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 ME BURN 번역 링크














 박사는 없다. 각국 외교부와의 사업체결에 따른 섭외활동으로 인해, 로도스 본함에서조차도 박사를 보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 


 나는 로도스 터미널에 근무하는 메딕 오퍼레이터다. 나름대로 오랫동안 로도스에 근무하며 몇 번의 승진을 받았지만, 전근으로 인해 최악의 장소로 보내졌다. 나는 이곳에서 일하는 약 서른 명의 메딕 오퍼레이터 중 1명으로서, 에이야퍄들라를 비롯한 수십 명의 말기 감염자를 담당하며 치료와 경과 관찰을 맡고 있다. 


 당연히 로도스의 톱 중 하나인 박사와는 다른 인물이다. 얼굴도 목소리도 다른 부분도 죄다 다르다. 그나마 공통점이라면 같은 남성이라는 것 정도다. 



 그런 내가 에이야퍄들라에게 「선배」 라고 불리게 된 것은 한 달 전. 로도스 터미널에 입원한 그녀가 4번째 발작을 일으킨 날이었다. 


 먼저, 이 발작이 재해와 같은 의미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광석병이 일으키는 증상은 다양하지만, 주된 경향이 있음은 판명되고 있다. 초기에는 신체 밖으로 노출된 오리지늄이 일으키는 극심한 통증과 염증. 병세가 진행되어 오리지늄 농도가 증대되면 오리지늄은 감각기관에도 악영향을 주어 심한 섬망과 환각, 환청을 유발하고 이내 정신질환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편으로, 오리지늄 결정이 주는 것은 악영향뿐만은 아니다. 오리지늄 결정은 고밀도의 에너지를 축적한 광물이기에, 수많은 기계의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테라의 문명에 빠뜨릴 수 없는 아츠의 촉매이기도 하다. 


 광석병에 감염된 아츠 캐스터의 병세가 진행됨과 함께 아츠 능력도 비약적으로 상승된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혈중의 오리지늄 결정을 촉매로, 그야말로 신체 그 자체를 아츠 스태프로 사용하는 듯한, 맹렬한 규모의 아츠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감염자 캐스터는 죽기 직전에야 최고의 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주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말기 상태에서 발생하는 심한 정신질환. 병증 악화에 비례하여 상승하는 아츠 출력. 


 이것이 로도스 터미널이라는 별개의 이동도시가 세워진 이유이자, 에이야퍄들라에게 『특급잠재성위험환자』 라는 호칭이 붙은 이유였다. 




 탁월한 아츠 캐스터인 에이야퍄들라가 착란을 일으키면, 그녀의 불을 조종하는 아츠가 폭주하여 주위의 온도가 수천 도까지 상승한다. 


 고통에 신음하고 악몽에 시달릴 때마다 에이야퍄들라는 맹렬한 불꽃으로 주위의 모든 것들을 불태워버린다. 그것이 발작에 의한 것인 이상, 그 발생은 억누르는 것도, 예측하는 것도 어렵다. 


 만약 그녀가 로도스 터미널로 이송된 것이 한 달이라도 늦어졌다면 수많은 무고한 사상자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에이야퍄들라는, 사망하여 활성 오리지늄의 분진이 되기 직전까지도 충분히 그 자체로 재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위험인물인 것이다. 


 로도스 터미널에는 설계 초기부터 에이야파들라의 죽음을 수습하기 위한 특별병실이 마련되어있었다. 벽도 천장도 현존 최고 수준의 고내열성 소재로 특수제작된 격리실이다. 그녀가 쏟아내는 불길도, 비명도, 그녀의 모든 것을 가둬버릴 수 있는 상자는, 언제나 압박감과 타는 냄새로 가득 차있다. 


 그녀의 네 번째 발작은 에이야퍄들라 담당의인 내가 그녀를 진찰하는 중에 발생했다. 나는 그녀의 히스테릭한 외침을 듣는 순간, 약도 치료기구도 내팽개치고 뛰쳐나와 방화 쉘터가 닫히기 직전에 병실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나는 쉘터 너머, 소각로가 된 병실 안에서 울리는 지옥 같은 비명소리를 끊임없이 들었다. 


