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자와 츠구미는 신년을 맞이하여 애프터 글로 멤버와 함께 신사에 찾아왔다.

 ‘올해도 애프터글로의 모두와 멋진 추억을 쌓을 수 있기를.’

 나는 신사의 새전함에 동전을 넣고 상투적이면서도 당연한 소원을 신사에 빌었다. 다른 애들도 나와 함께 소원을 빌었는데,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모카 짱은 올해도 맛있는 빵을 잔뜩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어~”

 모카 짱은 정말 모카 짱다운 소원을 빌었네.

 “나는 내 모든 지인의 행복을 빌었지.”

 토모에 짱도 토모에 짱다운 소원을 빌었구나.

 “나는... 됐어. 소원이란 건 남에게 말하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잖아.”

 “란은 보나마나 기특하게도 우리 밴드의 평소대로를 빌었겠지~”

 “...아니거든.”

 란 짱은 말은 안 했지만, 모카 짱의 추궁에 반응하는 표정을 보면 뻔히 보이네.

 “나는!”

 ““““다이어트 성공.””””

 “아니거든! 하긴 할 거지만, 아니야! 좀 더 멋진 소원을 빌었단 말이야!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똑같은 말을 하지 마!”

 히마리 짱은... 하하.

 “어라, 저기에 로젤리아의 멤버들이 있어.”

 나와 애프터 글로 멤버가 신사에서 떠나려고 했을 때 저희와 엇갈리듯이 로젤리아 멤버들이 신사에 도착한 걸 목격했다.

 “정말이네. 인사라도 걸어볼까.”

 “아니, 히마리. 미나토 씨는 아직 우리와 마주치기 꺼리실 거야.”

 히마리 짱이 로젤리아 멤버들에게 인사를 걸려고 하자 토모에 짱이 히마리 짱을 말렸다.

 “토모에의 말이 맞아. 눈치껏 피해주자.”

 란 짱도 토모에 짱의 의견에 찬성하며 로젤리아 멤버들에게 말을 걸려고 하지 않고, 떠나던 길을 계속 밟았다.

 토모에 짱과 란 짱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유키나 선배에게 안 좋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유키나 선배는 안타깝게도 유급하셨다. 1년을 우리랑 보내게 되신 것이다. 유급 확정 이후로는 란짱만 보면 도망치고 계신다고 한다...

 [유키나 씨! 유급했어도, 결국 아코랑 같은 학년이 된다고 해도 아코의 유키나 씨를 향한 존경심을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한편 여담이지만, 아코 짱은 특유의 천연 기질로 유키나 선배를 상처입힌 모양이다.

 “토끼해인데 츠구네 커피점은 뭐 안 해?”

 히마리 짱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음... 토끼 모양 케이크 정도려나.”

 “그것만으론 부족하지~ 점원 유니폼을 바니걸 복장으로 바꾸자~”

 “뭐~?”

 모카 짱의 뜬금없고 황당한 아이디어에 나는 깜짝 놀랐다.

 “접객할 때 츠구한테 바니걸 복장을 입히자~ 요즘 커피점은 손님 방문 수야말로 정의~ 손님 방문 수를 늘리려면 다소의 희생도 필요하지~”

 “모모모모모모, 못 해! 그런 거! 아빠도 엄마도 허락하지 않을 거야!”

 “어라라~ 아빠도 엄마도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건, 츠구는 허락하는 거야?”

 “안 해! 궤변이야!”

 나는 모카 짱의 너무나도 충격적인 제안에 고개를 엄청나게 저으며 강하게 반발했다.

 “모카, 엉큼해!”

 히마리 짱이 모카 짱에게 공격적인 언사를 퍼부었다.

 “모카, 이번엔 너무 선 넘었어. 성희롱이라고.”

 토모에 짱도 모카 짱을 감싸거나 하지 않았다.

 “...”

 란 장은 새빨개진 얼굴로 모카 짱을 노려보고 있기만 했다. 이런 엉큼한 화제에 약한 걸까.

 “힝~ 아무도 내 편은 없구만~ 슬퍼~”

 모카 짱은 평소의 슬퍼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서글픈 목소리로 하늘을 쳐다봤다. 

