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사키가와 여학원. 장애물 경주 종목.

 각 여학원의 주자들이 출발점에 대기하고 있었다.

 “하아...”

 그곳에는 아리사도 있었으며, 카스미와 사아야, 타에가 아리사의 주자로서의 모습을 관전하고 있었다.

 “왜 이치가야 씨가 주자에 서 있는 거야? 이치가야 씨 분명 체력도 남들보다 달리고, 운동도 못 하는 거 아니었어?”

 미사키는 우연히 카스미와 사아야, 타에 옆에 나타났다.

 “원래 서야 할 주자가 콩주머니 던지기 시합에서 쓰러졌대. 그래서 아리사가 구멍을 메우려고 대타로 들어간 거야.”

 미사키의 의문에는 타에가 대답했다.

 “본인은 엄청나게 하기 싫어했는데 친구들의 부탁에 결국 츤데레처럼 받아들였어.”

 타에의 설명에 사아야가 보충 설명을 더했다.

 “하하 이치가야 씨, 의외로 쉬운 구석이 있단 말이지. ...내가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지만.”

 미사키는 자기가 뱉은 말에 자기가 아파 자학적인 농담을 치며 아픈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리미는?”

 미사키는 포피파 5인조 중 리미만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렸다.

 “쓰러졌대.”

 카스미가 대답했다.

 “음? 큰일인 거 아니야?”

 미사키는 리미에게 큰일이 생긴 게 아닐까 싶어 당황했다.

 “수영복 입고 물에 젖은 카오루 씨 보고 심쿵사했다던데.”

 “아, 그래? 큰일이 아니네. 평소대로구나.”

 미사키는 카스미에게 이유를 듣고는 평정심을 되찾았다.

 카스미 일행이 한창 잡담하던 중... 드디어 장애물 경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울렸다.

 첫 번째 장애물은 허들. 넘어도 넘어도 계속되는 허들이 주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합이다! 기합!”

 아리사는 정신줄을 놓은 듯한 기합을 외치며 허들을 뛰어넘었다.

 “으아아아!”

 “어억!”

 두 번 정도 허들에 넘어져서 허들을 다시 세우고 넘느라 아리사는 꼴찌가 되었다.

 두 번째 장애물은 평균대. 아리사는 평균대에서 빙판길 걷듯이 조심조심 한 발씩 발을 내밀며 갔다.

 “으오옷!”

 시작하자마자 넘어져서 평균대 밑에 깔린 매트에 자빠졌지만, 다시 일어서서 평균대 위를 걸어갔다. 그 뒤로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지만, 전진 속도가 가장 느렸기에 순위 변동은 없었다.

 “헉헉... 내가 왜 이딴 짓을...”

 세 번째 장애물은 그물. ‘특정 부위’가 큰 아리사에겐 그물 안에서 기어가기가 힘들었다. 성실하게 차근차근 통과했지만, 역시 순위 변동은 없었다.

 네 번째 장애물은 줄에 매달린 음식 먹기. 음식의 종류는 채소. 아리사는 구운 파가 당첨됐다.

 “파? 보통은 과자나 빵 같은 거잖아!”

 참고로 히나의 아이디어다. 평범하게 과자나 빵은 싫다나 뭐라나. 아리사는 학생회 소속이지만, 모든 걸 확인하지 못했기에 이런 사소한 건 알지 못했다. 아리사는 싫어하는 파에 대한 거부감을 뚫고 한 방에 운 좋게 클리어. 거기에 더럽게 못하는 두 사람이 있던 덕분에 꼴찌를 탈출했다.

 “사~야 나 못 보겠어... 아리사가... 우리의 아리사가... 저렇게 고생하는 모습을...”

 “나, 나도...”

 카스미와 타에가 엄청 뼈빠지게 고생하는 아리사의 모습을 차마 두 눈으로 볼 수 없어 눈을 감기 시작했다.

 “안 돼. 카스미. 똑바로 봐줘야지. 그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거야.”

 그런 카스미와 타에의 모습에 사아야는 그래선 안 된다고 눈을 뜨게 만들었다.