 소화 냉각 작업이 완료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 나는 그녀의 상태를 보기 위해 다시 병실에 발을 들여놓았다.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매트리스가 다 타버린 내열수지제 침대의 뼈대 위에, 에이야퍄들라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허공을 올려본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어깨에 손을 얹자, 에이야퍄들라는 정신을 차린 듯 나를 올려보며―― 활짝 빛나는 얼굴과 함께, 나를 끌어안았다. 



"선배! 만나고 싶었어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 몸에 기쁜 듯이 뺨을 비비며 그녀는 말했다. 이때는 아직 그녀가 말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날부터 그녀는 담당의인 나를 「선배」라고 오인한 채로, 한 달 동안 기쁜 듯 접촉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녀의 이 증상에 대해, 로도스 본함의 연구팀과 함께 협의가 이뤄졌다. 


 신경계 손상이 마침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인지, 아니면 극심한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이 붕괴된 것인지―― 네 번째 발작 시에 기록된 온도가 내화 쉘터의 한계치에 가까워진 것도 있기에, 회의 분위기는 장례식처럼 무겁기만 했다. 



"이대로라면 로도스 터미널은 항성 하나를 떠안는 꼴이 되겠구만..." 



 엘리트 오퍼레이터 한 명이 중얼거린 그 말을, 농담이라며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번은 진지하게 안락사까지 검토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 의견은 전부 미뤄지게 되었다. 발작을 거친 에이야퍄들라의 병증이 지금까지 없었을 수준으로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실명과 실청으로 말을 통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해졌지만, 그녀는 그 이후로 다른 사람처럼 밝아졌다. 점자 책을 의욕적으로 읽고, 식사를 맛있게 먹고, 창문 밖을 보고― 아니, 햇빛의 온기를 느끼고 해바라기처럼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이겠지만― 기분좋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저 메딕 오퍼레이터인 내가 찾아오자, 생기를 되찾은 듯 환해지며 나를 껴안고 웃는 것이었다. 서서히 알아듣지 못하게 되어가는 「선배」라는 호칭으로 나를 부르며. 나를 경애하는 박사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병세와 정신의 안정이 박사님과 만날 수 있다는 마음의 버팀목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봐도 명백했다. 나를 부둥켜안고 계속 접촉해주길 원하는 에이야퍄들라의 모습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 천진난만하고, 말기병동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찬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로도스 터미널이 나에게 박사 역을 계속 연기해줄 것을 명한 것도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명령을 받았을 때,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저 메딕 오퍼레이터인 내가 로도스의 톱인 전략가 행세를 하라니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들키면 어떻게 할 건데? 이미 에이야퍄들라의 아츠는 규격을 벗어났다. 만약 마음을 허락하고 있었던 것이 박사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버린다면―― 발광하는 그녀의 업화는 이번에야말로 로도스 터미널 전체를 통째로 불태워버릴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가 살아남을 확률은 단 0.1%조차도 없을 것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애원했지만 수석 스탭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이야퍄들라 씨는 재앙 연구가이자 엘리트 오퍼레이터로서, 로도스에 지대한 공적을 남기신 분이야." 


"죽음은 평등하게 찾아오고,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그녀에게 찾아올 최후는 가능한 편안한 것이어야 해." 




 여기는 말기병동. 치료란 존재하지 않는다. 고통을 줄이고 공포를 완화시켜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 그게 시술의 전부다. 


 만약 이 기만이 고통을 줄일 특효약이 된다면, 어찌 이것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리고 무서워할 필요 없어. 네가 박사님이 아니라는 걸 에이야퍄들라 씨가 어떻게 알아챌 수 있겠어? 아무 것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데." 


"확률로 본다면 우리는 그녀가 아닌 다른 환자들이 일으키는 착란에 살해당할 가능성이 더 높아." 



 지친 얼굴로 그렇게 되도않는 농담을 던진 원장은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럼 부탁할게' 라며,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소리로 내게 대역을 떠넘겼다. 


 그런 경위로 나는 에이야퍄들라가 사랑하는 「선배」가 되어, 그녀에게 안기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가느다란 팔에, 사냥감을 붙잡은 뱀과도 같은 힘으로 끌어안기고 있으면, 까딱하는 순간 숨이 끊어질 것이라는 괴로움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이제 좀 놔줘. 괴로우니까." 



