안이랑......

세스타가 엉망이 됐으니 내가 더 조심해야 했다는 후회가 끊이질 않아서......

연구소 사람들도 두려울 테니 내가 감정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계속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나에게 한 일도, 세스타에게 한 일도, 코클리아 사람들에게 한 수많은 일도, 알도에게 한 일도......

우리가 구하고 싶어서 필사적인 걸 알고도 이런 수를 쓰는 것도.....

......전부. 전부 용서할 수가 없어. 생각만 해도 몸이 불타는 것 같아.

슬프고 괴롭고 화가 나는데, 지치고 분하고 모든 게 다 안 풀려서......

내가 제대로 해야 하는데. 힘을 제대로 다뤄야 하는데......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힘이 더 멀어져만 가......!

어떻게 해...... 어떻게 해야 해! 이대로는 모두 여기서......

코클리아도 다시 멸망할 거야...............!


세스타 :

저기... 침착해......


알도 :

......콜록...... 콜록......

..............윽.............


노나 :

알도!!

치유 마법이 끊긴 거야......? 괜찮아..... 금방 걸 테니까......


세스타 :

노나......


노나 :

......어라? 어라.....?

알도 기운 차린 거 맞아.....? ......맥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데......

내 힘이 부족해서일까...... 미안...... 미안해......!


세스타 :

.............

......노나. 더 이상 치유 마법을 걸지 않아도 돼.


노나 :

왜......?


세스타 :

알도의 증상에는 안 통해. 아니......

......사실은 처음부터 통하지도 않았어.


노나 :

뭐......?


알도 :

......! 세스타......


세스타 :

아니. 말 안 하면 이 아이는 계속 마법을 걸었을 거야.

......노나. 알도가 거짓말을 한 걸 탓하지 말아줘.

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적어도 평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그가 널 위해서 선택한 거야.


노나 :

그런......

그럼 알도는...... 지금까지 계속 무리하면서......!?


알도 :

미안. 노나......


노나 :

사과는 내가 해야 해!

나 계속 나만 생각하고...... 알도를 무리하게 해서......

그런데도 지금 여기서 둘을 구할 방법도 못 찾고......!


세스타 :

틀려. 노나...... 너는......


노나 :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구하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나 있는데...... 눈 앞에서 괴로워하고 있는데......!!

......도와줘.

힘을 준 누군가가 있다면 도와줘!

내 모든 것을 줄 테니까! 뭐든지 다 내놓을 테니까......!


세스타 :

.............!


노나 :

내가 가진 것들을...... 전부 다 바쳐도 괜찮으니까......

......모두를 구해줘!!

.................................


세스타 :

노......나......?


노나 :

......돌아왔어......

힘이 돌아온 것 같아......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세스타 :

응...... 하지만 너 방금......

 

노나 :

자 자! 시민 셸터까지 서두르자!


-


노나 :

일단 아까같은 함정은 없는 것 같아......

우리가 이런 곳까지 올 거라고 예상하진 못 했나봐.

둘 다 여기서 쉬고 있어. 저쪽은 내가 보고 올게!


알도 :

응...... 고마워.


노나 :

음......?

이쪽에 사각형 돌 같은 건 먹을 것 같고...... 그럼 저쪽인가?

뭔지 모를 기계가 잔뜩 있어...... .....어? 그럼 이건......?

.....................

......갸악-----------!!!


알도 :

노, 노나!? 왜 그래!?


노나 :

그, 그 그게! 그게 있지! 그그그그게있어!


세스타 :

침착해. 왜 그러는 거야.


노나 :

치료하는 게 있어!


-


노나 :

여기에 설명이 써져 있어. 이게 지하 폐기장 등의 오염이 강한 곳에 간 사람을 제염하는 거래.

그리고 세스타의 상처를 고치는 데에 쓸 수 있는 도구도 있어!


세스타 :

다행이다. 자기 수복에도 한계가 있었거든.


노나 :

그럼 보초는 내가 설 테니까 둘 다 마음껏 회복해!


알도 :

응. 고마워, 노나.


-


세스타 :

노나. 기다리게 해서 미안.


노나 :

세스타! 그리고 알도!

어, 어때......? 몸은 괜찮아......?


세스타 :

응. 이제 만전이야.


알도 :

독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아. 노나 덕분에 살았어.


노나 :

정말!? 다행이........

......아 잠깐. 둘이서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잖아?

네 거짓말 때문에 노나의 신용을 잃은 것 같네, 알도.


알도 :

거짓말 안 해! 음... 그래......

자, 몸도 지금은 이렇게 움직일 수 있어. 이러면 믿어 줄 거지?


노나 :

...........

그, 그럼 둘 다 정말로 나은 거지......?


세스타 :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거잖아.


노나 :

그래.....그렇구나.....!

......해냈다------!!

해냈다 해냈어!! 다행이다!! 둘 다 건강해져서!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 ......으......

......으아앙...... 으아아아앙.....!!


알도 :

미안해. 걱정하게 해서.


세스타 :

여기까지 데리고 와 줘서 고마워.


노나 :

정말로......!! 고마워.....!!

무서웠어......! 마음이 약해졌었으니까.....!!

이제 계속 건강해야 해......!!


알도 :

응. 노나가 그렇게 말한다면 계속 건강하게 있을게.


