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타마데 치유는 RAISE A SUILEN, 약칭 RAS의 프로듀서이자 DJ. 나의 RAISE A SUILEN은 드디어 일본 제일의 밴드가 되었다.

 “츄츄님. 당신이야말로 일본에서 제일 반짝반짝하고, 두근두근한 존재예요. 부디 몽매한 저희 포피파에게 가르침을... 가르침을 주신다면 보상으로 허그를 해드릴게요.”

 “츄츄님, RAS에서 나와 포피파로 돌아가서 죄송해요! 제 인생 최악의 실수였어요! 다시 절 받아주세요!”

 그렇게 짓밟고 싶었던 포피파는 이제 알아서 나에게 기고 있고

 “츄츄님, 저희는 라스에 전부를 걸 각오가 됐습니다. 부디 저희를 산하 밴드로 받아주세요. 당신의 곡이 없으면 저희는 이제 2인자 자리조차 노릴 수 없어요.”

 미웠던 로젤리아 역시 이제는 우리 밑으로 들어오고 싶다고 사정하고 있다.

 나의 신장 역시 육포맛 우유를 매일 같이 마신 결과 이제 레이야보다 더 큰 173cm가 되었다. 몸매 역시 Nice Body, Sexy Body라고!

 하하, 이제 RAS는 세계 제일을 목표로...

 

 오후 12시. 나, 타마데 치유는 의자 위에서 기상했다. 나는 안대를 벗고 주변을 살폈다.

 “설마 Dream(꿈)...?”

 나는 조금 전까지 보았던 이상적인 세계를 떠올렸다. 그 행복한 세계는 눈을 뜨자마자 거품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국제학교 11학년(고등학교 2학년)의 14살의 내가 살아가는 현실로 돌아왔다.

 “하아... Noooo(안 돼)!”

 나는 사라진 행복에 절규했다.

 얼마 안 가, 아파트 현관이 열리고, 파레오가 들어왔다.

 “어라? 주인님, 존안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

 “아냐... 파레오... 단지 허무함이란 감각을 뼈저리게 느꼈을 뿐이야.”

 “아, 또 키가 커진 꿈을 꿨다가 깨신 거로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츄츄님은 아직 성장기이시니 내년이 온다면 그즈음에는 분명 멋진 여성이 되어있을 거예요. 물론 지금도 충분히 멋진 여성이시지만요.”

 역시 파레오... 난 그저 허무함을 느꼈다고만 했는데, 바로 우울함의 근간을 꿰뚫어보는구나... 가끔 무서울 정도로 내 모든 걸 간파하고 있다.

 “자자, 오늘은 모처럼의 주인님의 생일이잖아요? 그런 축복의 날에 그런 표정을 지으시면 안 되죠. 이제 곧 맛스 씨와, 록 씨, 레이야 씨, 포피파 여러분이 오실 텐데, 그렇게 어두운 표정으로 있으실 거예요?”

 “Okay... 우울한 얼굴 안 보일 테니... 응? 잠깐만 파레오, 방금 마스킹, 록, 레이야 다음에 누가 온다고 했어?”

 “포피파 여러분이요.”

 “왜 내 Birthday Party에 걔네가 오는 건데!”

 나는 포피파가 내 Birthday Party에 온다는 말에 당황했다.

 “그야... 친구이니까요?”

 “No! 난 그런 Friend를 둔 적 없어!”

 내가 아무리 심한 말을 해도 명랑하게 받아 넘기는 애들... 짜증난다 말이야!

 하지만 이미 화를 내도 늦었다. 현관 초인종이 울렸기 때문이었다.

 “츄츄님, 맛스 씨, 록 씨, 레이야 씨, 포피파 여러분이 왔어요. 어떡해요? 록 씨가 슬퍼할 것 같지만 포피파 여러분은 쫓아낼까요?”

 “으으... 들여보내.”

 여기까지 왔다면 쫓아내기 그렇잖아! 나도 예의란 걸 알거든?

 내 허락이 떨어지자 파레오는 바로 현관 바깥의 모두를 현관 안으로 들여보냈다.

 “츄츄 짱~!”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괴상한 머리 스타일을 한 여자애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해피 버스데이!””””””””

 8명이 동시에 외치는 축하 구호. 귀가 아찔해질 정도의 Impact에 내 전신이 울렸다.

 “츄츄 짱~! 일단 해피 버스데이 허그야! 꼬옥~!”

 “징그러우니까 하지 마!”

 카스미 토야마는 웃으면서 날 안으려고 들었다. 다짜고짜 Hug라니! 이 여자앤 부끄러움이란 게 없는 거야?!

 “어이, 카스미. 츄츄가 싫어할 만한 허그 같은 거 하지 말고 제대로 준비한 선물이나 줘.”

 카스미 토야마의 허그는 다행히 아리사 이치가야에 의해 불발됐다.

 이후 마스킹이 만든 생일 케이크가 테이블에 올라오고, Birthday Song(생일 노래)이 이어졌다. 내 생일이라고 일본에서 평범하게 쓰이는 Birthday Song(생일 노래)이 아닌, 라스의 곡 Beautiful Birthday를 불렀다. 메인 가사는 카스미 토야마와 레이야가, 나머지 가사는 다른 사람들의 합창이었다. 카스미 토야마와 레이야의 합창... 두 별의 조화... 새로운 영감이 떠오를 것 같네. 물론 카스미 토야마를 위해 곡을 쓰고 싶지 않으니 이 영감을 종이 위에 쓸 일은 없겠지만.

 카스미 토야마... 정확히는 포피파 모두가 준비했다는 선물은 육포 주먹밥이었다. 수제 요리라고 한다. 뭐, 싫어하지 않으니 감사하게 받을 수 있지만...