 “모카의 불건전한 말은 뒤로 하고, 다음 주가 츠구미의 생일이잖아? 츠구미의 생일 때 제안이 있어.”

 란은 화제를 내 생일로 바꾸었다. 어라, 내 생일? 확실히 다음 주, 1월 7일이 내 생일이긴 한데, 느닷없이 들이미니 뭔가 부끄럽네...

 “츠구미, 생일 정도는 열심히 뭔가 하지 말고 푹 쉬어.”

 “응?”

 나는 란의 말에 물음표를 띄웠다.

 “맞아, 맞아. 란의 말대로야. 츠구, 생일 정도는 츠구하지 마. 마침 토요일이니 히나 선배가 학생회 관련 일을 떠맡길 일도 없겠네.”

 “토모에 짱도?”

 “옳소! 츠구, 푹 쉬어. 우리들이 츠구의 부모님께 말해서 커피점 일도 쉬게 할게.”

 “히마리 짱도?”

 푹 쉬라니...

 “그래, 우리들이 츠구로부터 모든 ‘츠구할’ 권리를 빼앗겠습니다~ 이름에 있는 츠구도 빼앗을 테니 생일 때는 내내 미 짱이라고 부를게.”

 “모카, 이상한 소리하지 마. 쉬게 하는 정도면 돼.”

 모카 짱이 또 이상한 소리를 하자 란 짱이 제재했다.

 “츠구미는 그냥 푹 쉬며 우리들이 준비한 파티를 즐겨줘. 그거면 돼.”

 란 짱이 다시 한 번 ‘푹 쉬는 것’을 강조했고, 다른 모두가 그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나를 위해 그렇게...

 “그래, 나 모두가 준 휴식 시간 열심히 즐길게!”

 나는 두 주먹을 꼭 쥐며 멋진 휴식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럼, 츠구의 멋진 생일을 기원하며 우리 모두 둥글게 모여 기합을... 아아, 이젠 에이에이오, 하기 전부터 가버리는 거야?! 으아아앙!”

 히마리 짱은 이미 떠나버린 나와 란 짱, 토모에 짱, 모카 짱을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1월 7일. 내 생일이 찾아왔다. 오늘은 츠구하면 안 되는 날. 푹 쉬어야 하는 날. 게으르게 지내도 되는 날.

 그런데... 츠구하지 않아야 한다니, 구체적으로 뭘 하면 좋은 걸까?

 우선 점심까지 푹 퍼질러 자볼까?

 “...”

 ...는 계속 두 눈이 말똥말똥해서 실패했다. 왜일까? 평소 몸에 베인 시계는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다는 걸까?

 나는 더 자기를 포기하고 일어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츠구하지 않기 위한 행동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보다 뭔가 하고 싶은데... 흠... 나는 책상 위에 손가락을 대보았다. 먼지가 조금 쌓인 거 같았다. 방 청소라도 할까?

 그 때, 내 폰이 울렸다. 모카 짱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 짱~ 생축~”

 “응, 고마워. 모카 짱.”

 “혹시 아침부터 츠구하려는 건 아니겠지~ 방 청소를 한다던가 뭐 그런 거~”

 윽! 뭐지. 모카 짱, 우리 집에 와 있기라도 한 건가?

 “우리들이 츠구하지 말고 푹 쉬라고 했지만, 솔직히 미 짱은 혼자서는 못 할 거 같아서 우리들이 미 짱의 츠구하지 않는 하루를 만들어줄게.”

 “만들어준다고?”

 “응. 외출할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와봐.”

 나는 모카 짱의 말대로 외출할 준비를 했다.

 “모두... 그리고 이브 짱, 츠쿠시 짱, 치사토 씨, 마야 선배, 카논 씨, 아코 짱, 세타 선배.”

 밖에는 애프터 글로의 멤버들뿐만 아니라 이브 짱과 츠쿠시 짱, 치사토 씨, 마야 선배, 카논 씨, 아코 짱, 세타 선배도 있었다.

 “츠... 아니, 미 씨! 오늘은 제가 츠쿠시 씨와 함께 커피점 접객을 도맡고 있을게요.”

 “그러니 미 선배는 안심하고 놀고 계세요.”