-


노나 :

알겠지? 이제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나한테 거짓말 하지 않기다!?


알도 :

아, 알았어.....! 몇 번을 확인하는 거야......!


노나 :

몇 번이든 할 거야!

다음에 거짓말 하면...... 음......케이크 100개! 전부 알도가 쏘는 거야!


알도 :

뭐!? 너무 많이 먹잖아......


세스타 :

비축실인 만큼 여기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들은 거의 구비되어 있는 것 같아.

식량과 여분의 방호복...... 약품도 여러 종류가 준비되어 있어.

이건 방호복이 고장났을 때 쓰는 항오염약 같아. 몇 시간은 효과가 있다는 것 같네.


알도 :

그럼 나는 그걸 쓸게.

방호복에는 강제 동결 기능이 있댔지. 만약의 때에 못 싸우는 것도 곤란하니까.


세스타 :

확실히 항오염약으로도 효과는 충분한 것 같으니 그게 좋겠어.


노나 :

...........


알도 :

왜 그래, 노나?


노나 :

......일단은 방호복을 갖고 갈까.


세스타 :

항오염약만으로는 불안한 거구나.


노나 :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만약의 때를 위해서! 준비하면 어떻게든 쓸 수 있겠지!

그리고...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지? 포격 재개까지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최대한 빨리 크레테를 만나고 싶은데......


세스타 :

이 전함의 자세한 지도가 여기에 있어. 최근에 갱신된 흔적은 없으니 분명 개변을 받지 않은 정확한 지도일 거야.


알도 :

그걸 보고 크레테가 있는 곳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아.


노나 :

어... 우리가 지금 있는 여기가 비축실이니까......

......어라? 방이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세스타 :

일부러 리스크를 지면서 우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올 것 같진 않으니 이 앞에 있는 게 틀림없겠지.


알도 :

시민 셸터 다음은...... 보안실을 낀 무기 연구실인가.


세스타 :

크레테는 무기 연구실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


알도 :

하지만 보안실의 넓이를 보니 전같은 장치가 있을 것 같아.


노나 :

그럼 내게 맡겨! 힘은 이제 잘 쓸 수 있으니까.


세스타 :

그 방에서 힘을 되찾았을 때부터 걱정했는데..... 정말 아무 문제 없는 거야?


노나 :

음... 몸엔 별 문제 없어.

아, 하지만..........


세스타 :

하지만...이라니?


노나 :

......기분 탓이겠지만 가끔 목소리가 들릴 때가 있어.


알도 :

목소리!?


노나 :

음...... 그것도 앞뒤가 안 맞아.

......「누군가 여기로 와 줘」랑 「누구도 여기로 오지 마」가 둘 다 들리는......것 같아......

이건 누구 목소리일까......


세스타 :

......네가 힘을 원했을 때 누군가가 그 목소리에 응한 것 처럼 보였어.

어쩌면...... 그 목소리는 이 세계의 관측자의 것일 지도 몰라.


노나 :

그럼 「여기」란 건 어디일까? ......힘을 더 쓰면 알 수 있을까?


세스타 :

잠깐......! 절대로 함부로 쓰면 안돼.


노나 :

네에...


알도 :

......이렇게 보니까 거의 자매같아.


세스타 :

거의 정도가 아니라 나는 노나의 언니인데?


노나 :

후후훗. 맞아. 언니니까.

좋아! 모두 건강해졌으니 시민 셸터를 나가자!


-


알도 :

시민 셸터는 연구소 녀석들과 함께 냉동 수면에 들어간 일반인들을 위한 곳이랬지.


노나 :

응. 분명 그랬을 거야.

방이 많이 있는 것 같아...... 모두 합쳐서 코클리아의 국민 수랑 비슷하다는 건 사실일지도.

......정말로 둘 중 하나가 파멸해야 하는 싸움이었다면 코클리아를 지켰을 때 이 사람들이 사라졌겠지.


세스타 :

노나의 생각도 이해가 되지만......

그들은 원래부터 이 시대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야. 섭리를 왜곡하는 건 그들 쪽이라고.

그러니 최악의 경우 한 쪽만을 골라야 할 때는......


노나 :

......알고 있어. 그래도 모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최대한 찾고 싶어.

분명 이곳의 냉동 수면 캡슐에 잠든 사람들에게도 한 명 한 명의 인생과 맞이하고 싶은 내일이 있을 테니까.

그걸 못 본 걸로 할 수는 없어.


세스타 :

......미래인들에게 그런 일을 당해놓고도 너는 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사랑을 조금도 잃지 않았구나.


노나 :

사랑......인가. 용서할 수 없는 마음도 아직 잔뜩 있지만.....

하지만 화내는 거랑 소중히 하는 건 분명 별개일 거라 생각해.


세스타 :

그래. 네 눈에는 분명 이 세계에 사는 모든 사람이 소중히 보이겠지.

전에는 못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네가 보는 그 풍경이 조금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어.


노나 :

그리고 제대로 대화하기 위해서라도 크레테가 소중히 하는 것을 알아야 해.


세스타 :

노나......

......이 앞이 보안실이야. 무사히 대화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조심히 가자.


-


알도 :

좋아...... 그럼 이 앞으로 나아갈까.


세스타 :

......잠깐.