 “이건 뭐... 이치가야 씨 고문 달리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네.”

 미사키는 자신이 저 경주에 참가하지 않은 자신의 선택에 매우 감사했다.

 “카스미... 남은 장애물이 뭐뭐 있었지? 카스미는 이거 도와줬다고 했으니 알 거 아니야?”

 타에는 적어도 남은 장애물이 뭔지 그것만이라도 알려고 했다.

 “음... 내가 도와준 건... 아!”

 카스미는 드디어 석연치 않던 뭔가를 깨달았다.

 “어쩌지? 랜덤스타 가져와야 했었는데, 깜빡했었어.”

 “랜덤스타? 왜? 오늘 라이브할 것도 아니잖아. 단체 연습 같은 것도 없고.”

 사아야는 카스미가 왜 당황해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그게...”

 카스미는 죄인처럼 시선을 돌렸다.

 아리사의 고생은 계속됐다.

 다섯 번째 장애물은 달마 씨가 넘어졌다(*일본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스피커에서 주기적으로 ‘달마 씨가 넘어졌다’란 말이 나오며, 붉은 선 이후부터는 ‘달마 씨가 넘어졌다’란 말이 나오는 동안에만 움직일 수 있다. 움직였을 경우, 붉은 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건 쉽기에 아리사도 빠르게 넘어갔다. 참고로 ‘달마 씨가 넘어졌다’는 츠구미가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둔 것. 밀당 스킬 따위 전혀 없는 츠구미였기에 이 장애물은 누구에게도 어렵지 않았다.

 여섯 번째 장애물은 자갈 매트 맨발로 걸어가기.

 “으아아아아! 대체 장애물이 몇 개야!”

 아리사가 신발을 벗고 발 지압 지옥을 맛보며 자갈 매트의 길을 걸어갔다. 걸을 때마다 발에 레고를 밟은 듯한 고통이 전해져왔고, 아리사는 차마 뛸 수가 없어 걸어가기만 해야 했다. 주자의 신발은 사전 스태프가 집어다 자갈 매트의 길 도착점에 가져다 놓았다.

 일곱 번째 장애물은 밀가루 속에서 사탕 찾기.

 아리사는 밀가루가 가득 담긴 커다란 그릇에 입과 코를 파묻고 사탕을 수색했다. 다행히 운 좋게 바로 찾아내 아리사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빠른 페이스로 통과했다. 아리사는 물수건으로 대충 입과 코를 박박 닦아내고 다음 장애물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헉헉... 우리 학교 운동장이 이렇게 넓었나?”

 여덟 번째 장애물은 가장(假裝). 이른바 코스프레. 준비된 간이 탈의실에서 준비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오면 되는 간단한 장애물이다.

 아리사가 당첨된 복장은... 치어리더.

 “크으으윽! 춥지만 됐어!”

 아리사는 이미 수많은 라이브 복장으로 사람들 앞에 선 경험이 가득했기에 정신적인 장애, 수치심은 덜했다. 다른 애들은 가장이 부끄러운지 탈의실에서 나가길 머뭇거리고 있었다. 아리사는 지금까지의 운과 이 이점을 이용해 3위에 서는 데에 성공했다.

 마지막 장애물.

 “마지막 장애물? 됐어. 이것만 넘긴다면...”

 물건 빌리기. 종이에 적힌 물건을 가져오는 게임. 주변의 학생이나 부외자 구경꾼에게 빌려도 상관없다. 어떻게든 가져와 심판의 판정을 통과하면 된다.

 한편 1위로 온 토모에는 간호사 복장으로 심판에게 물건을 제시했다.

 “심판! 가져왔어요!”

 토모에에게 제시된 물건은... [별 모양 아무거나].

 “단풍도 별 모양... 이죠? 뾰족한 게 다섯 개.”

 토모에는 근처 낙엽 중에 대충 별과 비슷한 단풍잎을 가져왔다. 심판은 고개를 끄덕이며 통과를 외쳤다.

 다음 2위로 온 우미노 나츠키는 메이드 복장을 한 채 학교 매점으로 달려가려고 했다. 제시 물건이 [빵]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매점은 너무 멀어. 차라리 주변 사람들에게 빌리...’

