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블레이드」25주년, 왜 팽이 장난감에 10대, 20대, 30대까지 열광하는가? 변함없이 먹히는 1대1 승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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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에 타카라토미에서 발매된 「BEYBLADE X(이하: 베이블레이드 X)」는 판매량 10만개만 넘어도 대박이란 완구 업계에서 일본 누적 출하수 200만개를 넘는 초대박 상품이다. 이 베이블레이드 X의 기원인 베이블레이드(한국 출시 이름 : 탑블레이드)는 1999년에 발매(일본 현지 기준)됐다. 베이블레이드는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하는 오래된 대박 콘텐츠이다. 저출산이란 역풍 속에도 어떻게 베이블레이드는 25년에 걸쳐 계속 사랑받는 걸까? 바로 어릴 때, 1세대였던 베이블레이드 담당 직원들의 사랑 덕분이었다.




| 과거 '베이고마(ベーゴマ)'에서 두 번의 실패를 겪었음에도 계속 팽이를 고집한 이유


https://youtu.be/iMxTXPkjm8Y?si=SCokHfV7C8a9W3oq




베이블레이드 X 판매 초기에는 지금까지 베이블레이드를 사랑해 준 기존 유저의 구매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10월에 애니메이션 방영과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초등학생 아이들이 신규 유저로 급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구매자 80%가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역시 연말연시를 넘은 시점부터 그 인기를 실감하게 됐습니다. 제가 맡은 제품이 잘 돼서 너무 기뻤어요."

- 타카라 토미 글로벌 베이블레이드 사업부 마케팅과 시노나가 쿄헤이


신규 유저 유치의 배경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 4세대 베이블레이드 X는 스포츠성을 강조하여 플레이어와 관객 양쪽을 매료시키는 'GEAR SPORTS'로 거듭나기 위해 축구, 배구, 럭비 등 실제 스포츠 경기에서 체험회를 개최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직접 해보는 기회를 늘리는 쪽으로 힘썼습니다.


"베이블레이드 X는 베이블레이드가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의 집합체입니다. 'X 대시 (이하 : 익스트림 대시)'라는 새로운 기믹을 발명했는데, 이걸로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한 번만 실제로 해보면 그 재미가 전해질 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결국 재미가 모든 것을 결정짓기에…"

- 타카라토미 글로벌 사업부 마케팅 부서 호리카와 료


'X(익스트림) 대시'란 스타디움이라 불리는 베이블레이드를 돌리는 팽이 판 외곽에 톱니 레일과 팽이의 원형 톱니 모양 축이 맞물려 가속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 기믹에 의해 팽이가 레일에 닿으면 가속한다. 게다가 가속된 팽이끼리 부딪치기 쉽게 설계됐기에 과거에는 볼 수 없던 격렬한 충돌이 생기게 됐다.


"이전 세대에는 팽이끼리 강한 충돌도 없이 점점 감속하는 팽이를 보며 『아… 제발 지지마.』라고 생각하며, 시간만 기다리는 그런 맥빠지는 싸움이 가끔 있었습니다. 그래서 역시 제일 재밌는 건 서로간 충돌이라 생각해서 그것을 강화했습니다. 한 경기를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로 업로드하기 쉽게 1분 안에 승패결정이 나도록 조정하고 있기에 시대 흐름에 맞는 진화가 가능했다 생각합니다." 

(호리카와)


지금은 타카라토미를 대표하는 상품 중 하나가 된 베이블레이드지만, 타카라토미의 전신인 타카라에는 이미 팽이 완구로 스게고마[すげゴマ] (1995년), 배틀 탑 (1997년)을 출시했던 과거가 있다. 하지만 기대한 실적을 남기지 못했던 경험 때문에 베이블레이드 발매 당시 난감해 하는 사내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세 번이나 도전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팽이 그 자체의 매력 때문이었다.


"팽이는 끈을 감아 제 힘으로 움직입니다. 그런 '제 힘이 실린 팽이'가 상대와 격렬하게 부딪쳐 승리하면 기분 좋습니다."