알도 :

우왓!?


노나 :

정말! 언제나 뜬금없이......


세스타 :

......조용히 해.


노나 :

아엣!? 죄, 죄송합니다!


세스타 :

......역시. 문 너머에서 작은 구동음 같은 게 들려.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앞에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준비된 뭔가가 있다고 봐도 되겠지.


알도 :

저쪽도 쉽게 들여보낼 생각은 없는 건가.


세스타 :

강행 돌파라면 특기니까. ......실수로 교섭 상대까지 날려버리지 않게 조심할게.


노나 :

저, 정말로 조심할 거지......!?


-


알도 :

역시 있어!


노나 :

준비는 됐어!


세스타 :

......불쌍한 아이야.


노나 :

응......?


세스타 :

......너희를 보고 있으니 어딘가 그리운 기분이 들어.

분명 내가 인간에게 만들어져 쓰이다 버려진 수많은 병기들의 후손이라 그런 거겠지.

그래서 너와 싸우는 것도 사실은 내키지 않지만......

......좋아. 내가 들어줄게. 미래를 위해 매장된 소리 없는 자의 통곡을.


-


노나 :

좋아, 어떻게든 됐어!


알도 :

지금까지 여기에 나타났던 것들과는 격이 달랐지만......


노나 :

그러고 보니 싸우기 전에 세스타가 뭔가 멋진 말을 하지 않았어?


세스타 :

......응. 뭔가 멋진 말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어.


노나 :

그것 뿐이야!?


세스타 :

글쎄. 감상적이 된 건 사실이니까.

인간에게 만들어진 생명이라는 게 내 입장에선 남의 일로 보이지 않거든. 너한테도 그럴 때가 있어?


노나 :

......조금 알 것 같아.

우리도 코클리아를 멸망시킨다는 목적이 없었다면 태어나지 못했을 거고......

........ 태어나는 이유는 분명 그 누구도 고를 수 없어.


세스타 :

응. ......하지만 그걸로 우리들이 사는 이유까지 정해지는 건 아니야.


노나 :

그래. 우리는 코클리아를 멸망시키기 위해 보내졌겠지만 모두와 그 나라도 좋아하게 됐으니까.

그러니 이번에는 내 손으로 고를 거야. ......모두를 구하는 미래를.


알도 :

......응. 진정한 의미로 되찾는 거야. 노나의 고향을.


노나 :

......응. 문의 장치는 지금까지 풀어온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

같이 풀고 나아가자! 여기서 멈출 때가 아니야!


-


노나 :

....................

......이런. 이제 돌아와도 됐지!


알도 :

노나. 몸은 아무렇지도 않아? 처음에 힘을 썼을 땐 너무 지쳐 보였는데......


노나 :

응! 괜찮아! 오히려 힘을 계속 써도 지치지 않아!


알도 :

그거 정말로 괜찮은 거야......?


노나 :

알도는 걱정이 많네! 자, 어서 가자!

......괜찮아. 괜찮긴 한데......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 가.

너는........... 누구야?


-


노나 :

......조용하네.


알도 :

응. 어쩌면 가진 병기는 아까 그게 마지막이었을 지도 몰라.


세스타 :

그럼 이번 상대는 맨몸이라는 거네. 이제야 침착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아.


노나 :

......... 정말 그럴까.


세스타 :

응......?


노나 :

......저쪽은 코클리아를 멸망시키지 못하면 이 세계에서 존재할 수 없게 되니까 공격을 한 거잖아.

그걸 막으려고 하는 우리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해도 연구소 사람들을 없애려는 걸로 보였을 거야.


알도 :

............


노나 :

그런 사람들이 가진 것을 전부 써서 우리를 막으려고 해도 못 막았으니 지금은 그냥 숨어서 기다리고 있어......

......그 상황에서 저쪽의 무기를 전부 떨쳐낸 우리가 가면 대화가 제대로 될까.


세스타 :

떨쳐내는 건...... 어쩔 수 없었잖아. 저쪽도 수단을 가리지 않았는데.


알도 :

......혹시 뭔가 생각이라도 있는 거야?


노나 :

응...... 있지.

어쩌면 둘에겐 바보같은 방법으로 보일 지도 모르지만......

......계속 생각했어. 어떻게 해야 무기가 없는 크레테가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줄지를.

그래서...... 이걸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


알도 :

그건...... 비축실에서 갖고 온 방호복이지?


세스타 :

무슨 말이야? 너는 오염의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닌데......


노나 :

틀려. 오염으로부터 몸을 지키려는 게 아니야.

......언제나 나를 동결시킬 수 있는 상태라면 조금은 안심하고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아서.


알도 :

뭐......!?


노나 :

아까 방호복에는 동결 기능이 있다고 했잖아.


세스타 :

일부러 네 약점을 적에게 쥐어주겠다는 거야!?

난 찬성 못 해. 고작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큰 리스크를 질 생각이라고?


알도 :

나도 반대야. 지금까지도 속임수나 심한 방법을 계속해서 써 왔잖아.

이번에도 저쪽이 뭘 할 지 모르는데......


노나 :

그것도 두려움을 못 이기고 그런 거라면?

......내가 알도를 활로 마구 쐈던 거, 기억나?


알도 :

응? 어...... 처음 만났을 때였지.