 어차피 듣지도 못하니까, 악의섞인 말과 함께 에이야퍄들라의 손을 떼어낸다. 


 눈을 붕대로 가리고 있어도, 에이야퍄들라는 아직 앳된 소녀처럼 풍부한 표정으로, 애처롭게 뻐끔거리는 입으로 '아직 부족해요' 라고 어필해온다. 그런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간지럼을 타며 수줍어한다. 


 내 마음이, 영하까지 차가워지고, 거칠어져 간다. 



"너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거야? 내 말기환자만 상대하고 있는 약품냄새 투성이 손이, 박사님 것일 리가 없잖아."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손길에 이렇게까지 행복해하다니. 사랑하는 소녀같은 그 가련한 표정을, 이름도 모르는 나에게 보여주다니. 


 동시에 그 행복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녀를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이 가슴을 강렬하게 죄여온다. 지금 당장 전부 내팽겨치고 있는 힘껏 울부짖고 싶은, 참을 수 없는 괴로움. 


 나는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고, 오늘 치 알약을 에이야퍄들라에게 쥐어주었다. 계속 먹어오던 것이니 어떤 약인지는 그녀도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총 손바닥 1/3분량의 5종류 알약을 삼켰다. 



"그럼, 내일 회진에서 보자." 



 어깨를 상냥하게 쓰다듬고, 자리를 뜨려 한다. 


 그 옷자락을, 꽉 붙잡혔다. 



"......좀 봐줘. 나는 바쁘단 말이야." 



 입에서 튀어나온 소리는, 스스로도 놀랐을 정도로 살기가 서린 것이었다. 


 적의를 담아 노려본 내 시선을 알지도 못한 채, 그녀는 그저 미아처럼 애달픈 표정으로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침대 옆의 모니터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아까 친 텍스트가 있었다. 



『또, 와주시겠어요? 선배』 



 마치, 납덩이를 집어삼키고 있는 듯한 이물감. 



"......이딴 곳, 오고 싶어서 오는 것도 아닌데." 



 그런 욕지거리를 하며,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손가락으로 「약, 속, 할, 게」 라고 적어주었다. 어떻게든 안심한 듯한 그녀의 손을 다시 놓고, 병실을 떠난다. 


 문을 닫기 전에 돌아보니, 에이야퍄들라는 문 쪽을 향해 계속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내가 나갔는지 아닌지 따위는 그녀가 알 리가 없다. 내가 떠난 후, 아무도 없는 방에서 계속 문 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을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자, 나도 모르게 괴로움에 이를 꽉 악물고 있었다. 



"......젠장, 젠장. 왜 이렇게 된 거지..." 



 혼자가 되니 무심코 욕설을 내뱉는다. 


 에이야퍄들라는 나의 저주다. 


 원래였다면 지금쯤 나는 이 로도스 터미널을 진작에 빠져나갔을 것이다. 


 내가 낸 이동신청은, 내가 그녀의 담당이라는 이유로 취하되었다. 


 그녀 때문에 나는 이 지옥같은 장소에 계속 묶여있는 것이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로도스 터미널 병실을 회진해 간다. 로도스 터미널의 입원자는 현재 285명. 그 중 에이야퍄들라를 포함한 42명이 내 담당이다. 


 에이야퍄들라의 병실은 로도스 터미널의 아래 부분에 있다. 주로 감염 초기~중기부터 이미 우수한 아츠 적성이 있던 사람들을 위한 특별 구역이다. 에이야퍄들라의 화염 아츠를 비롯하여, 얼음이나 식물, 정신계 간섭까지 다양한 아츠의 폭주에 대응할 수 있도록 특수제작된 병실들이 있다. 나는 특별병실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와 절규를 필사적으로 무시하며, 도망치듯 위층으로 올라간다. 




 위층은 일반 병동 구역이다. 비교적 위험이 적은 말기 감염자가 이곳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돋보이는 것은 복도의 넓이다. 일반적인 로도스 병동과 비교해도 3배 이상은 넓고, 경비용 로봇이 위잉대며 순회하고 있다. 같은 간격으로 늘어서있는 병실 문은 굉장히 두껍고 튼튼하다. 문은 항상 전자 잠금이 걸려있어, 열기 위해서는 직원이 가진 카드키가 필요하다. 