 그 때, 나츠키는 사아야와 눈이 마주쳤다.

 “사아야, 빵 있지? 갖고 있다고 해줘? 응?”

 “응. 가지고 있어. 리미링에게 줄 초코 소라빵... 물론 잠깐 빌리는 거니 가져가도 상관없어.”

 “사아야! 고마워! 이 은혜는 꼭 갚을게!”

 나츠키는 감사하게 사아야의 초코 소라빵을 빌려 갔다.

 한편 3위인 아리사는...

 [랜덤스타]

 아리사는 주저앉았다.

 [어이, 카스미! 너도 오타에 같은 생각으로 기타 가져온 거 아니겠지?]

 [기타? 안 가져왔어.]

 “카스미이이이이! 너 진짜아아아아! 네가 랜덤스타라고 썼으면서 기타를 안 가져오면 어떡해애애애!”

 불가능. 주변에 있을 리가 만무. 그야말로 악마적인 제시 물건. 아리사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됐다는 사실에 분노의 소리를 힘껏 질렀다.

 아리사 꼴찌 확정.

 한편... 롯카는 지금까지의 아리사의 여정을 전부 캠코더에 담아놓았다. 그리고 아리사가 고생길에서 구르는 장면을 돌려봤다.

 ‘어쩌죠... 어쩌면 좋죠... 저... 아리사 선배가 이렇게 잔뜩 구르는 모습을 보았는데... 왜 자꾸 다시 보고 싶어지는 걸까요... 이러면 안 되는데... 아아... 아리사 선배가 엉망진창...’

 롯카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아사히 롯카: 아스카 짱... 저 이상한 세계에 눈을 뜬 거 같아요...]

 [토야마 아스카: ...무슨 소리야? 아코 흉내?]

 [우다가와 아코: 롯카도 드디어 금단의 영역이 해방된 모양이구나!]

 세 사람의 톡방 내용


 그렇게 수많은 종목이 지나가고... 드디어 마지막 날, 마지막 종목, 기마전이 찾아왔다. 장소는 동전 던지기 끝에 하나사키가와 여학원.

 기마전은 보통 3명이 힘을 합쳐 기수인 1명을 들어 올리고, 기수가 다른 기수의 머리띠를 빼앗아 아웃시키는 게임. 하지만 이 하나사키가와 여학원 & 하네오카 여학원의 기마전은 특이하게 5인 1조로 4명이 힘을 합쳐 기수인 1명을 들어 올린다. 그것 외엔 룰의 차이는 없다. 팀은 사전에 등록한 사람만이 할 수 있으며, 홍팀 백팀, 학교, 학년 전부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팀을 맺을 수 있다. 당연히 이 종목만은 홍백전하고는 상관이 없다.

 팀 Poppin'Party 진영.

 “본래 기마전은 4인 1조이지만, 히나 씨가 5인으로 하자고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5인 1조가 됐대.”

 아리사는 카스미 머리에 머리띠를 두르며 모두에게 TMI를 늘어놓았다.

 “아마 파스파레 멤버 전원끼리 기마전이 하고 싶었겠지. 기마전만 학교, 학년, 색깔 불문 자유 참가 형식인 것도 같은 이유일 거야.”

 “아아아...! 근데 아리사...? 이미 머리띠 다 조인 거 같은데... 왜 자꾸 더 조이는 거야?”

 “...기분 탓이야.”

 “아야야!”

 카스미는 긴고아에 당하는 손오공의 기분을 체감하듯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저항했다.

 “리미링, 몸은 괜찮아?”

 “응. 걱정 끼쳐서 미안해.”

 사아야는 리미의 몸을 걱정하고 있었다.

 “또 카오루 씨를 봐서 기절하면 큰일이 나니까 리미는 뒤에서 카스미를 받쳐줘.”

 “오타에 짱, 알았어. 그런데 카오루 씨 목소리만 들어도 위험할지도...”

 “이거 난관이네...”

 타에는 리미가 카오루를 만나면 또 쓰러질까 그 대비책을 세우고 있었다. 리미 역시 팀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었다.