노나 :

알도가 상냥한 사람이라는 걸 아는 지금은 절대 그러지 않아. 하지만...... 그 때는 달랐어.

......아무것도 따지지 않게 된다고. 정말로 두려워서 참을 수 없을 때는.


알도 :

...... 그런가......


노나 :

그리고 세스타도 떠올려 봐.

처음에 만난 방호복 입은 그 사람한테 이쪽을 방해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서는 조금 진정했잖아.

만약 그 사람이 총을 겨눴다면 우리는 분명...... 중요한 걸 아무것도 못 들었을 거야.


세스타 :

................


노나 :

그러니 우선은 안심시키고 싶어.

방호복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내가 이걸 입고 맨 처음으로 연구실에 들어갈게.

......둘은 뒤에서 지켜봐 줘. 무슨 일이 생기면 뒤를 부탁할게.


세스타 :

무슨 일이라니.....!!


노나 :

......괜찮아. 그런 일 없을 거라 믿고 가는 거야.

상대를 믿지 못하면 분명 대등하게 대화할 수도 없겠지.

나는 그 사람들이 무엇을 해 왔더라도......

지금까지 만난 모두와 같은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서 두려워하고......

잃고 싶지 않으니까 막무가내로 변하고......

도움도 부르지 못 하니까 절망에 떠는 거야.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적과 아군 상관없이 손을 뻗어 주고......

답이 나올 때까지 같이 고민해 주고......

......마지막까지 발버둥치고 싶어. 모두에게 내일이 오길 바라니까.


알도 :

노나......


노나 :

......알고 있어. 이건 내 고집이라는 걸.

역시 바보같은 방법일 지도 몰라.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 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 방법 말곤 떠올릴 수가 없어.

그러니까...... 둘도 결정해 줘. 어떻게 크레테를 만나러 갈지.


세스타 :

...........

......노나의 말은 잘 알겠지만 그래도 역시 찬성할 수 없어.

나는 상대를 그 정도로 신용할 수 없으니까.


노나 :

......그래.

알도는 어떻게 하고 싶어?


 방호복을 입고 만나러 간다

 그대로 만나러 간다


방호복을 입고 만나러 간다


알도 :

................

알았어. 노나를 도와 줄게.


노나 :

......고마워. 이런 내 방법을 찬성해 줘서.

그럼 세스타.....


세스타 :

......... 둘이서 그렇게 말하니 따르는 수밖에.

......만약 노나를 공격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목덜미를 물어뜯을 뿐이야.


노나 :

에엣!? 그, 그건 싫어......


알도 :

......그런데 그 역할, 노나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노나 :

그것도 많이 생각해 봤는데......

......그래도 여기서 태어나고 모두가 보낸 나라면 전할 수 있는 말도 있을 거라 생각했어.

세스타도 같은 곳에서 태어났지만 나랑 다르게 방호복을 입어도 바로 늑대로 변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내가 제일 알맞을 것 같았어.


알도 :

그래도...........


노나 :

자, 불안한 표정 짓지 말고! 나까지 무서워지잖아?

......분명 괜찮을 거야. 그러니 알도는 지켜봐 줘.


알도 :

응......


-


세스타 :

..........


알도 :

왜 그래, 세스타.


세스타 :

이 캡슐. 본 적이 있어......


노나 :

안에 타들어간 흔적이 있어. 저기, 알도. 이거......


알도 :

......아라라트의 기억 장치에 비친 거랑 같을 지도 몰라.

분명 실험 중에 캡슐 안의 에너지가 폭주해서 폭발을 일으켰었지.


세스타 :

그럼 이 캡슐이......

내가 태어나고... 그리고 한 번 생명을 잃은...... ......그 장소였던 거네.


-


노나 :

......그럼 들어간다.


알도 :

바로 도우러 갈 수 있는 곳에서 기다릴게.


세스타 :

물어 뜯고 싶어지면 말해.


노나 :

안 해!

......괜찮아. 둘이서 거기에 있어 준다면 든든하니까.

전부 끝나면 또 다같이 코클리아로 돌아가자!

그러니까. 그걸 위해서...... 다녀오겠습니다.


-


연구원 :

기적의 아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크레테 :

......네.


연구원 :

........ 시공 왜곡 시스템도, 특수 장갑 병기도 그들의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 인지를 넘는 힘 앞에서는......


크레테 :

......그래도 우리는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사용했습니다.

적어도 인류에게 가능성을 남길 수 있는 방법 모든 것을......

그 결과 수단이 모두 사라졌으니 이제는 상대의 적의에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원 :

싫어!!

싫어...... 싫다고! 죽고 싶지 않아!

자식이 시민 셸터에 잠들어 있는데! 깨어날 날을 기대하면서...... 나랑 다시 만날 날을 믿고...........

난 더 이상 아이에게 내일을 보여줄 수 없는 거야......?

여기서 모두 날아가 버려서 모든 게 끝나면......

......셸터에 들어가기 전에 들은 아이의 「안녕히 주무세요」가 정말로 마지막 말이 된다고......

.............. 이해하고는 있어. 이게 당연한 응보라는 것도.

하지만...... 아이에게는 죄가......


연구원 :

......진정해.


연구원 :

대체 어떻게 진정해야 하는데!