 로도스 터미널 건설에는 난공불락이라고 불리는 맨스필드 교도소의 설계가 참고되었다. 그것만으로, 로도스가 이곳을 단순한 의료시설로 보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요로 인해 급조로 증축된 곳도 있기에, 내부에는 철골의 티가 나거나, 조명은 적은 부분도 있어 어두침침하다. 


 로도스 내부에서는 로도스 터미널로의 이동을 사실상 수감, 나아가 사형선고라고 부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마음은 안다. 나도 밖이었다면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감염자로서도 직원으로서도 그곳만큼은 안 가서 다행이라고.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면서, 다음 회진자의 진료기록카드를 넘기며 카드키로 병실 문을 열었다. 



"회진입니――" 



 사무적인 인사를 마치기도 전에 나는 연 문을 바로 닫는다. 


 그 순간, 총알같은 속도로 날아온 오리지늄 조각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문에 부딪쳤다. 



"도망치지 마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빌어먹을 리유니온 놈들! 나한테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냐아아아아아아!" 



 문 너머로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절규가 울려퍼진다. 틈새로 들여다보니, 환자의 주위에 아츠가 소용돌이치며 주먹만한 크기의 오리지늄 파편들이 무수히 떠있었다. 남성의 몸에는 고드름처럼 거대한 오리지늄 결정이 튀어나와있다. 


 신체에서 뽑아낸 오리지늄 파편을 아츠로 조종하고 있는 것 같다. 부릅뜬 그의 눈은 초점이 맞지 않았고, 명백하게 현실이 아닌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도망치치 마 리유니온! 가프의 원수 놈들! 절대로 용서 못한다! 가프를 죽인 것처럼 죽여버릴거야! 리유니온! 리유니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온!!" 


"Lancet-Bφ! 환자를 진압해!" 



 내가 소리치자 복도를 돌아다니던 로봇이 반응했다. 동그란 보디를 한 로봇은 캐터필러로 잽싸게 문 틈새로 병실에 들어간다. 


 그대로 로봇은 환자가 쏘는 오리지늄 파편을 신경쓰지 않고 접근하여, 스르륵 뽑아낸 스턴 튜브를 환자에게 꽂았다. 파직, 전류 소리와 함께 '으윽' 하는 신음소리가 겹쳐지고, 이내 조용해졌다. 


 조심조심 문을 열자, 환자는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옆에 있는 로봇―― Lancet-2의 시스템을 응용한 의료-경비 겸용 로봇이, 내게 카메라를 향한 채 말한다. 



『209호실, 환자명 로렌스 버니티의 진정을 확인했습니다.』 


"아아, 고마워......" 


『심박수 122. 체온 39.2℃. 신경계에 기인한 경련을 감지. 진정제 투여를 권장합니다.』 


"투여해줘. 그리고 환자의 레벨을 2에서 3으로 올려줘." 


『알겠습니다. 로렌스의 병증지수를 2에서 3으로 올립니다.』 



 여성적인 기계음성과 함께 사무적으로 응답하며, 로봇의 몸체에서 뻗어나온 링거 관이 환자의 팔에 꽂히고, 약물이 흘러들어간다. 


 뒤늦게 찾아온 공포가 그제서야 나를 덮쳐왔다. 식은땀이 단번에 뿜어져나오고, 나는 문에 등을 기댄 체 휘청거리며 주저앉는다. 


 심장이 아프다. 쿵쿵거리며 뛰는 박동이 귓속을 울린다. 그런 상태에서도, 아까 환자가 외친 절규가 귓가에 맴돌고 있다. 


 링거 투여를 끝낸 로봇은 휘릭 캐터필러를 돌리더니 내 쪽으로 이동해왔다. 



『심박수 이상을 감지했습니다. 진정제가 필요하십니까?』


"......필요없어." 


『체온 저하를 관측. 자율신경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투약을 권장――』 


"필요 없다고 했잖아! 됐으니까 이제 가!" 