 “리미링, 괜찮아! 가슴 속에서 포피파를 외치면, 우리를 생각하면 카오루 씨의 매혹의 늪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을 거야!”

 “카스미 짱... 응. 나 힘내볼게!”

 카스미는 리미를 복돋아주었고, 카스미의 말에 리미는 기운을 차렸다.

 “애들아, 원으로 모여! 언제나 하던 거 하자!”

 카스미의 말에 포피파 전원이 원형으로 모여 서로 손을 원형 중앙에 모았다.

 “““““포피, 파! 피포, 파! 포피파파, 피포, 파!”””””

 원형이 되어 포피파의 의지는 한 곳에 모였다. 포피파 쪽은 카스미를 기수로 세워나갈 예정이었다.

 

 팀 Afterglow 진영.

 운동회 첫 날 아침부터 기수 자리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던 그녀들. 결국 가위바위보로 기수를 정했다.

 “힝... 내가 기수하고 싶었는데...”

 “히마리, 하고 싶었으면 가위바위보로 날 이기던가. 말이 길어.”

 “그래도~”

 앱글의 기수는 란. 란은 스스로 머리띠를 둘러맸다.

 “근데 란~”

 “왜 모카. 너도 불만이야?”

 란의 질문에 모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제 기수는 아무래도 좋은데~ 란은 미나토 씨와 승부하려고 기수가 하고 싶었던 거지?”

 “응.”

 “미나토 씨가 기수가 아니라면 어떡하려고?”

 “...”

 란은 순간 살짝 당황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가정이었다.

 “...사, 상관없어. 누가 기수든...”

 “음~ 생각하지 않았던 거 아니야? 당황한 표정이었는데, 방금.”

 “그런 표정 지은 적 없어. 애초에 미나토 씨라면 반드시 기수를 고를 거야.”

 “기대와 달라도 크게 실망하지 않길 바랄게~”

 “상관없다고 했잖아...”

 란은 팀 로젤리아가 있는 곳을 노려봤다. 반드시 유키나가 기수일 거라고... 란은 희망을 미래에 보냈다.

 “모카, 란 그만 놀려.”

 “그러다 벌 받는다?”

 “따, 딱히 놀림받은 적 없거든.”

 토모에와 츠구미는 모카의 놀림에서 란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란은 자존심을 내세워 거부했다.

 “애들아, 싸우지 말고 원형으로 모이자! 구호를 외쳐 한마음을 도모하자고!”

 히마리의 말에 앱글은 원형으로 모였다.

 “에이, 에이, 오!”

 ““““...””””

 “안 해주는 거야~?”

 하지만 구호만큼은 외치지 않았다.

 

 팀 Pastel*Palettes 진영.

 “히나 짱, 고마워. 히나 짱의 재미있는 기획 덕에 고등학생 마지막 운동회는 절대 잊히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추억이 됐어.”

 치사토는 히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이돌 일과 병행하며 이런 빅 이벤트를 선물해준 히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느낀 것이다.

 “아냐. 나도 나 재밌자고 한 거에 불과한걸. 그리고 나도 아야 짱과 마야 짱 덕분에 절대 잊히지 않을 강렬하고 재미있는 추억이 생겼어. 둘 다 단체 줄넘기 우스꽝스럽게 빨리 탈락한 거 엄청나게 웃겼어!”

 “하하, 히나 짱이 아픈 상처를 들쑤시고 있어...”

 “히나 씨... 말의 가시가 너무나도 쓰라리지 말입니다...”

 히나는 아야와 마야가 단체 줄넘기에서 광탈한 이야기를 꺼내며 박장대소했다. 그 모습에 아야와 마야는 그저 쓴웃음을 지었다.

 “저도 히나 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정말로, 정말로... 다시는 없을 듯한 최고의 운동회였어요! 모두가 무사도 정신으로 빛나며, 최고의 추억을 만들었어요! 이건 히나 씨가 있어준 덕이에요!”

 “이브 짱의 칭찬은 순수하고 올곧아서 어떻게 받아줘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지. 응. 나도 이브 짱이 그렇게 좋아해줘서 기뻐.”