너희들에겐 없어!? 셸터에 두고 온 소중한 사람이랑... 세상에 꼭 남기고 싶었던 게!


연구원 :

.............

......제가 가르친 아이들은 분명 지금도 내일을 믿고 잠들어 있겠죠.

사후 세계가 만약 존재한다면 그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사죄하는 방법 말곤 없어요.


연구원 :

......문학은 그 시대에선 아무런 도움도 안 됐어.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너무나도 좋아했어. 한 명 한 명이 살아서 생각하고 남긴 그 방대한 문자 하나 하나가 보석 같았어.

......이제 읽는 사람은 내가 마지막이겠지. 앞으로의 세계에 태어날 그 누구도 장서를 읽지 못할 테니까.


연구원 :

나는 죽는 건 하나도 안 무서워. 그런데...... 안타까워.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 게......

......한 번 더 그 녀석에게 「안녕」이라고 하고 싶었어.

소중한 연인이었으니까......


연구원 :

그 아이들에게 미래를...... 내일을 믿게 한 건 나야. 내 죄야......


크레테 :

..........여러분의 마음은 잘 압니다.

......그래도 우리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여기에 배치한 이 총격용 드론으로는 안심할 수도 없겠지만......

지금은 그저 심판의 때를 기다립시다.


??? :

......실례합니다.


크레테 :

.........!


연구원 :

와, 왔다......!


연구원 :

히이익! 발사! 발사해----!


크레테 :

......멈추세요!

..............당신...... 어째서 그 방호복을......?


노나 :

그게......


크레테 :

여러분은 오염의 영향을 받지 않을 텐데요. 그리고 헬멧이 없으면 의미가......


노나 :

......그게! 이건 틀려요......!

이 방호복엔 동결 기능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여러분과의 대등한 대화를 위해 입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크레테 :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분명 우리가 조작하면 그 방호복의 동결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여러분에게 어떤 이득이 된다는 겁니까.


노나 :

...........

......여러분이 두려움을 갖지 않길 바래서요.


크레테 :

두려움......?


노나 :

그렇게 생각했어요. 우리를 그런 방에 가둔 것도, 그렇게 많은 병기를 보낸 것도......

......두려워서 그런 거잖아요?

여러분의 존재를...... 우리가 없앨 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연구원 :

.......................


노나 :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아요. ......그러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어요.

그냥...... 그걸 말로 전하기만 해서는 믿어 주지 않을 테니 여러분에게 안전한 방법을 고른 거에요.

전 여러분을 공격하지 못해요. 공격하기 전에 분명 여러분이 동결 버튼을 누를 테니까요.

그러니까...... 제대로 대화해 봐요.


크레테 :

.....................

......어째서죠?


노나 :

네......?


크레테 :

어째서 우리에게 그렇게까지..... 왜 그런 생각까지 해 주는 거냐고요.

......우리는 당신의 원한을 사도 모자란 존재일 텐데요.

생명을 모독하고 당신을 뒤틀린 존재로 만들었어요. 당신이 도착한 시대의 사람들을 당신을 이용해 파멸시키려고 했어요.

그런 우리를...... 당신은 용서하는 건가요?


노나 :

아니요...... 용서하지 않아요.


크레테 :

.................


노나 :

하지만 여러분에게 내일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왜냐면......

......분명 우리와 똑같을 테니까.


연구원 :

똑같다고......?


노나 :

......저는 코클리아에서 살아 온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기억하고 있어요. 거기서 모두와 지낸 매일을......

아침에는... 도시에서 제일 빨리 일어나는 제빵사 분이 화덕으로 굽는 냄새를 퍼뜨려 깨워주죠.

작은 성곽 도시니까 제 방까지 따뜻한 냄새가 흘러와요......

......그리고 해가 좀 뜨면 마법 교실의 아이들이 달려오는 목소리가 들려요. 저도 예전엔 그랬어요.


크레테 :

..............


노나 :

저는 아침을 늦게 먹고 도시로 나와서 평소의 모두에게 인사를 해요. 목수 분이랑 정원사 분, 꽃가게 주인 분께......

그 다음엔 허리가 안 좋은 할아버지를 돕고 아이들에게 마법을 가르치면 해가 금방 져요......

저녁 레슨 때는 엄마한테 마법과 이 나라에 대한 것을 배우면서 저도 언젠가는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해요......


연구원 :

...............


노나 :

밤에는 유모 언니가 책을 읽어 주는데 저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고 떼를 쓰거든요.

......전부 좋아했어요.

당연하게 보낸 날들 전부가 지금은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워요.


연구원 :

.................


노나 :

그래서 알아요. 여러분에게도 그런 매일이 있었을 거라는 걸요.

......아니까 싫은 거에요. 여러분이 꼭 보고 싶어한 내일을 아무것도 묻지 않고 뺏으려고 하는 게.


연구원 :

......내일을 뺏어온...건가.

처음에 그걸 선택한 건 우리였어. 네 가족처럼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의 내일을 우리가 뺏는 선택을 했어.

너는 그런 우리에게 내일을 주겠다는 거야?


노나 :

코클리아의 모두의 내일을 뺏지 않고 찾아오는 내일이 있다면요.


연구원 :

.................

......그래.

그늘 한 점 없는 네 말은 우리가 암부에 가둬 둔 죄마저 비춰서 드러내는구나.