 “이브 짱, 츠쿠시 짱...”

 나는 날 위해 열심히 일해주겠다는 이브 짱과 츠쿠시 짱의 선언에 감동했다. 근데 너희도 모카 짱처럼 내 이름의 츠구를 빼는구나...

 “나머지 우리들은 오늘 하루 돌아가면서 하자와 씨에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드리겠슴다.”

 마야 선배의 말. 돌아가면서? 이 인원이 날 위해?

 

 그 후로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첫 번째는 치사토 씨, 카논 씨, 히마리 짱과 함께 치사토 씨와 카논 씨가 추천하는 카페에 들렸다. 그곳에서 우아한 아침 티타임을 즐겼다. 참고로 다른 사람들은 우리 집 커피점에서 파티 준비를 한다고 한다.

 “맛있는 커피네요. 케이크도 크림이 달콤하면서도 과일의 개성을 잘 챙겼어요.”

 나는 카논 씨가 추천하는 메뉴로 케이크와 커피를 주문했는데, 추천의 가치가 있는 훌륭한 맛이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 걸까요? 흠... 반죽의 차이? 아니면 크림의 재료의 차이인가? 커피도...”

 “...미 짱?”

 “아.”

 나는 나도 모르게 열심히 우리 가게를 위해 다른 집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가 치사토 씨가 주의를 줬다.

 “그, 그렇죠. 오늘은 저의 생일. 츠구하지 않기로 한 날. 일에 대해선 전부 잊고 평범하게 즐길게요!”

 나는 다시 한 번 다짐을 선언했다.

 “그래, 츠구. 아, 저기 추가 주문을 할게요~”

 “히, 히마리 짱? 벌써 네 개째인데? 후에에에...”

 히마리 짱은 네 개째 케이크를 주문했다. 카논 씨는 그런 히마리 짱을 보며 깜짝 놀라셨다. 신년에 분명 다이어트도 할 거라고 했는데 또 작심삼일인 걸까.

 

 다음은 모카 짱, 아코 짱, 토모에 짱과 함께 오락실에서 놀았다.

 “으라차!”

 “으... 으라차!”

 나는 토모에 짱의 권유로 큰북을 치는 게임을 했다.

 “그래, 츠구 찡! 스트레스도 피로도 북을 두드리며 날려버리는 거야!”

 “미 짱~ 행여 토모에 짱과 점수 겨루기 같은 걸 하면 안 돼~”

 뒤에서는 아코 짱과 모카 짱이 날 응원하고 있었다.

 사실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한 건 처음이 아니다. 애프터 글로의 멤버들과는 몇 번이고 오락실에 방문했었으니까. 그래도 꽤 오랜만이었고, 북을 힘껏 두들기니 아코 짱의 말대로 스트레스도 피로도 날아가는 기분이네.

 

 다음은 마야 선배, 세타 선배, 란 짱과 함께 연극 공연을 보러 갔다. 정확히는 세타 선배는 관객이 아니라 주연 배우로서 공연장에 간 것이었다.

 “세타 선배의 연기, 대단했어요. 완전히 압도됐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공연이 끝나고 나는 내가 받은 순수한 감동을 마야 선배와 란 짱에게 전했다.

 “그렇죠? 물론 연기도 훌륭했지만, 무대 연출이...”

 마야 선배는 무대 연출 강의를 시작했다. 란 짱은 무대의 꽃 소품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츠구미, 오늘 하루는 어땠어?”

 마야 선배의 강의가 끝났을 때 란 짱은 나에게 다가와 질문을 던졌다.

 “응. 최고의 츠구하지 않은 날이 됐어.”

 카페도, 오락실도, 연극도 모두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이 됐다.

 “그래? 그 감상, 모두에게도 말해주는 게 좋을 거야.”

 “응, 물론 그래야지.”

 나는 방긋 웃었다. 이 미소도 이 이벤트를 준비한 모두에게 있어 최고의 보답이 되겠지.

 “자, 가자. 츠구미네 커피점에 더욱 즐거운 파티가 준비되어 있으니까.”

 “응.”

 나는 란 짱을 따라 우리 커피점을 향해 걸어갔다. 어떤 파티가 준비되어 있을지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