 히나는 이브의 칭찬에 쑥스러워했다. 그 대화를 들은 치사토는 순간 ‘내 칭찬은 순수하지 않다는 말인가’라고 말하려던 걸 참았다. 오늘만은 히나의 말에 말꼬리를 잡지 않고, 히나가 순수하게 기분이 좋았으면 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내일부터 아야 짱과 마야 짱은 줄넘기 연습 하루에 30분씩 하도록 해.”

 “뭐?” / “진심이지 말입니까?”

 “진심이야. 아이돌 방송 때 단체 줄넘기가 나오려면 어떡하려고 해?”

 “으윽.” / “할 말이 없지 말입니다.”

 치사토의 매서운 일침에 아야와 마야가 격침했다.

 “근데... 기수는 누구로 할 건가요?”

 이브는 슬슬 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기수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야 당연히...”

 치사토도...

 “당연히...”

 아야도...

 “당연히...”

 마야도...

 ‘기수를 고른다면 저는...’

 질문하는 이브도...

 이번 이벤트 창시자 중 한 명인 히나를 오늘은 주인공으로 추대하고 싶었으니까.

 

 팀 Roselia 진영

 “기수는 정말 나여도 괜찮은 걸까?”

 머리띠를 맨 유키나가 질문했다.

 “당연하죠. 우리들의 위에 서는 건 오로지 미나토 씨 당신뿐입니다.”

 사요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요~ 이유가 너무 진지하잖아. 난 그냥 유키나였으면 했을 뿐이지만.”

 리사는 사요의 너무나도 진지한 대답에 오히려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저도 엄청, 엄청, 엄청나게 존경하는 유키나 씨가 기수였으면 해요.”

 아코는 순수함이 묻어나는 대답을 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린코의 경우에는 분위기에 묻어가는 대답을 했다.

 “알았어.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면. 로젤리아의 이름을 건 이상 설령 밴드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해. 알겠지?”

 “알겠어요.”

 “응, 응.”

 “알겠습니다!”

 “네...”

 유키나의 각오에 로젤리아 전원은 하나가 되었다.

 

 팀 헬로, 해피 월드! 진영

 “그럼 기수는 카논이 하는 걸로.”

 “응, 코코롱!”

 “훗, 좋은 생각이다. 코코로.”

 이미 카논이 기수인 것으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끝내버린 바보 트리오. 어째서 이야기 흐름이 이렇게 됐는지, 상식적으로 신체 능력이 좋은 코코로나 하구미가 맡는 게 낫지 않냐는 논리적인 반론이 나오지 않았는지 알 필요가 없다. 코코로가 흥미 위주로 번뜩인 아이디어에 상식이나 논리가 있을 리 없다.

 코코로다. 다름 아닌 코코로다. 갑자기 ‘카논이 기수이면 재밌겠다’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기분이 생겨도 개연성이 성립한다.

 코코로의 생각이 왜 좋은 건지 하구미도 카오루도 잘 모른다. 언제나 그렇듯 그저 느낌상으로 찬성할 뿐이었다.

 “후에에엥~ 미사키 짱 어째서 내가 기수인 것으로 이야기가 흘러간 거지? 어째서?”

 “하하, 저에게 물으셔도... 이 헬로해피의 흐름은 저도 못 말려요. 제가 미셸인 걸 얘네에게 이해시키는 걸 포기했듯이 카논 씨도... 포기하면 편해요.”

 “후에에엥~ 책임이 막중해서... 눈앞이 컴컴해!”

 이쪽도 이쪽대로 이야기가 난 모양이었다.

 “근데 미셸이 없어도 되는 걸까? 역시 부르는 게...”

 “하구미, 미셸은 다른 학교 학생이라 이 기마전에 참가 못 한다고 했잖아. 같은 말 여러 번 하게 하지 마.”

 “아, 맞다. 그랬지? 미셸도 하나사키가와나 하네오카 학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미사키는 속으로 하나사키가와 학생이라고 속삭였다.

 

 팀 CHiSPA 진영.

 통편집. 기수는 나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