노나 :

네......?


연구원 :

여기 있는 연구원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난 계속 후회했어. 이 죄를 직시하지 못한 것을.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 계획의 깊은 죄를...... 나라고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야.

단지 눈을 돌린 거였어. 절대로 놓을 수 없는 것을 앞에 두고... 내 선택이 손짓하는 업보로부터......

 

노나 :

...............


연구원 :

......억지로 죄의식을 마비시켰다고 해도 되겠지.

고대 사람들 각자에게 존엄과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 당장에라도 정신이 무너질 것만 같았어. 그래서......

그들을 이름도 모르는 남이라고, 단순한 숫자라고 생각해서 제정신을 유지했어.

그런 생각이 죄를 더 무겁게 만드는 걸 알면서도......


노나 :

......모두 사람이잖아요. 여러분처럼 내일을 맞이해야 할 사람들이었어요.


연구원 :

응 ......맞아. 지금은 잘 알겠어.

그 나라에서 살아온, 그 누구도 아닌 너의 말을 들었으니까.

사실은 좀 더 빨리 과오를 깨우치고 손을 멈춰야 했는데.

우리가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건 명백해. ......적어도 더 이상의 죄를 거듭해서는 안 돼.

소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아니. 사실은 한참 전부터 자각하고 있었겠죠. 우리의 죄를.


크레테 :

.....................

......지금 한 말은 여기 있는 여러분의 총의라고 판단해도 되겠지요.

그런가요......

그렇다면 제 죄가 가장 무겁겠군요. 돌이킬 수 없는 영역까지 이 연구소의 진로를 오판한 이 죄가.


노나 :

...........


연구원 :

아니요. 여기 있는 모두가 같은 죄입니다.

놓을 수 없는 게 당신에겐 너무 많았어요. 우리는 그걸 알고도 각자가 지키는 것을 위해 당신의 계획을 이용했고요.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비정한 계획을 완수할 각오가 아니라......

......그냥 당신과 함께 인류의 역사를 끝내는 결단을 할 각오라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요.


크레테 :

................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일 빨리 움직여야 할 때는 지금 이 순간입니다.


노나 :

네......?


크레테 :

지금 당장 코클리아를 향한 포격을 정지하고 이미테이션 프리즈마에 의한 오염 제염 작업에 착수합시다.


노나 :

................!


크레테 :

정지 중인 시스템을 셧 다운 하세요. 동시에 제염 유닛을 코클리아 상공에 사출해 착지할 때까지 모니터링 하세요.


연구원 :

......네! 즉시 하겠습니다.


노나 :

크레테......


크레테 :

......이걸로 사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저... 더 큰 죄에 손을 물들이지 않는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당신의 가족과 소중한 분들의 생명을, 그 내일을 뺏지 않는 선택을......


노나 :

..............


크레테 :

노나......?


노나 :

......미안해요.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 지 모르겠는데......

......그게......


-


크레테 :

..........그런.............


연구원 :

이미테이션 프리즈마가 이미 작동해서 코클리아가 몇 번이나 멸망했다니......

우리의 선택이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이나 반복되어서 코클리아 사람들에게 죽음과 괴로움을 줬어......

우리는 대체 얼마나 끔찍한 행동을..........!


크레테 :

관측이 멈추고 나서부터의 기간은 반 년 이상. 그 동안 같은 3일을 반복했다면 천 번 하고도 몇 백 번 이상의 멸망이 코클리아를......

......노나. 죄송합니다......정말 죄송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죄도 의미가 없을 정도의 행동을 당신에게 저질렀습니다......


노나 :

......네.

하지만 서로 미워해서 모두가 파멸하기 전에 제대로 대화해서 다행이에요.

그러니까 지금은 앞으로의 일만 생각해요.


크레테 :

앞으로의.....?


노나 :

네. 여러분이 살아남는 길도 저는 포기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팬텀은 아마 계속해서 흉계를 꾸미고 있을 거에요. 이 세상이 악의에 삼켜지기 전에 그걸 어떻게든 막고 싶어요.


크레테 :

그 하얀 신이......?


노나 :

......네. 팬텀들은 코클리아를 혼돈의 세계로 바꾼 것조차 「목적 중 하나」라고 했어요.

이대로 얌전히 물러설 생각이 없겠죠. 그러니 도와 주지 않을래요?


크레테 :

물론이죠. ......우선 그들의 행동과 목적을 대조해서 생각해 봅시다.

지금까지의 일을 말해 주겠어요?


노나 :

알았어요! 음......

......그게......

......저를 병아리라 부르고...... 처음에는 반복 시공을 일으키는 게 목적으로 보였는데 그건 혼돈을 만들기 위해서였고......

......어라? 그럼 지금까지 내게 기록 매체를 보여주고 반복 시공을 돌아다니게 한 건 어째서지..... 으으음......

......음......? 으응~~~......?


크레테 :

......괜찮으신가요?


노나 :

......안되겠다! 설명해야 하는 거랑 생각해야 하는 게 다 섞여서 알 수 없게 됐어!

일단은...... 알도랑 세스타를 불러 와도 될까요!


크레테 :

......네. 불러 오세요.


노나 :

고마워요! 잠깐 기다리세요......!