 내가 소리를 지르자, 로봇은 더이상 묻지 않고 병실을 나와 다시 경비 모드로 돌아간다. 


 나는 심호흡을 반복하며 마음을 가라앉힌 뒤, 쓰러져있는 환자에게 달려갔다. 몸 밖에 튀어나온 오리지늄에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들어 침대에 눕혔다. 


 날뛸 때 여기저기 부딪쳤는지 몸 곳곳에 타박상 흔적이 있었다. 몸에 튀어나온 오리지늄 주변에서 피가 배어나와 환자복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기절한 얼굴은 눈물에 젖은 채 비통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로렌스...... 리유니온 사건 때의 오퍼레이터인가. 괴로운 걸 떠올렸나보네. 어차피 환각이라면 좀 즐거운 걸 떠올려도 괜찮을텐데." 



 나는 로렌스의 손발에 가죽 벨트를 감는다. 깨어났을 때 날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니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그 행위는 아무리 봐도, 죄인의 목에 밧줄을 거는 것을 연상시킨다.


 분명 그는 여기에 오기 전까지는 아주 좋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감염자의 방패로서 일하는 로도스의 오퍼레이터들 중, 사람을 싫어하는 뒤틀린 인격의 소유자는 거의 없다. 


 그에게는 분명 많은 친우가 있었고, 많은 감염자와 비감염자들을 도왔을 것이다. 정의를 위해 싸우고, 명예롭게 여길 수 있는 수많은 활약을 해왔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여기에서는 먼지 한 톨만큼의 가치조차 갖지 않는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더이상 오퍼레이터 로렌스가 아니다. 광석병에 몸도 뇌도 침투당하고, 분별없이 사람에게 덤벼드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미친 말기감염자일 뿐이다.


 그리고, 그가 특별히 불행한 것은 아니다.


 어떤 전사도, 어떤 학자도, 어른도, 아이도 상관없다. 


 이곳에는 오직 임박한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식은땀을 닦으며 병실을 나와 교도소같은 넓은 복도를 불안한 발걸음으로 휘청휘청 걸어간다. 회진용 환자진료기록카드는 아직도 스무 명 이상의 분량이 남아있다. 


 빨리 끝내자. 주문처럼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나는 카드키를 대고 두꺼운 병실 문을 열었다.




 다음 환자는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견디지 못하고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목숨은 얼마 남지 않았고, 그 어떤 오락도 목숨을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방구석에 틀어박혀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는 나에게서 광석병 치료제와 항우울제를 받을 때마다 '제 목숨이 얼마나 남았나요' 라고 물어본다. 로도스의 기술조차 광석병의 치료법은 발견하지 못했으니 알 턱이 없다. 위로해봐도, 설득해봐도, 그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이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은 얼굴로 하염없이 울 뿐이었다.




 다음 환자는 오리지늄의 체표 노출이 특히나 심했다. 엄지손가락 크기의 오리지늄 결정이 온몸 군데군데에 튀어나와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할 정도로 기괴했다. 또한 그것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은 비할 데 없는 것이기에, 그는 항상 고막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픔은 그의 마음에서 여유를 빼앗아갔고, 그 무엇을 보더라도 분노에 차오르게 했다. 이미 여러 번 사고를 일으킨 그의 양 팔과 다리는 가죽 벨트로 침대에 연결되어 있다. 내가 진료기록 카드를 받고 투약을 하는 동안, 그는 거대한 성량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욕설과 폭언을 내게 쏟아낸다. 사람 한 명 못 고치는 무능한 놈, 등신, 살인자, 새디스트, 이외에도 기타 등등... 나를 욕하는 것만이 그에게 허락된 유일한 오락인 것이었다. 




 다음 환자는 8세 정도의 어린아이였다. 불행히도 혈중 오리지늄 조각이 혈관을 통해 뇌로 들어가 뇌세포에 상처를 입히고 전신에 마비가 일어나고 있었다. 보조 없이 일어설 수 없고, 말하는 것도, 씹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림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영상 작품을 준비하거나, 시간이 되는 대로 케어를 시도했지만, 그녀는 움찔거리는 눈꺼풀로 조용히 울기만 했다. 그녀는 며칠 전 종이와 펜을 원한다며,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고 지렁이가 기어간 듯한 글씨로 『죽여줘』라고 적어 내게 보여줬다. 로도스에서는 스테이지 4 이상의 환자에게만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다. 그녀의 스테이지는 2. 괴로움은 아직 앞으로도 길게 계속될 예정이었다. 