(시노나가)


고속 회전하는 팽이끼리 부딪치는 놀이는 본능에 충실한 재밌는 놀이였습니다. 그런 팽이의 매력을 믿었던 개발팀이기에 사내 원성에도 지지 않고 개발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인기 있던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에 영감을 얻어 카드로 덱을 짜듯 팽이의 파츠를 직접 조합할 수 있도록 커스터 마이즈 및 수집 요소를 도입했습니다. 그렇게 팽이 자체의 매력과 유행에서 시대를 읽은 발상력을 겸비한 제 1세대 '폭전 슛 베이블레이드(한국명 : 탑블레이드)가 초대박을 쳤고 일본 전국의 초등학생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렸습니다.



| 초대박 이후 쇠퇴, 기사회생에 걸었던 4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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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번영 후에는 쇠퇴가 있는 법. 트렌드를 이끌었던 자의 숙명은 베이블레이드도 피할 수 없었다.


"쉽게 말하면 싫증이 난 아이들이 다른 놀이를 하러 갔죠."

(호리카와)


2008년 무렵 베이블레이드 2세대 초창기에 입사했던 호리카와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재도약을 위해 새로운 기믹 개발에 전념했습니다. 「더 재밌는 배틀을 만들어낸다.」는 명확한 목표 하나에만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방법은 수 없이 많았습니다. 더 강력한 충돌을 위해 경기장을 좁게하고, 회전력을 높여 속도를 높이는 등 여러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 적도 많았습니다.


"시제품 하나를 만드려면 1개월 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1년에 시도할 수 있는 제품 모델도 한정됩니다. 결국 시제품에서 시리즈화 된 것은 1% 정도죠."

(호리카와)


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도달한 것은 「팽이 주위를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으로 변경한다.」였습니다. 소재의 변화, 팽이 자체의 외관을 강화했기에 소리 또한 금속 충격음으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2세대가 될 메탈파이트 베이블레이드는 보기 좋게 두 번째 대박에도 성공했습니다.


|'요괴워치의 기록적인 성공'에 난항을 겪은 두 번째 위기. 돌파구는 의외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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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위기는 2세대의 인기가 진정되면서 3세대 개발로 방향을 전환한 2013년이었다. 이상하리만치 요괴워치의 유행과 시기가 겹쳐 다른 제품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한 상태였다. 사내에서는 당분간 뭘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단 분위기로 만연했다. 하지만 베이블레이드 개발팀은 요괴워치의 수집 놀이가 한번 유행을 탔기에 '부딪쳐 부수는 놀이 방법'이라면 신선하게 보일 것이라 여겨 새로운 개발을 시작했다.


"그... 뭐야 애니메이션에 보면 상대가 파편처럼 파괴돼서 뿔뿔이 흩어지는 연출있잖아요? 거기서 '상대 팽이를 쓰러트렸을 때, 부숴지면 재밌지 않을까'요?"란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됐습니다. 막상 시제품을 만들었더니 못 쓸 정도로 흩어져버렸습니다. 게다가 파편이 튀어서 위험했고, 이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한번은 포기했습니다.

(호리카와)


그런데 그 후 시제품은 모두 실패. 한 때 개발은 난항을 겪었습니다. 거기서 다른 부서 동료 여성에게 상담했습니다. 팽이나 배틀에 전혀 관심이 없는 시점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가 말하길 "상대 팽이를 부수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 시원하고 재밌죠."라고 대답했습니다. 평소 그녀의 이미지와 다른 의외의 대답이었습니다. '충돌하면 부숴진다.'는 역시 수요가 있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번에도 시제품을 산처럼 쌓아서 충돌하면 3분할되는 팽이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분리된 팽이가 만에 하나라도 경기장 밖으로 날아가 것을 고려해 경기장에 덮개를 달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 장치가 너무 안전해서 재미를 해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습니다만, 흩어진 팽이 파츠가 스타디움 안에서 굴러다니기 때문에 보다 박력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먹힌다고 확신'했습니다."