세스타 :

안 물어 뜯어도 되는 거지?


노나 :

안 해도 돼!

......그럼 다시 한 번 지금까지의 일을 정리할게요.


-


크레테 :

그렇군요. 그런 경위가......

분명 혼돈을 퍼뜨리는 목적만 있었다면 노나를 유도할 필요가 없었겠죠.

그리고...... 우리의 공격이 코클리아로 향한 이 상황 자체도 아마 그들의 의도 중 하나였을 겁니다.

그들에게 이점이 없다면 우리에게 그렇게 권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대체 왜..........


하얀 팬텀 :

......최후의 인간들이여. 때가 됐다.


알도 :

팬텀......!


하얀 팬텀 :

오오...... 병아리들이로군.

마침내 이 순간에 너희들과 만나게 되다니.


노나 :

무슨 말이지......!?


하얀 팬텀 :

......약속의 때가 온 것이다.

우리는 이들과 거래했다. 그것은...... 코클리아를 멸망시킬 동안 시층의 감시로부터 그 존재를 숨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계약은 불이행된 모양이로군. 코클리아는 멸망을 면하고 지금은 오염으로부터 해방되었으니까.

최후의 인류인데도...... 너희는 역사와 함께 파멸하기를 선택했나?


연구원 :

..............


크레테 :

......당신의 도발엔 더 이상 안 넘어갑니다.

우리가 코클리아를 멸망시킨다 해도 더 이상 인류의 교대가 일어날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 멸망할 때마다 시간이 되감겨 그게 새로운 시간의 소용돌이를 만들 것이고...... 당신이 바라는 혼돈이 생겨날 뿐이니까요.


하얀 팬텀 :

호오......


크레테 :

그리고..........

......만약 인류의 교대를 이룰 수 있다고 해도 이제는 우리에게 그럴 의지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대의를 방패삼아 눈을 돌리고...... 수많은 생명을 짓밟아 온 죄를 이제야 자각했으니까요.


하얀 팬텀 :

그렇군...... 병아리들이 지혜를 준 건가.

......상관없다. 결국 때는 온다. 거래를 마칠 생각이 없다면 이쪽에서 마치면 된다.


크레테 :

............!!


알도 :

크레테랑 연구원들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하얀 팬텀 :

부여한 힘을 회수한 것 뿐이다. ......이들은 이제 시층의 눈으로부터 몸을 숨길 수 없다.

곧 거대한 모순을 감지한 시층이 이들을 배제할 것이다.


노나 :

그런......


연구원 :

으..... 으아아......!!


연구원 :

아...... 아...........


세스타 :

존재가 불안정해지고 있어...... 이미 수정이 시작된 건가......!?


크레테 :

그래..... 이제 시간이 남지 않았네.

......죄송합니다. 여러분의 힘조차 충분히 되지 못한 채 떠나게 돼서.

그냥 여러분에게는......


노나 :

......안 돼요.


크레테 :

네.............?


노나 :

......사라지게 못 둬요. 여러분은......!


세스타 :

노나! 뭐 하는 거야!


노나 :

이 힘...... 시층의 관측자라는 사람에게 받은 거니까......

그렇다면 같은 힘을 쓸 수 있을 거야...... 사라지려는 힘에 저항하는 것도......!


세스타 :

무리야...... 힘의 차이가 너무 커!


노나 :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이대로 가만히 보고 싶지는 않아.

...왜냐면...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니까요.

.....과거에 저지른 행동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세계를 함께 생각하기 위해서......!


크레테 :

하지만 노나......


노나 :

......아니요. 사실은 그것만이 아니에요......

알아버렸으니까...... 만나버렸으니까......

코클리아에 저지른 일을 용서할 수 없어도 여러분의 살고 싶다는 마음까지 부정할 수 없게 됐으니까......!

끝내고 싶지 않아...... 이런 곳에서!


하얀 팬텀 :

호오......

......예상치 못한 수확이다. 병아리를 유도하는 구멍만이 발생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최후에 선 자들과의 교차가, 시련이, 병아리에게 날개를 준 건가......


알도 :

날개......? 무슨 말이야!! 너희 대체 뭘 꾸미는 거야!


하얀 팬텀 :

......대답할 것도 없다.

그것보다 괜찮겠나? 병아리가 지금도 생명을 깎아내고 있는데.


노나 :

......윽...... 크윽.....


알도 :

노나......!!


세스타 :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어......

이제 그만해, 노나!! 더 이상 하면 네가......!


노나 :

싫어......!

여기서 내가 손을 놓으면 모두가......!


크레테 :

..................

......감사합니다. 노나.


노나 :

어......?


세스타 :

노나!?


크레테 :

......걱정 마세요. 방호복의 일시 동결 기능을 썼을 뿐입니다.

동결은 그 아이가 잠시 잠들면 해제됩니다. 신체에도 영향은 없을 거에요.

......다행이에요. 방호복을 입고 와 줘서.


노나 :

어.....째서......


연구원 :

......이제 충분해. 노나.

이 정도의 죄를 저지른 우리인데도...... 너는 손을 뻗어 줬어.

우리가 그저 살아가는 걸 인정해 줬어. ......그것만으로 충분해.