 환자에서 환자로, 죽음의 공포에서 또다른 죽음의 공포로. 나는 다시 의무감만을 에너지로 하루하루를 움직인다. 빨리 끝나라, 빨리 끝나라...... 주문처럼 머릿속에서 그런 말만을 반복하면서. 




 ――대체 몇 명이나 동료들이 괴로워하는 걸 봐왔을까. 


 로도스는 모든 광석병 환자를 구하기 위한 조직이다. 허나 그 숭고한 사명과는 반대로, 광석병은 아직도 불치병으로 남아있다. 로도스는 아직도 광석병으로 인한 죽음으로부터,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 


 감염자는 아직도 죽을 때 오리지늄을 퍼뜨리는 폭탄으로 취급된다.


 감염자의 죽음은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며, 거기에 본인의 존엄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감염자는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오직 홀로 외롭게 죽어야 한다. 그런 외면하고 싶은 참혹한 현실이 토해내는 쓰레기 더미가 바로 이 로도스 터미널이다. 


 로도스의 구원의 손길을 통해 뒤처지고 때늦은 이들이, 줄줄이 이곳으로 보내져 처분되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런 최종 처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런 곳에서 감염자의 말로를 마주할 바에야, 차라리 전쟁터에서 죽을 뻔하면서도 감염자에게 '너희를 구하러 왔다' 라며 손을 내미는 쪽이 더 나을 것이다. 


 로도스 측도 그것은 파악하고 있고, 급여면에서 우리의 대우는 파격적이다. 일반 의료 스탭인 나의 월급은 로도스 본함에서 일하는 두 단계 위 직급의 선배보다도 높다. 그럼에도 정신이 병들어 이동이나 퇴직을 희망하는 메딕 오퍼레이터를, 나는 몇명이나 봐왔다. 






"이 거짓말쟁이!" 



 날카로운 노성에 잠시 멍하니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린다. 


 그때에는 이미 던져진 약병이 내 머리를 후려친 이후였다. 


 침대에 앉아있는 것은 이번에 새로 입원한 소녀였다. 붉게 격노한 얼굴은, 광석병의 통증으로 인한 고열로 인한 것뿐만이 아니다. 빠드득 이를 가는 소리와 뚝뚝 구슬같은 눈물이 떨어지고 있다. 



"나, 나는, 이 병을 고치고 싶어서 왔어. 로도스는 감염자 편이라며. 수많은 감염자를 도와줬다며! 그래서 목숨걸고 황야를 가로질러 여기 로도스까지 왔는데――" 


"......" 


"그런데 더이상 고칠 수 없다니 무슨 소리야! 이제 3개월이라니 뭐라는 거야!? 난 여기에 치료받고 싶어서 온 거야. 죽으러 온 게 아니란 말이야! 로도스는 감염자들을 구해준다며!? 나 좀 구해줘, 죽이지 마!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이이이!!" 



 소녀는 닥치는 대로 물건을 잡고는 나에게 던진다. 로도스 터미널에서 환자에게 제공하는 장비는 모두 상해나 자해를 막는 부드러운 수지제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무엇보다도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 내 마음을 도려낸다. 


 흔들흔들 발밑이 흔들리는 듯한 기분. 시야에 안개가 끼며 인식이 흐려진다.




 그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그곳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비틀비틀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복도 한가운데를 걷고 있었다. 


 똑같이 회진하던 메딕 오퍼레이터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 다소 어색한 목례를 한다. 새장 구석에서 떨고 있는 쥐 같은 눈. 정신이 병들어 있다는 열등감을 공유하는 추악한 동료의식이 서린 눈. 나는 틀림없이 그보다도 더 심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 .................." 



 오래 전부터 시간감각이 이상하다. 챕터를 스킵이라도 한 듯 기억이 뚝뚝 끊어진 상태다. 무엇을 먹어도 맛이 없고, 사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신의 피로가 한계를 맞고 있다는 증거다. 이것은 깊은 열상과도 같아, 하루이틀 휴가 정도로 낫는 것이 아니다. 최소 몇 주간은 멘탈 케어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게 그럴 자유따윈 없다. 