 라스의 모두에겐 고양이 형상의 쿠션을 받았다. 푹신푹신해서 여기서 대충 자도 몸이 뻐근해지지 않을 거라나. 파레오는 애초에 대충 아무 곳에서나 자지 말라고 재차 신신당부를 받았지만.

 “포피파는 여름에 바다도 가보고, 축제도 가봤어. 레이, 라스는 어때?”

 “라스는 여름 때 워터파크에 가봤어. 정말 즐거웠었지.”

 “워터파크? 좋겠다. 우리도 가보고 싶어. 뭐, 우린 더 좋은 곳에도 갔었지. 무려 괌에 가서 반짝반짝하고 두근두근한 라이브했었다고!”

 “카스미 짱... 그거 라스와 함께 가서, 함께 라이브한 거잖아...”

 “워터파크라... 우리 동생들이 여름마다 졸라대는 곳이네. 밴드 멤버끼리 워터파크라니 정말 즐거웠겠다. 그 이야기 자세히 해줘.”

 “응. 무슨 일이 있었냐면...”

 어느 정도 파티가 무르익자 애들은 각 밴드의 추억 이야기를 가볍게 경쟁하듯이 하나씩 꺼내 들었다. 워터파크라... 뭐, 즐거웠었지.

 시간이 지나자 포피파는 개인 스케줄 때문에 내 아파트에서 나갔다.

 “뭐야. 츗츄~ 포피파가 가니까 아쉬워?”

 “아쉽긴 뭐가 아쉬워! 그리고 그 이상한 호칭 쓰지 말랬지?”

 나는 마스킹의 조롱에 화를 냈다.

 “뭐, 걔네가 만든 육포 주먹밥은 맛있긴 했지만...”

 “역시 쉽다니까.”

 “놀리지 마!”

 이렇게 일일이 열내는 거... 어린애 같이 보인다는 건 알지만, 좀처럼 성질을 죽이지 못하겠단 말이지.

 “자, 먹을 것도 다 먹었고, 축하도 받을 만큼 받았어. 이제 슬슬 우리도 해산하는 거 어때?”

 “그 전에 Beautiful Birthday 한 번 더 부르는 건 어떨까? 아깐 포피파 애들이랑 함께 불렀지만, 역시 라스만의 방식으로 부르고 싶거든. 파레오가 츄츄의 생일을 위해 준비하고 처음으로 불렀던 그 때처럼...”

 “그래, 레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 응...?”

 나는 레이야가 처음으로 Beautiful Birthday를 내게 들려줬던 그 이야기를 하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한... 

 “저기, 잠깐만. 우리 밴드 예전에 내 Mistake 때문에 밴드가 공중분해 될 뻔했던 적 있었잖아.”

 나는 뜬금없이 모두에게 과거의 라스 대위기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응. 그랬었지. 츄츄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정말 부끄러운 추억이야.”

 마스킹은 볼을 긁으며 쓴웃음을 지었고

 “파레오도 그때 말없이 잠적한 걸 후회하고 있어요.”

 파레오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으며

 “그때는 얼마나 불안과 식은땀으로 지냈는지 몰라요...”

 록은 가슴에 양손을 모은 채 한숨을 쉬었고

 “지금은 추억으로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돈독한 밴드로 있어서 다행이네.”

 레이야는 그저 아름다운 추억의 일부로 보듯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도, 사과를 할 수도, 한숨을 쉴 수도, 그냥 평범하게 웃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모순이 명백해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이 터지고 다시 우리 멤버가 한자리에 모인 건 내 Birthday(생일) 때 아니었어? 그때, 파레오가 준비했던 Beautiful Birthday란 내 Birthday Song(생일 노래)도 처음으로 불렀잖아.”

 “““어?”””

 “...”

 내 지적에 모두 모순을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된 거지? 그 일은 작년...? 아니야. 난 지금 14살이잖아. 잠깐만 지금의 라스가 결성된 건...

 “애초에 록이 마지막으로 들어왔을 때는 Fall(가을)이었잖아. 어째서 우리에게 여름 추억이 있는 거지?”

 나는 또다른 모순을 깨달았다.

 “그, 그러게... 어떻게 된 거지? 내가 록을 모두에게 데려온 건 분명 가을이었는데.”

 “마스키 말이 맞아. 이게 대체...”

 “어라? 여름 방학 때 전 대체...”

 “...”

 이에 라스의 모두는 혼란에 빠진 채 당황하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때, 파레오가 갑자기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착용하고, 검은 펜을 꺼내들었다.

 “파레오? 왜 갑자기 Sunglasses(선글라스)를 끼는 거야? 그 펜은 뭐고?”

 “자, 여러분, 이 펜을 바라보세요.”

 파레오의 말에 나와 다른 라스 멤버는 파레오가 든 펜을 바라보았다. 이 혼란의 화제를 이야기하는 중에 뜬금없이 펜을 꺼내 우리더러 보라고 하는 이유가 뭐지?

 그리고 파레오가 펜을 누르자... 펜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뭐, 뭐야... 이게? 갑자기 의식이 흐릿해져 가...

 “참 정신이 아찔해지는 빛이죠? 뇌의 기억 세포가 녹아내리는 거 같은 섬광이죠? 이것으로 방금 전 대화도, 깨달음도 모두 기억 속에서 사라질 거예요. 제가 지금 내뱉고 있는 이 말도 말이죠.”

 파레오... 대체 무슨 말을...?

 “주인님, 이렇게 계속... 영원히... RAS의 해를 반복하자구요. 이 영원히 다음 해가 오지 않는, 이 세상에선 저희는 영원히 함께예요.”

 파레오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꺼져갔다... 파레오의 마지막 그 말조차 점차 기억 속에서 흐릿해져간다... 파레오... 너는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