연구원 :

어쩌면...... 우리는 살아가는 것을 누군가에게 긍정받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냉동 수면에서 깨어났을 때 별이...... 대기가..... 세상의 모든 것이 생명을 거절하는 것처럼 보였어.

......그래서 삶에 매달렸어. 어두운 닫힌 별에서 썩어가는 것을 두려워해 인류가 살아간 증거를 남기려 했어.

그 결과...... 우리의 손에 남은 건 속죄할 수 없는 죄 뿐이었어.


연구원 :

......나는 셸터에 잠든 아이들에게 그냥 내일을 보여주고 싶었어.

하지만 이렇게 더러워진 손으로 붙잡은 내일을 무슨 면목으로 보여주겠어.


연구원 :

우리의 소원은 분명 품었을 그 때부터 이미 끝을 향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너는 그런 우리에게......


노나 :

......싫어...... 아직......


연구원 :

......이제 시간이 없는 것 같네. 마지막으로 이것만은 전하고 싶어.

......고마웠어.


연구원 :

고마웠다. 노나.


노나 :

안돼...... 가지 마요......

...........갈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여러분의 얼굴을 보여줘요...... 한 명 한 명을...... 기억하게 해 줘......


연구원 :

......우리는 기억하지 않아도 돼.


연구원 :

상냥한 네가 우리의 얼굴을 기억하면 분명 후회와 함께 떠오를 테니까. ......그럴 필요는 없어.

우리는 네게 머나먼 세계의 이름 모를 누군가로 남으면 돼.

......이미 충분히 받았어. 충분해.


크레테 :

......정말로, 고마웠어. 노나. 그리고 미안해.

우리는 분명 좋은 부모가 아니었겠지. 하지만......


노나 :

...............기다려......


크레테 :

......용납되지 않아도 바라고 있어.

이번에는 네게......

행복한 내일이...... 찾아오기를......









...........................

...........................

...........................

...............나.


알도 :

......노나.


노나 :

............ 나는......

......! 모두 어디 갔어......!? 크레테는......!?


세스타 :

........................


알도 :

......이제는 없어.


노나 :

에............?


세스타 :

......모두 사라졌어. 시층의 의지의 수정을 받아서.


노나 :

안돼......


세스타 :

피할 수 없는 일이었어. 노나. 그 사람들은 처음부터......


노나 :

이제부터였는데...... 이제야 서로 이해하고 도울 수도 있었는데.....!

작별도 제대로 못 전한 채로는......너무 비참해......!


알도 :

.................


노나 :

......맞아..... 팬텀은......? 팬텀은 어디로 갔어?


알도 :

......팬텀은 저 안으로 사라졌어.


노나 :

뭐......?

......저게, 뭔데......


알도 :

저건.............




세스타 :

......사라졌어. 모두......


알도 :

뭐, 뭐지......!?


하얀 팬텀 :

......이제야 구멍이 나타났군.


세스타 :

뭐야. 그 구멍은......

대체 어디로 갈 생각이지!?


하얀 팬텀 :

......「백야의 고치」다.


알도 :

백야의......고치......?


하얀 팬텀 :

이 역사의 바깥...... 백야 시층을 관측하고 수정하는 자가 있는 신역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도 그곳에 있다.


알도 :

잠깐...... 설마 구멍의 원인이......


하얀 팬텀 :

......역시 대량의 생명을 이용한 모순은 구멍의 수복을 늦추는 모양이다.

이거라면 다른 시대의 동포들도 용이하게 불러올 수 있겠어.


알도 :

너......!!


하얀 팬텀 :

......이번에는 우리의 비원이 이뤄질 때다.


세스타 :

기다려.....!




노나 :

백야의 고치......

그러면..... 그러면 처음부터......

크레테는 계속 이용당했다는 거야!?

처음부터 백야의 고치에 갈 생각으로... 거기로 향하기 위해서 크레테한테 역사에 구멍을 만들게 해서......

그런 목적을 위해서...... 크레테와 미래인들은......!


세스타 :

......그렇게 됐어.


노나 :

그런 건...........

그런 건 말도 안 되잖아!

남의 바람을...... 생명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데......!?


알도 :

응. 우리도 같은 기분이야.


노나 :

......당장 팬텀을 쫓아가자. 이대로 놓칠 수는 없어.


세스타 :

그래. ......가자.

그게 어떤 흉계든 놈들의 계획은 막아야 해.


알도 :

응!

왜 그래, 노나?


노나 :

목소리..........


세스타 :

뭐......?


노나 :

이 목소리...... 똑같아. 힘을 쓸 때마다 커져 가는 그 목소리랑..........


세스타 :

그건...... 「와 줘」랑 「오면 안돼」를 반복한다는 그 목소리......?


노나 :

응. ......지금 두 개 다 들려. 구멍 너머에서 계속 들려.


알도 :

..................그 목소리의 주인이 시층의 관측자라는 녀석이라면......


노나 :

어쩌면 팬텀이 찾는 건 이 백야 시층의 관측자였을 지도......


세스타 :

......그렇다면 별로 좋은 목적은 아닐 것 같은데.


노나 :

응. 팬텀보다 먼저 도착하지 못하면 이 세계가 어떻게 될 지 몰라.

......가자! 목소리를 따라서 가면 분명 팬텀보다 먼저 도착할 수 있을 거야.


Quest Comp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