 내가 로도스 터미널에서 가장 걱정하고 있는 말기 감염자 에이야퍄들라의 담당이고, 그녀가 나를 박사로 오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츠를 폭주시키지 않고 가능한 한 평온하게 생을 마치는 것은 이 이동도시의 존속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였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한 명의 의료종사자가 다소의 희생을 치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고 있다. 


 그러면 에이야퍄들라에게만 집중하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그것도 무리한 상담이었다. 이동과 퇴직이 너무나 많아, 로도스측의 인원 보급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와서는 직원들의 심신 케어도 빠뜨리지 않는다는 조문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상태였다. 


 결국 에이야퍄들라의 「선배」를 연기해야 한다는 너무나도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된 나는, 도망칠 이유마저 잃고, 이 감옥 안에 남겨져, 정신이 계속 마모되어가고 있다.


 마치, 약한 불에서 천천히, 타버릴 때까지 계속 구워지는 것처럼. 



"다음은...... 오늘은 이걸로 마지막인가" 



 회진 진료기록카드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걸어가던 나는 고개를 들고 거기서 걸음을 멈추었다. 몽롱했던 의식이 찬물을 끼얹어진 것처럼 강제로 현실로 되돌아간다. 


 넓은 복도에 늘어서있는 문. 그 중 하나인 병실 위에 빨간 램프가 눈부시게 켜져 있었다.



"......" 



 들여다보는 창을 통해 확인하고, 깊게 시선을 떨군다. 


 병실은 검은 구름으로 가득차 있었다. 


 검고 탁하고, 때때로 금빛으로 빛나는 분말―― 감염자의 사체에서 뿜어져나오는 활성 오리지늄 분진이다. 



"......, ........................젠장" 



 몇 번을 봐도 뇌가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서서히, 참기 힘든 통증이 가슴을 찌른다. 


 또 한 명, 감염자가 죽었다. 


 이런 창 너머로 보는 흐릿한 검은 연기가 한 사람의 죽음을 나타내다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에, 나는 힘 빠진 손으로 문을 때렸다. 




 감염자는 시체를 남기지 않는다. 살도 뼈도, 감염원인 오리지늄 분진으로 바뀌어버린다. 


 그렇기에 감염자는 매장을 받지 않는다. 


 그들의 사후에 치뤄지는 것은, 더 비참하고 사무적인 방역처리다. 




 문 옆의 콘솔 장치가 조작 대기 상태가 되어있었다. 나는 카드키를 써서 조작권을 얻고, 정화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환기구의 팬이 굉음을 내며, 병실 내의 오리지늄 분진이―― 어제까지 환자였던 것이 빨려들어간다. 


 언제 죽을 지 알지 못하는 감염자에게, 병실과 죽을 곳을 나누는 것은 위험한 행위이다. 그렇기에 병실을 관으로 만들었다. 그 합리적인 발상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감염자의 시신을, 청소기라도 돌리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처리해 간다. 




 분진이 덕트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 병실에 있던 사람은 한 소녀였다.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어린아이였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고통을 받고 수많은 것을 빼앗긴 그녀는, 며칠 전 문득 자신이 죽을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그녀는 회진을 온 나에게 창백해진 입술로 말했다. 




"이제 됐어, 그만해도 돼. 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도 생각해." 


"그래도...... 그래도 선생님. 역시... 나 무서워" 


"있잖아, 선생님. 부탁이 있어. 죽을 때 혼자라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 직전까지만, 손 잡고 있어줘..."


"나는 외톨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 부탁이야, 선생님......" 




 바로 1주일 전, 그녀는 그렇게 내게 말했다. 


 그녀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그걸 생각해낸 것이다. 



"――――!" 



 다시 한 번 주먹을 문에 내리쳤다. 이번에는 있는 힘껏. 감옥같은 넓은 복도에 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솟구치는 절망감이 이끄는 대로, 이어서 다시 한 번. 


