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줄요약: 박살난 선수단 인구 피라미드(특히 야수) 때문임.


우선 어제 경기의 스타팅 라인업을 보자

좌익수 장두성-2루수 고승민-우익수 빅터 레이예스-지명타자 전준우-3루수 정훈-1루수 나승엽-중견수 윤동희-유격수 박승욱-포수 손성빈

99 - 00 - 외인 - 86 - 87 - 02 - 03 - 92 - 02


레이예스와 외부에서 데려온 박승욱을 빼면 나머지 7명의 나이에서 이상한 점을 볼 수 있다

'이 팀은 90년대생부터 야수 드래프트를 안 했나?'

분명 지금 대부분 구단들의 핵심 전력들은 90년 초중반생들이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2024년 현재 운동선수들의 전성기 구간이라 부르는 27~32세 구간을 지나가고 있고, 이 나이대 선수들이 각 팀에서 믿을맨으로, 기둥으로, 혹은 보이지 않는 슈퍼백업의 역할을 해주며 투수진과 타선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롯데는 그렇지 못하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냥 어린애들이 잘해서 올라가는거 아님?'

1군 야수 로스터 전체를 보면 더 끔찍하다

위에서 말한 90년대 초중반생은 롯데 외야에 없다. 지금 1군 벤치 외야수는 김민석, 04년생이고 뭔가 나이들은 거 같아 보이는 황성빈조차 97년생으로 아직 26세이다 

내야의 경우에도 최항이 31세, 손호영이 29세인걸 제외하면 비슷하다. 이주찬이 어린 애들 중에서는 제일 나이가 많은데 얘도 98년생이다.


그럼 여기서 성멘이 나온다.

"성멘이 시발 쓸만한 야수 다 갖다버렸네"

맞다. 어차피 망한(19꼴데) 뎁스에 유망주를 채운다고 전성기 구간 들어가는 야수를 팔 수는 있지만, 그럴거면 그 선수들의 전성기 구간 내에서 윈나우를 할 이유가 없다. 리빌딩을 훨씬 길게, 7년 이상을 보고 할 게 아니었으면 굳이 할 이유가 없는 거래가 많았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더 들어가보자. 성민규는 4년간 트레이드로 총 4명의 내부 야수, 신본기 오윤석 이호연 전병우를 버렸다(보상선수 제외). 그 끔찍한 결과를 기억한 채로, 4명 빠진다고 팀 야수 중간층이 아예 무너지는 것에도 주목을 해보자.


보통 1년 신인드래프트에 11명을 뽑는다. 그 중에 보통 7라운드 이후의 5명은 1군에서 활약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뺀다고 생각하면, 지금 전성기 구간에 들어가는 선수들이 뽑혔을 6년간, 저 시기의 롯데 투수진이 약체였던 것을 감안해도, 1~6라운드 36명의 선수 중 적어도 12명 정도는 야수였을 것이다. 저 기간에 뽑힌 선수들 중 대표적인 선수들이 강태율, 나경민, 김대륙, 배성근 등이다. 대표가 이정도인데, 저 기간의 드래프트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나무위키에서 롯데의 14~18 드래프트를 보자. 정말 똥냄새를 참을 수 없을 것이다. 타 팀에서도 망픽 드래프트가 자주 나오긴 하지만, 저렇게 연속적으로 드래프트가 망하면 팀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요약하자면 이미 젠가 조각들이 다 뽑혀서 흔들거리던 탑에, 가운데 몇개 남은 젠가 다뽑아버리는 미친새끼까지 나온 형국이라는 것이다. 결과로 롯데가 받아들어야 했던건 19롯데 전설의 풋살대표팀 2군과, 안치홍 보상선수로 사직구장 전광판, 조지훈, 박기량 전부 묶을 수 있던 참담한 뎁스, 그나마 전력이라 할 만한 선수들도 모두 빠진 뒤에 온 정말 어린 선수들뿐이었다. 이정후같은 아웃라이어는 아무 때나 나오는 건 아니고, 이들은 당장의 전력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 아무리 천재타자, 진짜재능이더라도 경험의 부족은 프로 무대에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야수진에서 극단적인 예시가 나왔다면, 투수진에서는 그나마 온건한 변화가 일어났고, 타격 전력에 비해 투수 전력이 괜찮다고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박세웅, 김원중 정도를 제외하면 여전히 이런 현상은 존재하고, 05년생 아니면 87년생 선택지라는 웃음벨 눌리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그나마 긍정적인 상황은 이런 상황에서 어느정도 재능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계속 경험을 쌓고, 그에 따라 발전하는 것이 있다는 점과, 몇 남지 않은 베테랑들과 특히 외국인이 제몫 이상을 해주면서 이런 어린 선수들에게 갈 부담을 줄여준다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다.

투수진, 특히 불펜진들에서 이런 상승 효과들이 일어나지 않고 구승민이 누운 시점에서 최준용 전미르에게 부하가 많이 걸리는 것은 여전하지만, 불펜 쪽에서 좀 더 좋은 발전이 일어난다면 더 밸런스 잡히고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