(호리카와)


이리하여 제 3세대 베이블레이드 버스트(2015년)에 발매. 멋지게 세 번째 대박에 성공했다.


|"아이와 같은 취미에 빠져서 함께 놀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어린이용 완구'에서 '부모와 자식용'으로


최근 유행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완구 관련 콘텐츠 중에서는 부모와 자식이 같이 놀기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물론 베이블레이드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같은 취미로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죠. 게다가 SNS를 보면 2~3세대에 걸쳐서 성인 유저층이 많이 늘었다고 느낍니다."

(시노나가)


1세대는 현재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이들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있는 세대인 동시에 SNS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가 많습니다. 유튜브에 제품 소개 영상을 올리는 경우도 많고, 이들이 만든 영상을 본 아이들이 또 '베이블레이드'에 관심을 갖는 선순환이 이뤄지죠. 더욱이 이런 성인 유저의 존재 덕분에 제3 세대를 계승하지 않는 제 4세대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각 세대 제품끼리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를 도입할 때, 모든 것을 쇄신해야 합니다. 이전 세대의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세대를 유저들이 계속 사용해줄 것인가는 저희에게도 매번 큰 불안요소입니다. 하지만 4세대는 오랫동안 '베이블레이드'를 사랑해주신 유저분들도 재밌다 느낄 것이란 자신이 있었습니다."

(시노나가)


참고로 호리카와씨랑 시노나가씨도 1세대 베이블레이드에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품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 같은 개발을 하면서도 생각보다 고되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저희 제품이 정말 재밌다고 계속 생각해서 실제로 제 4세대 초기에도 이런저런 마케팅 덕도 있었지만, 대부분 재밌어 보여서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웃음" (호리카와)


"초등학교 때 전학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는 친구가 아무도 없어서 불안했는데, 베이블레이드로 첫 친구가 생겼습니다. 그 체험이 지금도 제 기억 속에 있고 베이블레이드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인연을 만드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네요." (시노나가)



그 인기는 성별, 연령, 국적을 불문하여 확산 중이고 지금은 세계 80개국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누계 5.2억개 이상이 출하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대회도 치러지며 시민층에서 확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9년 파리에서 세계대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공항에서 수하물을 맡긴 뒤 참가자들에게 빌려줬던 '베이 스타디움(베이블레이드를 싸우게 하이 위한 판)'을 건네받은 채로 출국심사를 하러 갔습니다. 그랬더니 경비원이 "당신도 베이블레이드를 하나요?"라길래 "진짜 너무 좋아해."라고 영어로 대답했습니다. 그 뒤에 "나는 베이블레이드 개발자야"라고 했더니 일행으로 있던 여성에게 달려가 알렸습니다. 그러자 경비원과 그 경비원이 부른 여성까지 와서 "나도 했었어!"라더군요." (호리카와)


덧붙여서 베이블레이드 X는 더 이상 단순한 놀이가 아닙니다. "베이블레이드를 스포츠로"라는 캐치 카피와 함께 발매됐습니다. 이 카피의 배경에는 베이블레이드를 문화적 존재로서 널리 퍼뜨리겠단 비전이 담겨있습니다.


"역시 예전 세대를 경험한 분이 보면, '베이블레이드'는 옛날에나 유행하던 장난감이란 인식이 강하거든요. 그것을 뒤집을 수 있도록, 세대 불문으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서 진화시켜 나아가 문화로 자리잡게 하고 싶습니다."

(시노나가)


"일본 제조업에서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직 적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물건으로 세계를 노린다면 정말 재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베이블레이드 자체에는 그럴만한 힘이 충분하니까요."

(호리카와)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 배틀할 수 있습니다. 체격도 상관없습니다. 누구나 평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것이 '베이블레이드의 매력'입니다."라며 입을 모으는 둘. 개발자의 열정. 그리고 유저를 향한 사랑이 있는 한 베이블레이드는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

(취재 및 글 / 하라 토모카)



베이블레이드
공식 홈페이지:https://beyblade.takaratomy.co.jp/
유튜브 채널 : https://www.youtube.com/@BEYBLADEOfficialYouTubel
X:https://twitter.com/beyblade_info
개발팀X:https://twitter.com/tbh_pr




일한번역 : Polluxer

원문 : https://www.oricon.co.jp/special/67315/?utm_source=Twitter&utm_medium=social&ref_cd=jstw003