 이어서 휘두른 세 번째 주먹은 강철 문 돌기에 세게 부딪혔다. 시야에 불꽃이 튀는 듯한 통증에 나도 모르게 신음한다. 



"으아...... 으, 크...... 흐윽......!"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둔탁한 아픔. 하지만 그런 걸로 가슴의 아픔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는다. 


 주먹을 내리친 철문 소리는 순식간에 반향마저 사라지고, 오직 문 너머의 오리지늄 분진을 흡입해가는 무자비한 기계음만이 울리고 있을 뿐이다.


 나는 문에 기댄 채 스르륵 무너져내려 그 자리에서 머리를 감싸쥐고 웅크렸다. 넓은 격리병동 복도에서 그러고 있자니 마치 길가의 돌이 된 것처럼 모든 것이 무위하고 무력한 것 같았다.




 죄책감. 허무감. 무상관. 염세관.


 미안함. 불쌍함. 무력감. 


 그리고, 어쩔 수 없을 정도의, 마음의 상실감. 


 ――계속, 계속, 계속, 가슴이 아프다. 차라리 이 심장이 멈춰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뭐가 감염자 치료야...... 뭐가 모든 생명을 구한다는 거야......" 



 떨리는 입술 사이로 분노가 새어나온다. 


 로도스가 말하는 구원이란 헛소리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하고 친절함으로 덮어봤자, 죽음은 그 모든 것을 없애고 잔혹한 진실을 드러낸다. 


 로도스 터미널에서 행복하게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아픔에 소리치고, 환각에 떨고, 다가오는 끝에 미쳐, 오리지늄에게 머릿속까지 범해져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되어 죽어간다.


 그것이 광석병이다. 로도스조차도 어쩔 수 없는 절망이다. 


 고통에 허덕이며 '이럴 순 없다' 라며 우는 사람이 있었다. 


 남은 생을 헤아리며 '잘도 속였군' 이라며 얼굴을 비통하게 일그러뜨리는 사람이 있었다. 


 여기서 몇 번이나 로도스에 대한 저주를 들었을까. 


 혼자는 무서워. 아픈 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그런 말들만 끝도 없이 들어오고.


 뭐가 구원이냐.


 로도스는 그들에게, 인간다운 죽음조차 주지 못하잖아.



"으...... 크흑......" 



 나는 어느샌가 병실 문 앞에 웅크린 모습 그대로 흐느끼고 있었다. 


 환자가 죽었다는 충격만이 아니다. 그것을 계기로 마음에 고여있던 것이 마침내 터져버린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의 상처를 입고 우는 동료를 몇 번이고 봐왔다. 나도, 나 이외의 직원들도 다르지 않다. 


 마음은 이미 잔뜩 금이 가있었기에, 부서지는 마지막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을 뿐. 그 마지막 순간이 드디어 나에게도 찾아왔다. 그저 그뿐인 흔해빠진 절망이었다. 



"이제 못하겠어...... 이런 곳, 견딜 수 없어..." 



 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 


 로도스 본함으로의 이동도, 퇴직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있다가는 세상에는 절망밖에 없다는 세뇌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도망갈 수 없다. 


 그 위험한 말기 감염자, 에이야퍄들라가, 나를 박사라고 오인하며, 그것을 정신 안정의 버팀목으로 하고 있으니까. 


 로도스 전체를 위해서, 나는 여기에서 도망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그래도 나는 여기 있고 싶지 않아. 



"정 도망칠 수 없다면...... 그렇다면, 끝내는 수밖에 없어." 



 나는 일어서서 걷는다. 


 불안한 발걸음으로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제정신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피로로 얼룩진 내 눈은 평소와는 분명히 다른, 병적인 각오로 난잡하게 빛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스쳐지나가는 직원들은 그런 나의 모습을 신경쓰지도 않는다. 로도스 터미널에서는 직원이 미치는 일 따위는 드문 일도 아니니까. 






※ 이 소설은 원작자 「オリスケ」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하였습니다. 

※ 작가분 트위터: https://twitter.com/brava_novel

※ 원문출처: https://syosetu.org/novel/332051



주말이라 2화 연속으로 빨리 끝났지만 다음화는 며칠 걸릴지도 몰루 


다음화는 19금 


오타 오역 의역 어색한 표현 지적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